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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의 겨울
오월 지음 / 청어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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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같은 온도만큼으로 사랑하는 거, 그렇게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 

사랑이라 이름 붙여 놓고, 우리는 가끔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이해라는 요구를 한다. 사랑하니까, 한번만, 이해해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다시 또 그러면, 다시 또 한번만, 그리고 영원히 안녕을 고하는 사람이 마치 자신을 버린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가끔은 그런 착각 속에서 사랑이란 이름에 도금을 한다, 우리는... 

그 남자 강선우. 34세. 사진작가.
그의 애인 난형은 술을 좋아한다. 고주망태가 되어도 다음날은 안그럴께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그리고 특유의 아양으로 선우를 한번 더 참게 한다. 결국 선우는 그 끝에서 난형에게 이별을 고하고, 또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한다. 사랑이 뭐길래, 인간이 뭐길래...
그래도 이 남자, 적당한 온도로, 적당한 마음으로 다시 사랑을 하고 싶어한다.

그 여자 나세윤. 24세. 학생.
스무살 첫사랑의 정교수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유학을 떠난다. 서로가 사랑이었는데 정교수는 사랑이 아니란다. 세윤 혼자 자기를 홀린거란다. 세윤에게 사랑이라는 것의 나쁜 것만 남겨두고 떠난 사람인데, 더이상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 여자, 다시 나타난 떨림의 대상에게 더없이 솔직한 사랑을 시작한다. 

딱 그 거리만큼 눈으로 보고 자로 잴 수 있는 어떤 수치처럼, 사람의 마음도 계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랬겠지. 이 정도 나이를 먹고 보면, 사실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생각인지 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잘 알게 된다. 그저 속상한 마음에 그렇게라도 생각을 하고 싶었나 보다. 사람이라는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만의 마음을 허용할 것인지 생각하고 정하고 그만큼만 보여주고 넘겨주고... 다시 그 끝이 해피엔딩이 아닌 이별이었을 경우의 수까지 다 계산을 마친 다음,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것까지 계산을 끝낼 수 있으면 세상에 마냥 슬픈 이별은 없을 것이라고...

이 두 사람에게 과거의 사랑들은 어땠을까. 그 사랑이 끝나고나서 쿨하게 거두어들일 수 있을만큼의 마음이 또 남아있었을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싶었으나, 돌아온 것은 실망을 안겨준 배신감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다시 시작한 사랑은 과거의 실패한 사랑에 대한 절망감이나 의심들이 아니었다. 지나간 사랑의 실패로 다시 한번 더 배운 것들을 이번 사랑에 적용시켰던 것. 그래서 그들의 노력은 이뻤고, 다시 또 이별이 다가온다고 해도 실망하거나 절망하는 걸로 그 마음을 끝낼 것 같지는 않다. 서로를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남겨두었으니까...

그리고, 그 믿음을 둘 사이의 감정을 쌓아가는 기본이 되었기에 두 사람은 더욱 지금 사랑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 각자의 인생에 대한 계획과 진행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생각을 또 하게 되는 절차를 거쳐, 또 한번의 믿음이라는 정답을 내놓았다.
이야기니까 그런거 아니냐, 현실에서 그러는거 쉽지 않다, 누군가 한명의 포기를 강요하게 되는 건 인간이기에 다 그런 것이다...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런 우리의 매마른 감정들에 조금은 단비 같은 물을 뿌려주지 않았을까, 새싹이 돋아나도록... 

잔잔한 분위기에 읽어가는 재미보다 느껴가는 재미가 더 컸다. 두 주인공의 평범한 성격과 설정들, 그리고 그 감정선의 연장... 누구나 한번은 겪어봤을지 모를 일들에 대한 생각에 그들의 감정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여운까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꼭 사랑이 아닌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무엇보다 믿음과 솔직함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살아가는 그 맛을 더 느끼게 되는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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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2 - 완결
이새인 지음 / 청어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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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들려주는 그 매력을 어디에 비할쏘냐... 

