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리산에 집을 마련하는 세가지 방법
※ 주의 : 부동산 정보가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1. 버들치 시인의 경우, 지인들 네다섯 명의 도움을 받아 햇살 좋은 지리산 자락에 공짜로 집을 얻었다.

2. 낙장불입 시인은 연세 50만원으로 지리산에 정착했다.

3. 최도사는 연봉 2백의 주차요원이다. 그는 지리산의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 들어가 그곳을 정성껏 가꾸며 살았다. 어느날 주인이 찾아와 자기 집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다며 별장으로 쓰겠다고 쫓아냈다. 그는 더 윗마을의 폐가로 들어가 또 정성껏 꾸몄다. 또 어느날 주인이 찾아왔다. 연세 30만원에 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고 주인 할머니는 말했다. ˝그런데 내가 막상 여기 와보니 자네가 이 집을 얼마나 아끼는 지 알 수 있었네. 그냥 살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 나오는, 사회에 적응을 못하거나 혹은 스스로 사회의 경쟁을 거부하고 지리산으로 흘러들어 정착한 사람들 이야기다. 가난하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내가 왜 시를 못 쓰는 줄 아니? 내 시의 바탕이 슬픔인데 여기 지리산에 온 이후로 그게 자꾸 없어져. 그래서 시가 안 되는 거야. 사람들은 말하지. 그럼 기쁜 이야기를 써라. 행복하다고 말이야. 그런데 기쁘고 행복한데 어떤 놈이 시를 쓰겠냐고.˝ 버들치 시인의 말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서울대 교수 5인이 쓴 <당신은 중산층입니까>에서는 서울올림픽 당시 국민 60%가 중산층이라고 답했지만 지난해 20.2%로 급감했다고 한다. 소득이 늘어도 더 가난하게 느끼고 행복해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런데 시를 쓰지 못하는 시인이라니. 그는 시보다 더 귀중한 행복을 얻었다. 행복은 소득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다만 자연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 나도 지리산 행복학교에 입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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