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cissus and Goldmund (Mass Market Paperback)
헤르만 헤세 지음 / Bantam Books / 198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리 읽고 싶어서 운전 중에도 대기 신호시에 조차 책을 읽곤 했는데, 너무 바빠 한 숨에 끝내지 못하고 3주 이상을 끌고나니 감흥이 떨어져서 리뷰 쓰기가 너무 어렵다ㅜ.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매력적이고 지적인 작품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밀란 쿤데라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느 한 문장도 함부로 쓰여지지 않은 세련되고 고귀한 작품이라 소중히 다루며 읽어야겠다는 조심성까지 들었다. 배경과 등장인물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Narcissus와 Goldmund와의 우정은 웬만한 연인의 사랑을 뛰어 넘는다. Goldmund는 평생 Narcissus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했다. 평생 말을 아끼다가 Goldmund가 세상 욕망을 모두 내려 놓고 병든 상태로 돌아 왔을 때야 비로서, Narcissus는 항상 Goldmund가 그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Narcissus는 Goldmund의 마음 속 어두움을 꿰뚫어 본 유일한 사람이고, 깨어있지 못함을 일깨워 준 사람이다.(I am awake, whereas you are only half awake. P.42) 즉, Goldmund 자신 보다 Goldmund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현실에 뿌리내리기는 어렵다. 정신적으로 늘 깨어, 청명하고 분명한 상태로 내가 누구인지와, 내가 마음으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Narcissus가 예언한 대로, 평생을 수도원에서 보내겠다고 들어왔던 Goldmund는 거의 7,8년을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다가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 Narcissus의 도움으로 다시 수도원으로 오게 된다. 그에게 있어 수많은 여자들과의 사랑이나 조각을 하며 열정을 바쳤던 예술가로서의 삶도 본질적인 만족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욕망과 절망 사이에서 영원한 시소를 탔던 그에게 삶은 늘 덧없고 일시적인 그림자에 불과했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온 Goldmund는 이제야 비로소 Narcissus를 평생 그리워하고 정신적으로 의존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호혜적인 사이가 되었다고 느낀다. 그런데 알고보면 Narcissus도 평생을 Goldmund를 그리워하며 보냈다.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을 가지는 것일까? 외적으로 완벽해 보이며 철학과 명상만을 무기삼아 사색가로 살면서 수도원장이 되어있는 Narcissus도 예술가로서 이미지와 감각을 추구하며 평생을 살아온 Goldmund의 삶에 비해 과연 그의 삶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여긴다.

돌아온 탕아의 모습을 비난과 꾸중없이 따뜻하게 품어 준 Narcissus는 신의 이미지와 닮아 있다. 평생을 방랑하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질없는 욕망을 추구하며 채워질 수 없는 허기 속에서 삶의 덧없음 느끼며 끊임없이 Narcissus와 엄마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그가 죽을 때까지 엄마를 생각하는 Goldmund는 부족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같은 길을 가고자 의도했으나,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을 지닌 두 사람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어떤 삶이 더 아름다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의도했던 삶을 질서와 수행 속에서 살아 온 Narcissus도 Goldmund를 향한 동경과 그리움이 있었고, 주체할 수 없는 방랑벽으로 마음가는대로 살았던 Goldmund는 더 큰 삶의 절망을 안고 있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가 갑자기 떠오른다. 내가 두 사람의 입장이라면 난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