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파산 - 장수의 악몽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김정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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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무실에는 한두 달 간격으로 할머니 한 분이 "조금만 도와 달라"면서 다짜고짜 손을 내밀며 방문했다. 처음 한두 번 정도는 늙은 나이에 모친도 생각나고 측은지심이 발동했었다. 문제는 몇 달이 지나고 일 년이 가다 보니 거의 정기적으로 오는 거 같았다. 몇 년이 흐른 후 그렇게 계속 오는 걸 보고 답답해서 물었다.

 

"할머니, 어쩌시다가 이렇게 계속 다니면서 도와 달라 하십니까? 형편이 정히 어려우면 동사무소 복지과도 있고 여러 기관이라든가 각종 복지 서비스를 하는 단체도 있는데 이렇게 다니지 마시고 그런 여러 기관에 도움받으셔야죠. 어떤 형편이길래 이렇게 나이 많은데 기력도 없고 힘들게 다니세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어찌어찌 살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네.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는 소설책 몇 권으로 다 말도 못 혀. 그런 곳 찾아갈 입장도 못되고..."라고 말꼬리를 흐리고 만다.

 

구체적인 형편을 극구 밝히지 않으니 어떤 도리 없이 지폐 몇 장으로 점심이라도 드시라고 하고는 말았다. 뭔가 밝히기를 극구 거절하는 통에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다음부터 이렇게 다니시면 일부러 다니는 거라 생각하고 사무실 못 다니도록 경비실에서 막을 겁니다. 정말 어려우면 전화번호라도 갈켜 드릴 까요?"라고 하니 그런 다음부터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형편이 어지간했구나' 싶었고 혹시나 그 나이에 자존심 굽히며 형편을 읍소할 만큼 기력이 쇠약한듯 보이긴 했으나 딱히 거절하니 다른 방도가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네가 많고 장차 더 많아질 것이란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또 어떤 할머니 한 분은 사무실 패지를 얻으러 정기적으로 찾아오는데 이것도 사무실에서 나오는 박스와 종이는 모아서 주곤 한다. 이렇게 일상적으로도 버거운 살림을 어렵게 살고 있는 모습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시대이다. 오래전에는 우리네 할머니들은 사정이 곤궁하게 다니지는 않았다. 사회가  노인네들에게 점점 야박해지는 현상이 심해진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 1위라고 오명을 쓰고 있다고 한다. 괜히 1위가 아니다. 그야말로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퍽퍽한 것인지 살 만큼 살았던 늙은이가 가만 있어도 서서히 죽어가는 시간일진데, 이제는 오래 살 수도 없는 삶의 시간에 자살로 더 단축시키려 한다. 이것은 통계로 잡히는 객관적인 수치이다. 경제적인 환경, 열악한 주거환경, 관계의 단절에 대한 환경, 무관심과 방치된 환경, 공동체가 무너진 도시의 고독한 환경 등등에 처해 있는 노인네들이 너무나도 많다. 젊었을 때 자신의 노후에 대한 대비는 아무래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여건이었을 테고 대책 없음에 무방비에 노출되었던 자신의 삶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다. 특히 다가오는 중장년 층의 노후 대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무대비로 노출된 당면한 노인들의 문제를 보고서도 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 책 노후 파산은 현재 일본이 노인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을 취재한 사례를 기사화 시키고 엮은 책이니 만큼 우리들의 노후에 대한 지혜를 찾는데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현실은 일본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후의 파산은 더욱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는 불길한 생각이다. 이게 일본보다 더 나쁜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제 6.25이후 50년대 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가 닥쳤다. 그런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저마다의 노후의 대책은 과연 가지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해보면 앞으로 감수해야 할 일들이 일본의 초고령 사회에 비추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런 책을 통해서 우리들의 노후를 대비하고 이를 반면 교사로 삼아 마지막 삶이 곤란한 환경에 처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이에 대한 앞으로의 대책과 지혜를 모으고, 스스로가 준비하지 못하면 노후가 얼마나 고단하고 삶 자체가 피폐해질 것인지, 방지해야 할 당면 과제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실로 무섭게 진행되는 노령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당면한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노후의 경제적인 파산이 단순히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를 훨씬 뛰어넘어서 있다. 초고령 사회는 아직 우리 사회가 겪어 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현상을 노골적이고도 치명적으로 들어 내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망가져가고 급기야 자신의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파괴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인지, 대체 어디서부터 원인과 진단의 문제를 짚어야 할 것인지 난감하기만 했다. 공동체 사회가 무너진 도시의 삶이라는 것이 철저히 고립화시키고 개별화시켜 버리다. 이런 개별적 독단의 문제는 당장에 자신이 아프고 병들어 육신을 움직이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런 케어를 받을 수 없을 때 비극은 참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당장의 은퇴자의 삶도 문제이고 특히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빨리 죽기만을 바라는 삶은 존엄한 삶이 아니다. 살아 있는 형벌,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일본은 이런저런 사회보장제도가 일정 부분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나온 몇몇의 사례에서는 참극 수준으로 나오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의 대비는 일본에 비해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차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초고령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저출산과 맞물려 초고령 사회는 그 비극적 궤적이 평행선을 이루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사람은 각자가 존엄하게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존엄은 커녕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가는 문제에 개개인은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노후 파산이라길래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국한된 파산이란 것으로 선입견으로 받아들였으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노후 인생 파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경제적인 파산이 인생 자체를 파탄으로 전염시켜 버리는 결과에 대해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당면할, 앞으로의 초고령 사회는 정말로 사회 근간을 흔들 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금 지진 때문에 난리인데 초고령 사회는 삶의 지진으로 난리가 날 거 같다는 거다.

