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머물다 떠난자리 들꽃같은 그리움이 피어난다
탁승관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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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표지를 보면 말 그대로 "노을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 정말로 "들꾳 같은 그리움"이 피어날 것만 같은 풍경입니다. 시집의 모든 작품들에는 창작 일자가 적혔는데, 아무래도 작품을 짓게 된 계절(적어도)을 알면 그 시의 분위기와 주제가 더 속깊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p63의 <단풍잎>을 보면, 추수의 계절, 페이브먼트나 오솔길 구분 없이 노오란 단풍잎이 깔린 정취가 그대로 독자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가을의 빗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다분히 허무감에 젖게 하는데, 결실의 철에 부족하든 넉넉하든 그 나름의 몫을 챙기는 내 손을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땅을 베고 누운/길 잃은 수많은 낙엽들이/빗물 속에 잠긴 조각배가 되어." 낙엽은 어쩔수없이 때가 되면 가지에서, 나무에서 떨어져 부엽토가 되어야 할 운명입니다. 게다가 빗물은 조각배처럼 낙엽을 띄우기는커녕 (위 시행에 나오듯이) 오히려 낙엽을 물 아래로 잠기게 합니다. 그래도 낙엽은 불만이 없는 것이, 물 아래 토양과 합류하여 썩더라도 뿌듯한 일을 해 냈다 여기기 때문이겠습니다. 

겨울에 내린 눈은 도시에서야 출근길 발목을 잡는 지긋지긋한 훼방꾼이지만 산길과 시골길에서는 꽃과도 같이 마음을 포근히 만드는 풍경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눈[眼]에 눈[雪]은 눈꽃(p113)입니다. 그 꽃들은 새벽녘 산책길에 숲길을 밝히는 영롱한 광원입니다. 이 눈꽃과 걸음걸음 교감하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시인은 비로소 시간의 깊은 의미를 되새깁니다. 눈은 이제 모두에게 꽃시계가 되어 태엽소리 없이 진로를 알립니다. 

