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왔다.

세월.

 

 

 

 

 

 

 

 

<사진의 용도>는 지금 읽고 있는데,

느낌이 참 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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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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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그때 딱 한 번만 오빠를 그냥 놔둬서 면접에 갔더라면 오빠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464페이지)

 

'아차' 하는 순간 인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만약에' 라며 그 순간을 반추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순간이기에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다만, 어떤 문제의 시발점이자 원인이 되는 순간이라는 것은 안다. 그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오빠의 면접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방식대로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세상을 뒤흔든 범죄자가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설마 내 아이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온갖 나쁜 일의 주인공이 내 가족일 거라고 처음부터 믿고 싶은 사람은 없다. 가족이란 그런 거다. 내 가족이 범죄자라고 하면 '설마' 하면서 부정부터 하기 마련이니까. 믿고 싶으니까. 그래서 감싸기부터 한다. 절대 아닐 거라고 믿으며 세상의 나쁜 짓에 내 가족이 연루되었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사건의 진실을 알았을 때, 내 가족이 지독한 범죄자라는 걸 알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 같은 무서운 일이 내 가족의 일이 되어버렸다면...

 

“내 오빠는 연쇄살인범입니다!”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쳐야만 하는 사람의 심정을 아는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외치고 싶었던 적은 있다. 남들이 모르는 각자의 가족 안에서 불편하고 힘들고 괴로운 일을 만드는 가족 구성원을, 세상을 향해 욕하고 싶었던 적이 있지 않을까. 세상 둘도 없는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밖에서 보는 그 사람의 모습이다. 저자의 오빠도 그렇다. 멋있고 인기 있는, 많은 여자가 그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며 온갖 것을 갖다 바치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대상이다. 어떤 죄를 저질러도 그는 빠져나갈 길이 열려 있다. 굉장히 지능적이고 악랄하며, 정신적으로 상대를 조종하면서 자기 외의 사람은 없는 것처럼 여긴다.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상대의 아픔 따위는 더더욱 모르는 사람이다. 사이코패스.

 

네덜란드 전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는 이 책의 등장은 잔인한 살인자를 단죄하고자 하는 한 가족의 몸부림이자, 살고자 하는 한 사람의 간절함이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자이면서 하이네켄 납치사건의 주범인 빌럼 홀레이더르의 여동생이 그의 잔인함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 쉽지 않았다. 매 순간 목숨을 걸고 말해야 했다. 혹시나 자신을 뒤쫓는 사람이 있을까 봐, 자신이 하는 말이 도청당할까 봐 온몸으로 경계해야 하는 삶을 이어왔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몇 십 년의 세월을 두려움 속에서 견뎠다. 이 가족이 견뎌야 했던 시간뿐만 아니라, 빔(빌럼)의 잔인함을 그대로 받아야 했던 사람은 너무 많다. 빔은 자기 여동생의 남편까지 죽였다. 어린 조카들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했다. 자기가 갖고자 하는 모든 것을 빌미로 세상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굴었다. 특히 그가 만나는 여자들이 그에게 복종하게 만들고, 그 여자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그에게 당연하게 뭐든 해줘야 한다고 세뇌했다.

 

이쯤 하면 궁금해진다. 그의 잔인한 폭력성이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처음부터 빔이 위협적이고 잔인한 존재였던 건 아니다. 착한 아들이었고 다정한 오빠였다. 빔의 잔인함을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훈훈하고 좋아 보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한 후 얼마 후 변했다. 술을 계속 마셨고 모든 일에 폭력을 앞세웠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혔다. 그 범위를 벗어나면 바로 폭력을 행사했다. 아내와 아이 할 것 없이, 심지어는 타인에게까지 그의 폭력을 드러냈다. 술과 폭력으로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렸다. 빔 오빠는 여동생 소냐와 아스트리드를, 남동생 헤라르트를 때렸다. 이 가족에게 대화는 의미 없다. 말이 사라진 곳에 폭력이 자리하면서 대화의 수단이 됐다. 아버지에게서 시작된 폭력은 큰아들 빔에게 이어지고, 빔은 폭력을 넘어서서 거대한 범죄자로 성장한다. 아무도 말릴 수 없던 그의 잔인함에 가족들을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그에게 한없이 약한 존재로 자리했다. 그가 가족의 목숨을 쥐고 흔들고 있으니 아무도 나설 수가 없었다. 아무도 그의 죄를 온 세상에 드러내고, 그가 다시는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둬놔야 한다고 증언할 수 없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폭력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졌다.

