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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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한자와 나오키 시즌 2>가 드디어 돌아올 예정이다. 사카이 마코토를 설득하느라 꽤 애먹었을 듯 싶은데 시즌1의 드라마와 원작을 다 감상하고 나니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3권이 출간되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 이렇게 나오니까 갈증이 원 없이 해갈된 기분이다. 2권에서 쿠데타 일으켰다 조직에 찍혀서는 자회사인 도쿄센크럴증권으로 파견당한 한자와 나오키로 인하여 은행이 아닌 증권사 그것도 적대적 M&A를 둘러싼 갈등과 암투가 이번 3권의 주 내용이 되시겠다.

 

 

유명 IT 벤처기업 전뇌(풀네임으론 전뇌잡기집단)에서 도쿄센트럴증권을 인수자문사로 선정해 자사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도쿄스파이럴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기업규모를 단기간 내에 확대시키고자 한다. 한자와 나오키모로타에게 인수자문팀을 꾸릴 것을 지시하고 모로타는 평소 삐딱선을 타는 젊은 직원 모리야마를 배제한 채,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어쩌면 이번이 도쿄센트럴증권에는 호기가 될지도 모른다. 성사시킨다면 거액의 성공보수료에다 장차 이와 같은 기업인수 자문수수와 관련하여 타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선두로 치고 나갈 도약의 찬스가 될 테니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터.

 

 

그러나 갑자기 전뇌는 온갖 트집을 잡더니 돌연 계약을 해지하고 뜻밖에도 자회사인 도쿄중앙은행에 인수자문 의뢰를 하는 게 아닌가! 한자와 나오키는 분개한다, 어떻게 모회사의 계약을 자회사가 가로챈단 말인가! 분명 내부의 적이 있어 거래정보를 은행에 누설했음이 틀림없다. 다시 뺏어오긴 불가능하고 이에 역발상으로 원치 않게 인수당할 처지에 놓인 도쿄스파이럴을 찾아가 자신들이 방어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러니 또 난리날 수밖에. 감히 자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항하겠다고 나서니 그룹 내 이익에도 반하고 또라이 소릴 듣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게 개도 먹을 때 안 건드린다 했는데 자회사랍시고 잘못된 판단으로 모회사의 밥그릇을 뺏으면 안 되는 거였어. 게다가 전뇌도쿄스파이럴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데에는 흑막이 있어서 성사시키면 안 될 이유가 또 있었던 거다. 더군다나 말 안 들으면 인사보복 하겠다고 비겁하게 위협해도 의젓한 한자와가 넘 멋지다.

 

 

그리고 이 소설의 부제가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인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자와와 팀을 이뤄 도쿄증앙은행 증권영업부전뇌의 연합전선에 맞서는 젊은 부하직원 모리야먀가 있다. 윗선인 속칭 단카이 세대거품세대가 거품경제를 등에 업고 쉽게 취업해서 별다른 능력 없이 단지 자리보전에 월급만 축내는 꼬락서니를 보고 반감을 품는 세대이다. 그런데 거품세대 출신인 한자와 부장은 달랐다. 조직에 함몰되어 타성에 젖은 수동적 직장인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정확히 계측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근무하지 않으려는 능동적 직장인이라는 점이 확연히 보였다.

 

 

그제야 진심어린 마음으로 모실 수 있는 상사를 만나게 되어 계속 함께 근무하고 싶어 하는 모리마야가 애틋하고 짠했다. 나도 그런 상사들을 여태껏 모셔왔기에 절로 공감이 되었고 나 또한 어쩌면 꼰대상사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뜨끔하고 찜찜했다. 그렇다면 여전히 정의는 승리하고 통쾌한 사이다 한 방에 속이 후련해지며 미친 듯한 가독성에다 유익한 경제상식까지. 더불어 직장인들에게 어떠한 마인드로 지금의 직장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한 고민과 현명한 답안을 제시하는 영양만점의 지침서일 것이다. 이 시리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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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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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소설에 대하여 가진 사전정보라면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를 오마주 했다는 정도. 그러나 그 정도로는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왜냐면 <줄어드는 남자>를 읽어보질 않았기에 줄어든다고? 그럼 앤트맨처럼 미니멀한 사이즈로 작아진다는 걸까? 라는 식으로 상상했으니까. 그래서 주인공 스콧이 전직 의사인 밥의 집을 방문해서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난 변화를 상담했을 때 처음엔 이해하지를 못했었다

