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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삼천과 새비
살면서 이런 사람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사람살이가 욕심없고 풍요롭지 않을라.
오래 전 내 아이들이 8살, 5살 정도였을까?
복도형으로 이어진 아파트였는데 한 복도를 끼고 4집이 이어져 있었다.
그 중 한 집에도 내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집에 우환이 생겨서 아이들을 봐 줄 사람이 필요했었던 것 같고
그 일을 그 아이들의 삼촌이 있어 그 삼촌 내외가 했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히 그래야 했던 일이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 나이가 훌쩍 든 지금 돌이켜보니
그 우환의 상황에서 그 이웃의 아이들을 내가 좀 봐주었더라면
그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을텐데
그런 마음조차 낼 줄 몰랐던 내가 무척 부끄러워 지금까지 후회막심이다.
곧바로 그들은 이사를 갔으니, 내가 봐주어도 정말 잠깐이었을텐데
그것을 못해 지금까지 나는 부끄럽다.
그 집 엄마를 지금도 가끔 만나고 있는데 볼 때마다 부끄러워,
그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나의 부끄러움을 조금씩 녹여내고자 하나,
그리 되는 것 같지는 않네... 부끄러움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삼천과 새비는 무척 훌륭한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