잃어버린 지평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3
제임스 힐튼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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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gri-La. 명사.
① 가공적 이상향('James Hilton'의 소설 < Lost Horizon>중의 이상향의 이름에서).
② (美) 비밀(소재 불명)의 장소; (미국 공군의)비밀 기지.
③ (美軍俗) 변소.
'샹그릴라_Shangri-La'는 티벳어로, '샹그릴'은 '마음속의 해와 달'을 뜻하며 '라'는 고개를 나타낸다고 함.

'행복한책읽기'에서 출간된 SF무크지 < HappySF>창간호에 실린 '초/중/고급자를 위한 SF가이드'를 따라 이것저것요것조것 한 권, 두 권, 한 권, 두 권씩 구하던 재미에 퐁당 빠져지내던 그때 그시절, '고급독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이끌려 구입한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
이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에 대해서는 그저 이상향, 유토피아 소설의 고전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굳이 구입할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장르문학과 비장르문학 사이에 걸쳐있다는 작품인데다(일종의 환승소설!) 문학사적 가치까지 있다기에 어디 한 번 읽어볼까나?하는 마음에 구입해 놓고도 그동안은 선뜻 이상향에 다가가지 못하채 속세에 묻혀 지치고 힘겨운 일상을 보내다가 마침 영화상영회가 있다길래 부랴부랴 탐독!

내용인즉슨 인도 북부의 소도시 '바스쿨'에서 일어난 원주민들의 폭동을 피해 탈출하려던 네 명의 서양인 승객 -영국 영사 '휴 콘웨이', 부영사 '찰스 맬린슨', 미국인 '헨리 버나드', 선교사 '브링클로우'여사- 이 의문의 조종사에 의해 히말라야 산맥 속으로 납치되었다가 깊은 계곡 위에 위치한 신비의 라마교 사원 '샹그릴라'를 발견하게되고 그곳에서 영원한 젊음을 누린다는 기이한 인물들을 만나는데...

'샹그릴라'호텔, '샹그릴라'리조트, '샹그릴라'나이트 등 휴식과 쾌락을 상징하는 장소로 사용될 뿐 아니라 최근에는 40, 50대 중년 여성들이 웰빙이니 성형을 통해 노후 생활을 젊게 보내고 싶어 하는 징후를 가리켜 '샹그릴라 신드롬'이라 부르기도 할정도로 널리 알려진 '샹그릴라'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이 작품은('샹그릴라'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프랭클린 D.루스벨트_Franklin Delano Roosevelt' 대통령 시절인 1942년, 미국 메릴랜드 농촌지역에 건립된 대통령 휴양지 명칭으로도 사용. 지금은 1953년에 개칭된 '캠프 데이비드_Camp David'로 불림)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으로 가득차 있기에 동양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들 하지만 어찌보면 동양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도 싶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서 나오는 최상과 최악의 평가중 어느 한 쪽, 그런데 다행히도(?) 그것이 낭만적으로 표현되었다고나 할까?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한테 '아주' 잠시나마 도피의 수단으로 일독을 권할만한 작품으로, 읽고나면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너무 멀면 가까운 북한산에 오르는 것도 괜찮은 생각~)
작품을 읽고 처음 드는 생각은 '과연 이상향을 꿈꾸던 사람이 막상 이상향을 보게되면 바로 알아 볼 수 있을까?'하는 점. 이상향은 말그대로 '이상향'인데 현실로 나타나면 더이상 '이상향'이 아니니 결국 이상향을 찾더라도 이상향을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얘기...(뭔 소리얏!)

번역자는 '샹그릴라'의 존재를 확인해 볼 목적으로 (작가도 가보지 못했다는) 히말라야를 육로와 경비행기를 이용해 한 달에 걸쳐 직접 탐사에 나서기도 했단다...(베스트셀러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번역하면서 직접 양계장을 운영했다는 얘기...는 있을 턱이 없지~)

