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각도와 조도에 따라 대상을 다르게 드러내듯이 ‘나‘는변화하는 세상의 시각에 힘입어 여성에 대한 여러 다른 관점을얻게 되었고, 그 과정의 기록이 바로 이 소설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이다. 미래의 예술사는 어떻게 쓰일까. 예술관을 둘러싼 안개가 차례차례 걷히며 폭력적인 세계를 병풍처럼 펼칠 때, 그것이 현시대의 유산이라는 것을 더는 모른 척할수 없을 때, 이 소설은 예술과 여성에 대한 관점을 더하는 하나의조명등으로 현재의 자리를 밝히며 미래에 응답하고자 작성된 듯하다. 이 여자를 보라. 지금 우리는 이런 조명등 아래에 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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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으로서의 명백한 권위를 지닌 자가 탈권위주의를 표방하며 교육자이자 연장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했을 때 발생하는 폭력은 표면적으로 명확하지않기에 곧장 인지하기가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그의 탈권위 행보는 권력 차이를 가로지르는 연애를 시도할 때 더욱 활발해지기에 그를 스승으로 삼은 여학생들의 일상은 나날이 경계 없는위협에 노출되어간다.  - P67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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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빛나는공기청정기의 램프를 볼 때마다 인간에겐 왜 램프가 없는가. 그런 생각을 한다. 위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센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다 또 어느 날엔 아니야. 자신이 망가져가는 걸 온전한 정신으로 자각하는 매일이란 너무 끔찍하니까 램프 따윈 역시 없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 P173

희망퇴직이니 뭐니 하는 얘기가 알음알음 번지던 시기였다. 오 기사는 병철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연결음이 울리다 끊어지는걸로 보아 일부러 피하는 게 분명했다. 같이 버티자더니. 그러나 화가 났던 것도 잠시였다. 언제부턴가 그저 연결음이 이어진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게 되었다. 그럼 적어도 살아는 있다는 거니까.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또 볼 수 있다는 거니까. 세상엔 그런 식으로 확인되는 안부도 생사도 있는 것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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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을 뭐라 해야 할까. 다 마신 찻잔에 남은 찌꺼기 같기도 하고, 함부로 지울 수 없는 물때 같은 것이기도 해. 영영 사라지지 않는 실연의 상처나 계속 실패한 데서 오는 앙심이라고도 하지. 갑자기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나도 모르는새 폭삭 늙어버렸을 때도 한이 쌓이지. 하지만 거울을 깰 때 그는 아주 후련해 보였잖아. 지금쯤 한이 씻겼을 거야.
내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외국인들은 한동안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 P38

나는 숲과 땀의 냄새에 안긴 채,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서로 아주 다른 세상에서 온 이들, 전연 다른 규칙속에서 자라온 이들이 마당 곳곳에 앉아 있었다. 지난 세기의 붉은 벽돌로 지은 주택 앞에서. 마주하는 눈동자들은 모두 다른 색이었다. 그들은 나를 친밀하게 여기고 또 필요로 했다. 간혹 애정조차 내주었다. 그런데도 역시 익숙해지기 어려울 만큼 낯선 유전자로 만들어진 얼굴들. 그들과 마주하는 사이 나는 새삼스러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나에게도 서울의 친수 혹은 가족은 이들밖에 없다는 사실을.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산에서 내려오니 너무 많은 게 변해 있었다. 그는 늙었고 산 아래 사람들은 미숙해졌다. 뒷덜미가 다시금 서늘해졌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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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 더 비기닝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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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추리소설 그리고 현대추리소설은 더더욱 읽은 기억이 드물어서 시도한 책.

서점 MD 남자와 형사 여자
재밌게 읽은 ‘비블리아고서당 사건수첩‘의 한국판이 되길 기대하면서 읽었다. 읽어보니 다른 결이었지만.
형사가 자기 관할 사건만으로도 몸이 부족할텐데 타 부서 건까지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고 답답했지만 소설인 점을 감안하고 다소 판타지스러운 남자주인공 역시 소설인 점을 감안해서 읽자.
읽는 건 쉽게 읽히는데, 추리물의 느낌은 덜하고 그저 가벼운 웹소설 읽는 느낌... 유동인에 관한 떡밥(?)으로 읽은 부분이 있는데, 떡밥이 맞나?

코로나19의 상황이 작품에 스며들어있고, 계절 별로 한 사건씩 전개하면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같이 따라가는 점이 매력적.
다만 수사물 측면에선 가볍기만 함. 사건트릭이나 추리물의 긴장감, 매력은 덜함. 연애전선이 60% 이상.



개인적별점(2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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