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아내 1
이미강 지음 / 가하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미노, 그녀가 궁금하다...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을지 모를 자신만의 판도라의 상자. 열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면, 아예 그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인가.

사람에게는 또한 호기심이라는 것이 있다. 남일에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최소한의 호기심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점점 자신과 관련된 일이 되어갈 때는 그 호기심은 위험이 되고, 결국은 끝장을 봐야만 하는 일이 되고야 만다. 이제 그렇게 열었던 판도라의 상자의 끝을 볼 때이다.

김도우, 그 남자, 서른 셋. 부산의 한 회사에 발령받아 온 늙은 신입사원이다. 회사의 빌딩 청소부이면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순영을 알게 되고, 무심한 그의 일상에 점점 정순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다. 그녀, 정순영...너무 비밀이 많다.
이미노, 그 여자, 서른 둘. 낮에는 빌딩 청소부, 밤에는 편의점 직원. 이미노가 아닌 정순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왜? 그녀는 그 비밀을 풀어줄 이유가 없다. 그 비밀이 지켜줘야 할 것이 있어서...

무슨 스릴러인가 싶을 것이다. 로맨스소설이라면 달달한 이야기로 읽는 우리를 흐뭇하게 만들어주는게 의무이자 임무인 것을...^^ 그런데 이 책 수상하다, 제목부터...
이 책을 읽기 전에 꼭 무슨 준비운동처럼 '푸른 수염'이라는 짧은 동화를 먼저 읽었다. 푸른 수염, 돈도 많은 남자지만 숨겨진 것도 많은 남자. 몇명의 아내가 있었지만 그 아내들의 행방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푸른 수염의 아내, 남편이 멀리 길을 떠나면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방을 향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열어보게 된다. 그 방 안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을 감추고, 남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생활하며, 자꾸만 자꾸만 숨어버리는 삶을 사는 미노에게 도우는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궁금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며, 미노 또한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도우가 그 이유를 캐지 않는 것은 미노가 부담을 가지고 자신을 멀리할 것 같아서이고, 미노가 도우에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것은 도우에게까지 뻗칠 위험을 막고 싶어서이다. 그래도 어쩌리, 사랑한다는데... 

그렇다고 이 책이 섣불리 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흐지부지 늪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어설프게 추리소설이네 하고 세상에 나온 추리소설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조용히, 서서히, 차근차근...도우는 준비한다. 미노가 세상 속으로 나와 더이상은 숨어살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자신이 그 길로 데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음을... 

가끔 티비 고발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하고 '절대 이해불가'라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전부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나이를 먹고 보니, 혹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을 살다보니 그런 사람들 있더라.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분명 있더라. 이 책 속의 푸른 수염 역시 그런 사람이다. 본인이 원해서 그런 사람으로 자라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과거와 기억이 환경이 그렇게 자라나게 만들었을테지...그래서 인간이라는 것 자체보다는 자신이 하나의 신이 되고 주인공이 되고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생겨나고 늘어나는 피해자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들...푸른 수염 역시 피해자였을테니까. 본인이 자라 가해자가 되고 다시 또 피해자를 만들고... 

도우의 임무는 그걸로 마무리 되었다. 더이상의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이렇게 말하고 보니 도우는 꼭 형사 같은 이미지가 되어버렸네. ^^ 단지 사랑하는 한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자신과 계속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절로 행해진 행동이었을텐데... 

로맨스와 약간의 추리가 섞인 이 책이 참 괜찮더라. 작가의 전작 두편을 읽어보고 상당히 맘에 안들었는데, 역시 입소문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구나 싶다. 여전히 취향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라 별로라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지루하지 않는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읽어봐줘도 좋을 듯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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