 

이런 인생 파탄까지 내몰릴 정도로 절박한 노후 문제가 닥치게 될 것이라고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 했다고 한결같이 진술하고 있다. 은퇴를 얼마 남지 않는 지금 현재도 나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비슷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경제적인 상황으로 가족이 해체되고 공동체가 분해로 이어지고, 독단적으로 단절되어 개별적인 세포화되어 가면 각자도생만이 남을 것이고, 언제까지 내 몸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누군가로부터 케어 받을 수 없게 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꼬꾸라져 고독사로 마무리될 것을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늙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고통 속에서 병이 심각한들, 혼자서는 전혀 움직이지 못해 병원 한번 갈 수도 없이 통증에 시달리며 빨리 죽지도 않는 상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참극이다. 나 자신이 그러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우스께 소리로 나는 절대로 벽에 똥칠할 때까지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더라도 이 또한 자신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 때나 생각할 수 있지, 막상 자신의 생명조차 어쩌지 못하여 똥 쌀 때는 어떡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생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자신의 장례비용 때문에 예금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일본의 자존심 강한 노인네는 그렇게 강고한 성격이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대부분이라면 말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사례는 거의가 노인 혼자만 남았을 때가 문제가 된다. 평생 결혼을 하지 못하고 지냈거나, 혹은 부부 중에 아내이든 남편이든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았을 경우는 노후 파산이란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늙어감에 따라 언젠가는 반드시 홀로 남는다. 부부가 한날한시에 세상 하지 하지 않는 이상, 아내가 일찍 떠나든지, 남편이 일찍 떠나든지 결국 홀로 남게 되었을 때 서로가 의지가 될 수 없어 케어가 없고 부부간에 서로 받는 연금이 반 토막으로 줄어들 때, 남은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유지시키고 원만하게 자신의 생을 무리 없이 마감할 수 있을 것인가. 이건 나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문제였다.

 

