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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도하지. 예전엔 연주회 마치면 연주회 DVD가 닳도록 듣고 또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단원들은 모두 잘 하는데, 정작 내 연주가 맘에 들지 않은거다. 유독 내 실수만 도드라지게 보였다. 왜 나만 못한거지? 부끄럽고 괴로워서 차마 볼 수 없었던거다. 예전 연주회때는 내가 좀 틀려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왜 그럴까.
나도 모르게 내 자신에 대한 기대치, 눈높이가 높아진 탓이다. 이런 태도가 과연 바람직할까? 과유불급! 매사 적당한 불만과 반성은 자기 발전에 원동력이 되지만 이게 지나치면, 자신감 결여, 무기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쓸데없는 자기비하로도 확대될 수 있다. 그러니 반성과 후회도 적당히 해야지 지나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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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연주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연습을 통 못했어요. 생활이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없어요. 맘은 굴뚝 같은데 연습할 환경이 안 돼서.... 공교롭게도 일이 생겨 통 연습을 못했어요. 못했어요. 못했어요. 못했어요.....
언젠가 시향에 계시는 샘께 여쭤본적이 있다. "A선생님 말인데요, 역시 전공하신 분답게 연주 실력 참 대단하지요?"
A선생님은 학생때 음악을 전공했지만 졸업후 음악과 관련없는 직장에 다니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는 분이다.
그러자 시향 샘께서 이렇데 대답하셨다. " 그럼요. A선생님 연주솜씨 정말 대단하지요. 만약 연습을 맘껏 하신다면 저 보다 훨 잘 하실거예요"
지금 시향 샘은 A선생님의 연주실력이 정말 뛰어나서 말했다기보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말씀하신거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연습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연주자의 실력은 결국 연습량으로 판가름 난다.
따라서 주변의 누군가가 만약 연주 실력이 아주 뛰어난데 반해, 어떤 이의 실력이 영 말씀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렇게 바꿔 말 할 수 있다. 연주 실력이 뛰어난 분은 불철주야 연습을 엄청나게 했지만, 실력이 못한 분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연습을 통 못한 탓이다.
세계적인 아니 국내 최상의 솔리스트나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위해선 초인적인 연습량뿐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야 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연주자는 물론이고, 대다수 직업 연주자까지도 결국 연습량에 의해서 연주 실력이 결정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아마추어 연주자의 경우는 단순히 연습량만이 능사가 아니고, 정확한 연습방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추어 연주자인 나는 늘 이런 고민에 빠지곤 한다. 아마추어는 직업 연주자와 달리 생활을 병행해야하는데, 바쁘고 빠듯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연습시간을 만들어 내지? 과연 어떻게 해야 쫌이라도 연습을 더 하지? 연습 못할 이유를 대자면 실로 수천가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모든 악조건을 떨쳐내고 연습에 매진 할 수 있지?
- 연습하기 싫은 몇 가지
1.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살박이 손자가 한참 연습을 하는데 "하버지 뭐해? 나랑 노올자~" 할때
2. 아내의 컨디션이 영 말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뚜우뚜우~ 나팔 소리를 내야 할때
3. 간밤 영화 보느라 잠이 부족해서 온몸이 팍 늘어질때
4. 문득 문득, 에이~아마추어인데 그냥 즐기지 뭐~ 라는 생각이 들때
5. 막 연습을 하려고 하자, 아내가 동네 마트에 심부름 다녀오라고 할때
6. 부부동반 커피 마시자고, 식사하러 가자고 할때
7. 햇살 따사로운 오후, 뜬금없이 감상에 젖을때
8. 듣기 싫은 내 연주보다 오디오 음악이 더 멋지고 정겹게 들려올때
9. 해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을 때
10. 오늘 하루쯤 건너뛰지 뭐~ 하는 유혹에 빠질때
11. 당신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오늘은 건너뛰어요. 라는 아내의 말을 들었을때
12. 에구~ 오늘 하루 연습 안 한다고 실력이 갑자기 줄어드나 뭐~ 라고 아내가 말했을때
*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