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백 - 슬픔마저도
민도연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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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채 병실에서 깨어난 '나'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내 앞에는 심리 상담사가 있다. 어떤 충격으로 인해 당신의 기억이 사라졌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심스레 떠오르는 기억을 찾아보라고 말이다. 이미 한번 기억을 잘 찾아가다가 다시 기억을 잃었기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상담사의 도움으로 조금씩 기억을 떠오른다. 내 이름은 '김동현'. 아내 지은정과 딸 수아가 있었다. 아내는 회사 회장인 정순철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정순철을 유혹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정순철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항의하는 동현은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함께 역고소 당했다. 재력가인 정순철은 판사와 검사까지 매수하여 재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했고, 궁지에 몰렸던 아내는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러면 남은 것은 하나, 내가 그들을 응징하면 된다. 동현은 정순철은 물론 당시 재판에 참여했던 판사와 검사를 납치해서 스스로 응징하려 한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그들은 알고 정당하게 수사를 하고 판결을 하는가. 사법부의 판결은 이미 신뢰를 잃고 있다. 누가 그 법원의 판단을 믿겠는가. 게다가 범죄자들에게 내려지는 판결은 너무나도 가볍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런 현실은 우리에게 사적복수를 응원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동현이 한번 기억을 모조리 잃었던 적이 있어서 중간에 다시 기억을 잃을까 걱정스러웠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너무 시간이 없었다. 곧바로 추적이 시작되면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현과 함께 하던 시간들이 결말로 향하는 어느 순간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 길에서 만난 결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응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내와 딸을 잃은 그 절망감, 고통, 슬픔을 온전히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알겠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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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여자 - 세 가지 질문에 답을 맞혀야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
김태경 지음 / 매직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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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봐선 자기 계발서 같았다. 하지만 아니다. 엄연히 소설이다. 문화부 기자 출신인 성혁. 그는 상사와 불화로 사표를 던져버리고 나와서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후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성혁도 나름 많은 뮤지컬을 보고 있다고는 하나, 뮤덕들을 당해낼 수는 없다. 그들만의 용어는 물론, n차 관람까지.. 뮤지컬이나 연극을 아주 가끔 보기는 하나 뮤덕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지만, 그 현장감은 어느정도 알고는 있다. 비싼 관람료까지 지불하며(뮤지컬은 정말 비싸다) n차 관람은 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뭔들 못하리.. 그나마 광적으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읽지도 않은 책을 우선 구매하고 보자하는 나를 보고도 누군가는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두나의 아버지는 40여년전 극작가로 일을 했었다. 하지만 영준(두나의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아내를 향한 짝사랑, 가정폭력, 두나를 낳다 아내를 죽었다고 두나에게 쏟아지던 욕설, 언니 세나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 환경에서 두나는 마음 둘 곳은 뮤지컬과 연극이었다. 특히나 민우혁 배우를 좋아한다. 그런 두나에게 성혁이 다가온다.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했던 두나가 성혁에게 질문을 던진다. 성혁은 두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을 찾게 된다.

뮤지컬에 거의 아는게 없는 나는 언급되는 뮤지컬 배우들이 다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나도 알만한 배우 이름이 나와서 찾아보니, 여기 나오는 아트홀, 작품, 배우들은 전부다 실제 있는 것들이다. 특히나 홍경인 배우가 출연한다는 "준생"이라는 연극은 꽤 끌린다. 5월에 공연을 한다니 시간을 맞춰서 보러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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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친 위대한 한 컷 - 한 장의 사진 속에 숨어 있는 역사와 삶의 이야기
곽한영 지음 / 니들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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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한장의 사진 속에 숨어 있는 역사와 삶의 이야기"이다. 사진은 그저 단 한 동작, 한 모습만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는 많은 사연이 들어 있다. 표지에 나와 있는 사진의 이야기가 꽤 궁금했었다. 전쟁에 나서는 아빠에게 함께 가자며 손을 내미는 어린 소년. 예비군에 편입되어 있는 아빠는 굳이 전쟁에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끓어 오르는 자부심에 자원입대를 결심했다. 엄마는 남편의 결정을 강하게 반대했다. 예비군 부대로 소집에 응하게 되면 받는 월급보다 자원입대하면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남편의 월급은 아내와 아들의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자원입대했고, 엄마는 용서할수 없었다. 엄마는 파병 행진 배웅 행사에 따라 나서기는 했으나, 조금 뒤쳐진채 걸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아빠를 부르며 손을 뻗었고, 아빠는 아들에게 손을 잡았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이 한장의 사진, 그뒤에 이 이야기의 엔딩은 어떠했을까.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은 "곰을 위한 쓰레기통"이었다. 자연보호를 위해 곰이 쓰레기를 치우나, 왜 쓰레기통이 필요하나 했다. 인적이 드문 산이나 호숫가 공원 같은 곳에 있는 쓰레기통은 예외 없이 쇳덩어리로 만들어져 있고 특이한 손잡이가 달려 있다고 한다. 위쪽 덮개 부분에 손바닥을 위로 한채 손을 넣어 레버를 당겨야 열린다. 이는 머리가 좋은 곰들이 절대로 두껑을 열고 안의 내용물을 뒤질 수 없는 구조라고 한다. 곰의 뼈 구조상 손등이 바닥으로 향하도록 관절을 틀어서 넣는 것은 힘든데, 왜 굳이 이런 것일까. 만약에, 곰이 인간이 남긴 음식에 맛을 들이면 숲을 지나는 여행객에 덤비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결국엔 곰을 위한 쓰레기통이 아니라 인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어쩌면, 애초에 야생의 곰들이 인간을 위협하다 다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곰을 위한 쓰레기통임이 맞다.

