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학교, 학생이 주도하는 교실
이보람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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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자신의 이상과 포부를 마음 놓고 펼치는 인재로 자라나려면, 아마도 그 학교는 교사나 그 외 당국자보다는 학생 본인이 교육 커리큘럼 중 상당 부분을 주도하는 시스템이라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소질을 뽐내며 잠재력대로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은 어른들이 상상해 봐도 매우 뿌듯합니다. 물론 희망과 비전이란 그의 참된 포텐셜에 합당한 내용이라야 하며 터무니없는 욕심이나 환상에 기반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거품이 안 낀 바른 미래상도 결국은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서야 자리할 수 있는 것이며 이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라도 학생의 권리 보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과거처럼 일정 지식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p60을 보면 교사는 학생이 해 놓은 과제, 성취를 좀 더 다듬는, 주도가 아닌 보조 역할에 그칩니다. 책의 설명을 보면, 학생이 제출한 계획서(자기배움 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국가 수준의 교과 과정과 접점을 찾은 다음, 이를 교사 수준에서 체계화한 교육 과정으로 정립한다고 나옵니다. p61 하단에 그 예시 문서가 나오는데, 관심 있는 교사분들은 확대 인쇄해서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p101을 보면 IB라는 게 설명됩니다. 국제공인교육과정이라고 번역되는데, 원어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입니다. 원래 프랑스의 대학 학부 입학 자격 시험 바카로레아도 석사 학위자를 뜻하는 bachelor하고 그 어원만큼은 같습니다. 이런 교육과정은, 앞으로 전개될 세계는 불확실성, 변동성, 복잡성, 모호성 등으로 특징지워지니 만큼, 어떤 기계화하고 정형화한 지식만 장착해서는 변화의 추세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는 진단을 전제로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느닷 자신 앞에 전개되는 상황에 침착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되, 무작위나 충동, 운에 맡기는 요행 심리가 아닌 시스템적인 사고를 갖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IB는 이런 자질을 학생들에게 함양하는 모범적인 커리를 제시합니다. 

p120에는 지철이와 규빈이(아마도 둘 다 가명이겠지만)의 우화, 사례가 나옵니다. 투표를 하는데 여학생줄과 남학생 줄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 줄이 더 빠르게 줄어서, 일부 남학생들이 볼평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선생님이 지철이에게 의견을 물으니 얘는 그저 웃으면서 자기 줄에서 묵묵히 기다리더라는 것입니다. 착한 학생이죠. 그런데 선생님은 약간 걱정이 들더라고 하네요. 분명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지철이는 상황을 개선할 생각보다는 무기력한 순응을 선택한 것 아닌가. 글 말미에도 나오지만 지철이가 꼭 잘못이라는 건 아닙니다. 이런 학생들이 일선에서는 대부분이고 또 기존의 커리큘럼에서는 이런 모범생으로의 교육을 지향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효율을 찾을 수 없을 때, 부조리를 과감하게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거나, 찾으려 노력하는 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물론 어설픈 공명심이나 주목 욕구가 주된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공동체의 앞날을 개선하려는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이 바탕이 되어야만 하죠. 규빈이는 이 이야기 안에서 "남자애들이 여자 줄로 옮겨가서 서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 제안은 여학생들의 편익(현재 혹은 미래의)을 해치는 바도 없고, 남학생들의 편익은 그것대로 증가시키는, 말하자면 파레토 효율을 달성하는 아주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물론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편협한 인간이라면 앞뒤를 따지지도 않고 일단은 구태의연한 성별 장벽을 지키려 들겠지만, 이 사례에서 선생님은 주저없이 "그렇게 해!"라며 승인을 내립니다. 승인을 할 뿐 아니라 규빈이의 유연한 사고를 칭찬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 경우 무질서가 초래되면 안 되므로, 오래 기다린 순서대로 일정 인원만큼만 이동시켜, 두 줄의 끝이 같아지는 선에서만 변동을 허락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이 몸에 밴 학생은, 자신뿐 아니라 모두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친구들을 이끌 줄을 압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TV보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사용하는 세상입니다. 이에 대해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기왕이면 스마트폰을 자기 주도적으로 활용하게끔 지도와 교육을 베푸는 게 낫겠습니다. p140을 보면 "덜 가르치고 더 배우게 하기"란 말이 나오는데, 아이들을 어른이 가르치려 드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의 생각과 결단에 의해 배우게 돕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는 뜻이겠습니다. 아이들은 이 예화(실제)에서 템플릿 폼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들춰 보고, 마음에 드는 걸 써도 되냐며 선생님께 허락을 구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에 맞춰 ppt를 개성적으로 제작하고, 어떤 단계에서는 교사보다도 더 높은 창의력을 발휘하여 기어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학교라기보다 놀이동산에 가까운 곳에서 길러지는 창의력(물론 남에게 보여 주가 위한 가짜나 흉내, 구실, 핑계가 아닌)을 갖춘 인재라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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