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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평점 :
내가
이 소설에 대하여 가진 사전정보라면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를
오마주 했다는 정도.
그러나
그 정도로는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왜냐면
<줄어드는
남자>를
읽어보질 않았기에 줄어든다고?
그럼
앤트맨처럼 미니멀한 사이즈로 작아진다는 걸까?
라는
식으로 상상했으니까.
그래서
주인공 스콧이 전직 의사인 밥의 집을 방문해서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난 변화를 상담했을 때 처음엔 이해하지를 못했었다.
몸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몸무게만 매일 0.5킬로씩
일관되게 줄어들고 있다니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겉으로
보면 배불뚝이 체형은 그대로인데 체중계에 올라가서 재어보면 수치가 말도 안 되게 나온단다.
실제로
살이 빠진다면 다이어트 혁명이랍시고 쾌재를 불러야 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에도 보고하지 못할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스콧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 아령을 걸치든 사람을 둘러메건 간에 몸무게는 변함이 없다는 거다.
앞으로
앞으로~~
이런
셈법이라면 스콧의 몸무게는 정확히 몇년도 몇월 몇일에 O이
된다.
그때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병원은
거부한 채,
상담만
받던 스콧에게 어느 날 옆집에 레즈비언 부부가 이사 오게 된다.
그
부부는 요식업을 하고 있었는데 마을사람들이 레즈비언 부부라며
쑥덕대고 멸시하며 거리를 두는 바람에 문 닫을 처지에 놓여 있었다.
부부
중 남편녀가 스콧에게 경계와 적대감을 내세우는 바람에 관계가 까칠했고 마을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그녀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마지막 잎새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시한부
삶에 돌입한 스콧이 자기희생으로 증오를 녹이려 하니까.
어차피
우리에겐 죽음이란 카운트다운이라는 레일에 열차가 달리는 격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종착역에 도달하게 될지는 각자 선택의 길이 다르다. 다행히도 보통사람들처럼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 스콧에게 왜 이런 시련이 내렸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우린 목도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마무리일까 궁금함에 마지막 페이지에 점점 가까워지면 예상했던 장면이 아니라서 기발한 상상력과 그 아름다움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런
소설이라면 나도 충분히 감동받지. 표지 띠의 문구처럼 독기는 온데간데 없고 전에 없던 상냥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