겪어 보지 못한, 그저 개념적인 문제가 실체적으로 부각되는 점을 이 책은 정확하게 직시하게 해주고 있다는 거다. 아직은 젊어 힘 있고 다리에 기력이 남아 있을 때는 이것은 전혀 생각의 범주에 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보면, 이걸 미리 겪어 볼 수도 없으니 절박하게 마땅히 미리 대비해 둔다는 생각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의 현실임은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자식들과 함께 살거나 혹은 지근거리에 살면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보했고 자신의 입지가 굳건했다. 자식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늙을 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비슷한 보호받으면서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홀로 남는다. 가장 결정적이 차이가 가족이란 테두리의 존속 유무 차이이다. 이제는 원하든 원치 않든 홀로 남을 가능성이 많은 환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몸을 움직여 밥 한 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24시간 간병 지속적으로 간병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그대로 감내하든가 그동안의 예금을 헐어야 하고 또 언제까지 그렇게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나온 일반적인 사례들을 특징들은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특별히 무슨 재산적인 부를 모으지는 못했으나 평범하게 직장을 열심히 잘 다녔고 젊은 시절부터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큰 부를 일군 것은 아니더라도 그 나름의 삶을 충실히 살았던 사람들이 늙어서 파산이란 지경에 이르게 되는 자본주의적인 모순을 목도하는 기분이었다. 공동체가 없이 개별적인 삶은 오로지 늙어서는 오로지 자신이 자신에게 밖에 기댈 때가 없게 된다. 지역사회의 공공적 서비스로는 모든 것을 다 도맡아 해결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고 일일이 세심한 케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젊어서는 홀로 산다 해도 특별히 문제가 없지만 늙고 병들어 운신하기 어려워질 때는 결국 혼자가 아닌 공동체가 매일 찾아야 하는데, 이런 공동체가 사라지고 나면 도시에서 버티기도 불가능하다.

 

다음은 은퇴 후 노년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결론을 몇 가지 내보기로 하자.

1. 은퇴한 남자들은 집안에서 자신의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은퇴하고 바로 느끼는 부분이라고, 은퇴하면서 정당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모 정당 지역 당원 한 분의 설명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과 연관 지어서 읽어보니 그래서 더더욱 실체적으로 와 닿는다. 직장, 사회 등으로 나돌아 다니다가 은퇴 후에는 갈 곳이 사라진다는 현실이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갈 곳이 마땅한 곳이 사라지고 없다. 물론 돈이 많아서 어디 빈 사무실이라도 얻어서 출퇴근하듯이 일이 있으면 모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갑자기 오리무중의 발길이 되어 버린다고 한다. 이에 반해 여자는 부엌이라는 자신의 공간이 있고 안방을 차지하게 되고 자식들도 각자의 자기 방의 공간이 있는데 은퇴한 남자의 공간은 집안 어디에도 없이 걷 돌게 된다고 한다. 마냥 거실에서 머무를 때 자신의 고유 공간의 점유성 부재가 가져다주는 무력감은 은퇴자가 만나게 되면 젖은 낙엽처럼 소외된다고 했다.

집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읽어 버리지 않는 독점적인 공간. 즉 서재라도 좋고 좁은 창고라도 좋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고독을 누리지 못한다면 집안에서조차 부유되듯 떠돌아다니는 꼴을 면치 못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도 일본이 상황은 다소 나아 보이나 자신의 공간 부재는 자신의 정체성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2. 다음은 경제력인 부분이다.

이때까지 일부 선배들을 보면 자식에게 올인해서 사업 자금 대주고 주택 얻어주고 하다가 빈 개털이 되었을 때의 상황을 간간이 지켜보게 되면 멀쩡하던 은퇴자가 일순간 빈곤 가정으로 급진 추락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자신의 노후에 최후까지 보루로 삼아야 할 생활비조차 탕진당할 때 그 이후는 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정말 답이 없는 경우를 보게 된다. 또, 주택연금이나 일반 국민연금, 사보험 연금 등의 노후 보장 포트폴리오를 수립하고 꾸준하게 적립시켜 온 사람이라면 한 달에 생기는 수입이 일정 수준이 되어야만 생활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가진 거 다 털려도 매달 자신의 삶에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힘은 일하지 않고도 보장되는 수익원이 있어야 한다. 자식들에게 한 달 얼마씩 용돈 받는 것으로는 체면도 서지 안을뿐더러 언제까지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앞가림은 필수이다. 고정적인 연금 수익이 없을 때 노인들의 활동 영역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인간관계의 심각한 단절과 소외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어디 가더라도 커피 한잔 교통비와 점심값조차 없이 나돌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시다시피 현재의 사회적 시스템은 자본주의적인 체제에 절대적일 만큼 확고하다. 그런데 자신의 운신할 자본적인 여력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개인적, 사회적인 문제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늙어서 돈이 없으면 서럽다. 누군가에게 빌붙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부조를 받아야 하고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구걸해야 하고 누군가로부터 협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자식들이라고 요즘 그렇게  넉넉한 삶을 물려주지 못 했던가 자신과 비슷한 가난한 처지의 삶을 산다면 분명히 보조가 있을 수 없다. 비록 큰 재산을 이루지 못 했다 할지라도 반드시 이런 자본적인 대비는 해결 해냈어야 하고 대비해 두어야 할 일이다. 남은 인생을 굴욕적이지 않고 자립적이고 자신의 의지와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삶.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기반과 능력이 없으면 굴욕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늘상 나를 도울 사람을 찾아서 헤매야 하고 지인으로 부터도 아쉬운 소리 해야 하는 모욕적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 뻔하다. 젊은 시절의 대비하지 못 해서 그 순간만 올인한다고 해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살다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노인 자살률이 치솟고 억지로 생을 마감하려 한다. 시작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신의 마지막이 비굴해진다는 게 참 불행한 일중 하나일 것이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더라도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 및 민간에 가입한 치료 보험, 중대한 질병에 대한 고액 보험, 그리고 연금 등 경제적이 포트폴리오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앞으로 자식에게 기대할 수 있기가 어렵다. 자식이 없어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반드시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3. 자신만의 취미와 배움을 추구하는 삶이다.