대한민국 엄친딸의 대표주자, 로펌 변호사인 박은초가 그 탄탄대로를 걷어차고 나온다. 이유는 오직 하나 그토록 열망하던 성우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은초는 성우로 입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성우로써 동경대상이었던 강현호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뜨아~~ 선배 성우로 나타난 강현호는 분명 자신이 초등학교때 알고 있었던 목에 줄때를 끼고 다녔던 춘배?!...

이제 두 사람의 연기는 시작된다. 은초는 춘배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을거라 생각하고 후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춘배는 은초가 달라진 자신을 못알아볼거라 생각하고 선배의 입장에서 은초에게 과거의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복수혈전이 얼마나 갈까... ㅎㅎㅎ 

사실 두 사람에게는 서로에게 모르는 비밀이 하나씩 있다.
초등학생이었던 그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음에 두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것. 더군다다 졸업무렵 춘배가 전학을 간데다가, 춘배가 성우로 이름을 날릴때는 '현호'라는 개명된 이름을 쓰고 있었으니 은초가 알 수가 없었겠지. 더군다나 성우라는 특성상 얼굴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직업도 아니었고...

이제 우리는 즐기면 된다. 두 사람이 아닌척 하면서 서로를 더 마음에 담는 일들을... ^^ 그리고 쿨(?)하게 서로의 마음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기도 하지만, 뭐든 쉬우면 재미없는 법이니 가끔 등장하는 크고 작은 장애물도 좀 즐겨주시고~~ ^^ 

남다른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솔직히 누구나가 다 본인이 하고 싶고 열망하는 일이 있다. 하지만 현실과 적당한 타협을 하고 살아가기 마련이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내던지고 달려들기에는 마음 마음의 고통과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등장한 성우라는 직업, 참 매력적이다.

'나와라 가제트 만능 팔~~' 하고 외치던 배한성씨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맥가이버를 즐겨보면서도 그 타이틀음악만큼이나 맥가이버 역할의 성우인 배한성씨도 상당한 인기였다.
어느날부터인가 나는 더빙된 외화나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 그 감흥이 떨어진다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이고서, 집중이 안되더라는 말이 안되는 핑계로 말이다. 사실 언제부터 자막 있는 외화만 봤다고...  

성우라는 직업세계를 엿본 기분이다.
뭐든 쉬운일은 없을테지만, 춘배나 은초, 그리고 다른 성우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준비하는 과정들이나 노력하는 모습들이 참 낯설면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그냥 얻어지랴. 예전에 티비 다큐 비슷한 것에서 성우분들을 본 적이 있는데, 녹음 장면이었다. 배우들 못지않게 연기해주시는 그 열정에 흠뻑 취했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만 듣고 있지만, 실제 그들은 온몸을 다해 연기하고 목소리 하나에 그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하니, 얼마나 더 많은 노력으로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을까 싶었다. 그들의 전문성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특히나 춘배가 목을 보호한다고 커피도 안마시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하는 몸관리를 볼때는 더더욱... 

아마도 한밤에 들었던 라디오의 분위기에 취해 있는 것은 그들이 들려주는 목소리의 매력이 그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귀에 집중하고 듣는 그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영상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니까... 소설을 읽는 재미 역시 그렇지 않을까. 글로 묘사되는 장면들을 머릿속에 자꾸만 그리면서 읽고 있는 순간을 만났을때... ^^  

춘배와 은초의 알콩달콩 달콤쌉싸름한 이야기가 너무 즐거웠다. 이 작가분 작품들 나랑 안맞아서 늘 읽고 후회를 했는데, 이 작품은 즐거웠다. 두권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 주인공들을 비롯해서 주변인물들, 은초의 사촌이나 성우 동료들의 유쾌한 이야기에 한참을 웃으면서... 