세월의 강을 건너는 나그네는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의 시간이 무슨 의미인지 곱씹고 또 곱씹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며 오는 사람 마다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습니다. 시인이 이 가는 길가에 바라는 건 눈치없이 앞을 환히 밝히는 가로등이 아니라, 보일 듯 말듯 방향만 알려주는 수줍은 달빛 같은 동무입니다. 시인은 나아가, 자신 역시 누군가의 갈 길을 넌지시 알려 주는 노을(p132)이 되고 싶다고까지 합니다. 그 같이 가는 강물이, 물오리도 근심 없이 노니는 평안한 자연의 손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호기심(p150)이 아닙니다. 사랑에 빠진 당사자라 해도, 처음에는 이 격랑 치는 내 감정이 사랑인지 치기어린 호기심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이 감정이 그리움으로, 설렘으로 발전하여 가슴을 후벼판다 싶으면 그때서야 내가 지는 게임임을 직감하고 사랑이라는 전쟁에서 을이 겪는 달콤한 패배감을 (피할 수 없으니)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그리움은 그 나름의 향기를 풍깁니다. 그래서 작은 낌새만 풍겨도 그(녀)는 쪼르르 달려갈 채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꽃망울처럼 가볍지만 마음에 영원한 흔적을 남기며 다가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모든 생명체는 숨가빠합니다. 태양은 우리로부터 1억 6천만 km 떨어져 있는데도 지표에 미치는 위력이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메마른 대기 속에서도 훈풍은 불어오며, 에어컨의 인위적인 냉풍보다 우리의 땀을 더 시원하게 씻어 줍니다. 결과가 빤히 예상되는데도 우리는 바람에 감사하고, 지표 위를 번잡하게 오가는 작은 생명체로서의 한계도 새삼 절감합니다. 세상에 알고보면 감사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나그네에게는 잠시 숨을 돌릴 길가의 벤치마저 기다립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면 현대 한국의 도시화, 목가 풍경, 산과 물의 자분한 세(勢)가 파노라마(p142)처럼 펼쳐집니다. 풍경을 지나고 나면 차 안에서 터미널과 쉼터를 마주칩니다. 터미널은 번잡하지만 시인은 놀랍게도 그로부터 매연의 독기가 아니라 고유의 향내를 맡습니다. 이는 사람의 냄새이며 동시에 친지와 동기 사이에 얽힌 추억의 자취입니다. 오랜만에 사람과 자연이 하나됨을 포근히 맛보게 된 시집을 만났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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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 : 인물편 - 요즘 세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양 대표 철학자 17인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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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신성권 선생님의 <서양 철학사(인물편)>를 읽고 리뷰를 올렸습니다. 지금 이 책은 자매편인 <동양 철학사>인데, 모두 17분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우리 한국 성현들도 여덟 분이 포함되었습니다. 동양 철학은 서양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과 방향성과 깊이를 자랑하며, 우리들도 모두 동양인인 만큼 그 최소한의 내용이라도 공부하여 내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동양 철학의 정수, 핵심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되 그 주창자들을 깊이있게 분석하므로, 이 책만 잘 읽고 공부해도 교양인으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에도 골든 룰이라 하여 이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p21에서 저자는 "서(恕)"의 개념을 소개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나와 같이 생각하라"는 게 그 핵심이라고 요약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이를 절묘하게 <장자>의 해조(海鳥) 이야기와 연결시켜, 동물조차도 그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유리한 환경에서도 죽어버리는 이치를 설명합니다. 내가 아무리 상대를 생각하여 그런 행동을 했더라도, 상대가 그 호의를 마뜩지 않게 여긴다면 이는 내가 그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맹자는 공자-증자-자사로 이어지는 유가 적통의 대현인입니다. 그런데도 p35를 보면 이른바 폭군 방벌론을 주장하여 한때 문묘에서 초상화와 글이 제거되었다고 나옵니다. 당시에는 저런 주장이 불온시되기도 했겠으나, 민주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눈으로 다시 보면 차라리 시대를 앞서 간 혁신의 사상가가 아닐까 싶게, 그 기개와 정의감이 새삼 위대하기까지 느껴집니다. p37을 보면 '하늘이 장차 큰 일을 맡기려는 인재에게 의도적으로 곤궁과 시련을 부과한다"는 고자장의 구절,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 苦其筋骨, 餓其體膚 窮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是故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이라는 유명한 문장이 나옵니다. 

p50을 보면 노자의 가르침에 대해 우리가 갖는 선입견과는 달리, 원래는 제왕의 통치술에 관한 저술이 <도덕경>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무위이치(無爲而治. p56)라든가 소국과민(小國寡民. p59) 같은 구절을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또 도가 자체와, 현세지향적 종교였던 도교를 구분해야 하며, 사람들이 그 각자 태어난 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도록 도울 뿐 어떤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가 본연의 가르침을 유가와 선명히 대비시킵니다. 

법가는 현실이고 유가는 이상인데, 어째서 유가인 순자 밑에서 법가인 한비자가 나왔는가? 이런 의문이 누구에게나 들 만합니다. p85 이하에서 저자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순자의 독특한 입장, 한비자 사상의 도가 상통성을 들며 이 두 사람이 원래부터 잘 맞는 성향이었음을 시사합니다. 한비자는 너무나 현명했기에 이사(李斯)에 의해 참소(p86)당했지만, 이사 역시 환관 조고에 의해 비참하게 죽었으므로 너무 애달파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천도가 본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한편 p89 이하에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심원한 불교 사상이 등장합니다. 해탈과 열반, 고집멸도의 사성제, 12연기설 등이 설명되는데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심오하면서도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어 신라 시대의 고승인 원효 스님의 사상이 설명되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해골물의 가르침, 정토(靜土) 사상, 화쟁과 일심 등 그의 사상 정수들이 알기 쉽게 이해됩니다. p115에 나오듯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자체는 馬鳴(마명) 대사가 지은 경전인데, 이에 주석을 단 분이 7세기의 원효이며 그 책이 <대승기신론소(疏)>입니다. 동아시아 전체에서 명저로 통했다고 하니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이어, 지금까지도 한국 불교의 대종을 이루는 조계종의 창시자 지눌 스님이 설명됩니다. 

