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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페미니즘
코트니 서머스 외 지음, 켈리 젠슨 엮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밑에 언급한 코트니 서머스의 발언이 이 책을 읽은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페미니즘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하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사실 이 책에서 나에게 의미 있던 부분은 정세랑 작가의 글 정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짐만해도 한가득인데 제1세계의 백인 여성, 제1세계의 백인 남성이 그들이 생각하는 자라나는 페미니스트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사실 가재눈을 뜨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물론 숙지해야할 여성주의 이론과 그들의 값진 경험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많이 느끼고 배우고 있지만... 사실 많이 읽었다. 다 알고 있어!라고 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정말 필요한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출간되는 책들을 (전부는 아니라도)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역시 팔리는 분야가 되야하기 때문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희고 무른 석고 인형으로 태어나 세상을 마주한다. 매순간 자신에게 흠집을 내려고 하고, 깨부수려고 하는 외부 환경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어떤 날엔 완전히 부서져 영원히 온전한 스스로가 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석고 인형의 상태에서 벗어나, 그 다음을 향해야 한다. 우리에게 그런 여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없이 슬프고, 한없이 벅찰지라도 참혹하고 추악한 세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여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을 구하고, 여자들이 여자들을 구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우리를 구할 수 없다. - 38, 정세랑
내가 쓰는 이 미약하고 미약한 글들은, 여자아이들이 더 이상 폭력을 경험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작은 화살표로 작용한다. 그것은 의미없지 않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작은 화살표를 만드는 행위다. 의미 있다는 걸 아는 것으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 43, 정세랑
<올 더 레이지>가 출판되고 나서,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이미 썼는데 왜 또 강간 소설을 쓰냐는 투의 실망 어린 반응을 들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책은 “이제 충분하다.”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죠. 마치 강간을 다루는 책의 수가 정해져 있고 이미 그 숫자를 채웠다는 것처럼 얘기들 하더라고요. 왜 성폭력에 대해 쓰냐는 질문은 항상 당황스럽습니다. 소설은 원래 우리 주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는 것이잖아요. 많은 작가가 강간에 대해 쓴다는 건, 우리가 강간 문화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고요. 침묵을 지키고 모른 척하면 악순환을 깰 수 없습니다. 성가시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재를 다루는 책들이 대화를 이끌어내고, 관심을 높입니다. 둘다 변화에 필수적인 것이죠. - 214, 코트니 서머스
2018.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