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반의 20여 페이지를 읽고 ‘아 이 책이 나를 어떤 종류의 기억으로 끌어가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기억은 조금 위험하고 나에게는 강력한 주문같은 것이라서 조금 우려했으나,

곧 이야기는 여러 갈래의 줄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다행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 의학을 버리고 혁명가가 된 체 게바라, 프랑켄슈타인과, 아이슬란드의 늑대, 눈의 여왕, 에스키모 여인 이야기....

이 글은 왠지 나와 나와 다른 세계, 그 다른 세계와 연결된 어떤 것에 지속적으로 내미는 손 같은 기분이다.

저자의 감정이 약해질 때도, 감정을 추스를 때도 어쩐지 그 기분이 전해져 왔다.

한편으론 누군가의 푸념을 들은 것도 같고, 한편으론 위로를 받은 것도 같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갈팡질팡했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 것 아닐까? 그것이 둘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전하기에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 100

2017.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너오다 - 다큐 피디 김현우의 출장 산문집
김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희끄무레한 고독.

어떤 바보들은 바보라는 사실만으로도 악해질 수 있고, 그것은 온전히 바보의 책임이라는 말이 참 와닿는다.

바보가 되지는 말아야지 하게 된달까.

출장 산문이라고 명시했듯, 대부분 회사돈으로 다닌 장소에 대해 조용하게 풀어쓴 글이다.

그 시선이 참 허무하고 냉소적이고 왠지 내일이 없어보인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우울한 기분이 천천히 나를 휘감았고, 그러면서 조금 차분해졌다.

되게 모호하고 뿌연 독서가 되었다.

2017.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보다가 좋아하는 작가 몇몇의 작품이 읽고 싶어져서 꺼냄.

좀 단순한 스토리를 고를 것을.

많은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스토리라 금방 읽어낼 수가 없었다.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테니. - 메리 올리버 <기러기> 중

절망을 이야기하고 그 와중에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구하나 행복이라는 결말에 다다르지 못한 채, 그렇게 그저 살아 남는 이야기.

여기에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나이기 때문일지도.

2017. Jan.

그 세상에는 정민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기억하는 것뿐이었다. 그 봄이 지나간 것처럼 여름도 지나가고 있었다. 병원에 있느라 땀 한 방울 흘릴 겨를도 없었는데, 벌써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민은 갑자기 노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또 얼마나 많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지나갈 것인지 그녀로서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리고 그 모든 계절들도 결국에는 다 지나가겠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억하는 것, 그 모든 일들을, 그 지나가는 것들을 몸속에 담아두는 일뿐이라고 정민은 생각했다. - 72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다만 묻고 있을 뿐이야. 나만의 방식으로 모두에게 묻는 거야. 우리의 삶은 과연 다른 인류에게 기억될 만한 값어치가 있었는가......"
"그게 그 얘기야. 살아남기 위해 늘어놓는 그 음악소리를 철학의 목소리인 양 말할 필요는 없어. 그냥 미친 짓이라고 말하면 되는 거야." - 262

"하루에 사십이해일천이백만경 번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는 인간들로 가득찬 이 지구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이 18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인간만이 같은 종을 죽이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만이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180이라는 이 숫자는 이런 뜻이다. 앞으로 네게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터고, 그중에는 죽고싶을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할 텐데. 그럼에도 너라는 종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한 번 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할아버지가 말했어.
"그러니 네가 유명한 작가가 된다면 우리 인간이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겨우 한 번 울수 있게 만들어진 동물이라는 사실에 대해 써야만 하는 거야." - 279

광주항쟁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광주항쟁은 남한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을 우연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들이 죽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미팅을 하고 섹스할 수 있었던 까닭은 지극히 단순했다. 1980년 5월 광주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342

사기꾼이자 협잡꾼, 광주의 랭보 이길용이자 안기부의 프락치 강시우였던 그 남자에 대해 이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지만, 어쩌면 그건 우리가 그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죽지 않는 한,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시시각각으로 열망할 테고, 그 열망이 다시 그를 치욕스럽되 패배하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남게 할 테니까 말이다. 그가 살아남기를 열망했듯이 우리가 살았던 그 시절 역시 살아남기를 열망했다. 그 열망은 그의 것이기도 했고, 서서히 무너진 뒤에도 오랫돈안 잔영이 남아 있던 그 시절의 것이기도 했다. - 3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뻐근하고 아픈 몸 참지 말고 셀프 마사지
박성규.오승호 지음 / 북돋움라이프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실전 응용!!

일단 폼롤러가 있기에 바로 해볼 수 있겠네 싶었으나,

공을 이용하는 마사지가 훨씬 많아서.

어째서 집에 공 비스무리 한 어떠한 것도 없을까.

구기와는 담쌓은 삶을 절감.

테니스공 하나 장만해서 시간 날때마다 해봐야겠음.

어깨와 목이 잘 결리는데 도움은 많이 될듯.

그러나 꾸준하게..라는 엄청난 걸림돌이 있기는 하다.

이런 장르는.

2017.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리스, 지식을 탐하다 - 동화로 풀어낸 12가지 지식 스펙트럼
루이스 캐럴 원작, 존 테니얼 그림, 이남석 풀어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다.

붙들고 있던 시간 만큼 시들해 져서, 큰 의미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워졌다.

일종의 지식의 브릿지.

유용한가라는 의문을 남기다.

2017.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