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읽었으나 재미있는 만화 한 권을 본 듯 하다.


내가 외롭고 춥고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롭고 춥고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해달라는

나태주 시인의 <기도>라는 시처럼,


실의에 젖은 내게 

이 책은 나보다 더 실의에 젖었을 그들의 이야기로 하여금

다소나마 나를 추스르게 해 준다.


300페이지가 훌쩍 넘어버리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미있었다. 

"언제 파산할 지 모르는 인생들이었지만 다들 '알게 뭐람'(p.341)"이 되는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었고, 

주인의 허락 없이 옥탑방으로 쳐들어와 빈대처럼 붙어 살 수 있는 그들도 남자들이었다. 

무던한 옥탑방 주인의 마음씨에 감탄이 인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들의 하루살이 같은 옥탑방의 생활에 견주어 보면

나의 걱정은 복에 겨운 배부른 푸념일 뿐이니 그만 둘 것으로 스스로를 질책하며

이 재미났던 책을 마무리 한다. 






* 아버지가 부자이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성인 되고 자기 꿈을 꾸며 살기엔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 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석이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 집 앞으로 걸어 나오니 새파랗다 못해 창백한 하늘과 이어진 수평선까지 바다가 펼쳐진다. 청신하다. 여기서 평생 살 자신은 없지만 도시에서 이곳을 그리워할 날은 평생이란 생각이 든다. 늘 이런 맑고 신선한 자연을 그리워하는 게 도시에서의 삶이다. 하지만 정작 인간은 도시에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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