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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평점 :
초반의 20여 페이지를 읽고 ‘아 이 책이 나를 어떤 종류의 기억으로 끌어가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기억은 조금 위험하고 나에게는 강력한 주문같은 것이라서 조금 우려했으나,
곧 이야기는 여러 갈래의 줄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다행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 의학을 버리고 혁명가가 된 체 게바라, 프랑켄슈타인과, 아이슬란드의 늑대, 눈의 여왕, 에스키모 여인 이야기....
이 글은 왠지 나와 나와 다른 세계, 그 다른 세계와 연결된 어떤 것에 지속적으로 내미는 손 같은 기분이다.
저자의 감정이 약해질 때도, 감정을 추스를 때도 어쩐지 그 기분이 전해져 왔다.
한편으론 누군가의 푸념을 들은 것도 같고, 한편으론 위로를 받은 것도 같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갈팡질팡했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 것 아닐까? 그것이 둘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전하기에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 100
2017. 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