주자는 유학에 불교적 형이상학을 접목시켜 그 철학적 깊이를 더한, 공자 이후 거의 이천년 만에 등장한 대학자입니다. 저자는 서양 플라톤 철학에서 현실과 이데아가 대립하는 이원론 요소를 지적하며, 주자학에서도 理(이)와 기(氣)가 대립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지적합니다. 주자 역시 다른 유학자처럼 거경(居敬)과 궁리(窮理)라는 두 가지 방법론을 강조했다(p136)고 합니다. 한국에서 이 주자학을 받아들여 대성시킨 유학자가 이황, 이이인데, 퇴계는 주리론이라서 기(氣)를 천하다(p144)고 본 반면, 구도장원공 이이는 기발이승일도설(p173)을 주장하여 둘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북인의 태두인 남명 조식은 과단성 있는 행동가(p165)로 평가받으며, 애민정신으로 유명한 18세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원시 유학(p189)의 질박함을 복구하여 국태민안을 위정자들이 추구할 것을 주창했습니다. 

무려 1000권의 책을 써서(p197) 한국형 경험론의 토대를 놓은 최한기의 업적은 <명남루총서>에 잘 나옵니다. 수운 최제우는 한국형 종교인 동학(p209)을 창시하여 농민들을 각성시켰는데 20세기 들어 3대 교주 손병희의 손에 의해 천도교로 정립됩니다. 이렇게 동양의 철학 거인들, 그 중에서도 한국이 낳은 사상가들의 행적을 공부하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바르게 사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한 대성현들의 가르침을 읽으니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초보자도 쉽게 접근하도록 잘 읽히는 문장이 최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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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교, 학생이 주도하는 교실
이보람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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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자신의 이상과 포부를 마음 놓고 펼치는 인재로 자라나려면, 아마도 그 학교는 교사나 그 외 당국자보다는 학생 본인이 교육 커리큘럼 중 상당 부분을 주도하는 시스템이라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소질을 뽐내며 잠재력대로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은 어른들이 상상해 봐도 매우 뿌듯합니다. 물론 희망과 비전이란 그의 참된 포텐셜에 합당한 내용이라야 하며 터무니없는 욕심이나 환상에 기반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거품이 안 낀 바른 미래상도 결국은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서야 자리할 수 있는 것이며 이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라도 학생의 권리 보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과거처럼 일정 지식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p60을 보면 교사는 학생이 해 놓은 과제, 성취를 좀 더 다듬는, 주도가 아닌 보조 역할에 그칩니다. 책의 설명을 보면, 학생이 제출한 계획서(자기배움 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국가 수준의 교과 과정과 접점을 찾은 다음, 이를 교사 수준에서 체계화한 교육 과정으로 정립한다고 나옵니다. p61 하단에 그 예시 문서가 나오는데, 관심 있는 교사분들은 확대 인쇄해서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p101을 보면 IB라는 게 설명됩니다. 국제공인교육과정이라고 번역되는데, 원어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입니다. 원래 프랑스의 대학 학부 입학 자격 시험 바카로레아도 석사 학위자를 뜻하는 bachelor하고 그 어원만큼은 같습니다. 이런 교육과정은, 앞으로 전개될 세계는 불확실성, 변동성, 복잡성, 모호성 등으로 특징지워지니 만큼, 어떤 기계화하고 정형화한 지식만 장착해서는 변화의 추세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는 진단을 전제로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느닷 자신 앞에 전개되는 상황에 침착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되, 무작위나 충동, 운에 맡기는 요행 심리가 아닌 시스템적인 사고를 갖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IB는 이런 자질을 학생들에게 함양하는 모범적인 커리를 제시합니다. 

