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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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과 새비

살면서 이런 사람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사람살이가 욕심없고 풍요롭지 않을라.


오래 전 내 아이들이 8살, 5살 정도였을까?

복도형으로 이어진 아파트였는데 한 복도를 끼고 4집이 이어져 있었다. 

그 중 한 집에도 내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집에 우환이 생겨서 아이들을 봐 줄 사람이 필요했었던 것 같고

그 일을 그 아이들의 삼촌이 있어 그 삼촌 내외가 했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히 그래야 했던 일이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 나이가 훌쩍 든 지금 돌이켜보니

그 우환의 상황에서 그 이웃의 아이들을 내가 좀 봐주었더라면 

그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을텐데 

그런 마음조차 낼 줄 몰랐던 내가 무척 부끄러워 지금까지 후회막심이다.

곧바로 그들은 이사를 갔으니, 내가 봐주어도 정말 잠깐이었을텐데

그것을 못해 지금까지 나는 부끄럽다. 

그 집 엄마를 지금도 가끔 만나고 있는데 볼 때마다 부끄러워,

그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나의 부끄러움을 조금씩 녹여내고자 하나,

그리 되는 것 같지는 않네... 부끄러움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삼천과 새비는 무척 훌륭한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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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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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말이 쉽지...

글도 쉽지...

허물을 고치기는 너무 어렵지

허물을 선으로 바꾸기는 더더욱 어렵지


우리의 희망을 소설로 풀었으나

설득력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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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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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라는 것이 이 책 만큼만 의사소통이 된다면야 전쟁이 왜 일어나겠는가!

마음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자신의 생각도 고치기가 어렵다.

그렇거늘 편의점 야간 알바의 말에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그래서 사람살이가 달라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망원동브라더스 보다는 상당히 약한 듯 싶다.


같은 책인데 책의 표지를 달리해서 두 가지로 낸다는 것은 상당히 신선했다.

읽다보니 낯익은 내용이더라. 

언젠가 읽었던 책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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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
메릴 코머 지음, 윤진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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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년이란 세월이 그렇다. 

5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이 되기까지!


실로 어마어마한 시간을 한 사람을 위해서 한 사람은 희생한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마침내 온 우주와 함께 하는 한마음인 것이다" 

한마음 선원의 법당에 커다랗게 적혀져 있는 글이다. 


이 글로 보면 그녀의 헌신은 희생이라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나는 늘 희생이라는 마음이 저변에서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나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숭고함에 고개가 숙여지고 경의가 표해진다.


그녀는

"고통을 통해 나는 신념과 끈기를 얻었다.(p.269)"라고 말하고 

희생이라 말하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어야지 싶다.

희생이라 생각하면 얼마나 억울한지, 

그 억울함 때문에 더 나아갈 수 없고

그 억울함 때문에 분노가 더해지고

그 억울함 때문에 마음이 고약해지기만 할 뿐 어떤 이득도 내게는 없다. 


부디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그 희생이라 여길 시간들이

나에게 신념과 끈기를 배우는 시간들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나 증상완화제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해

저자와 그녀의 남편이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덜 겪게 되기를 소망한다.

훌륭한 책이다. 











* 변호사는 남편의 재산을 명의변경하여 서류상으로 가난하게 만들면, 남편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비뚤어진 방법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의료보장제도라는 사회안전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족들은 따로 있을 거였다. 


* 친구들과 가족들은 내내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반대로 내가 병에 걸렸다면 하비가 지금의 내가 하는 것처럼 나를 돌봐주었겠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한 번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 중의 어느 누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 감히 미리 확신할 수 있겠는가? (...) 시간이 지나니, 이런 질문도 점차 부질없어졌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하비가 내게 무엇을 해 줄까가 아니다. 내게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신뢰와 책임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들이 무엇인지였다.  


* 12년 전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지만, 세월을 겪어내며 내 자신이 바뀌었다. 고통을 통해 나는 신념과 끈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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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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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었으나 재미있는 만화 한 권을 본 듯 하다.


내가 외롭고 춥고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롭고 춥고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해달라는

나태주 시인의 <기도>라는 시처럼,


실의에 젖은 내게 

이 책은 나보다 더 실의에 젖었을 그들의 이야기로 하여금

다소나마 나를 추스르게 해 준다.


300페이지가 훌쩍 넘어버리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미있었다. 

"언제 파산할 지 모르는 인생들이었지만 다들 '알게 뭐람'(p.341)"이 되는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었고, 

주인의 허락 없이 옥탑방으로 쳐들어와 빈대처럼 붙어 살 수 있는 그들도 남자들이었다. 

무던한 옥탑방 주인의 마음씨에 감탄이 인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들의 하루살이 같은 옥탑방의 생활에 견주어 보면

나의 걱정은 복에 겨운 배부른 푸념일 뿐이니 그만 둘 것으로 스스로를 질책하며

이 재미났던 책을 마무리 한다. 






* 아버지가 부자이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성인 되고 자기 꿈을 꾸며 살기엔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 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석이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 집 앞으로 걸어 나오니 새파랗다 못해 창백한 하늘과 이어진 수평선까지 바다가 펼쳐진다. 청신하다. 여기서 평생 살 자신은 없지만 도시에서 이곳을 그리워할 날은 평생이란 생각이 든다. 늘 이런 맑고 신선한 자연을 그리워하는 게 도시에서의 삶이다. 하지만 정작 인간은 도시에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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