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 검은 물 아래 잠든 비밀이 깨어난다
조진연 외 지음 / 북오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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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동명의 이름으로 영화가 개봉이 되었는데, 영화를 안 봤으니 뭐라 말할 수 없고, 원작은 아니고 우연히 이름만 같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실제로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82년에 준공된 저수지라고 하는데, 실제로 심령명소로 알려져 있어 이렇게 부각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름도 마치 죽일 살(殺), 나무 목(木), 연못 지(池)가 연상된다. 실제로는 인근 지명에서 유래되었다는데,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정말 사건들이 일어나는건 아닌지, 뭐래나....

이 책에는 「수장(조진연)」, 「검은 물(문화류씨)」, 「악수(권현우)」, 「물발자국(김선민)」 , 4가지 이야기가 있다. 특히나 눈길이 갔던 이야기는 첫번째 이야기 「수장」이다. 아빠가 엄마를 살해하는 모습을 봤던 호성. 그리고 살목지가 아빠를 삼켜버렸다. 동생 유리와 남은 호성은 그곳을 떠났다. 세월이 흘러 잠수부로 일하는 호성은 결혼을 앞둔 동생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런데 하필 유리의 핸드폰이 끊긴 곳은 살목지였다. 설마 저 살목지가 유리를 삼켰을까. 결국, 호성은 살목지의 물 아래에서 유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동생의 죽음의 비밀을 조사하게 된다.

이 책은 표지부터 살벌(?)하다. 아니 공포스럽다라는 말이 어울리려나. 축 처진 저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장소도 장소지만 달빛마저 비치지 않는 밤에 검게 보이는 저수지는 참으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어쩌면 제목이 한 몫 한 것처럼, 「수장」 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에서도 기본적으로 밑바닥에 공포를 깔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것 처럼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인 것 같다. 아무리 괴담을 만들어내도 그것은 무엇을 숨기기 위한 트릭일 뿐이라고, 진실을 감추려는 것 뿐이라고 "T"의 성향만 흩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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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상어에게 물린 적은 없는데요, - 진짜 바다를 마주한 서툰 다이버의 발칙한 고백
백소정 지음 / 이월오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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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바다속 풍경을 담은 에세이이다.

내가 바닷속을 경험한 건 이제껏 단 한번 뿐이었다. 제주 여행을 가면, 늘 나를 유혹하는 것이 '잠수함 여행'이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금액 때문에 늘상 망설였는데, 어느날엔가 큰 맘먹고 잠수함을 타게 되었다.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을 구경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잠수함을 타고 수직으로 내려갔다가 바다 속을 구경하고 다시 올라오는 것이었다. 정말로 잠수함을 타고 섬주변을 한바퀴 도는 것을 기대했는데, 매우 아쉬웠던 적이... 하지만, 시간이 짧은게 아쉬웠지만 바닷속 풍경은 한번은 볼만한 꽤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눈앞에 바닷속 풍경이 실제로 펼쳐지는 것 같아 황홀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바닷속에서 볼 수 있는 생물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 생명체의 삽화가 들어 있다. 나는 그 생물을 검색해서 사진으로 보면서 읽었는데 꽤 좋은 방법인것 같다. 그리고 그 생물의 행태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눈길이 가던 이야기는 '클라운 피시'에 "잃어버린 존엄을 찾아서"였다. 검색창에 '클라운 피시'를 쳤을때, 짠하고 등장한 물고기는 바로 "니모"였다. 클라운 피시보다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가 더 익숙한 그 물고기. 그런데 이 주제는 참 슬펐다. 흔히들 방송에 강아지가 등장을 하게되면, 인기를 얻게 된 견종이 꽤 보이다가 조금 지나면 유기견으로 많이 발생하는데, 니모에게도 피해갈 수 없었던 일이었다. 영화가 흥행을 하면서 니모는 아늑한 말미잘을 떠나 낯선 인간의 곁, 작은 수족관에 둥지를 틀게 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아빠의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쓰던 날 병원 1층 어항에 니모가 있었는데, 길을 잃은 듯 한쪽에 가만히 있던 그 물고기. 활발하신 아빠가 병으로 인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던 날, 바다를 떠나왔던 니모의 모습에 투영되서 슬펐다.

