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평점 :
이 책은 음식물을 통해 영화를 기억하는 독특한 시선의 무비 에세이이다. 다만, 예전에는 영화를 많이 봤지만, 요즘에는 그다지 영화보다는 책을 읽는 편이라 낯선 영화들도 있고, 오래전에 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 영화도 있어서, 전부다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증에 영화를 볼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 여러가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욕망과 허기」, 「권력과 기만」, 「불안과 위로」, 「공감과 우정」의 4분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 중에서 특히,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E.T."가 매우 반가웠다. 어린 시절 꽤 유행하던 ET는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다. 머리는 식빵처럼 생긴데다가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던 터라, 인형이 집에 있었는데 별로 정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후에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꽤 예뻐했던 것 같다. 식물채집을 위해 지구로 온 외계인 식물학자. 외계인의 낌새를 알아챈 미국 정부 요원들이 들어닥치니 우주선은 황급히 떠나면서 이티 한명(?)만을 남겨두고 말았다. ET와 우정을 나누게 된 엘리엇이 그를 유인하기 위해 초콜릿을 사용하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고 한참 후에야 TV를 통해서 본 것 같은데, 자전거를 타고 보름달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손가락을 마주대는 장면 정도만 기억이 나는데, 다시 한번 영화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최근에 본 영화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왕과 사는 남자"였다. 개봉한지 며칠만에 보긴 했는데, 그 후로도 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었던 영화였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나서 세상을 등졌던 단종의 애틋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마치 단종이 살아돌아온 듯한 박지훈 배우의 눈망울도 큰 역할을 했고,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던 충신 엄흥도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혁혁한 공을 세우지 않았을까. 식사를 거부했던 단종은 그래도 자신을 위해 정성들여 만든 백성들의 밥상을 받게 된다. 아무리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유배를 왔더라도, 백성들과 그렇게 한상에서 정겹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셨을까도 싶지만, 그래서도 더욱더 애틋해 보이지 않았을까 했다. 당시는 임진왜란 전이라 고추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빨간 고춧가루가 없기에 빨간색이 깃들지 않은 밥상에 굳이 '뱀이 많은 곳에서 잡은' 산딸기를 올린 것이 아닐까라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저자가 더 주목을 했던 건 아무래도 '사약'인 것 같다. 이 부분의 제목은 "죽음을 위한 음식, 사약"이니 말이다. 죽을 사(死)자가 아닌 내릴 사(賜)자를 쓰는, 말하자면 선택 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죽음의 음식이 사약이었다.(p.372) 마지막의 순간까지 품위를 지켜준다는 명분으로 내려주는 사약이라는 것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한그릇 마시고 나면 금새 죽는 그런 음식(?)은 아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