지금도 귀에 착착 감기는 그 이름을 쉽게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춘배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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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다
요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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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 같이 쏠리다...
 
그녀, 이강희. 27세. 엄마가 떠난 집에서 3년을 살다가 갑자기 서울행을 결심한다. 오직 실패한 사랑 때문에 주저 앉을 수 없다는 용기를 가지고서... 그리고 아버지와 자신의 실패한 사랑을 교훈으로 절대 절대 불륜은 안된다는 사고방식이 더 깊게 자리잡는다.
그, 차윤건. 31세. 별 의미없이 자선사업하듯 했던 결혼 경력이 자신에게 지금 벌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사랑을 만났는데, 자신의 이혼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이제서야 찾아온 자신의 첫사랑 앞에서 끝까지 노력하고 진실했던 남자...
 
우연인 것 같은 일들이 결국에는 운명이 되어버릴 수가 있다. 이 두 사람처럼.... ^^
우연히 형부를 따라간 레스토랑에서 윤건을 만난 강희. 즉흥저으로 그가 제안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서로 얼굴 보고 조금씩 알아가면서 지난 사랑의 실패 같은 것은 잊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그런데 이 남자 강희에게 너무 솔직하다.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서투른 것 같으면서 진심을 그대로 뿜어낸다. 그리고 더 진지해지고 싶은 순간, 더 깊은 진실을 얘기한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을...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면서도 솔직한 이 남자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아, 역시 남자는 이런 면이 있어야 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모습들... 좋아하는 것 앞에서 주저없이 표현하고 아낄 줄 알고, 자신의 것에 대한 소중함을 행동으로 마음으로 그대로 담아 보여주는 남자. 강희에게는 더없이 필요하고 꼭 함께 해야할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이냐 하는 한가지의 선택이 필요한 게 아니고 쉼표, 마침표, 느낌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이 남자가 멋지다. 가끔은 기대어 쉴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고, 설레이고 좋은 많은 감정들을 생기게 만들어줄 것 같은, 결국엔 그 모든 것이 이 남자로 마무리 될 것 같은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 강희에게 윤건은 그런 사람이다. 늦은 나이에, 조금은 돌아와서 만난 사람이지만 첫사랑에게 그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그 남자가 이쁘다. ^^ 아, 설레여라...
 
이 책에서 공감을 끌어내는 인물 중의 하나는 바로 여주인공 강희다.
누구에게나 어떤 트라우마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것 같다. 강희에게는 불륜이란 단어가 그렇다. 아버지의 배신으로 남겨진 엄마와의 생활이, 모르고 만났을지언정 유부남과 만났던 자신의 행동이 그 무엇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불신으로 자리잡은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배신은 또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과 다시 시작될 사랑을 더 주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에 도전하는 강희.
참 평범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강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십대의(혹은 나이대에 상관없는) 여자. 친구와의 수다에 기분이 풀리기도 하고, 가끔은 주저하기도 하는 일이 있고, 좋은 일에 기쁘고 웃을 줄도 알고,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며, 말도 안되는 삽질을 하며 엉뚱하기도 하다. 늘 완벽하면 그게 어디 사람일까 싶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여자. 그래서 그녀의 모습에 더 공감이 가기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용서는 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진 그녀는 사람이니까...
 
너무 의미없이 만들어낸 설정이 아니고, 어쩌면 바로 옆에서 보아왔음직한 인물들 앞에서 로설 그 이상을 느낀다. 현실감 떨어져서 가끔은 꿈꾸는 듯한 환상을 주는 로설이 있는가 하면, 이 책처럼 사람의 마음이 흐르는대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은 설레이고 두근거리고, 같이 공감하면서 울고 웃게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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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아내 1
이미강 지음 / 가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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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노, 그녀가 궁금하다...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을지 모를 자신만의 판도라의 상자. 열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면, 아예 그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인가.

