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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최순희 사진 / 책읽는섬 / 2017년 5월
평점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홀로 사는 즐거운' 등 법정 스님이 남긴 책들을 읽을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얻고 지친 몸과 마음에 대한 위로를 받곤 한다.
이제 법정 스님의 새로운 글은 만나볼 수 없지만 전에 읽은 '설전'과 같이
법정 스님의 생전 일화를 다룬 책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법정 스님의 거처였던 불일암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아낸 사진과 함께
법정 스님이 남긴 여러 책에서 좋은 글들을 발췌해서 싣고 있다.
법정 스님의 주옥같은 글들이야 이미 수많은 독자들에 의해 검증된 것이지만 이 책에 실린
사진을 찍은 최순희라는 사람은 과연 누군지 궁금했는데 법정 스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당시로는 엘리트 신여성이었던 최순희는 사회주의자였던 남편을 따라 북한으로 갔다가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에서 남부군으로 활동하던 중 국군에 생포된 전력의 소유자였다.
속칭 빨치산으로 혼자 살아남은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과 북한에 두고 온 아들로 인해
고통스런 삶을 살던 최순희는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한 달이 멀다 하고 법정 스님이 거쳐했던 불일암을 오르내리며 암자 구석구석, 화장실 청소도
마다하지 않고 각종 허드렛일을 하면서 '번개처럼 왔다가 번개처럼 간' 최승희가 틈틈이 찍은
불일암의 사계절 풍경을 보면서 아마도 힐링이 된 것 같은데, 자신의 마음 속에 쌓였던 고통을
법정 스님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풀었던 최순희의 한 많은 사연까지 곁들어져
이 책에 실린 글과 사진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없었다.
대부분 자연과 불일암에서의 일상을 담은 글들과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불일암에서 생활하는
것 같이 몸과 마음이 맑고 향기롭게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세상사의 온갖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변화를 돌아보고 감상할 마음의 여유도 잃은 채 뭔가에 쫓기 듯 살아가면
결코 인식조차 못하고 깨닫지 못할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었는데,
바쁜 일상에 허덕이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벗삼아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