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정원의 살인 한국추리문학선 22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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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조성된 교와 포레스트 마을. 정화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던 다소니 연못이 좋았다. 허나, 2년전 한 아이가 올챙이를 잡겠다고 연못에 들어갔다가 이끼에 미끄러지면서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아이의 부모가 민원을 제기했고, 연못에 물을 빼버렸다. 그후로 들리던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이 곳으로 이사온 데 다소니 연못이 한 몫을 했고, 아이가 자연과 더불어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정화는 민원을 제기해 연못에 물을 채우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기에 물을 채우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대립을 하면서 교와 포레스트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 지금은 조금 유명세가 떨어지긴 했지만, 잘생긴 외모의 연예인 강우혁이 이사오게 되었다. 그의 팬클럽이 결성되면서 주부들의 일탈이 시작되면서 마을의 균열을 가정의 균열로 이어지게 된다.

갑작스런 정화의 투신자살, 강우혁 살인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교와 포레스트에 형사들이 드나들며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딘가에 목격자가 나올 것 같은데, 심증은 있으나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형사들은 난항을 겪게된다. 도대체 그들은 왜 침묵을 하는가.

이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켄 렉스 맥엘로이 사건'. 켄은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마을의 무법자였다.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풀려나와 사람들을 괴롭혔다. 어느날, 그는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인근에 모여있던 60여명의 사람들이 목격을 했으나 경찰조사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검색해봤더니 정말로 실제 사건이었다. 바로 이것을 "침묵의 유대"라고 한다. 불합리한 사법 체계에 환멸을 느낀 주민들이 범죄자와 법에 맞서 직접 보복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살인은 어느 경우에나 정당화 될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간혹 더 나은 이익을 위해 잠시 침묵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켄 렉스 맥엘로이 사건'이 그랬고, 우연찮게 바로 전에 읽었던 < 침묵의 퍼레이드 >도 그런 경우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들은 불합리한 사법체계에 맞서는 것이었다고 하면 이 < 개구리 정원의 살인 >은 그 이유보다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것에 침묵을 할 것인가. 불법에 맞설것인가, 아니면 탐욕의 편을 들 것인가. 나이가 들수록 삶은 참으로 고달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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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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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 어두운 물 >에서 험한 일을 격었던 방송작가 민시현은 사직서를 내고 강이 없는 시골로 운둔했다. 전편에서 겪은 사건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는게 쉽지 않았다. 웹소설 작가로 변모한 시현은 편집자 이선미와 친구가 된다. 어느날 선미의 권유에 시현은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빨래 숲'으로 고스트 투어를 떠나게 된다. 고투스 투어의 일행은 시현과 선미를 포함한 6명. 그 어떤 생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간 이들 일행은 적당한 자리를 잡고, 짐을 정리한다. 어느 가방에서 떨어진 맥가이버 칼을 집어든 시현은 이상한 환영을 본다. 사이고메트리인 시현은 이것은 망자의 물건임을 확신한다.

무꾸리 윤동욱은 시현보다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자, 오히려 그것을 활용하여 자신을 홍보하는데 사용한다. 어느날 갑자기 도와달라는 전화를 걸러온 시현. 그녀의 통화 속에 잡음이 섞여 들리는 것에 무언가 위험에 빠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옥도령과 함께 그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된다.

작가의 말을 읽다보면, 아마도 작가는 < 어두운 물 >의 후속작은 처음부터 염두해두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후에 시현과 동욱이 어떻게 지낼까 여러 질문이 떠오르다가 생각해 냈던 것이 바로 수해(樹海)였다고 한다. 사실, 나도 이 이야기를 읽다가 물도 나왔고, 깊은 숲도 나왔으니 다음번 장소는 어디가 어울릴까 생각하면서 이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시현과 동욱 더불어 옥도령의 활약을 여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작가님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이나 숲인 자연환경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건에서 두 사람이 활약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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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물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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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작가들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건우 작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런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나는 작가의 말이나 역자후기는 잘 읽지는 않는 편인데, 전건우 작가는 "작가의 말"을 쓰는 걸 무지 좋아한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의 말을 통해 독자에게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20여 년 전, 계곡물에 빠진 친구를 구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수영 초보였던 작가를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받았다는 것이다. 그분들이야말로 우리에게 호러작가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아닌가 싶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 "비밀과 거짓말"팀으로 걸려온 익명의 제보 전화. 현천강에 낚시를 온 남녀 4명이 빠졌는데, 2명은 구했지만 2명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그 곳에 수괴(水鬼)때문이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작가 민시현은 사이코메트리이다. 강근처에서 피붇은 흰 댕기를 집어들었다. 거기서 느낀 기묘한 장면. 누군가 어떤 여인을 죽이는 장면이었다. 정신이 번적 뜬 시현은 인터뷰 하나를 해오라는 선배의 말에 따라 마을로 가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 아까 댕기를 만졌을때 보았던 영상 속에서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분명하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메인작가가 살해된채 발견된 것이다.