젊을 때 한창 바쁘게 일할 때는 미친 듯이 정신 차리지도 못할 만큼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은 상대적 시간의 급속 방전 소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마땅한 일이 없이 은퇴를 하고 나면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즉 그렇게 빨리 가던 시간도 흐름이 갑자기 멈춘 듯 시간이 지겨워진다.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어디 경제력이 빵빵해서 주야장천 여행 가겠다는 욕심은 욕심으로 끝난다. 게다가 기력도 젊을 때 돌아다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도 딸리고 피곤하고 지친다. 어떻게 매일매일 그렇게 온통 여행 가고 여기 가고 저기 갈 수가 없다. 시간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문득 발견하게 될 때는 이미 늦다. 은퇴하고 나면 그동안 읽지 못 했던 책이라도 왕창 읽을 수 있겠다 싶지만 막상 젊을 때 독서의 탄탄한 근육이 발달되지 못 했다면 갑자기 책을 들고 펼친다고 하루아침에 없던 독서력이 생길 리도 만무하다. 당최 뭘 읽어 봤어야 이력이라도 붇고 재미라도 생기는 법이다. 어디 영화에 취미를 갑자기 가진다 한들, 이 또한 역시 영상에 대한 미학적인 추구나 발견이 없이는 하루 이틀의 시간 소모는 가능하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즐김은 도저히 어렵다. 음악도 듣는 사람이나 좋아서 듣지 평생 클래식 한곡 들어 보지 못하고 클래식의 진수가 뭔지 음악의 역사도 전혀 모르고 갑자기 음악이 귀에 속속 들어와 마음의 현줄을 울리기도 어렵다. 젋을 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것인지 소위 할 수 있는 소재 거리를 만들어 두지 못한다면 시간으로부터 낙오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내면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이 또한 윤택한 삶은 없다. 남아도는 시간에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낭비의 시간을 어떻게 요리할 셈인가. 아무거나 만들다고 뚝딱 맛날 수는 없는 것이 시간의 요리가 아니었던가. 공원에서 하루 종일 멍하게 하늘이 뚫어져라 바라봐도, 흐르는 구름에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심리적 배경을 가지고서는 무료함으로 스스로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젊을 때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정적인 취미와 전문적인 스킬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이것을 가지지 못한 아둔함으로 앞으로 남은 노년의 시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지겹고 심드렁한 일상의 무력감과 무기력, 무료함은 삶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뭐라도 만들어 가져야 한다. 독서 영화 음악같은 심미성에 눈을 떠야 한다. 특히 예술적인 취미야말로 자신의 고상함에 날개를 달아주고 이와 비슷한 동질감 가지는 분들과 고고한 교류는 또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 가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나는 심심하다는 소리를 제일 듣기 싫어한다. 책 한 권으로 며칠을 때울 수 있고 책을 읽고 다시 며칠의 글을 쓰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 이것은 늙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자신의 내적인 힘으로 연결된다는 거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영상 미학 시대에 이미지의 발견과 이미지의 확장성으로 모든 것이 새롭게 만날 수 있는 현대의 감각적인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늙어서도 얼마든지 좋은 취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고 이와 함께 관련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토론과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 자기의 소외는 자기가 만들어간다는 것. 인생이 고독할지언정 소외당해서 외롭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은퇴하고 죽을 때까지 남은 시간은 어쩌면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길인데 은퇴시점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곳이 없다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는 이유이다.

