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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
메릴 코머 지음, 윤진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20년이란 세월이 그렇다.
5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이 되기까지!
실로 어마어마한 시간을 한 사람을 위해서 한 사람은 희생한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마침내 온 우주와 함께 하는 한마음인 것이다"
한마음 선원의 법당에 커다랗게 적혀져 있는 글이다.
이 글로 보면 그녀의 헌신은 희생이라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나는 늘 희생이라는 마음이 저변에서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나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숭고함에 고개가 숙여지고 경의가 표해진다.
그녀는
"고통을 통해 나는 신념과 끈기를 얻었다.(p.269)"라고 말하고
희생이라 말하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어야지 싶다.
희생이라 생각하면 얼마나 억울한지,
그 억울함 때문에 더 나아갈 수 없고
그 억울함 때문에 분노가 더해지고
그 억울함 때문에 마음이 고약해지기만 할 뿐 어떤 이득도 내게는 없다.
부디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그 희생이라 여길 시간들이
나에게 신념과 끈기를 배우는 시간들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나 증상완화제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해
저자와 그녀의 남편이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덜 겪게 되기를 소망한다.
훌륭한 책이다.
* 변호사는 남편의 재산을 명의변경하여 서류상으로 가난하게 만들면, 남편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비뚤어진 방법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의료보장제도라는 사회안전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족들은 따로 있을 거였다.
* 친구들과 가족들은 내내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반대로 내가 병에 걸렸다면 하비가 지금의 내가 하는 것처럼 나를 돌봐주었겠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한 번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 중의 어느 누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 감히 미리 확신할 수 있겠는가? (...) 시간이 지나니, 이런 질문도 점차 부질없어졌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하비가 내게 무엇을 해 줄까가 아니다. 내게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신뢰와 책임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들이 무엇인지였다.
* 12년 전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지만, 세월을 겪어내며 내 자신이 바뀌었다. 고통을 통해 나는 신념과 끈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