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 : 인물편 - 요즘 세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양 대표 철학자 17인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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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신성권 선생님의 <서양 철학사(인물편)>를 읽고 리뷰를 올렸습니다. 지금 이 책은 자매편인 <동양 철학사>인데, 모두 17분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우리 한국 성현들도 여덟 분이 포함되었습니다. 동양 철학은 서양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과 방향성과 깊이를 자랑하며, 우리들도 모두 동양인인 만큼 그 최소한의 내용이라도 공부하여 내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동양 철학의 정수, 핵심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되 그 주창자들을 깊이있게 분석하므로, 이 책만 잘 읽고 공부해도 교양인으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에도 골든 룰이라 하여 이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p21에서 저자는 "서(恕)"의 개념을 소개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나와 같이 생각하라"는 게 그 핵심이라고 요약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이를 절묘하게 <장자>의 해조(海鳥) 이야기와 연결시켜, 동물조차도 그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유리한 환경에서도 죽어버리는 이치를 설명합니다. 내가 아무리 상대를 생각하여 그런 행동을 했더라도, 상대가 그 호의를 마뜩지 않게 여긴다면 이는 내가 그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맹자는 공자-증자-자사로 이어지는 유가 적통의 대현인입니다. 그런데도 p35를 보면 이른바 폭군 방벌론을 주장하여 한때 문묘에서 초상화와 글이 제거되었다고 나옵니다. 당시에는 저런 주장이 불온시되기도 했겠으나, 민주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눈으로 다시 보면 차라리 시대를 앞서 간 혁신의 사상가가 아닐까 싶게, 그 기개와 정의감이 새삼 위대하기까지 느껴집니다. p37을 보면 '하늘이 장차 큰 일을 맡기려는 인재에게 의도적으로 곤궁과 시련을 부과한다"는 고자장의 구절,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 苦其筋骨, 餓其體膚 窮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是故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이라는 유명한 문장이 나옵니다. 

p50을 보면 노자의 가르침에 대해 우리가 갖는 선입견과는 달리, 원래는 제왕의 통치술에 관한 저술이 <도덕경>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무위이치(無爲而治. p56)라든가 소국과민(小國寡民. p59) 같은 구절을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또 도가 자체와, 현세지향적 종교였던 도교를 구분해야 하며, 사람들이 그 각자 태어난 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도록 도울 뿐 어떤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가 본연의 가르침을 유가와 선명히 대비시킵니다. 

법가는 현실이고 유가는 이상인데, 어째서 유가인 순자 밑에서 법가인 한비자가 나왔는가? 이런 의문이 누구에게나 들 만합니다. p85 이하에서 저자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순자의 독특한 입장, 한비자 사상의 도가 상통성을 들며 이 두 사람이 원래부터 잘 맞는 성향이었음을 시사합니다. 한비자는 너무나 현명했기에 이사(李斯)에 의해 참소(p86)당했지만, 이사 역시 환관 조고에 의해 비참하게 죽었으므로 너무 애달파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천도가 본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한편 p89 이하에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심원한 불교 사상이 등장합니다. 해탈과 열반, 고집멸도의 사성제, 12연기설 등이 설명되는데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심오하면서도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어 신라 시대의 고승인 원효 스님의 사상이 설명되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해골물의 가르침, 정토(靜土) 사상, 화쟁과 일심 등 그의 사상 정수들이 알기 쉽게 이해됩니다. p115에 나오듯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자체는 馬鳴(마명) 대사가 지은 경전인데, 이에 주석을 단 분이 7세기의 원효이며 그 책이 <대승기신론소(疏)>입니다. 동아시아 전체에서 명저로 통했다고 하니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이어, 지금까지도 한국 불교의 대종을 이루는 조계종의 창시자 지눌 스님이 설명됩니다. 

주자는 유학에 불교적 형이상학을 접목시켜 그 철학적 깊이를 더한, 공자 이후 거의 이천년 만에 등장한 대학자입니다. 저자는 서양 플라톤 철학에서 현실과 이데아가 대립하는 이원론 요소를 지적하며, 주자학에서도 理(이)와 기(氣)가 대립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지적합니다. 주자 역시 다른 유학자처럼 거경(居敬)과 궁리(窮理)라는 두 가지 방법론을 강조했다(p136)고 합니다. 한국에서 이 주자학을 받아들여 대성시킨 유학자가 이황, 이이인데, 퇴계는 주리론이라서 기(氣)를 천하다(p144)고 본 반면, 구도장원공 이이는 기발이승일도설(p173)을 주장하여 둘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북인의 태두인 남명 조식은 과단성 있는 행동가(p165)로 평가받으며, 애민정신으로 유명한 18세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원시 유학(p189)의 질박함을 복구하여 국태민안을 위정자들이 추구할 것을 주창했습니다. 

무려 1000권의 책을 써서(p197) 한국형 경험론의 토대를 놓은 최한기의 업적은 <명남루총서>에 잘 나옵니다. 수운 최제우는 한국형 종교인 동학(p209)을 창시하여 농민들을 각성시켰는데 20세기 들어 3대 교주 손병희의 손에 의해 천도교로 정립됩니다. 이렇게 동양의 철학 거인들, 그 중에서도 한국이 낳은 사상가들의 행적을 공부하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바르게 사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한 대성현들의 가르침을 읽으니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초보자도 쉽게 접근하도록 잘 읽히는 문장이 최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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