귀신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물귀신이라고 한다. 재난중에서도 물에 의한 재난이 가장 무섭기도 한 것 같다. 여름철이 오면 폭우 때문에 물이 넘쳐서 일어나는 사고를 종종 봐왔다. 조용히 재빠르게 밀려오는 물처럼 그렇게 물귀신의 저주가 서린 사건이 휘몰아치게 된다. 이제사 생각해보면 한 번 잡으면 놓치 않는 것을 이야기할때 '물귀신이냐'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것처럼 귀신 중에서 제일 강한게 물귀신이어서 그런가보다.

가장 어두운 물은 인간의 마음이라고. 아무리 어두워도 물 속은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결코 그러지 못한다고, 그리하여 그런 마음이 귀신도 만들어 내고 저주도 만들어 낸다고(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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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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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첫 선을 보인 것은 2005년이다. 20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초역되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어린이 책 시리즈 '미스터리 랜드'에서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등장인물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점에서 아동문학이라고 해도 되지만, 내용으로 판단하면 아동문학이라고 보기 힘들 것 같다. 게다가 20년째 회자되는 전설의 문제작이라고 할만큼 결말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250여페이지의 글인데도 마지막 결말을 보고서도 혼란스럽다. 과연 어떻게 결론을 내야 옳은 것일까. 속편 < 안녕, 신 >도 있다니, 그 책을 읽어보면 결말이 더 확연해질까?

요시오는 생일때마다 케잌의 초가 꼭 하나씩은 꺼지지 않는 것이 의문이다. 날짜를 잘못 알았을까. 한번에 끄기 힘들어서 그런 것일까. 도무지 알수가 없다. 요즘 요시오네 동네에는 '고양이 학살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요시오가 좋아하는 미치루가 돌보던 길고양이 마저 잔혹하게 학살되었다. 요시오는 친구들과 '하마다 탐정단' 소속이다. 절친인 히데키로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리더인 다카시는 한동네 사는 친구들로만 팀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탐정단 기지도 어느 누구에게도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엄한(?) 규칙이 있다. 어느날 자신을 신이라고 한 스즈키가 고양이 학살 사건의 범인을 알려주자 그것을 기반으로 탐정단은 수사에 착수한다. 탐정단이 은밀히 주고받는 이야기에 대해서 히데키가 요시오에게 물어봤지만, 요시오는 약속 때문에 말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히데키에게 기지가 노출이 되었고, 기지에서 히데키가 사망한채 아이들에게 발견된다. 절친인 히데키의 죽음에 요시오는 충격을 받았고, 범인에게 천벌을 내려달라고 한다. 공교롭게 눈앞에서 천벌을 받게되는 장면을 요시오는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는다. 일본 소설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안 보일 지경이다. 다른 작품들도 이 이야기와도 비슷한 스타일일까, 작가도 오래도록 결말에 대해 끊이지 않는 논쟁을 할꺼라 생각했을까 싶다. 후속편이 꽤 기다려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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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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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옛말이 다 옳지만은 않지만, 할머니와 엄마는 그 말을 믿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4월이면 온 동네에 복숭아 꽃이 피는 도자마을에서 살았다. 혼담이 오고가는 중에 집안에서 반대하던 아빠와 서울로 도망쳐 결혼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10년도 못되서 돌아가시고 엄마는 종일 일해야 했다. 수민과 동민은 도자마을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외할머니는 참으로 무서웠다. 그런 동민에게 위로가 된 것은 서울서 전학온 운영이었다. 타지인들 만나면 입에 오르내린다고 운영을 만나지 말라고 했고, 할머니가 반대하면 그 끝이 좋지 않았기에 엄마도 그 말을 따랐다. 어느 겨울날 썰매를 타던 운영과 동민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그 일로 할머니는 엄하게 다그치며 동민과 수민을 서울로 올려보냈다. 집안의 반대에도 조용히 운영과 동민은 사랑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미래가 없는 사이'는 그만두는게 맞다며 운영은 미국으로 떠나며 동민의 첫사랑은 끝나 버렸다.

첫사랑 이야기는 이제는 너무 진부하지 않을까라고 할수도 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과 어쩌면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지난날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시골 마을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어느날 문득 노을진 하늘을 보면서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나온 날의 아쉬움도 있었고, 혼자만이 간직하고 싶은 사연도 있다. 뚜벅뚜벅 걸아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추억의 길 위에는 나만의 사연들이 있어서 가끔 뒤돌아 보면서 당시의 날들을 마주하기도 하다. 이 소설은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그런 느낌이다. 아련해지기만 하는 그런 기억속에서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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