사람에게는 또한 호기심이라는 것이 있다. 남일에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최소한의 호기심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점점 자신과 관련된 일이 되어갈 때는 그 호기심은 위험이 되고, 결국은 끝장을 봐야만 하는 일이 되고야 만다. 이제 그렇게 열었던 판도라의 상자의 끝을 볼 때이다.

김도우, 그 남자, 서른 셋. 부산의 한 회사에 발령받아 온 늙은 신입사원이다. 회사의 빌딩 청소부이면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순영을 알게 되고, 무심한 그의 일상에 점점 정순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다. 그녀, 정순영...너무 비밀이 많다.
이미노, 그 여자, 서른 둘. 낮에는 빌딩 청소부, 밤에는 편의점 직원. 이미노가 아닌 정순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왜? 그녀는 그 비밀을 풀어줄 이유가 없다. 그 비밀이 지켜줘야 할 것이 있어서...

무슨 스릴러인가 싶을 것이다. 로맨스소설이라면 달달한 이야기로 읽는 우리를 흐뭇하게 만들어주는게 의무이자 임무인 것을...^^ 그런데 이 책 수상하다, 제목부터...
이 책을 읽기 전에 꼭 무슨 준비운동처럼 '푸른 수염'이라는 짧은 동화를 먼저 읽었다. 푸른 수염, 돈도 많은 남자지만 숨겨진 것도 많은 남자. 몇명의 아내가 있었지만 그 아내들의 행방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푸른 수염의 아내, 남편이 멀리 길을 떠나면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방을 향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열어보게 된다. 그 방 안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을 감추고, 남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생활하며, 자꾸만 자꾸만 숨어버리는 삶을 사는 미노에게 도우는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궁금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며, 미노 또한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도우가 그 이유를 캐지 않는 것은 미노가 부담을 가지고 자신을 멀리할 것 같아서이고, 미노가 도우에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것은 도우에게까지 뻗칠 위험을 막고 싶어서이다. 그래도 어쩌리, 사랑한다는데... 

그렇다고 이 책이 섣불리 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흐지부지 늪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어설프게 추리소설이네 하고 세상에 나온 추리소설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조용히, 서서히, 차근차근...도우는 준비한다. 미노가 세상 속으로 나와 더이상은 숨어살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자신이 그 길로 데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음을... 

가끔 티비 고발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하고 '절대 이해불가'라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전부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나이를 먹고 보니, 혹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을 살다보니 그런 사람들 있더라.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분명 있더라. 이 책 속의 푸른 수염 역시 그런 사람이다. 본인이 원해서 그런 사람으로 자라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과거와 기억이 환경이 그렇게 자라나게 만들었을테지...그래서 인간이라는 것 자체보다는 자신이 하나의 신이 되고 주인공이 되고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생겨나고 늘어나는 피해자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들...푸른 수염 역시 피해자였을테니까. 본인이 자라 가해자가 되고 다시 또 피해자를 만들고... 

도우의 임무는 그걸로 마무리 되었다. 더이상의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이렇게 말하고 보니 도우는 꼭 형사 같은 이미지가 되어버렸네. ^^ 단지 사랑하는 한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자신과 계속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절로 행해진 행동이었을텐데... 