 

4. 집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져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집안의 고유한 자기 공간과 더불어 집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당원 동지 분의 언질 중 하나가 남자가 요리를 배우라고 조언했다. 평생을 자신을 위해 음식을 대령했던 아내에게 은퇴 후에는 근사한 요리라도 선물하라고 했다. 참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평생을 펴주는 밥상만 받기만 했을 텐데 은퇴 후에 자신이 그 상 위에 근사한 요리를 디스플레이 한다면 이 또한 감동이 아니겠는가. 어디를 가더라도 요리 잘하게 되면 반드시 환영을 받는다. 얻어먹기만 하고 자신이 해줄 수없다면 역시나 뒷방으로 내몰린다. 대체할 줄 아는 게 뭔가 없다는 것도 인생 참 잘못하는 거 아닐까 한다. 어느 집 가장은 은퇴 후에 요리 학원을 등록해서 자격증에까지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어디론가 일거리를 스스로가 만들어 낸다. 그럼으로써 몰랐던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언제까지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에만 의존할 것인가. 꼰대질 하는 남자치고 요리 좀 한다 싶은 사람이 없는 이유가 차려주는 밥상에 아주 익숙해 있고 늙은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에다 온갖 타박성 맛 타령하는 것은 상당히 저질이다. 그렇게 맛을 안다면 직접 해보고 직접 차려주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늙어서 꼰대질 만큼 볼썽사나운 것도 없고 꼴불견의 자신은 발견하질 못한다. 요리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모르는 탓이다. 여자는 요리에 감동하는 존재인 것은 분명한 것 정도는 그 나이 먹도록 모른다면 진짜 재미없는 영감탱이가 될 뿐이다. 늙어서 황혼 이혼 당하는 노인네들 보면 어떤지 대충 감이 돋는 이유. 뻔하잖는가. 은퇴하기 전에는 그나마 돈이라도 주면 모를까 은퇴하고 나서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요리로 뭔가 하나 베풀어 본 적이 없는 쫌생 스타일을 계속 같이 살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라니까.

 

5. 아름다운 노년은 건강을 담보로 잡는다.

젊어 이룩한 화려함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늙어서 병상에 침대 위에서 골골거리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다. 자신도 물론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간호를 강요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 또한 참 못할 짓이다. 젊어서 몸을 함부로 굴리고 술과 담배로 늘상 찌들려 있다 보면 건강하지 못한 채로 병상에서 오래 시들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정갈함과 간결함, 단순한 삶의 정적인 힘과 외적으로 운동으로 다부져야 할 것은 노년이면 더더욱 필요로 한다. 누군들 잘 죽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건강하게 살다 잠자는 길로 호상을 누리는 행복도 다 건강이 마련해 준비가 되었길래 가능한 것이겠다. 아파서 병들고 하루 생활도 근근이 이어가는데 덜컥 아프기라도 해서 병원 보험으로 어림없을 중병이라면 집안 거들 내기 딱 알맞다는 이야기다. 물려주지는 못할 망정 무일푼의 가난을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나 또한 요즘 무지하게 반성 중이고 반성 곱절 중이다. 자학적인 성격으로 과잉의 술로 매일 보낸 적이 많았다. 하루 이틀에 걸친 발병의 현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십 년 이상을 술과 담배로 몸이 많이 망가졌다. 회복되는 것도 자각하고 나서도 어려울 수도 있다. 더이상 악화되지 않을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 혼자라면 홀로 골골거리다 가도 그만인데 책임질 사람이 있다는 무게감은 건강을 유지시켜야 할 의무로 남았다. 열심히 운동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더 늙기 전에 시작해야 할 일이다.