덧, 굳이 '도원경'이 아니어도 우리들한테 익숙한 '샹그릴라'가 있기는 하다.
바로 KBS 인기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서 '한진희'가 "오늘도 저희 샹그릴라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캄사의 말씀 올리면서..."하던 바로 그 나이트클럽의 이름~
(들리는 바로는 '이문열'의 신작 <호모 엑세쿠탄스>에서도 '샹그릴라'나이트클럽이 등장한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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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글.그림, 린 발리 채색,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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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는 분께 선물로 받은 '프랭크 밀러'의 걸작 그래픽 노블, <300>! <300>!! <300>!!!
발행일을 보면 알겠지만 나온지가 한~~~~참이나 된 책으로 당연히/진작에/보자마자 구입했어야 마땅한 처사이나 <씬 시티>조차 5권까지만 구입하고 6, 7권은 미처 구입하지 못한채 '저걸 언제 마저 구입하나...' 손싹싹발동동거리고 있는 처지인지라 거금 15,000원짜리 책을 구입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노릇. 한때나마 '<씬 시티>를 팔아서라도 구입할까?'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갖고 싶은 책이었는데 3월 지나 4월 들어서자 신간SF까지 무더기로 출간되는 바람에 '당분간은 인연이 아닌가보다...'하며 묵념같은 체념에 빠져 있었는데 이렇듯 선물로 받을줄이야! 어흑, 눈물난닷!...ㅠ_ㅜ

이 작품은 역동적인 화면과 강렬한 색상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300]의 원작으로, 이미 <씬 시티>시리즈를 통해 만화가 보여줄 수 있는 흑백미학의 초절정을 보여준 '프랭크 밀러'가 글과 그림을 그리고 일본 시대극과 사이버 펑크를 결합했다는 <로닌_浪人>과 역대최고의 '배트맨'시리즈로 너나할것없이 손꼽는다는 <배트맨:다크 나이트 리턴즈_Batman The Dark Knight Returns>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린 발리'가 채색을 맡아 영화에서도 차마 보여 줄 수 없었던 처참하고 치열했던 그 날의 현장을 마치 목격이라도 한 듯 처절하리만치 섬뜩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헤라클레스'의 후예로 태어나 죽음도 두렵지 않은 용맹함을 발휘하여 영원한 자유인으로 기억될 '스파르타'의 300 전사들이 들려주는 '필사즉생필생즉사_必死卽生必生卽死'의 메시지가 예술성이 느껴질만큼 아름답고 인상적인 삽화를 통해 전해지는 것이 소장용/선물용으로도 더할나위 없다~

자~자, 백문이불여일견! 말이 필요없다.
비교 체험!  만화 對 영화!

진정한 '스파르타'인이 되기 위해 맹수에 맞서 혹독한 입문식을 치르는 소년 '레오니다스'.


마늘과 쑥을, 아니 땅과 물을 요구하는 '크세르크세스'의 전갈을 가지고 온 '페르시아'의 전령.


강압적인 '페르시아'인들한테 '스파르타'식 외교정책을 몸소 알려주려는 '레오니다스'.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는 '스파르타'식 방어벽 앞에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지는 '페르시아'군대.


주렁주렁치렁치렁딸랑딸랑거리며 요란하게 등장하는 '페르시아'의 황제 '크세르크세스'.

 


도대체 어느 쪽이 그림인지 모를정도로 똑 닮은 페르시아의 최정예 전사 '임모탈'부대.


'크세르크세스'의 쌍판대기를 향해 창을 날린뒤 울부짖으며 포효하는 '레오니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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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7.6 - Vol.2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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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하하핫, 장르전문지로서 '창간호 매진'이라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대박을 터뜨리며 전국 일만 명의 장르 독자들을 열광케 만들었던, <판타스틱> 2호!
창간호 출간 일주일 남짓만에 게시판에 '매진 임박'이라는 충격적인 공지가 뜬 이후로 참으로 오랜시간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길래 '왜 이리 조용한걸까??????'하는 불안감마저 들었으나 무사히 2호가 출간, 냉큼(?) 구입해 놓고는 첫날밤 샤워중인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의 심정으로(으?, 떨린닷!!!) 이번엔 무슨 내용으로 채워졌을까를 궁금해하며 창간호와 마찬가지로 조금씩조금씩 깨작깨작 거려가며 맛을 보았는데, 오홋! 맛있구나야! 일단 6월호는 창간호에 비해 한결 밝아졌다!
창간호가 비라도 내릴듯한 우중충한 날씨였다면 6월호는 구름 한 점없는 화창하고 맑은 날씨라고나 할까?(우중충한 날씨였다 함은 호러/미스테리의 비중이 SF보다 많았음을 기상학 관점에서 바라본 표현일뿐 실제로는 눈부신 햇살뿐 아니라 빗방울도 좋아하고 눈송이도 좋아하고 세상 모든 장르적 기후를 다 좋아하기에 불만은 없다는~)
연재중인 SF를 제외하고도 호러의 열매를 맺고는 있으나 그 뿌리를 SF에 두고 있는 '조지 R. R. 마틴'의 <샌드킹_Sandkings>,('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감이 있지만) 이영도의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 '트루스 주사'를 맞은 것임에 틀림없는 검색엔진이 등장하는 '산드라 맥도널드_Sandra McDonald'원작의 <로스트 앤 파운드_Lost & Found>, '아서 클라크'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영국의 철학자 겸 SF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의 기사 등등 SF관련 읽을거리가 넘치고 넘쳐나니 SF독자로서 이만한 행복이 없다!...(7월호엔 판타지의 절대제왕 '톨킨', 내별명은 판타지황태자 '젤라즈니'의 걸작단편이 수록예정이라니 판타지독자들은 지금부터 비명지를 준비하시라. "끼야아아아아아아악~~~~~~~~~~")
특히나, 많은 읽을거리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은 '풀 윌슨'의 <다이디타운>! 3부작짜리 연재물이라기에 완료되면 읽으려고 창간호에 실린 1부 前편을 고이 접어두었다가 1부가 끝났기에 이제야 읽어봤는데, 우왓! 하드보일드+사이버펑크! 이런거 은근히 좋아하는 터라 '진작에 읽어보고 이번에 한 번 더 읽을걸!!'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그랬다면 창간호에 대해 "장르를 떠나 '이거다!'싶게 재미를 느낀 내용이 없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라는 말따위는 절대 하지 못했을텐데;) 2부는 9월호에나 실린다니 석달을 어찌 기다린담?ㅠ_ㅜ;

