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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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백 투더 퓨처"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전으로 돌아가는.. 물론 속편으로 제작된 이야기는 30년후로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과연 30년 후의 세상엔 그런 일들이 생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아니, 30년 뒤의 세상을 생각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2015년은 벌써 과거 속으로 지나갔고, 꼭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많이 현실화 되고는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도, '과연 올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올 수도 있는 시대 일지도 모른다. 우선 머리에는 '버디'라는 전도성 문신을 새긴다. 버디는 뇌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확장된 두뇌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이걸 잘 이해 못했는데, 컴퓨터의 외장형 하드라고 보면 되려나. 그런데, 이 버디는 비서이자, 몸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소설 내용을 읽다보면 굳이 다른이들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심심치는 않겠다라는 느낌이 든다. 두번째는 '장기 임플란트'이다. 장기를 하나씩 임플란트로 갈아끼우며 영원히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돈만 충분히 있으면 말이다. 누진 0~2단계까지는 보험이 적용되어 저럼한 편이지만, 3단계가 되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유온의 직업은 '가애'다. 임플란트 장기 유지 비용 때문에 죽음을 목전에 둔 이에게 마지막 연인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들이 죽으면 유산을 얻어내는 것이다. 주로 가애들은 가족이 없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이 많은 사람들을 찾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연인과 함께 하기 때문에 행복할까. 상대방의 의도를 알고는 있을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온은 정기검진을 받고 '뉴진 3단계'를 통보받게 되었다.

"100년의 기억을 가진 트랜스휴머들의 짧은 러브 스토리"라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제목을 봤을 때는 - 그리고 표지만 봐도 - 어떤 애틋한 연인들을 다룬 러브스토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소설 내용은 제목과 맞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오히려 내 심장이 멈추는 시간을 알게되면 나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그 죽음을 어떻게 맞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과 별다르지 않을 것 같다. 장기 임플란트의 구독료를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죽음과 충분한 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연장하지 않는 방법은 지금과 별반 다를게 없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이제 제목의 의미가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것도 같다.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비록 그것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가애'의 다른 이름이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이지 않을까.

작가의 말을 보면 어떤 질문에 대해서 답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유온의 입장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도 만약 이 책을 2년전에 읽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인생의 매우 큰 변곡점이었던 2023년. 마치 누진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온 유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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