p120에는 지철이와 규빈이(아마도 둘 다 가명이겠지만)의 우화, 사례가 나옵니다. 투표를 하는데 여학생줄과 남학생 줄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 줄이 더 빠르게 줄어서, 일부 남학생들이 볼평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선생님이 지철이에게 의견을 물으니 얘는 그저 웃으면서 자기 줄에서 묵묵히 기다리더라는 것입니다. 착한 학생이죠. 그런데 선생님은 약간 걱정이 들더라고 하네요. 분명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지철이는 상황을 개선할 생각보다는 무기력한 순응을 선택한 것 아닌가. 글 말미에도 나오지만 지철이가 꼭 잘못이라는 건 아닙니다. 이런 학생들이 일선에서는 대부분이고 또 기존의 커리큘럼에서는 이런 모범생으로의 교육을 지향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효율을 찾을 수 없을 때, 부조리를 과감하게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거나, 찾으려 노력하는 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물론 어설픈 공명심이나 주목 욕구가 주된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공동체의 앞날을 개선하려는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이 바탕이 되어야만 하죠. 규빈이는 이 이야기 안에서 "남자애들이 여자 줄로 옮겨가서 서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 제안은 여학생들의 편익(현재 혹은 미래의)을 해치는 바도 없고, 남학생들의 편익은 그것대로 증가시키는, 말하자면 파레토 효율을 달성하는 아주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물론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편협한 인간이라면 앞뒤를 따지지도 않고 일단은 구태의연한 성별 장벽을 지키려 들겠지만, 이 사례에서 선생님은 주저없이 "그렇게 해!"라며 승인을 내립니다. 승인을 할 뿐 아니라 규빈이의 유연한 사고를 칭찬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 경우 무질서가 초래되면 안 되므로, 오래 기다린 순서대로 일정 인원만큼만 이동시켜, 두 줄의 끝이 같아지는 선에서만 변동을 허락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이 몸에 밴 학생은, 자신뿐 아니라 모두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친구들을 이끌 줄을 압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TV보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사용하는 세상입니다. 이에 대해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기왕이면 스마트폰을 자기 주도적으로 활용하게끔 지도와 교육을 베푸는 게 낫겠습니다. p140을 보면 "덜 가르치고 더 배우게 하기"란 말이 나오는데, 아이들을 어른이 가르치려 드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의 생각과 결단에 의해 배우게 돕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는 뜻이겠습니다. 아이들은 이 예화(실제)에서 템플릿 폼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들춰 보고, 마음에 드는 걸 써도 되냐며 선생님께 허락을 구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에 맞춰 ppt를 개성적으로 제작하고, 어떤 단계에서는 교사보다도 더 높은 창의력을 발휘하여 기어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학교라기보다 놀이동산에 가까운 곳에서 길러지는 창의력(물론 남에게 보여 주가 위한 가짜나 흉내, 구실, 핑계가 아닌)을 갖춘 인재라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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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여행 중국어 [핵심 표현 정리집 PDF + 테마별 단어 정리집 PDF] - 급할 때 바로 찾아 말한다!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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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휴대가 편한 여행중국어책입니다. 여행 다닐 때마다 상황에 합당한 표현을, 잠시 책 참조해 가며 접객원, 안내자, 식당 주인, 역무원, 호텔 데스크 등에 내 입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훨씬 즐겁고 편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다른 책에는 잘 안 나오지만 실제 여행시에는 꼭 필요했던 표현이 많아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여행외국어책은 목차도 목차지만, 목차와는 별개로 가나다순 색인이 따로 있어야 상황이 발생할 때 바로바로 찾아서 참고할 수가 있습니다. "필요한 문장과 단어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색인이, 목차, 책 특징 소개 페이지 바로 뒤에 나옵니다(책 맨뒤가 아님). 아무리 책 내용이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필요할 때에 책 어디엔가에 있는 그 정보가 내 눈에 바로바로 들어와야 그게 쓸모가 있는 것입니다. 책의 컨텐츠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부터 접근이 가능해서 좋았습니다. 

모든 단원 앞에는 긴 문장 표현 말고, 개별 단어를 중국어로 뭐라 하는지 생각이 안 날 때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별도로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항 편에서는, 게이트, 환승, 탑승, 연착 등을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32개 단어를 앞부분에 따로 모아 놓았습니다. 카트는 중국어로 뭐라고 할까요? p42에는 手推车(셔우투이처)라고 나옵니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손으로 미는 차(車. 수레)지요. 우리말로도 堆는 밀 퇴라고 읽기도 합니다. 퇴고라고 할 때의 그 글자입니다. 책에는 셔우투이처라고 한글로도 적어 주고, 병음기호에는 성조도 표시해 두었습니다. "제일 가까운(the nearest)"은 最近的인데, 뭐 우리말로 하면 "최근적"이니 대충 뜻이 짐작 가능하죠. 역시 병음으로 주이 찐 더 라고 대략의 발음이 나오며 성조에도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이 最近的은 간체와 정체 구분이 없어 한국인 눈에도 바로 들어옵니다. 

