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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 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
S.S. 반 다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S. S. 반 다인의 작품은 데뷔작인 '벤슨 살인사건'과 '그린 살인사건'이 있는데 두 작품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도 오래 전부터 읽을 목록에 올라와 있었지만 신간들에 밀리다가
추석 연휴의 대미를 고전 명작과 함께 하기로 하면서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동요살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래 동요라 할 수 있는
마더 구스에 담긴 동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로는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쥐덫' 등이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도 '누가 코크 로빈을 죽였는가'를 시작으로 마더 구스에 나오는
동요의 내용에 따른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첫 번째 피해자가 바로 코크 로빈으로 동요의 내용대로
활과 화살로 죽게 되자 동요 속의 범인인 참새의 의미를 가진 남자가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체포된다.
하지만 수리물리학자인 딜러드 교수의 집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범인은 친절하게도 위 동요의 구절을 타이프라이터로 친 종이를 교수 집 우편함에 남겨놓는데
'비숍'이라는 서명을 남겨서 책 제목 그대로 비숍 살인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톨릭의 주교나 체스의 말 중 하나인 비숍을 붙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범인이나 피해자가
비숍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범인의 닉네임이 비숍일 줄이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한 번 발동이 걸린 비숍은 다음 사건의 피해자도 마더 구스에서 찾아냈는데 두 번째 피해자인
존 스프리그는 가끔 딜러드 교수의 집을 드나들던 학생으로 비숍은 딜러드 교수의 집에 있던 권총을
사용하여 존 스프리그를 살해한다. 모든 정황상 딜러드 교수 집안 또는 옆집인 꼽추 드래커 집안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비숍은 두 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열심히 활동한다. 딜러드 교수나 양자인 아넷슨 교수 등 수학 및 과학에 능통한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니
현학적인 파이로 번스까지 가세해서 수학과 과학 수업시간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 종종 전개되는데
그 와중에서도 도대체 비숍이 왜 이런 연쇄살인을 저지르는지 그 동기를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점점 용의자가 좁혀져 가는 가운데 자살로 추정되는 시신과 아동 유괴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마지막에 파이로 번스는 비숍과의 최후의 한판 대결을 펼친다. 드러난 진실을 기준으로 하면
정말 그동안 무수한 추리소설 속의 각양각색의 범인들과 만나봤지만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광기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집요함과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동요살인이라는
지독한 유희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포기할 줄 강인한 정신력까지 추리소설사에 남을 캐릭터였다.
S. S. 반 다인은 총 12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사실상 걸작에 반열의 드는 대표작 3편을 모두 읽어
앞으로 만날 수 있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뒤를 이어 엘러리 퀸이 등장하는 등 미국 고전
추리소설의 중흥을 이끈 작가로서의 명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