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아파트 이웃들, 원광유치원 자모 부부, 포유 강 선생, 근자 자주 만나는 필로 미소님과 뮤즈, 칸투스독서회, 칸투스오케스트라, 한지공예가 이정경씨 일행, 레인보우악단 시절의 최해성 형과 아리울악단의 고영민씨, 인문산책.....연일 만남과 만남의 연속이었다. 숨돌릴새 없이 보낸 2주간, 오늘은 최해성 형, 중학 동창생인 최상호와 함께 밴드 창단 협의차 회현에까지 찾아갔다. 내일은 칸투스 연습일, 이어서 화요일은 인문산책. 결국 화요일이 지나야 숨을 돌릴 수 있을까? 며칠째 프레스토로 내달렸다.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당분간 템포를 늦춰 아다지오, 아니 라르고로 걸어간다. 평소 템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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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뮤직포유' 제 187회 토요음악회에 가다. 쌀쌀함이 느껴지는 겨울밤, 드문드믄 가게들이 불을 밝혔지만 인적이 없는 은파호수는 사뭇 고요하다. 아내와 함께 오랫만에 찾은 카페. 오늘 연주하실 연주자 분들이 강선생님과 대화중이셨다. 약간 빠른 시간인지 객석엔 아무도 없다. 

손님맞이 하랴, 프로젝터 작동에 마이크 셋팅까지 예나 지금이나 동분서주하는 선생의 모습은 여전하다. 정리가 안 된듯 약간은 어수선한 무대, 투박한 테이블이며 의자들, 문득 토요음악회를 처음 시작했던 16년전 3월 어느날이 풍경이 오롯이 떠오른다. 맨 앞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해설 진행을 앞둔듯 살짝 긴장이 된다. 아~ 당시도 항상 이랬었다.

오늘 연주곡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 전 악장과 모리스 라벨의 <찌간느>. 이윽고 강 선생님의 인삿말, 이어서 연주를 하게될 바이올리니스트 최해성씨와 피아노 반주를 맡은 황수원씨가 간단한 곡 해설을 한다. 준비를 많이한듯 해설 내용은 친절하고 내용이 충실하다. 해설에 열중하는 모습이며 열정에 찬 연주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의 진지한 연주 태도에 긴장했던 객석이 조금씩 활력을 찾아간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불과 1미터 남짓.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손에 잡힐듯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를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울까. 반면 객석은 마치 18세기 어느 궁중 한켠에 모여앉은 귀족들마냥 느긋하게 아름다운 연주를 감상한다. 사실 대규모 연주홀은 오로지 연주회라는 규격에 맞춘 형식과 형식의 연속이다. 연주자와 관객은 무대와 객석이라는 아득한 거리에서 낯선 이방인마냥 연주 하고 감상한다. 하지만 오늘의 무대는 전혀 그런 풍경과 다르다. 

더없이 리얼하고 모두가 교감하는 활기찬 무대이니 말이다. 연주자들은 연출과 형식을 배재한 즉흥적인 퍼포먼스와 생동에 찬 기를 객석에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자연스럽게 관객과 연주자는 혼연일체가 된다. 설사 클래식에 조예가 없는 관객일지라도 마치 질 좋은 스펀치처럼 어떤 상태의 물이라도 완벽하게 빨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바뀐다. 

자, 우린 모든 준비를 끝냈으니 어서 연주를 들려주시오. 객석은 이미 어떤 연주, 어떤 곡이라도 받아들일 태세다. 순간 바이올리니스트 최해성의 연주가 작은 카페 안에 울려퍼진다. 바이올린 선율의 아름다움, 섬세함, 이윽고 강력한 포르테시모로 바뀌자 연주자는 활력에 찬 몸동작으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내 평생 처음 경험한 감동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느낀 최상의 연주, 최상의 음악회였다. 아,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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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선생님은 연주가 끝나자 초창기 해설자라는 나의 소개와 함께 과분하게도 감상 소회를 한마디 해달라고 하셨다. 아래는 나의 감상 소회다.   

강 선생님과 제가 토요음악회를 처음 시작한게 16년전인 2003년 3월 어느날이었습니다. 오랫만에 포유를 들렀는데요, 모든게 거의 변함없이 예전그대로군요. 강 선생님의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이며 방금 연주자들과 레퍼토리 선정으로 다소 의견 차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뭐 그것도 그때와 똑같습니다. 