아빠는 엄마를 때렸다. 아빠의 예를 따라서 빔 오빠는 소냐 언니를 때렸다. 나의 '작은오빠' 헤라르트는 나를 때렸다. 나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먼저 싸움을 걸지 않았다. 아빠를 상대로도, 오빠들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가장 어렸고, 거기다가 여자아이였다. 아무리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해도 나에게는 늘 힘이 부족했다. (42~43페이지)

 

폭력의 대물림. 아버지에게서 시작된 빔의 폭력성은 어떻게 끊어야 하는가 묻고 싶었다. 달래고 받아들여주고 대화다운 대화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소통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정상적인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관계, 대상도 있다는 걸 빔이 보여줬다. 변호사가 된 아스트리드가 온 가족의 목숨을 걸고 증언하기로 한다. 이 책은 그 증언의 과정을 그대로 들려주면서 얼마나 긴장되고 위험한 순간을 넘어와서 세상에 내놓았는지 증명한다. 하루하루, 매 순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살아간다는 게 정상은 아니다. 생각해봐라. 일반인이 방탄유리로 된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게, 방탄조끼를 입고 지내야 한다는 게, 목 보호대를 차고 방탄 헬멧을 쓰고 다닌다는 게 일반적으로 보이는가? 증언하고 오빠의 살해 목록 1순위로 오른 아스트리드는 긴장하며 지냈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고마운 사람들과 작별해야 했으며, 함부로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그녀뿐 아니라 그녀의 모든 가족, 같이 증언한 오빠의 애인, 그들을 도와준 변호사까지 모두 빔의 적이고 그가 살해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런 관계가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정상적인 범주에서 생각하려면 아무런 답도 없는 문제였다. 답도 구할 수 없고 이해도 할 수 없는 일, 그런 대상이 바로 빔이었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에서 시작된 이 잔인함이 어떻게 이어지며 발전하는지, 그로 인해 세상의 악이 얼마나 더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는 2년 동안 이 순간을, 이게 나와 오빠의 관계에 어떤 전환점이 될지 상상했다. 여동생이 몇 년 동안 오빠가 유죄 판결을 받도록 공작을 해왔다는 사실을 오빠가 듣는 순간을 기다렸다. 오빠의 여동생, 오빠가 종신형에 대한 두려움을 믿고 털어놓았던 여동생이 이제 자기 손으로 오빠에게 종신형을 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오빠가 심장에 칼이 꽂히는 기분을 느낄 거라는 생각에 나는 여전히 눈물이 나왔다. (444페이지)

 

여동생이 친오빠를 법정에 세우는 일, 한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회고록의 등장이 일으킨 파문은 세대를 이어 대물림된 폭력의 결과였다.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인생을 걸고 뛰어든 이 여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편으로는, 빔은 여전히 수감되어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그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는 게, 범죄자인 오빠를 가둬놓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날을 살아야 한다는 게, 이 가족을 비롯해 증언대에 오른 모든 사람들에게, 빔과 똑같은 종신형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이지만, 이렇게라도 그의 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며 위험을 무릅쓴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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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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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떠올려 봤다. 특별할 게 없다. 다른 사람도 비슷한 일들을 겪으면서 하루를 보낼 것 같다. 밋밋한 일상을 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그런데 주변에 보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볼 때가 있다. 아무래도 내가 정한 평범하다는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해해야 할 상황들이다. 저자의 만화를 통해서 본 많은 사람도 그랬다. 좀 이상하다 싶은,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꼭 한 번은 봤을 사람들. 이런 경험 나만 한 게 아닌가 보다. 저자가 일상에서 만난, 재미있던 상황들을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기록했던 걸 보면 말이다. ^^

 