그외 특집기획으로 '보네거트'의 작품/생애/영향력을 알기쉽게 정리했는데(발빠른 기획력에 박수를, 짝짝짝~) 10장이라는 분량이 보네거트 팬들한테는 다소 부족한 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법 의미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듯.(내가 '보네거트' 팬이라면 <판타스틱>을 한 권 더 구입해서 따로 스크랩을 하겠건만...^^;) '문학동네'에서 보네거트의 마지막 수필집 < A Man without a Country>를 출간 준비중이라는 것도 희소식~

참, 아낌없는 성원과 더불어 '질책'도 바란다고 했으니 한마디,
'르 귄'할멈 인터뷰가 실리지 않은 것은 거듭거듭 생각해봐도 아쉽고아쉽고또아쉬운 노릇. 비록 편집장이 새로운 인터뷰가 성사되지 않았음을 '편집장의 글'에서 밝히고 있지만 성사되지도 않은 인터뷰에 대한 예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칫 독자에 대한 기만/우롱이 될 수도 있으니 기왕 말 나온 김에 최대한 빠른 시일안으로 '르 귄'할멈과의 인터뷰를 성사시켜 근황을 엿볼 수 있게끔 지속적인 시도를 부탁한다(누군가 묻는다. "아니,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나는 답한다. "아니, 뭐가 그렇게 안 궁금한데?..."). 더불어 함께 예고되었던 SF평론가 '개리 웨스트폴'의 도발에세이 '왜 과학소설은 존중받지 못하는가'도 아무 설명없이 실리지 않았다. "편집부의 사정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다"는 말 한마디로 은근슬쩍스리슬쩍 모든 것이 넘어가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다음 호부터는 학실한, 아니 확실한 것만 예고 해주기 바란다~

끝으로, 창간호가 나오기까지 워낙 오랜 기간을 씨뿌리고 추수하고 쌀씻고 밥짓고 뜸들였기에 '2호도 무사히 출간될 수 있을까?'를 기다리는 동안의 심정은 마치 '박찬호'의 투구를 보는 것 같았다. 경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조마조마해지는 심정으로 결코 안심할 수 없었기에(오히려 그 때문에 '재미'있기는 했다~) 마침내 2호가 출간되자 내가 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기도 했다. 휴~우...
자, 오늘부터는 또 다시 기다림의 시작이다.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가지고 일방적인 응원을 펼치며, 나는 우리는 그들 모두는 기다린다. <판타스틱> 3호를...(어허, 저기 아직도 6월호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이 있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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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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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들이 들어와 문틀에 기대 물었어요.
"빛의 속도가 일 초에 삼십만 킬로미터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예요?"
제가 일상적인 답을 했죠.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더군요.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요."- 엘리자베스 문」