저는 늘 클래식만 고집했고, 강 선생님은 소프트한 팝을 가미하길 원하셨으니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다름아닌 음악회 분위기인데요, 맨앞자리에 앉아있자니 마치 16년전 그날, 음악회 진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채 어떻게 해설을 진행할지 골몰하던 바로 그날로 착각이 될정도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6년전 어느날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나할까요. 당시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대체 어느게 실재이며 현재인지 구분이 안 되는군요.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가장 실재적이고 확실한건 지금 이 순간의 현재겠지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현재라고 말하는게 과연 참일까요? 지금, 하고 말한 순간 시간은 눈깜박할사이에 흘러갑니다. 1초, 10분의 1초, 아니 더 빠르게 순식간에 지나가지요. 이런데도 정말 현재, 지금이라는게 존재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생생하다고 느끼는 현재는 늘 과거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는 현재라는 모호한 착각 속에 살아갈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경험했던 과거야 말로 진정하고 구체적인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모든 과거가 다 진정성이 있는게 아닙니다. 어떤 기억은 아련하고, 어떤 기억은 이미 낡은 담벼락마냥 희미하게 기억될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파편화되었다고 믿었던 기억 중 어느 순간 오롯이, 생생하게 더 구체적으로 느껴지며 지금 이 순간으로 불려들어지는 기억들이 드물게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기억이 그러는게 아니라 기억중 특별한, 아주 특별한 순간들만이 그렇습니다. 이때 이 특별한 기억은 내 자신 스스로가 느낄 수도 있지만 누군가 제 3자가 촉매 역할을 함으로써 가능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은 이미 죽은 사람이지요. 그리고 그가 남긴 많은 불멸의 곡들조차 악보상으로만 전해질따름입니다. 흘러간 과거라는 것이지요.

어느 순간, 한 위대한 연주자는 그의 곡들을 연주함으로써 베토벤을 우리들 앞에 살아 숨쉬게 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마술이지요. 여기서 중요한건 아무 연주가 그런건 아니고, 어느 특별하고 감동적인 연주만이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을 방금 감상했습니다. 어떤가요. 지금 우리앞에 계신 두 분의 창조적인 연주는 베토벤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느끼게 하지 않은가요?

아다시피 베토벤은 작은 키에 얼굴은 얽었고, 온갖 결함을 지닌 인간이며, 평생 조카 키우느라 고생고생 한 사람이지요. 게다가 만년에는 작곡가에게 치명적인 귀까지 멀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요. 어찌보면 우리와 하등 다를바 없는 베토벤은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처럼 위대한 곡을 작곡했다는 것이지요. 이점이 바로 베토벤의 위대함인데요, 우리는 오늘 8번 소나타를 감상하면서 불굴의 투지로 삶의 역경을 이겨낸 베토벤과 그의 음악을 훌륭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통해 아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즘 군산은 여러가지로 힘겨운 고장입니다. 하루하루가 참으로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나날인데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직면하더라도 결코 굴하지 않고 투쟁하며 극복해낼 수 있는 용기를 배울 수 있었고, 이러한 배움은 다름아닌 두 연주자의 멋진 연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훌륭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강 선생님, 그리고 두 분 연주자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더욱 훌륭한 연주자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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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말인데, 최근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영화감상실에서 누군가 타르코스프키의 영화를 함께 감상 할 수 있다면, 김기영 감독의 영화형식에 대해 토론하고, 홍상수 영화에 내용과 스타일에 대해 갑론을박할 수 있다면,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작품들을 혹 갖고 있느냐 물으면 즉시 반가운 목소리로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함께 감상하고, 쿠로자와 아키라, 오스 야스지로의 영화를 보고싶어한다면, 누군가가 루이 부니엘의 영화와 자본주의 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와 종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말인데,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음악감상실에서 고전파 교향곡과 낭만파 교향곡의 차이점을 토론할 수 있다면, 바흐의 푸가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다면, 바로크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커피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말인데,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음악감상실겸 스터디룸에서 민음사판 마르셀 프루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최근 번역된 <소돔과 고모라>편을 함께 토론하며 즐길 수 있다면, 발터 벤야민을 논의하고, <윌든>의 한 문장을 읽으며 조용히 사색에 침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들을 읽으며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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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공예가 L씨, 함께온 지인들과 비토리오 데 시카의 <해바라기>를 감상하다. 며칠전 함 들르겠다고 기별이 왔는데, 정말 영화를 감상하겠다며 찾아오신 거다. 독서실 빈방이라 좀 작긴하지만 120인치 스크린도 버젓이 내걸고, 테이블에 DVD장까지 비치하고보니 제법 감상실 티가 난다. 영화 끝나고 커피 한 잔 하며 감상평을 나누다.

내심 수준높은 예술영화 감상회를 해보고야 싶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지난 수년간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역시 한가하니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더구나 이 작은 동네에서 예술영화라니! 어림없는 일이다. 비단 영화감상회뿐 아니라 다른 문화모임도 마찬가진데 이것저것 조건 따지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오늘 했던 방식대로 일단 책을 읽고싶은 분, 영화를 보고싶다는 분, 음악을 듣고싶다는 분, 누구라도 관계없이 모두 수용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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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뮤직 포 유'의 G선생님, 필로무지카 멤버인 K씨  Y씨랑 함께 저녁식사하다. 실은 엊그제 G선생으로부터 저녁식사나 함께하자고 연락이 왔던 터다. 뒤늦게 알았는데 금주 토요일에 '토요음악회'를 한다고. 정확히 16년전인 2003년 3월 G선생님과 함께 시작했던 토요음악회가 벌써 187회째라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여든줄이신 G선생님의 열정과 저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과연 나도 나이들도록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행과 함께 다시 포유로 돌아왔다. 비록 쌀쌀한 겨울날씨지만 인적 하나 없는 은파 호수를 바라보며 밤길을 걷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대체 무엇에 씌여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걸까. 그것도 평생을 말이다. 여하튼 음악에 대한 열정에 관한 한 G선생님이나 나나 한치도 다르지않다.   

