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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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단편소설은 초반에만 집중력이 발휘되어서 뒤로 갈수록 후반의 단편들은 까먹는다. 휘발되어서 사라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금희 작가의 이 책은 대단히 좋다. 가장 먼저 체스의 모든 것의 노아 선배는 나랑 닮은 면이 은근히 있어서 감정이입을 약간 해봤다. 모욕을 당하면 자학에 풍덩 빠져 되새김질을 한다거나 체스를 두면서 패배를 인정 않고 부질없이 때론 집요하게 국화와 대립의 각을 세우는 모습 같은 것. 자존심만 안 내세워도 둘은 알게 모르게 잘 아울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낀 가 애석해서 참 놓치기 애석한 여자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소확행일 텐데 줘도 못 먹는 홍시가 되었으니 이를 어쩌나.

 

 

두 번째 단편인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도 참 마음 한구석을 쓸쓸하게 만든다. 짝사랑을 응시할 때 고통이 배가 된다. 면도날에 턱을 베인다. 그런 느낌에 읽어나간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신발에 자기 발을 스윽 넣어보던 여사장. 평소 남녀상열지사랑은 담 쌓고 지낼 것만 같고 보이시한 그녀가 연하의 남자 알바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은근 슬쩍 표시하던 순간순간들이 근사하다가도 워낙 애달파서 내가 그 알바생이었다면 와락 안아주었을 것만 같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코치는 아마 있었을 게다. 일부러 외면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식으로 단편 하나하나에 사람의 얼이 담겨 있다. 읽다가 감정이 오롯이 충만해지고 못 견디게 위로와 공감을 얻고 싶게끔 하는 그런 소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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