 

몸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몸무게만 매일 0.5킬로씩 일관되게 줄어들고 있다니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겉으로 보면 배불뚝이 체형은 그대로인데 체중계에 올라가서 재어보면 수치가 말도 안 되게 나온단다. 실제로 살이 빠진다면 다이어트 혁명이랍시고 쾌재를 불러야 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에도 보고하지 못할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스콧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 아령을 걸치든 사람을 둘러메건 간에 몸무게는 변함이 없다는 거다.

 

앞으로 앞으로~~ 이런 셈법이라면 스콧의 몸무게는 정확히 몇년도 몇월 몇일에 O이 된다. 그때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병원은 거부한 채, 상담만 받던 스콧에게 어느 날 옆집에 레즈비언 부부가 이사 오게 된다. 그 부부는 요식업을 하고 있었는데 마을사람들이 레즈비언 부부라며 쑥덕대고 멸시하며 거리를 두는 바람에 문 닫을 처지에 놓여 있었다. 부부 중 남편녀가 스콧에게 경계와 적대감을 내세우는 바람에 관계가 까칠했고 마을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그녀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마지막 잎새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시한부 삶에 돌입한 스콧이 자기희생으로 증오를 녹이려 하니까. 어차피 우리에겐 죽음이란 카운트다운이라는 레일에 열차가 달리는 격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종착역에 도달하게 될지는 각자 선택의 길이 다르다. 다행히도 보통사람들처럼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 스콧에게 왜 이런 시련이 내렸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우린 목도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마무리일까 궁금함에 마지막 페이지에 점점 가까워지면 예상했던 장면이 아니라서 기발한 상상력과 그 아름다움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런 소설이라면 나도 충분히 감동받지. 표지 띠의 문구처럼 독기는 온데간데 없고 전에 없던 상냥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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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손힘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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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프렌즈 시리즈의 새로운 책 <프로도, 인생은 끝나지 않아>를 읽었다. 이 멍멍이 이름이 프로도인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잡종견의 설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국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작가의 부침과 일맥상통하겠구나 싶었다. 일이 안 풀릴 때는 억지로 자신을 끌고 가는 건 소용없다 하지만 남들의 기대치를 부응하기 위해서라기보단 나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하는데서 오는 생채기가 늘 두려운 거다. 그래도 어깨의 힘을 뺀다면 잠자리가 뒤숭숭하지는 않을 거야.

 

 

소확행이 도시의 밤하늘에서 찾기 힘든 별빛같이 되었으나 오늘 하루만 무탈 없이 넘길 수 있어도 다행인 것 같다. 프로도의 말처럼 나쁜 일이 한꺼번에 닥칠까봐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면서 그때마다 풀썩 넘어지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삶이라 끈질기게 버텨 살아남고 싶다. 그리고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해 자존감 낮고 콤플렉스 덩어리인 내게 뒤에서 보이지 않게 묵묵히 응원하고 격려하는 서포터가 있을 거라는 말에 잠시 힘을 내어 본다. 그게 얼마나 갈까, 뭐 그리 대단할까라는 의문과 패배의식에 빠지기 보다는 지금까지 무척이나 애썼고 잘 견뎌온 것만으로도 잘 해온걸 거야.