거리에서 쓸 수 있는 표현들이 p66 이하에 죽 나옵니다. 일단 "~가 어디 있어요?"라는 기본 문형을 알아야 하겠는데, 在哪儿(짜이날)이 그것입니다. 짜이날 앞에다가, 내가 알고 싶은 장소를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레스토랑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하려면, 這個飯館짜이날이라고 하면 되죠. 물론 간체자로 제대로 적으면 这个饭馆在哪儿입니다. 레스토랑이 饭馆이며, 관형사 "이(this)"가 这个입니다. 한국식으로는 반관이지만 중국어로는 판관 비슷하게 읽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성조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교통수단, 특히 택시 등을 이용하고 나서 영수증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영수증은 發票(발표)라고 쓰는데 물론 대륙식 간체로는 发票이며 그 발음은 p86에 나오는 대로 파피아오 비슷합니다. 역시 이때에도 병음에 표시된 성조를 최대한 살려 발음해야 하겠습니다. 여튼 영수증이 파피아오이며,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給我發票吧(급아발표파), 간체로는 给我发票吧(게이 워 파피아오 바)입니다. 버스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려면 車票多少錢(차표다소전)이며, 간체로는 车票多少钱(츠어퍄오 뚜어샤오 치엔)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우리나라, 특히 수원 등에 소재한 여러 노래방은 중국인들도 자주 이용하는지 간판에다 練歌廳이라고 써 놓기도 합니다. 물론 저렇게 정체로 쓰면 중국인들이 모르므로 练歌厅이라고 간체로 써야 합니다. 련가청, 풀면 노래를 연습(수련)하는 홀이라는 뜻인데(ㅋ), 廳이라는 글자가 본래 영어의 hall 정도의 방을 뜻하게끔 중국어에서 뜻이 확장되었습니다. 따라서 厅이면 괜히 한국식 한자를 거쳐 관청 같은 걸 번거롭게 떠올리지 말고 hall로 바로 번역하면 거의 안 틀리더라는 게 저 개인적 노하우입니다. 이 책 p106을 보면 호텔에서 로비가 어디냐고 물을 때 大厅在哪儿이라고 하면 됩니다. 즉 로비가 대청(大厅. 따팅)인 것입니다. 짜이날 문형은 이미 앞에서 배웠습니다. 

이 책의 또하나 장점은, 모든 페이지 하단에, 지금 이 단원이 책 전체에서 어느 파트에 해당하는지 표시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다른 파트로 가고 싶으면, 구태여 맨 앞 차례로 돌아가서 해당 내용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그 페이지 맨밑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책 옆면에 thumb index가 다 나오기 때문에, 손으로 페이지를 후루룩 넘기면서도 내용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아서 더 효용이 컸던 책이었네요. 

*시원스쿨에서 책을 제공받고 활용해 보며,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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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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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은 마포구 소재이니 한강 벨트에 (크게 봐서) 속합니다만 아직도 개발이 미진한 구역이 많아서인지 서울 북부 같는 느낌이 드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일산까지의 거리도 매우 멀지만, 느낌상으로는 일산도 금방 갈 것만 같습니다(제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은원이 성이연을 찾아가는 길이 대흥동에서 버스를타고 일산으로 가는 건데, 개발 초기와는 달리 현재는 매우 침체된 분위기인 일산이 목적지라는 점도 그렇고 뭔가 좀 다운되고 약간은 어둡기까지 합니다. 현재 은원은 집을 비워, 자신의 공간을 "은원 없는 은원의 집(p16)"으로 만든 상황, 여튼 기어이 백석역에 도달해 호수공원 근처 약속한 찻집을 찾은 은원. 이미 성이연은 장소에 나와 있습니다. 