로맨스와 약간의 추리가 섞인 이 책이 참 괜찮더라. 작가의 전작 두편을 읽어보고 상당히 맘에 안들었는데, 역시 입소문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구나 싶다. 여전히 취향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라 별로라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지루하지 않는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읽어봐줘도 좋을 듯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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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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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처음부터 연인으로 시작한 인연이 아니었다면 더더욱...그동안 만들어온 관계가 혹시나 고백 이전의 상황으로조차 되돌릴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이 한마디를 뱉고 나서 그 후폭풍은 고백하려 망설이려던 마음보다 더 큰 고민과 슬픔을 줄테니까...특히나 그 우정이란 것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보다, 그 사랑이란 것에서 다시 우정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학교다닐때, 남자동기 녀석의 연인을 선배들과 함께 만나게 되었는데, 얼마후 다시 두 사람을 만났을때는 그냥 친구라 했다. 그런데 그 녀석 얼굴을 보는 순간, 이 녀석의 얼굴은 전혀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라도 붙들어놓고 그녀를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보는 우리가 막연하게 추측할 뿐...그리고 우리끼리 있게된 그 시간에 그 녀석에게 물었다.
"너, 정말 그 애를 친구로 볼 수 있어?"
"그냥 친구하기로 했어."
선배 한명이 그 녀석을 나무란다.
"친구가 애인이 될 수는 있어도, 애인이 다시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이녀석아~"
"...그래도...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전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그 녀석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라도 그녀의 옆에 있고 싶었을 그 녀석의 마음을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사랑이 끝났음에도 도저히 그 순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 역시도 그런 오류를 범하고 싶은 순간을 만났을 때, 그때.... 

두 주인공 정우와 인영에게도 이런 설레임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십년지기 우정을 사랑으로 바꾸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했을테니까...
이 마음이 우정이 조금 지나친 것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이 마음을 입 밖으로 뱉어냄과 동시에 찾아올 그 무엇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지, 나만의 일방통행인지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발걸음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우정 사이의 이 미묘한 감정을 나 스스로가 분명하게 알아차려야할 순간임에도 왜 이렇게 망설이는 마음과 고민하는 시간만 길어지고 있는 것인지...  

혹여 그 마음이 사랑이라고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왜 시작도 하기 전에 우리는 그 사랑의 끝을 먼저 떠올리는지...이 사랑이 해피엔딩이 아닌 것으로 끝난다면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 상대방과 나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할지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 때문에...어느 시인의 싯구절처럼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있었던 일인데, 사랑이란 것을 나누기 전의 관계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고민 아닌 고민으로 그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겁쟁이들처럼...그 순간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감정에 솔직해져야 하는 용기일텐데... 

오랜시간 차곡차곡 서로가 모르게 서로의 가슴에 쌓여갔을 그 감정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붙쑥 튀어나오기까지의 감정들이 참 미묘하게 그려져 있다. 로맨스소설이 주는 즐거움일 수 있으나, 사실 그런 흔한(?) 소재의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두근거리고 설레이게 하면서 읽게 만드는 힘은 흔하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다. 단순히 두 사람의 감정들만을 그려낸 것도 아니고, 사회라는 공간, 직장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관계된 일반인들이 아니라면 사실 접근도 못할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역할도...

두 주인공이 살아가는 그 공간이 자칫 지루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비춰질만도 한데, 즐겁고 진지하게 읽게 만들어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읽는 내내 설레였다. 두 사람의 우정이 어떻게 사랑으로 그려질지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길때마다 기대를 하게 된다. 이들의 감정이 어디로 흘러갈지, 어떤 방해물이 두 사람의 사랑을 길을 훼방을 놓을지 그 오해로 두 사람의 마음이 멀어질지, 아니면 그런 일들로 두 사람이 사랑을 더 빨리 더 깊이 확인하게 될지...두근거리면서 한페이지씩 넘기를 떨림을 참 오랜만에 느껴본다. 

두 사람의 우정계약서가 사랑계약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참 이뻤다. 그리고 세상이 끝날때까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의 해답을 이 책을 통해서 어느정도는 얻은 듯 하다. ^^
이쁘고 애틋했던 두 사람이 이젠 그 우정에 덮어씌워진 사랑으로, 함께 해온 그 시간의 몇배의 시간만큼 또 함께 할 삶에서 더 깊이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한편의 로맨틱영화를 보는 느낌이, 읽는 내내 두근거렸던 설레임이 새록새록 다시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자칫 허술하게 그려질지 모를 이야기가 아닐까 걱정스러웠는데, 생각보다 탄탄했던 이야기와 소재들에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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