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말로 대중들에게도 친근한 성철 스님과

'무소유' 등 여러 에세이로 대중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법정 스님.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두 큰 스님들의 문답을 실은 이 책은

그동안 잘 몰랐던 두 사람의 인연과 함께 구도자로서 평생을 수행한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성철 스님은 입적하고 나서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의 삶은

정말 속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범접할 수 청빈한 수도자의 삶이었다.

그럼에도 본인과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후학들에게는 대단히 엄격해서 

제자와 후학들은 성철 스님 앞에선 오금도 펴지 못했다는데,

법정 스님만큼은 때대로 쓴소리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 궁금한 걸 그냥 넘기지 못했다니 성철 스님이

법정 스님을 그만큼 인정했고 법정 스님도 성철 스님의 인간적 면모를 잘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선 법정 스님이 성철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물으면 성철 스님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불교가 지향하는 가치와 성철 스님의 생각, 그리고 성철 스님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었다.

평생을 오로지 수행에 힘쓴 성철 스님은 의식주 세 가지에서 최저의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노력을 하자는 신념으로 성불해서 중생을 위해서 남을 위해서 살기 위해 노력했다.

공부하는 스님들에게 권한 5계는 잠을 적게 잔다, 말하지 말라, 문자를 보지 말라, 과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말라, 돌아다니지 말라였는데, 정말 수행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잘 보여주었다.

영원한 진리를 위하여 일체를 희생한다는 생활자세로 끊임없이 정진한 성철 스님은

본래 생사가 없고 삶 이대로가 열반이고 해탈이라고 얘기한다.

현실을 바로 보기만, 마음의 눈만 뜨면 지상이 극락이라고 하는데

그런 경지에 이르기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정말 모든 게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으로는 타당한 말씀인 것 같다. 단지 삶의 무게에 치이고 현실에 시달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의 눈을 닫은 채 욕망의 노예로 살다보니 삶이 고통스럽고 지상이 지옥과 같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성철 스님은 불교의 근본사상이 중생이 본래 부처이고,

현실이 극락세계이며 현실 이대로가 절대라는 데 불교의 근본이 서 있다고 얘기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내가 아는 불교는 중생이 부처의 가르침을 본받아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되면

윤회에서 벗어나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성철 스님은 부처나 극락세계를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불교를 믿는 첫 조건으로 모든 생명,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시고, 모든 존재를 부모같이 섬기며, 모든 사람, 모든 존재를 스승으로 섬기는

3대 조건을 제시하는데,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만약 세상 사람들이 저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정말 모든 사람이 부처고 바로 여기가 극락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큰 게 문제인 듯 하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점으로 불교는 많은 지식을 얻거나 절대신의

계시에 의지해서 세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의 자성, 즉 일체만법의 자성을 바로 깨쳐서

부처가 되었고 바로 거기서 불교가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여기에 불교의 차별화된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절대자에게 기대는 게 아닌 스스로 깨달음에 의해 상대유한의 세계에서 절대무한의 세계로 들어가 영원한 행복을 얻는, 인간 스스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에게 최고의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 절대자를 믿는 다른 종교들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인연 얘기도 흥미로웠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불교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고, 삶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게

아닌가 하며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가기 바쁘다 보니 뭐가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 생각없이 허송세월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했는데,

성철 스님의 말씀을 제대로 실천해서 살아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살아간다면 성불은 아니더라도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꼭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