좋게 생각하면 특이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심하다고 싶으면 변태나 오지라퍼로 인식될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주변에서 만난 재밌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디에 사연을 보내야 할 정도로 특이하다. 옷 가게의 점원은 자기가 변태라고 고백하지 않나, 100엔 샵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거울 고르기가 힘들어서 도움을 구하지 않나, 남의 이목 신경 쓰지 않고 탈의실에서 며느리 흉을 보는 아주머니는 또 어떻고. 그중 재미있던 것 중의 하나는 차내 방송으로 노래를 부르던 기관사 아저씨다. 가끔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기사 아저씨가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리는 정도는 본 적이 있는데, 차내 방송으로 노래를 부르는 기관사 아저씨라니, 풋~!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싫거나 거북하지 않고 그냥 웃으면서 바라보게 된다. 소음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객차 내에 이렇게 노래를 불러대는 건 민폐라고 항의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자 들려주는 상황을 상상해보니 참 재미있는 장면 아닌가? 나라면 시끄럽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정겹고 재미있다는 생각하면서 목적지까지 웃으면서 갈 것 같은데...

 

 

저자의 이런 특이한 상황의 에피소드는 일상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여행지에서도 특이한 사람들과 상황을 마주한다. 혼자서 하는 여행지의 낯섦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기대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빽빽하게 작성한 리스트를 보면 저자의 여행 습관을 알 것도 같다. 방향을 잃고 길에서 헤매는 건 당연하고, 타국에서 만난 이방인에게 친절을 느낀다. 어느 순간 공감대가 형성하는 외로움이라는 녀석 때문일까. 식당 메뉴를 못 읽어서 대충 시켰는데 입에 맞아서 감탄하거나, 양 조절을 못하고 시킨 메뉴 때문에 배가 불러서 힘들어하기도 하는 일들. 여행 후기까지 꼼꼼하게 남기면서 재미있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놓친 순간들을 아쉬워하기도 하는, 다음 여행에 챙겨야 할 것들을 기록하기도 한다. 혹시나 저자가 여행했던 곳을 방문하려는 다음 여행자를 위한 팁까지 언급하면서, 같은 여행자로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여행하게 배려하는 마음까지 흐뭇하다. 반경 3미터 내에서 마주하는 상황과 사람들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가만히 보면 저자도 그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여겨지는 행동이 분명 있을 수도 있으니, 뭐, 이해하자고.

 

 

 

특히 재밌었던 건 수영장에서의 할머니들이다. 수영 강습 시간 조절하지 못해서 들어간 타임에는 노인들이 가득하다. 서로가 그냥 수강생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다들, 마치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서 얼굴 마주하며 살아왔던 것처럼 많은 말을 주고받는다. 어디 가면 세일을 하니까 좋고, 몇 요일에는 어떤 행사가 있고 하는 일상의 팁 같은 것을 전수해주시는 분들. 사실 내가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건 다른 사람들의 참견이나 말붙임인데, 저자가 수영 강습 시간에 겪는 일들이 낯설지가 않아서 계속 듣고 싶었다. 나는 이런 경우에 견디기 힘들어서 얼굴에 인상이 써지는데, 저자는 또 그 노인들의 말을 다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 곳에서 생활 팁을 얻는다. 귀찮게만 들리던 노인들의 말이 어쩌면 세상을 더 많이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를 찾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노인들 참 다정하게도 저자의 수영 실력이 향상되자 박수까지 쳐주면서 응원한다. 수영 강습보다 자기네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시간 보내는 줄 알았더니, 수영 초보자의 성장까지 살갑게 지켜본 분들이셨네.

 

 

첫 부분 읽을 때는 세상에 왜 이렇게 오지라퍼가 많은 걸까, 이상한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읽어가는 동안 많이 공감하게 된다. 나도 가끔 물건 사러 가면 적당한 걸 고르지 못해서 옆에 서 있던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어떤 게 나은가요? 기억해 보니 그때도 상대방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그저 자기 의견 정도는 말해주었던 것 같다. 뭐 어때.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좀 다른 것뿐이잖아?!