 

 

나는 아직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한 건 분명해. 그렇다고 비난받고 싶지는 않아. 쉽게 상처받다가도 작은 위로에 히죽대는 하는 내가 미덥진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기를, 하나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야해. 그러자면 중간 중간 쉼표가 필요한데 이 책이 딱 제격이야. 꿈을 꾸고 싶을 때 그래도 된다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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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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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의 명성이야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것이고 실제로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은 단 한 번 정도.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옛날이다 보니 현대물에 익숙한 내겐 어딘지 모르게 고루하거나 생경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피하기 힘들기에 선뜻 자주 찾아 읽기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우타노 쇼고가 에도가와 란포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해 오마주의 형태로 내놓은 이 책은 여러모로 새 단장을 잘 해냈다는 인상이 든다.

 

 

여성작가 히라구치 스즈카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인간의자의 경우 과연 스토커가 어떻게 해서 스즈카의 일수거 일투족을 꿰고 있는지 그 수법이 궁금했는데 이미 단서를 암시하고 있을 줄야. 소통이 불통이 되면 사람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그 광기의 극단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복수의 경지가 차원을 달리해서 결말이 무척 신선해서 좋았다.

 

 

“D 언덕의 살인사건에서는 주인공 가 함께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소년 세이야의 애늙은이 같은 태도도 이상하리만치 맘에 드는 캐릭터였다. 나중에 예명을 쓰는 진 모르겠지만 애가 애같지 않게 말도 따박따박 잘하고 19금세계에도 친숙하다 싶어서 기묘했는데 자라온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고, 살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 벌어지게 한 어느 죽음. 그 가설이 맞다는 가정 하에 사건의 본질보다는 므흣한 상상에 빠져버리게 된다. 최신 IT기술을 이용하다 보면 벌어지는 일이었어.

 

 

붉은 방은 얼마나 바뀌었는가는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어디부터가 현실인지 계속 혼란에 빠뜨리게 만드는 구성이 역시 재미나다. 나 또한 객석의 관객으로 참여해 내내 어리둥절하다가 마지막엔 박장대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 진실이 미궁 속으로 숨어드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렇듯 고전의 재해석은 원작의 탄탄함에다 현대의 총천연색이 덧씌워지면 더 환상적이고 기이하면서 미스터리의 참맛을 톡톡히 체험시키는데 최적화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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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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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단편소설은 초반에만 집중력이 발휘되어서 뒤로 갈수록 후반의 단편들은 까먹는다. 휘발되어서 사라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금희 작가의 이 책은 대단히 좋다. 가장 먼저 체스의 모든 것의 노아 선배는 나랑 닮은 면이 은근히 있어서 감정이입을 약간 해봤다. 모욕을 당하면 자학에 풍덩 빠져 되새김질을 한다거나 체스를 두면서 패배를 인정 않고 부질없이 때론 집요하게 국화와 대립의 각을 세우는 모습 같은 것. 자존심만 안 내세워도 둘은 알게 모르게 잘 아울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낀 가 애석해서 참 놓치기 애석한 여자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소확행일 텐데 줘도 못 먹는 홍시가 되었으니 이를 어쩌나.

 

 

두 번째 단편인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도 참 마음 한구석을 쓸쓸하게 만든다. 짝사랑을 응시할 때 고통이 배가 된다. 면도날에 턱을 베인다. 그런 느낌에 읽어나간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신발에 자기 발을 스윽 넣어보던 여사장. 평소 남녀상열지사랑은 담 쌓고 지낼 것만 같고 보이시한 그녀가 연하의 남자 알바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은근 슬쩍 표시하던 순간순간들이 근사하다가도 워낙 애달파서 내가 그 알바생이었다면 와락 안아주었을 것만 같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코치는 아마 있었을 게다. 일부러 외면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식으로 단편 하나하나에 사람의 얼이 담겨 있다. 읽다가 감정이 오롯이 충만해지고 못 견디게 위로와 공감을 얻고 싶게끔 하는 그런 소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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