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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 세대들 대부분에게는 일본 문화에 대한 생래적 거부감이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나의 어린시절은 '왜색문화'라고 부르면서 일본 영화나 소설, 그리고 음악을 듣는 것을 금지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영향 아래 성장한 탓인지, 내게는 일본 문화는 저속하고 우리와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당시에도 친구들은 개인적인 통로로 일본 음악이나 만화를 듣고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접한 가장 기억이 오래된 일본 문화라는 것은 가와바다 야쓰나리의 <설국>이었다. 그만큼 나의 관심은 서구의 고전들에 있었다. 그 후 일본 영화와 음악, 일본 소설이 전면적으로 들어왔지만, 내겐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서점의 진열대에 온통 일본 소설만 가득한 광경을 보게 되었을 때 사실 충격적이었다. 많은 소설가들의 이름과 작품이 언급되는 것을 듣고 보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은 어린 시절에 받은 교육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일본 소설에 대한 지극한 편견으로 오랜 시간 멀리하던 소설을 처음 집어든 것은 어느 동료의 추천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추천은 잘 안 들을 정도로 책의 선택만큼은 꼭 직접하는 것이 나의 오랜 습관이었는데, 그는 책을 직접 내 손에 쥐어주면서 후회 없을테니 읽어보라고 했다. 그 소설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후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성팬이 되어버렸다. 그 후로 히가시노 게이고란 이름이 보이는 책은 거의 다 읽었다. 게다가 대부분은 사서 읽었다. 물론 <용의자 X의 헌신>도 구매했다. 무엇인가 재미나는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주저없이 이 책 <용의자 X의 헌신>을 추천했고, 좋은 대답들을 들었다. 그 책 덕분에 일본 추리 소설이 갖는 독특한 매력을 알게되고 그 후로는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의 독서지평을 넓혀준 셈이 되겠다.
예전에 출간했던 책들까지도 찾아읽는 열성팬인 나에게 다행인 것은 이 작가의 책들이 이미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되어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작이어서인지 어쩐 것인지 그의 작품들이 갖는 매력이 들쑥날쑥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한시도 내려놓을 수 없게 하는 흡인력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상상 이상의 반전까지도 보장하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어딘지 싱거워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로 단편소설들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은 어쩌면 단펴보다는 정편을 선호하는 나의 취향탓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집 <탐정클럽>은 단편 다섯 개가 실려있다. 부유한 사람들의 회원제 클럽인 탐정 클럽의 탐정은 훤칠한 남자와 여자 둘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미궁에 빠진 사건 속에서 관계자들이 헤매고 있을 때 나타나서 그 사건을 해결해 준다. 생일 축하연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대형 마트 체인의 사장 도지로가 있다. 그의 재산을 둘러싼 이해관계로 사람들이 당황한 사이 그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사채업을 하는 고조는 파티날 밤 자신의 집 목욕탕에서 시체로 발견되지만, 목욕탕은 안에서 잠겨있고, 아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엄마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그녀를 둘러싼 아빠와 언니 그리고 이모가 어딘지 수상하다는 생각에 미유키는 탐정클럽에 사건을 의뢰하기로 한다. 후미코는 남편의 뒷조사를 탐정클럽에 의뢰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다. 그녀는 오랜 친구인 고이치를 만나 그 일을 상의하는데, 며칠 뒤 시체로 발견된 것은 고이치와 후미코의 남편 사치오였다.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탐정클럽의 명탐정들은 이 일을 쉽게 해결하지만, 의뢰인의 요구가 있기 전까지는 비밀에 부친다. 각각의 사건들은 그것 자체로 몹시 특이하고도 흥미로운 사건들이었다. 이 사건 하나하나가 장편소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모티브들로 보인다. 다만, 짧은 지면에 사건의 발생 현장과 그 관계자의 모습들을 전달하는데 치중하고 정작 사건의 개요는 설명식으로 풀다보니 좀 맥이 풀리는 것은 사실이다. 장편이었더라면 사건의 전개가 좀 더 치밀하고 생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118쪽 맨 아랫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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