 

평범한 일상의 기록을 참 재미있게 그려냈다. 카오스라는 말과는 다르게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정도의 혼란 정도? 지하철이나 동네 상점, 어느 거리 같은, 우리의 생활반경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 적당한 재미로 받아들이며 한번 웃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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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시리즈를 두 편 정도 읽은 게 전부다. 그 정도만으로도 이 만화의 분위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꾸준히 보고 싶은 만화이기도 하다. 특이 이번 베스트 컬렉션은 '베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녀석들의 모험 같은 일상이 재밌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얘네들 원래 이랬나 싶게 각 캐릭터를 좀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한꺼번에 모아놓고 보니, 그 특징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각자 해결하는 자세가 다르다. 각자의 개성이 더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그만큼 매력이 달라서 다가오는 색이 다르기 때문에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이 녀석들의 일상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우리와 너무 닮았다는 거다. '어라? 이거 나도 궁금했는데, 왜 그런 걸까? 어떻게 해야 하지?' 싶은 문제들을 풀어가는 방식이 가슴으로 한 번에 들어온다. 때로는 고민도 해야 하지만,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 대부분은 의외로 쉬운 답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

 

보노보노의 엉뚱함은 그가 하는 고민에 그대로 드러난다. 아빠의 보물창고에 새긴 구멍 때문에 사라진 귀한 것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발을 동동 구른다. 너부리, 포로리와 머리 맞대고 고민하지만 찾을 방법이 없다. 여기저기 다 뒤져봐도 마찬가지. 길을 떠난 아빠가 돌아올 때는 다 되었고, 사라진 아빠의 보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러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귀가 번쩍 뜨인다. "혹시 아빠가 길을 떠날 때 그 보물들을 가지고 간 건 아닐까?" 그러네.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럼 처음부터 아빠의 보물창고에 생긴 구멍으로 사라진 보물을 걱정할 게 아니라,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어봐도 좋았을 것을...

 

왜 우리는 아닐지도 모를 일에 걱정부터 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한다. 나처럼 작은 일 하나에도 마음을 계속 쓰고 고민하는 사람이 보면 좋은 안내서 같은 부분이었다. 보노보노가 아빠의 사라진 보물을 걱정할 때 누군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해주었다면, 아마도 보노보노는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아빠가 들고 간 게 아니었는지 묻고, 그게 아니라면 다 같이 찾아보면 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 대부분이 처음부터 할 필요 없는 고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일상적으로 뱉는 쉬운 말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이 녀석들이 아빠의 보물을 찾아다닌 시간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언제 해도 해야 할 걱정이라면, 확인해보지도 않고 처음부터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꼬리를 떼어버리겠다는 너부리의 다짐으로 궁금해졌다. 너부리의 꼬리는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 처음부터 있던 꼬리의 쓰임새가 분명 있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꼬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붙어 있는 거겠지. 그런데도 너부리는 그 꼬리가 거추장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은가 보다. 떼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떼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그렇고, 웬만한 다짐은 아닌 듯하다. 꼬리가 없어도 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이참에 확 떼어버리고, 예쁜 너부리로 거듭나고 싶었나... 포로리와 보노보노는 너부리의 꼬리에 마음을 두고 너부리의 마음을 바꾸려고, 그동안 그 꼬리가 너부리의 몸에 붙어 있으면서 했던 활약(?)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혹시나 너부리의 떼어낸 꼬리로 동물 친구들이 놀리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둥, 처음부터 한 몸이었으니 당연하다는 둥, 결론은 같다. 꼬리를 떼어낼 필요가 없다는 것. 그때 현명하게 답을 준 족제비 아저씨가 너부리의 다짐을 바꿔놓았는데, 이상하게도 매일 거울을 보면서 내 얼굴을 품평했던 나 자신이 떠오르더라. '나이 먹으면서 눈이 자꾸 처지는데 어떻게 좀 해야 하나? 조금 더 예쁜 외모를 만들고 싶은데 좋은 방법 없을까?' 하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하던 것을 고민해본다. 떼어내도 죽지 않으니 거추장스러운 꼬리를 떼고 싶다던 너부리처럼, 조금 더 나아지고 싶은 외모를 만든다고 죽지 않으니까. 하지만 굳이 떼어내지 않아도 너부리인 것처럼, 지금보다 더 예쁜 외모가 아니어도 나인 것이라고. 목숨에 지장을 줄 문제가 아니라면, 이대로 사는 게 불편한 게 아니라면, 처음 주어진 상태로 오늘을 살아가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담아본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잖아?