4월 SF봉기설이 떠도는 가운데, 핵보유국이 선전포고를 했다길래 핵전쟁인줄 알고 아침부터 잔뜩 긴장했던 <마일즈의 전쟁>은 동네 꼬마들의 칼장난에 불과했으며, 점심 식사후 오수도 즐길겸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고자 들었던 <다윈의 라디오>는 CD판을 틀어주면서도 수시로 튀는 바람에 오후의 나른함을 망쳐 버렸는데, 오늘도 덧없이 하루를 보내는구나 싶은 마음에 쓸쓸이 바라보던 노을지는 구름 뒤편으로 소리없이 다가온 <어둠의 속도>에 놀라 부리나케 뒤쫓아가 가까스로 잡고보니 앗, 어둠을 밝혀주는 한줄기 빛과 같은 작품이었더라는...
'엘리자베스 문'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여성작가가 쓴 이 작품은 패턴 분석과 패턴 형성이라는 특수한 작업에서는 천재적일만큼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지만 일상 생활을 하기에는 그저 자폐일 뿐인 증상 때문에 '정상인'들에 의해 비정상인으로 간주되고 취급받는(당하는!) '루 애런데일'을 주인공으로 그와 함께 제약회사에서 특수업무에 종사하는 자폐인들과 비자폐인들의 소통과 갈등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실제 자폐아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작가 자신의 경험과 이해가 작품 전체에 걸쳐 깊이 퍼져있어 잔잔한 감동이 여운이 되어 남으면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다보니 번역자의 말마따나 '동정'을 넘어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21장의 구성 중 20장까지 읽고는 빛의 속도와 어둠의 속도가 같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그 곳'으로의 도착을 앞둔 '루 애런데일'이 '그 곳'을 상상하는 동안 잠시 읽기를 멈추고 ('루'의 심정으로) 하루의 휴식을 가지기도 했다. 과연 작가는 어떤 식으로 결말을 낼 것인가? 자폐아를 키우고 있으니만큼 그 결말이 다른 자폐아 가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라면 어떤 결말을 내고 싶어 할 것이며, 진정 내가 원하는 결말은 무엇일까?를 두고 머릿속에서 나름대로의 소설을 한 편 쓴 다음, 그 어떤 결말이라도 수용하겠다는 마음자세로 21장으로 넘어갔고, 그 결과는... (본문 552쪽에서 553쪽 사이에 걸쳐 나와있다~)

작품을 접한 누구나가 (필연적으로!) '다니엘 키즈'의 < Flowers for Algernon>을 떠올릴텐데 (작가는 '키즈'가 쓴 훌륭한 작품과의 비교가 칭찬이라고 생각한단다) 닮은 듯 안 닮았고, 안닮은 듯 닮은 두 작품의 차이는(확실한 공통점은 모두 '네뷸라'상을 수상했다는 점~) 아무래도 그 결론이 아닐까 싶은데, 어떤 결론이든 다 마음에 든다. '찰리'나 '루'나 본인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작품도 <다윈의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랜덤 하우스'의 주류문학 파트인 '발렌타인북스'를 통해 원서가 발표되었단다. 순문학스러운 장르문학은 어쩔수 없는 대세?(작가 자신도 이 작품이 과학소설인지 아닌지는 독자의 정의에 달려 있다며 명확한 판단을 미룸)

번역자는 이전에도 여성작가인 '케이트 윌헬름'의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를 번역출간한 적이 있고 두 작품 모두 작가와 번역자가 한 사람이 아닐까 싶을만큼 술 넘어가듯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특히 이 작품의 경우 사례집과 참고문헌을 살펴가면서까지 고심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비록 번역물에 불과(?)하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낸다는 마음자세로 언제까지나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빼앗긴 자들>을 비롯한 '르 귄'할멈의 작품들과 '테리 프래쳇 &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로 이름을 날린 바 있는 '이수현'씨(요즘은 다른 분야의 번역을 하는 듯해 아쉽다는...)에 이은 신진SF번역가로서 그 앞날이 기대된다(번역자의 '바람'이 눈과 손끝을 통해 무사히 마음까지 와 닿았음을 알려 드림~)

덧, 어느 날, 아들이 들어와 문틀에 기대 물었어요.
"순문학이 일 년에 삼십만 권 팔린다면, SF는 몇 권이나 팔려요?"
제가 일상적인 답을 했죠.
"SF는 팔리지 않는단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더군요.
"더 '많이' 팔릴 수도 있잖아요. 문학보다 과학이 먼저 존재했으니까요."
('미래'에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이, 자폐인과 비자폐인이 같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대로 장르와 비장르, 순문학과 대중문학이 같아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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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라디오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그레그 베어 지음, 최필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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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여름(7월 10일), '시공사'에서 "상상력의 신전을 지키는 파수꾼, '그리폰 북스'가 새롭게 시작합니다."라며 '그리폰북스 2기'의 출범을 공표했고 이어 <스키즈매트릭스>와 <안티아이스> 등을 출간하며 기나긴 여정을 시작, <파괴된 사나이>같이 몇 번을 우려먹어도 몸에 좋은 작품은 물론 <밤을 사냥하는 자들>같은 '돌연변이'작품 역시 '그리폰 진화'의 한 단계임을 알리며 장장 5년여에 이르는 항해를 떠났고 마침내 그 끝자락에 서 있던 작품이 출간됐으니 바로 '그레그 베어'의 <다윈의 라디오>~

