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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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나는 이 책의 부제가 참 맘에 들었다. 법은 정말로 우리를 보호하고 있을까. 법은 일부 사람들만 보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여전이 지배적이다. 요즘엔 더욱더 그런것 같다.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온전히 단단한 벽에 마주해 좌절하지만, 법을 아는 사람들을 교묘하게 법을 피해 온갖 못된 짓을 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법을 만지는 특권을 가진자들이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을때, 그 여파는 상상도 못할 결과를 가지고 올 것 같다. 앞으로 철저하게 그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가장 법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 아닌가 싶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을 정조의 침해를 입은 '피해자'로 접근하지 않고, '정조를 잃은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정조를 강조하면서도 정조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물었다. (p.162)

이게 뭔 소리인지 분개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예전부터 잘못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더욱더 분개하게 만든다. 왜 우리는 딸들에게 '위험하니 일찍 다녀라, 옷차림을 조신하게 하라' 말하는가.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 '너는 왜 피해자답지 않느냐, 왜 늦게 다녔느냐, 왜 그렇게 짧은 옷을 입었느냐'라며 질책한다. 피해를 입은 사실만으로도 힘든데, 왜 질책을 하느냐 말이다. 1964년 19살이던 한 여성이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혀가 절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한때 영화의 한 소재로 되었던 적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그 여성이 이 남성에게 가한 가해가 아니었다면 어떤 몹쓸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판결은 '강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상황에서 강제로 키스하는 남성의 혀를 깨무는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는 위법한 행위이자, 처벌되는 행위'라는 요지를 담고 있다. '혈기 왕성한 젊은 남성의 당연한 호감, 구애 행위가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사고방식이 팽배했다는 것이 정말로 치를 떨게 만든다. 56년이 지나서야 재심 결정이 나고 검사가 무죄를 구형했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최종 선고는 나지 않았지만, 무죄가 확실하지 않을까.

"지금도 틀렸지만, 그때도 틀렸다." 혹자는 그때의 정서가 그랬다라고 할수도 있지만 그때부터 정서 자체가 잘못되었다. 고쳐져야 한다. 요즘에는 이성교제를 정말로 맘놓고 할 수 있는 경우도 꽤 드문시대에 살고 있다. 얼마중에도 교제중인 여성을 살인한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다. 왜 교제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을까. 이 책에 언급된 사건들의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자칫 남성들은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들로 인식이 되는 것은 안된다. 모든 사람들은 법정 안이든 바깥이든 보호받아야 하고, 법은 특정인들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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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갈 거야
정규환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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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속도로 이 도시를 살아가는 어느 시티보이의 일상 감각"이라는 말로 이 에세이를 선택했던 거였는데... 어떤 속도였는지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아.. 남자친구가 있는 남성의 이야기이다. 책표지에 "퀴어 시티보이"라는 단어가 등장을 했다. 사실.. 책을 읽다가 남자친구와의 옷장을 합쳤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뭐지?'한건 사실이다. 그제서야 아... 지은이가 동성애자였구나를 알게 되었다. 지금보니 프롤로그에도 자신의 동반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말을 그저 무심하게 지나쳤었구나... "자기만의 속도"라는 말을 그제서야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 나는 그렇게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에 대해 비호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호감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아마도 어렸을 적에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장담을 못하지만(사실, 별 생각이 없었겠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유해졌다고나 할까(아닌가? 그냥 타협하는 것일까.) 동성에 더 호감을 갖는 것, 수술을 통해서라도 성을 바꾸는 것등은 개인적인 문제겠지, 타인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사회에서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직 좀...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저자도 동반자와 혼인신고를 했지만 '불수리'처리가 되었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아직 사회가 법적으로 허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해달라는 소송은... 좀..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이기는 그렇다. 또한, 요즘 언급되고 있는 '오늘 기분이 여자이니 내 성은 여자이다(맞나?)'라며 여성의 대우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원래부터 여성인 사람들에겐 좀... 당황...^^;; 어쨌든 내 생각은 그렇다. 누구를 사랑하느냐, 자신의 성정체성이 어떻다라는 것은 본인의 자유겠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일도 좀 자제를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이 책에도 언급도 되어 있지만 과거 한 영화감독의 동성 결혼식에 오물을 던지며 "동성애의 물결을 막겠다"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이 사람의 행동도 이해를 못하겠구만...

때로는 삶을 살아갈 때 "자기만의 속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만의 속도를 가질때, 독불장군처럼 나아가면 안된다고 본다. 혼자사는 세상이 아닌데,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인데 말이다. 생태계에서는 생태적 지위(먹이, 서식지 등등)가 같은 다른 종들의 개체들은 "분서"라는 방법으로 생활터전을 분할하여 다툼을 최소화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심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종은 왜 오만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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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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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간만에 읽는 조 올로클린 시리즈이다. 2022년 1월에 < 나를 쳐다보지 마 >를 읽고 나서 후속작을 드디어 만났다. 줄리안이 수술 합병증으로 떠난지 16개월이 지났다. 딸 찰리는 대학으로 진학했고, 에마는 조와 함께 생활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조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곁을 지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서 병원을 찾은 조는 '어머니'가 아닌 '아내'라고 주장하는 다른 여성이 눈앞에 서 있다. 조는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의 이미지, 즉 고상하고 정직한 영국 신사이면서 늘 한결같고, 보수적인 그 분의 인생이 낯설어지고 있다.