사진뿐 만이 아니라, 우리는 늘상 주변의 모습들에 담긴 사연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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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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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고이치는 어릴적부터 남들과 다른 사고와 행동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고등학생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외계인이라 불뤼고, 어른들은 애답지 않다고 한다. 평범하기 위해서 유행가를 여러번 반복해서 듣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서점에서 몰래 잡지를 훔쳐서 한적한 곳에 버려진 자동차에서 몰래 본다. 잡지에는 '가지조' 선생의 만화가 있다. 만화를 보면 아무래도 가지조 선생은 소아성애증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는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이것은 옳지 않은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던 어느날, 고이치는 서점에서 잡지를 훔치다 걸리고 만다. 보호자를 부르라는 말에 고민하다가 담임선생님을 부르게 된다. 고이치의 담임인 니키는 '소아성애증'을 가지고 있다. 고이치는 우연히 자신이 목격했던 것을 빌미로 어쭙잖은 협박을 하게 된다. 니키는 자신의 이런점을 성인만화를 그리면서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저 흥미 위주라 오락거리를 위해 읽는 것에 불과하다고 폄훼하는 이들을 간혹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 속에서도 얻지 못할 것이 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 소설 < 니키 >는 차분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소아성애증'으로 인한 범죄에서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점이 우리를 꽤 분노하게 만든다. 하지만, 니키는 다르다. 다른 누군가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단지 성향이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있는 것일까.

예전에 즐겨보던 드라마에서 한 형사가 자신이 사이코패스 범죄자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형사로서 범인을 잡으며 불현듯 나오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니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캐릭터가 떠올렸다. 우리는 늘상 인간이라면, 고양이라면, 학생이라면 등의 어떤 틀에 타인을 맞춰나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다수를 따라가면서 상식이 무너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남과 다른 것을 티내지 않으면서 다수의 평범함에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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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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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 부는 날이면 책 속으로 숨는다. 그림은 나랑 그다지 친하지 않다. 예전부터 미술에 관심을 가져보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그렇다고 책 전문가도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내가 스토리를 즐기듯 그림 속의 스토리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배경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다. 제자 중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그저 그랬었다고 했었다. 그저 요즘에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라 보긴 봤는데, 별 감흥은 없었더란다. 단순한 영화라기 보다는 자신과 같은 나이인 단종이 정말로 겪었을 당시를 생각했다면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미술에 대해 걸음이 느린 이유는 배경지식을 많이 가지지 못했던 탓이다.

이 이야기 중에서 제일 끌렸던 부분은 바로 '화가 이중섭'이다. 이중섭이라고 하면 학창시절부터 배워왔던 "흰 소"가 끈을 매달아 놓으듯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안타까웠던 말년이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그건, 오래전 제주 여행에서 이중섭이 머물렀던 그 쪽방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전쟁당시 흥남부두를 통해 피란길을 올랐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유복한 집에서 그림만 그리던 그에게 피란 속에서 가족들을 책임지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지냈을 그의 사정을 알다보니, 그저 "흰 소"를 그린 이중섭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그리고 가족을 그리워 했던 이중섭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사실, 미술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문득 미술관을 찾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보다는 책에 더 이끌렸을 뿐이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미술가들의 삶에 당시의 배경지식을 좀 쌓는다면 미술을 향한 걸음을 조금 더 속도를 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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