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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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주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경영하는 작은 다방 '흑조'에 앉아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 비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던 연주는 고보시절 화마에 휘말렸었다. 때문에 이따금씩 찾아오는 고통은 그녀를 힘들게 된다. 아버지는 온천에 다녀올 것을 권유했다. 그녀를 챙기는 수행원과 부산으로 향한다.

부산을 향하는 여정 중에 연주가 마주하는 기이한 일들이 세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맞게 된다.

일본인이 키우던 개를 여우가 물고 갔다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조선인이 개를 먹은 것은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고개를 들기도 했다. 연주는 꿈에서 여우가 의뢰를 했다고 하며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꽤 부자이다. 게다가 제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사람이다. 망설임 없이 창씨개명을 했으며, 제가 먼저 나라를 팔아먹지 못해 원통하다고 말하는 이른바 못된 놈(?)이다. 그에 반에 연주는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것 같다. 어쩌면 병마 때문이기도 하고, 창백한 하며 무표정한 모습이 그런 분위기를 뿜어내는 것 같다. 게다가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라는 제목 자체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찌보면 연주가 사건을 풀어나가고, 그녀에게 기이한 이야기를 하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그녀가 이야기를 남에게 청하는 느낌이 든다. 연주가 거만하지 않고 배려심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상한 것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p.71)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나는 늘상 헛다리 짚는 쪽이었다. 그만큼 읽었으면 범인을 예측할수도 있을텐데, 그냥 흘러가는 물에 몸을 맡기듯, 책을 읽는데, 요즘 들어서 촉이 오는 것 같다. 물론, 이유를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뭔가 이상해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상한 것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연주는 누군가에겐 속마음을 꼭꼭 숨기고 살아야만 하는 이런 세상에 정말 달갑지 않은 존재일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녀의 등장이 매우 흥미롭다. 처음에는 열린 결말처럼 생각되었지만, 아무래도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 아직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으니, "마담 흑조"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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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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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의 나와 우주
스티븐 호킹.루시 호킹 지음, 신리 그림, 최지원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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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의 우주 과학자 "스티븐 호킹". 그는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한계를 극복해 낸 인물이기도 하다. 어떤 장애도 그의 지적 호기심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가 루게릭 병으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 어떤 사람보다도 훌륭하게 우주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었다. 사실 광활한 우주 속 지구는 정말 작은 존재이다. 그 안의 인간들을 또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아웅다웅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른들이 너무나도 좁은 시야 때문에 아이들의 가능성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밤하늘을 바라보면 무한히 펼쳐진 우주가 보인다. 별들이 쏟아질 것만 같다. 저 많은 별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나도 어릴적에는 그저 "와~ 별들이 많다" 정도였는데, 가끔 밤하늘을 쳐다보며 많은 생각들을 한다. 아이들에게 그런 밤하늘을 보여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일 것 같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주는 텅 빈 공간에 불과해

블랙홀이 있는지, 우주에는 별이 몇개가 있는지, 외계인은 있는지, 시간 여행은 가능한지, 우주는 얼마나 큰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스티븐 호킹은 물론 이 책은 꿈을 키우며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을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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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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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백 투더 퓨처"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전으로 돌아가는.. 물론 속편으로 제작된 이야기는 30년후로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과연 30년 후의 세상엔 그런 일들이 생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아니, 30년 뒤의 세상을 생각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2015년은 벌써 과거 속으로 지나갔고, 꼭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많이 현실화 되고는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도, '과연 올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올 수도 있는 시대 일지도 모른다. 우선 머리에는 '버디'라는 전도성 문신을 새긴다. 버디는 뇌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확장된 두뇌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이걸 잘 이해 못했는데, 컴퓨터의 외장형 하드라고 보면 되려나. 그런데, 이 버디는 비서이자, 몸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소설 내용을 읽다보면 굳이 다른이들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심심치는 않겠다라는 느낌이 든다. 두번째는 '장기 임플란트'이다. 장기를 하나씩 임플란트로 갈아끼우며 영원히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돈만 충분히 있으면 말이다. 누진 0~2단계까지는 보험이 적용되어 저럼한 편이지만, 3단계가 되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유온의 직업은 '가애'다. 임플란트 장기 유지 비용 때문에 죽음을 목전에 둔 이에게 마지막 연인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들이 죽으면 유산을 얻어내는 것이다. 주로 가애들은 가족이 없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이 많은 사람들을 찾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연인과 함께 하기 때문에 행복할까. 상대방의 의도를 알고는 있을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온은 정기검진을 받고 '뉴진 3단계'를 통보받게 되었다.

"100년의 기억을 가진 트랜스휴머들의 짧은 러브 스토리"라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제목을 봤을 때는 - 그리고 표지만 봐도 - 어떤 애틋한 연인들을 다룬 러브스토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소설 내용은 제목과 맞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오히려 내 심장이 멈추는 시간을 알게되면 나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그 죽음을 어떻게 맞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과 별다르지 않을 것 같다. 장기 임플란트의 구독료를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죽음과 충분한 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연장하지 않는 방법은 지금과 별반 다를게 없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이제 제목의 의미가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것도 같다.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비록 그것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가애'의 다른 이름이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이지 않을까.

작가의 말을 보면 어떤 질문에 대해서 답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유온의 입장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도 만약 이 책을 2년전에 읽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인생의 매우 큰 변곡점이었던 2023년. 마치 누진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온 유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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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성향은 다르다.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하는 건 신념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인 건 신념이다. 죽은 아이를 잊지 못하는 건 성향이다. 신념은 설득할 수 있지만, 성향은 설득할 수 없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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