"디 아더 와이프"가 등장하자마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요즘에 갑자기 내 알고리즘은 뜬금없이 이 책을 읽는 이즈음에 이르러 영국왕실 이야기가 뜨는지.. 지금은 결혼은 했지만, 찰스국왕과 카밀라 왕비의 과거 이야기나, 여기 등장하는 올리비아나... 게다가 어쩌다 이 책 배경은 또 영국인지.. 조는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에 당황하고, 나는 일관된 "디 아더 와이프"의 모습에 당황보다는 짜증이 나고...

피해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수사에 참여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어쩌면 그것은 아들로서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봄모습이 더 궁금했을 터였다. 또한 아직 엄마를 잃은 딸의 마음도 헤아려야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내와 헤어진 후 가족들이 사는 집앞에서 묵묵히 그들을 지켰던 조가 생각났었기에, 지금의 가족으로 인한 그의 복잡한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근데, 작가도 참 못됐다. 아내를 잃고 아직 그것을 받아들이기도 너무 힘든 시점에 주인공인 조를 이렇게 흔들어 놓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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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르의 거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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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치넨 미키토의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5권정도 읽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치넨 미키토의 소설이 맞는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작가가 도전한 "첫 호러 미스터리"라 그런지 그동안 읽었던 작가의 이야기와 결이 달라 보인다. 그동안 좀 순한맛으로만 읽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스산한 공포와 함께 '미스터리 독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설정, 예상을 뒤엎는 전개, 그 모든 의심이 해소되는 충격의 반전까지'라는 설명에 걸맞는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황천의 숲.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 사이에서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이 산은 결코 들어가서는 안되는 성역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리조트 공사가 진행되었고, 작업 인부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과 의사인 아카네는 7년전 가족을 모두 잃었다. 아니 사라졌다. 마치 일상생활을 하듯 본가에는 저녁식사가 차려졌고, 뉴스가 흘러나오는 상태였다. 연기처럼 가족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언니의 약혹녀였던 오코노기는 수색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아카네를 찾아온 것이었다. 어쩌면 이 사건이 아카네 가족 실종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지 않을까에서였다. 하지만, 인부들이 머물던 컨테이너에 상황을 본다면 '불곰'에게 희생된 것이 아닌가 싶다. 수색에 참여했던 사냥꾼 가지와 오코노기는 불곰 서식지에서 희생당한 인부들의 시신을 찾아냈고, 아카네는 부검에 참여한다. 불곰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불곰때문이 아닌 의문의 상처도 확인이 된다. 게다가 어둠속에서 희미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는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불곰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판다의 귀여운 외모 때문일까. 판다도 맹수에 속하기는 하지만 요즘 부쩍 곰에 대한 생각이 매우 유해지긴 했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나오는 불곰이 사람을 헤치는 것에 대해서 꽤 많이 놀라웠다. 그런데 실제로 훗카이도에서는 민가까지 내려오는 불곰들을 종종 있다고 한다. 게다가 크기도 엄청 큰 불곰마저 가볍게 처리해버리는 무언가가 있다. 금기의 땅이라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숲, 보이지 않는 미지의 정체, 그리고 조용히 사라지는 수색대원들... 글로만 읽는데도 그 숲가운데 홀로 서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흡입력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다. 정신없이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을 때 비로소 마주하는 충격의 반전은... 정말 치넨 미키도가 대단한 작가라는데 한치의 의심도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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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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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고다이 쓰토무가 시작하는 새로운 시리즈.

그런데, 고다이는 이미 < 백조와 박쥐 >에서 한번 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은 살짝만 등장했고 눈길을 끌지 못했다고 했다. 예전 리뷰를 찾아봐도 형사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나보다. 하지만, 이 책 < 가공범 >에서는 '고다이 쓰토무'가 마음껏 제 기량을 발휘하는 이야기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 이야기가 고다이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명 정치인 도도 부부의 저택이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진화되고 부부는 사망한채 발견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이지만, 타살의 정황이 명백해 보인다. 고다이는 피해자의 인간관계를 담당하는 참고인 조사반에 포함되었고, 생활안전과 야마오 형사와 팀을 이루게 되어 탐문에 나선다.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때, 범인으로부터 협박 편지가 도착하며 가닥을 잡기 시작한다. 편지가 우체국 소인이 찍힌 곳으로 형사들을 파견하고, 도도의 태블릿에서 발송된 메일이 또 다시 도착하자 시간을 끌며 범인의 위치를 찾는데 집중을 한다. 그런데, 고다이는 다른 방향에서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 사건은 현실의 문제가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묶여 있던 매듭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들의 과거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상부에서는 정치인이 살해되는 사건이었기에, 의심이 되는 용의자를 서둘러 체포하게 된다. 하지만, 용의자는 마치 누군가를 감싸고 있다. 마치, 자신을 가공범으로 내세우며 수사의 혼선을 주게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 될까.

처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었을 때는 정신없이 그 매력에 빠져들었었다. 그러다가 주춤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그동안의 의리 때문에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읽기는 읽었는데, 어쩐지 고구마를 100개쯤은 먹은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답답함이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좀 멀리 했었드랬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랄까. 이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읽게 되서 예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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