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조금 늦다고 한다. 바다를 볼 수 있는 곳보다는 산이 더 가까운 내륙지방에서만 살다보니, 그다지 '바다'에 관한 로망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 속에서 그려지는 바다의 풍경을 보다보니, 다이빙은 아니더라도 잠수함이 한 번 더 타고 싶어진다. 생동감이 넘치는 날것의 바다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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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사 -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최윤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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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파우사(pausa)라는 말은 상대가 먼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축구 전술을 뜻한다. 축구를 잘 모르니 매우 낯선 용어였다. 부제가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하는 걸 보면, 어쩌면 그 어원은 거미의 모습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명관은 최강민 축구선수를 매우 좋아한다. 강민이 영국으로 진출했을때도 직접 그의 경기를 관전하고 오기도 했었다. 아들 준우도 함께 축구를 좋아한다. 준우는 심장병이 있지만, 수술을 마치게 되면 축구를 배우게 할 것이다. 대표팀의 경기를 관람중 강민에게 내려진 공격자 반칙. 감정의 기복이 심한 강민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걷어잔 공이 하필 준우가 맞게 될줄은... 혹시 심장이 안 좋은 준우에게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 일이 강민의 집으로 초대받는 계기가 되었다. 까칠한 강민은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한 행동이었고, 자신의 팬이라는 명관의 의외의 실력에 그에게 자신과 일을 함께 하자며 제안한다.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해야하기도 했고, 강민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이 한없이 기뻤다. 팬들에게 보여주는 완벽한 모습을 위해 명관이 해야하는 것은 뒷수습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좋았다. 자신의 우상과 함께 할 수 있으니, 하지만 화양연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명세와 돈을 가지고 있는 강민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타격은 아들 준우의 죽음이었다. 더이상 명관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잃은 것이 없는 한 남자의 복수가 시작된다. 그것도 자신이 제일로 좋아했던 우상이었던 그에게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부제를 잊고 있었다.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가 걸릴때까지 기다리는 거미처럼, 최후의 반격을 위해 기다리는 순간인데, 그것을 믿지 못하고 조바심을 냈다. 저러니까, 당하는거야, 아무도 믿지마라, 조금도 믿지 마라 하면서 내내 지켜봤는데, 사건을 뒤집는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현실에서도 이런 반전을 꾀하는 일이 벌어질까. 오늘도 우상처럼 떠받들던 이들에게 뒷통수 맞고 이를 박박 가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우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뒤돌아 서는 것이 참 힘든일일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통수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뇌구조를 갖고 있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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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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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처음 만났을 때, 제목이 낯설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도대체 무슨 뜻일까 했는데, "깨었다가 다시 든 잠"이라는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영원히 몰랐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작가는 유튜브 덕자전성시대의 덕자로 크리에이터라고 하는데, 유브를 즐겨 보지 않는 나로서는 거의 초면인 셈이다.

윤설,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던 날, 안타깝게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모님의 결혼을 반대하던 외가에서는 그녀를 반길수가 없었다. 엄마를 잃은 아빠는 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설은 태어날 때부터 외로움을 안고 태어났다. 이례적으로 일찍 취업한 공기업에서도 그녀는 상사로부터 당한 성추행으로 직장을 그만둔다. 한없이 숨어들던 그녀에게 세상으로 통하던 길이 되어주던 남자친구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에도 그는 윤설에게 영원한 인도자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읽어나가다 보니, 윤설은 왜 세상에서 당한 부당함을 제대로 소리쳐 원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표면상에 보인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녀에게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많았다. 그냥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저 직장상사에게 소송을 건다든지, 집을 나와 아버지와 따로 살며 연락을 끊는다든지...밖에는 그대로 상처를 품는 것만 같다. 면전에서는 아니더라도 악담이라도 퍼부어야 응어리가 지지 않을텐데 말이다.

잘 읽어나가다 마지막에 살짝 모호해졌다. 그래서 그루잠이었을까. 그런데 어찌보면 마지막 장에 첨부된 부록을 보면 살짝은 명확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읽는 사람마다 어쩌면 다른 결말에 도달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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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윤채근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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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김욱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외부와는 거의 왕래를 하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의 첫 문장. "나의 삶은 놀랍고 훌륭했지만 치욕적이기도 했다." 극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침묵했던 어머니가 남긴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조선인으로 태어났지만 일본인에게 입양되었던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광복군 대원이었다. 해방후 무장해제후 민간인 신분으로 고국으로 돌아왔다. 1946년, 아버지는 꼭 돌아오겠다며 북으로 떠났고, 아버지 대신 아들 김욱이 찾아왔다. "모든 건 1942년 가을 운명처럼 시작됐다"라면서 어머니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1942년의 경성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아득한 옛날 이야기에만 나오는 풍경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 실제 살고 있었던 누군가들의 삶이라는 것들이 인식이 되어왔었다. 그 가운데 이 책이 유독 눈길이 끌었던 것이 "주저흔"이었다. "칼을 긋다 마지막에 망설이면서 나타나는 흔적"들.. 1942년 격변의 시대에 그들은 얼마나 많은 주저흔을 몸에 새겼을까 싶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 가정에 입양되어 일본인으로 살았던 혜심. 참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보니 살짝 그 위치가 의심의 불꽃이 일게 되더라. 그래서 치욕적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중경에서 온 아나키스트 혁. 임무를 띠고 왔지만 그저 막연해보였다. 하지만 끝내 길을 찾아가게 된다. 일본인이었지만, 정의로운 야마시타 경부. 그리고 독립운동가였다가 변절해 밀정이 된 불곰. 이들 중에서 주저흔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혜심과 불곰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주저흔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시대적, 정치적, 개별적인 소용돌이에 내몰려질 수가 있다. 그 소용돌이가 클수도, 작을수도 있다. 그 속에서 많은 선택을 해야하겠지만, 많은 사정으로 인해서 단행하지 못하는 그런 일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보면 우리 삶에 주저흔처럼 새겨진 아픔일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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