3. 일기 2003. 3.
겨울만되면 정기행사 치루듯 어김없이 천식이 도지니 사람 죽을 맛이다. 딴에 조심한다고 예방주사까지 미리 맞았건만 웬걸, 올해도 어김없이 독감에 이어 기침이 재발했다. 쉴새없이 기침을 하다보면 맥이 빠져 글이고 뭐고 만사가 다 귀찮고, 아예 집밖으로 나가고싶지도 않다. 자연히 발걸음이 뜸해져 집에 틀어박히기 일쑤다. 

평소 자주 들르던 카페 '뮤직 포 유'에도 갈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 유'의 강 선생께서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바깥 나들이를 피한채 집 주변만을 맴돌다 보니 나 역시 강 선생님 소식이 궁금했다. 마침 기침도 좀 멎는 듯 해서 전화 받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카페에 들어서는 나를 반기던 선생께서 인사하다 말고 그러신다.

- 조 선생! 우리 일 한번 벌려봅시다. 다른게 아니고 내가 오래전부터 멋진 음악감상회를 생각하고있었는데 고거 한번 해보자고요.

- 아니, 음악감상회라니요?

워낙 갑작스런 말씀에 영문을 몰라하던 나에게, 선생께서는 아무말 말고 무조건 당신 하자는 대로 함께 해 보자고 다그쳤다. 내가 영화를 잘 아니까 영화음악을 중심으로 감상회를 열어 보자는 거다. 이런 식으로 시작된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차츰 발전해서 결국 금주 토요일(2003년 3월 8일) 오후 3시 '포 유'에서 첫 번째 토요 음악감상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주공 4차 아파트 정문 맞은편 '사랑가정의학' 2층)

처음엔 극구 사양했지만 강 선생의 압력(?)이 워낙 거센 바람에 결국 승낙하게 되었는데, 일단 음악회 컨셉은 함께 짜기로 하고, 포스터와 초대할 분들의 연락 등은 강 선생이, 그리고 영화 해설과 진행은 내가 맡기로 하였다. 

어제는 장장 4시간에 걸쳐 음악 선곡과 영화 장면들을 체크 했고,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두 대의 비디오를 이용해서 장면들을 모두 편집한 후 비디오로 카피 완료했다. 저녁 9시무렵 겨우 완성된 테이프를 들고 '뮤직 포 유'에 들러 오디오 음악과 편집된 장면들을 대강 맞춰 보다가 이제 방금 귀가했다. 웅장한 오디오 음악과 편집된 영상을 보자 강 선생께서는 기분이 좋으신지 한마디 하신다.

-조 선생. 내 장담하는데, 이번 음악회 분명 성공할거요.

'포 유'에는 무려 4,000만 원대에 이르는 초호화급 오디오 시스템과 60인치 대형 스크린에 피아노까지 구비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음악감상회를 열기는 최상의 장소이다. 그래서 만약 이번 음악회가 성황리에 끝난다면 매월 한번씩 감상회를 개최하고, 내친 걸음에 영화감상회까지 시도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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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신중할 것. 가능하면 희망의 메시지, 웃음과 에너지를 잃지 말 것. 내가 말하기 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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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트럼펫 연습과 오케스트라 활동
- 칸투스독서회. 인문산책, 문화카페 <인문학과 클래식의 만남>, 기타 문화활동  
- 거창하기보다 작은 것, 성실하고 꼼꼼하게,  일상의 흔하고 소소한 것, 주변 것들을 소중히 가꿔갈 것. 
- 이웃, 모임, 지인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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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생각과 행동을 바르고 정결히 할 것. 매사 후회하지 않도록, 부끄러움 없이 행동을 할 것.  

4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내 생의 전부가 되도록 노력 할 것. 내일, 혹은 미래는 없다는 심정으로 오늘을 대할 것. 

5
작은 성과에 만족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껏, 할 수 있는만큼만 할 것. 

6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갈 것. 굳이 목표의식을 설정하지 말고, 최상을 바라지 말 것.

7
뭔가 하고싶은 것, 마음 먹은 것이 있다면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당장 시도해볼 것.

8
글을 쓰고, 말은 하기쉬우나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참아야하는지.

9
흥분하거나 분노하지 말 것. 목소리는 작게, 조근조근 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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