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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ghteous Mind: Why Good People Are Divided by Politics and Religion (Paperback) -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원서
Haidt, Jonathan / Random House Inc / 2013년 2월
평점 :
이 책의 서문은 ‘우리 모두는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가?(Can we all get along?)’로 시작한다. 물음 자체가 우리는 이미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인종, 성별, 연령, 세대 간이 양분화되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내포한다. 3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12번까지 부제가 있는데, 마지막 12번이 ‘우리 모두는 더 건설적으로 불일치 할 수 없는가?(Can’t we all disagree more constructively?)’이다.
세상이 갈수록 복잡 다양해짐에 따라 의견이 서로 다름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한가지 생각과 의견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 또한 끔찍하고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다름이 맞는데 막상 나와 다름을 만나면 불편한 감정이 앞서고 어찌 그런 생각을 하였는지 색안경을 쓰고 보기까지 한다. 이렇게 나는 논리와 이성이 아니라 감정과 직관의 동물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간과한 채, 처음에 저자가 moral psychology(도덕 심리학)를 David Hume의 입장으로 접근해서 놀랐다. Hume은 ‘이성이란 감정의 노예에 불과하다’라고 했고, 저자는 1장에서 왜 우리가 도덕성을 판단할 때 직관이 우선하고 그 다음에 이성적 추론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나도 모르게 윤리적/도덕적 접근은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적 판단으로 냉철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나약한 인간이던가?
이성(reason)을 숭배함이 허상이고 기만이라는 증거가 많은 실험으로 입증된다. 인간은 옳은 사람이 되기 보다 옳은 사람처럼 보이기에 더 신경을 쓰고, 덕있는 사람이 되기 보다, 덕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한다. 즉, 타인의 시선과 평판에서 자유로운 자가 누가 있을까? 처벌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거짓말도 많이 한 후, 정당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또한 심리학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인간이 결코 이성의 산물이 아님을 잘 입증하고 있다. 인간은 마치 표를 얻고 여론에 신경쓰는 정치인과 같다는 표현도 있다.
도덕성을 판단할 때 흔히 우리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도덕성의 영역에는 단순한 손해와 공정성 이상의 것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민주당은 대부분 care(약자에 대한 배려/돌봄), 공정성(fairness)을 도덕성의 모체로 삼으며 선거활동을 했기에 공화당에 실패했음을 지적한다. 반면, 보수당인 공화당은 위 2가지 외에도 자유(liberty), loyalty(충성심), authority(권위), sanctity(신성함)을 도덕성의 모체로 삼아왔다. 아무래도 보수층을 공략하기에는 적절한 덕목이고 더 넒은 표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긴하다.
제목이 가리키는 옳은 마음이란 마치 6개의 미각기관을 가진 혀와 같다(The righteous mind is like a tongue with six taste receptors.)라고 했으니, 돌봄과 공정성 2가지를 강조하는 민주당 보다는 6가지를 강조하는 공화당이 승리할 승산이 높았으리라. 실제로 우리가 도덕성을 논할 때, 즉 이런 면에서 옳다라고 하는 기준이 반드시 한 두 가지가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어쩌면 가끔은 절대 선과 절대 옳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할만큼 혼란스럽기도 하다.
도덕 심리학을 통해 종교와 정치학을 논하는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라는 표현에 공감을 한다. 그러나 이면에 인간은 놀랍게도 조건적으로 그룹을 지어 결속력을 다지기도 한다(90% Vs. 10%). 그렇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형태가 종교와 정치이다. 단단한 결속력과 협동심을 부추기며 소속감을 안겨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두 가지는 다른 상대편의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실제로 알지 못한 채 상대를 배척한다는 단점이 있다. 즉 정치와 종교 집단 활동을 하며 우리가 옳다고 주장하는 그 도덕성/윤리성은 커다란 모순을 안은 채 양극화를 낳고 있다.(Morality binds and blinds)
확증 편향이 우리 안에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부족한 우리는 평생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선택과 싸움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 내내 민주당 지지자였던 저자는 인도에서의 삶과 Convervatism(by Jerry Muller)이라는 책을 읽고 생각의 전환점을 갖게 되며, 상대 진영 논리도 부분적으로 옳고, 부분적으로 틀릴 수 있다는 관점을 갖게 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상대를 더 존중하며 건설적인 인과 양(yin-yang)의 불일치에 다다를 수 있기를 촉구한다.
작가는 ‘인간은 옳은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옳은 마음이 그냥 주어지거나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기에 배워야 한다(We are born to be righteous, but we have to learn.)’라고 했다. 나 역시 요즘 정치에 푹 빠져서 내가 가진 색깔의 유투브만 보면서 반대편의 논리에 일방적 분노를 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며, 평생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을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