 

 

꿈을 꾸는 이유를 궁금해하면서도 왜 꿈은 이상한 걸까 고민한다. 꿈이 이상한 건 현실이랑 구분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내놓는 너부리의 말에 공감도 된다. 꿈은 그냥 꿈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래서일까.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상황들이 꿈에 나타나는 걸 보면, 정말 현실과 구분하기 위해 꿈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꿈에서라도 간절한 바람을 이뤄보는 거, 잠깐이지만 행복해지는 순간이 될 것 같다. ^^

 

읽다 보면 이 녀석들이 모여서 일으키는 문제들만 보는 것 같다. 나쁘지 않게 웃음을 주면서 그들만의 엉뚱함을 뽐내는 것 같아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에피소드에 이 만화가 더 가까이 다가온다. 걷는 게 좋은데 걷는 게 왜 좋을까 자문하는, 혼자 있다는 것을 외로움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는 보노보노의 모습에 사색적으로 된다. 심심하니까 걸을 수도 있고, 풍경을 보면서 걸으니까 좋고, 좋아하는 곳에 갈 수도 있으니까 걷는 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아주 쿨하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 걷는 게 좋으니까 좋은 거라고. 걷는 순간에만 보이는 것들을 소환하면서 천천히 가는 순간의 미학을 담는다. 어떤 의미도 답도 더는 필요 없다는 듯 '좋아하는 것' 자체에 모든 의미가 있다는 거. 생각해보니 그러네. 다른 이유가 있을 수가 없잖아?! 좋으니까 좋은 거, 그 사람이 좋으니까 좋아하는 것. 같은 의미잖아. 좋은 건 그냥 좋은 대로 놔두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였다. 흐뭇하게 마음에 두고 그냥 생각하면 되는 거였네.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이렇게 쉬웠는데, 왜 우리는 자주 그 쉬운 일을 어렵게 해야만 했던 것일까 되묻고 싶어진다. '외로움'이라는 화두, 계속 머릿속에 남을 질문이 되었다.

 

 

그렇게 포근해지는 답을 듣다가도,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꺼낸 이 녀석들을 보면 진지해진다. 혼자 있는 아빠의 모습이 외로워 보였던 보노보노의 고민에 동물 친구들의 답이 가지각색이지만, 다 맞더라. 원래 모두가 외로운 거라고 말하는 포로리는 모두 쓸쓸하니까 시시한 얘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라도 외로움을 달래고 싶다는 말일까? 그러다가 듣게 된 홰내기의 말. '우리는 보통 누군가와 같이 있으니까 혼자 있으면 외로워 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반대로 혼자 있다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외로워 보이지 않는 걸까? 행복하기만 한 걸까? 홰내기의 말에 시선을 멈추고 한참 생각했다. 타인의 시선에 외로워 보인다는 말이지 외롭다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 사람이 외로운지 아닌지 누가 정해주는 걸까 궁금하다. 그래서 자꾸만 사람들은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어 하고, 연애나 결혼으로 짝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 싶기도 하다.

 

이 녀석들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어느 순간 인생 철학을 말하는 것 같은 퀄리티가 되어 새겨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마음이 힘든 하루에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찾아내는 보물 같은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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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지 마... 제발...


윤태호의 로망스를 이제야 알고 구매하려 했더니 절판...
생각보다 중고 가격도 좀 쎄더라.
찾아보니 다행히도 도서관에 딱 두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래된 책이다 보니 책 상태가 다 지지하더라는...
그나마 깨끗한 책으로 골라서 빌려왔는데,
한참 재밌게 읽고 있는데...
누가 이렇게 찢었어!!!!!
여덟쪽이나...
없으니까 사라진 페이지가 더 궁금해... ㅠㅠ
너무 재있는 이야기라 찢어간 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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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3-1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의 책을 누가 감히 찢으셨나요!!!???^^

구단씨 2019-03-13 14:34   좋아요 1 | URL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ㅠㅠ
딱 한 챕터 찢어간 것 같은데, 없어지니까 그 부분 내용이 더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