은원은 제 생각에 주위 사람들에게 다소 걱정을 끼치는 타입인 듯도 합니다. 연락이 안 되니 한차연은 안달복달하며 걱정할 만도 합니다. 소설 초두는 차연이 은원을 걱정하며 기어이 그 집에까지 와서 부재를 확인하는 장면입니다. 제주도 여행이 기어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었다는 말인가. p91에서 은원의 어머니는 차연에게 전화를 해 그녀만이 해 주었던, 앞으로 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역할을 부탁합니다. 차연의 답은 남자답게 흔쾌하고 단호합니다. 어머니의 전화가 아니었어도 이미 그럴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차연은 성격답게 "무조건 아이스아메리카노(p127)"를 읊습니다. 그러나 은원은 따뜻한 라떼를 마시겠다며 약간은 뜻밖으로 다른 의견(?)을 냅니다. 이 순간 은원은 아마 아아를 마실 수가 아마 없었을 겁니다. 머리 속에 아카이브처럼 기억을 저장해 두는 게 "변태" 짓일까요? 은원이 하필이면 그 말을 꺼낸 걸 갖고 차연 본인도 아니고 밖에서 보는 독자가 뭔가 위화감을 느낄 필요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뭔가 아슬아슬해진다는 예감은 은원이 갖는 것 같습니다. 생리 이야기를 꺼내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며 스스로 겸연쩍어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잔잔한 소통과 약간은 수상쩍은 로맨스가 기대되던 초반의 분위기는 이후 급변합니다. 다소곳이 어느 시인(이름은 진이정이라고 합니다)을 여느때처럼 토의할 것 같던 차연과 은원. 물론 차연은 우리가 눈치챈 대로 시인 같은 토픽을 즐길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상하게도 이때 차연은 은원의 말머리를 급히 자릅니다. 평소답지 않죠. 그런데 은원은 오히려 후련함을 느낍니다. 이 후련함은 감정상의 유쾌함이 아니라, 그저 예감만으로 취급했던 불안, 불길 같은 게 여튼 현실임을 깨닫고 느끼는 시원섭섭, 허탈, 체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은원의 운명은 급하게 진로를 잡는데... 남 보기엔 날벼락이겠으나 은원 같은 이가 그리 충동적으로 뭘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집착이 문제였어요. 관계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었지요.(p204)" 소현정과 이인태 부부는 둘 다 전문의입니다. 기술, 특정 순간과 상황에서 그들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특정 기술에 대해 이해를 갖춘 사람들입니다. 초4인 딸 서인이가 크게 다쳤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가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천공렬 회장이 제안한 놀라운 내용, 유전자 복제를 통해 예전의 딸을 다시 만나라는 게 차분한 이성으로 그 당부가 판단되지 않는다는 다소의 회한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배반당했고, CL바이오 측은 다른 속셈을 감추고 있었던 거죠. 차연은 이미 기술의 위험함을 감지했었으나 다만 현정 부부가 내적으로 어떻게 그 정도의 단단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궁금했을 뿐입니다.  

p244에 다시 언급되는 마포구 대흥동은 은원이 다니는 회사 소재지입니다. 차연은 기어이 은원과 다시 연락이 되었고 전화로 접촉이 된지 40분만에 은원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상황이 잠시 fade-out되고, 이제까지 oo로 알았던 ooo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차연의 목에 칼을 들이댑니다.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 어디쯤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끌려간 차연과 은원은 거기서 ooo와 ooo를 만납니다. 심하게 구타까지 당한 듯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다소 생뚱맞은 상황에서 oo은 oo에게 고백 비슷한 걸 합니다! 물론 oo의 생각이 뭐였는지 정도야 우리 독자들이 진즉에 다 눈치챘습니다만 그 상황과 시점이 생뚱맞다는 겁니다. 다만 은원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여전히 아리송한데... 이제 차연과 은원은 천 회장의 비정하고 위선적인 표백을 들으며 그와 맞서는데 다만 이 와중에 약간은 낯설어진 모습을 은원에게서 차연은 느낍니다. 막판까지 결말이 과연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되어 더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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