근미래를 배경으로, 'SHEVA'라고 이름지어진 '인간 내생적 RNA 종양 바이러스'에 의한 '헤롯 독감'이 임산부들한테 유행병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기형아를 유산하는 첫 번째 증상에 이어 한 달 후에는 처녀 임신된 상태에서 사산아를 출산하게 되는 두 번째 증상이 나타나자 세상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전 지구적인 재난을 의미하는 것처럼만 보이던 현상이 사실은 수 천, 수 만 년전부터 인간의 유전자 속에서 조용하게 '준비/성장'되어 온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의미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없는 소리같지는 않다는)하기까지 한 설정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 작품은 이미 <블러드 뮤직>을 통해 '인류종말론'을 다룬 적이 있는 '그레그 베어'가 보다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쿼런틴>에 비교할만 하다면 너무 겁(?)주는 얘기가 되려나?...) '악마'가 인류를 진화시킨다는 <유년기의 끝>보다 한층 사실감있게 현생인류의 진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굳이 SF라 하지않고 '근미래 스릴러'물이라 포장해도 무난할 듯한 내용으로(원서는 '랜덤 하우스'의 주류문학 파트인 '발렌타인북스'통해 출간됨) SF와는 거리/깊이/부피를 두려는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하지만 자칫 노약자나 임산부한테는 악몽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작품은 2000년에 '네뷸러'상 및 '인디버'상을 수상했는데 '인디버'상에 대해서는 물론 작품 해설도 한 줄 없고 전문용어 설명도 없어 번역자의 노력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지 만족스럽지 못한 점, 특히 번역에 대한 얘기가 많다. 뭐 전문용어의 표현에 대한 번역자의 노력부족을 탓하는 내용도 있(었다고 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옮기지 못한 불분명한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도 영 시원찮은 문장이 있어서 마침 옆구리에 끼고있던 원서와 비교해 봤는데 번역본 130쪽 24째줄에 이런 표현이 있다.
"그중 두 명은 피임약을 독실하게 챙겨 먹었다고 했어요."
'독실'이란 표현은 '독방_獨房'을 나타내는 '독실_獨室'이 아닌한 '믿음이 두텁고 성실함'을 나타내는 '독실_篤實'을 뜻하고 '당연히' 신앙심에 대한 표현에만 사용되는 단어다. 즉, 이 경우 어느 쪽으로도 부자연스러운 단어사용인 셈. 그렇다면 원문은 뭘까? 다음과 같다.
"Two that took birth control pills religiously, so to speak,...."
'religiously'라는 단어에는 '경건히, 양심적으로'와 함께 '독실하게'란 뜻도 있지만 내용상 종교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충실히, 엄격히(나라면 '꼬박꼬박'이라고 하겠건만...)'라는 의미로 사용했어야 할텐데 아마 번역자가 일단 '아는 단어 위주'로 대충대충(?) 초벌번역해 놓은 상태에서 다시 한 번(기왕이면 두 번도 좋고 세 번도 좋았겠지만) 다듬을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번역자든 편집자든 누군가는 알아챘어야 할 노릇~)
하지만, 작품을 읽는데 있어 무엇보다 거슬린 것은 엉뚱하게도 '조사_助詞'의 부적절(?)한 사용이었다.
예시 1. '케이는 넓은 유리 문 밖으로 볼티모어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예시 2. '케이가 넓은 유리 문 밖으로 볼티모어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나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위 문장의 경우 예시 1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본문에는 예시 2와 같이 사용된 곳이 부지기수다. 이루 셀 수가 없을 정도로 곳곳에 지뢰마냥 숨겨져있다가 좀 읽어볼만 하면 펑!터지고, 다시 좀 읽어볼만 하면 또 퍼펑!하고 터지는 바람에 편하게 읽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번역이었다(설마 일본판을 번역한 건 아닐테지?...).
난 그저 기왕 번역하는 것, 두고두고 남는 기록이 될 수 있으니 기왕이면 처음 번역 할 때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하는 마음이다.
더구나 번역자는 '책세상'의 '메피스토'시리즈를 통해 <파이트 클럽>을 비롯한 '척 팔라닉'의 작품을 대다수 번역한 바 있고 추리소설 번역에도 제법이나 일가견이 있어 보이기에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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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6-1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색한 부분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