 

6. 노년은 반드시 더 외로워진다.

고독할 수는 있어도 외로울 수는 없어야 한다. 외로움은 자신의 역량에서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다. 무엇인가 끊임없이 배우는 노년, 시도하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를 새롭게 가져갈 때 일하는 것 이상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 살며 넋 놓고 먼 산 바라본다고 누가 말 걸어 줄 사람이 없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노인들에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더 소외된다. 새 대간의 몰이해는 세대 간의 분리적 현상을 일으키고 이 세대분리는 서로에게 갈등을 야기하고 급기야 외면을 낳게 된는 이유이다. 그러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와 새로운 유행에 둔감하지 않는 스타일을  끊임없이 내면으로 불어 넣어야 한다. 그런데 이거 평소에 준비되어 있지 않고 훈련되어 있지 않는다면 어느 날 갑자기 없던 이해력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관계란 서서히 다져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먹은 것이 벼슬이 아님을 즉각 알아차려야 한다. 오히려 대화에는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 나이를 버려야 비로소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나이 든 사람의 꼰대 짓이 얼마나 질타의 대상이 되는지 눈치 없는 노인네는 되지 않아야 한다. 나이 먹고 냄새나고 소리만 버럭버럭 지를 줄만 알고 다른 게 아무 것도 없는 맹탕인 노인네는 반드시 외로워질 것이라고 내 장담한다. 외로운가? 자기 스스로 늙어 외로움을 만들지는 않았나 성찰 정도 못하면 그냥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리뷰는 주제가 다소 무거웠으므로 길었다. 인터넷 시대에 짧게 쓰는 것이 오히려 미덕인 시대인데 글이 장문이 될수록 읽기 어려워지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세대가 당면한 조만간 닥칠 장례의 삶에 대한 문제는 준비되지 않으면 삶의 윤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반드시 늙어가고 죽어간다. 젊을 때야 멋도 모르고 지랄 발랄 생떼 부리고 까불어도 다 늙어 간다. 기분 내키는 대로 대가리 몽디 구불리고 다녀도 어차피 다 늙는다. 시간 앞에 거슬릴 수 있는 놈 아무도 없다. 그러나 늙어서 얼마나 쿨하게 살고 있는가 찌질하게 살고 있는가는 젊은 날의 증명서와도 같다. 뿌린 대로 거두고 심은 대로 자라는 법이다. 인간이란 욕심이 한도 끝도 없어서 뿌리지도 않고 아주 근사한 삶의 결실을 얻고자 하지만 역시 늙어서 인생의 오묘한 선물은 젊을 때 제대로 자신의 인생이란 밭에 얼마나 잘 경작을 했는지 판가름 난다. 또 무슨 작물을 어떤 기술과 열정으로 심었는지 지혜롭게 관리가 되었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늙어서 우줄 끈 하면 볼품없는 노인네는 인생의 비극의 끝이다. 슬프지 말자. 우울하지 말자. 늙어서 늙음을 웃을 수 있는 자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인생의 태어나 누려야 할 최종 마지막 권리이자 의무이다. 

 

- 며칠 저녁마다 책 읽다가 졸다가 적었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 쓰기 오류 난 곳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무만 보지 말고 넓은 숲을 봐주시고 손가락만 보지 마시고 달을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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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9-23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로서 유대관계를 쫀쫀하게 유지한다면 늙어서도 외롭지 않을 것같단 결론도 살포시 넣어 봅니다^^

yureka01 2016-09-23 22:05   좋아요 1 | URL
책 읽기의 근육을 키워주는 트레이너 분들이 알라딘에는 빼곡히 포진되어 있는 곳이라서 ^^..ㅎㅎㅎ

감군 2016-09-23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이 와닿네요.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보시길 바랍니다...
잘 읽고 갑니다

yureka01 2016-09-23 22:09   좋아요 1 | URL
젊을 때일수록 노후의 인생보험같은 거 고민해봐야죠..
일찍준비하면 느긋해지거든요^^ 감사합니다..달보는 거라야 됩니다.^^.

세실 2016-09-23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도 훌륭한 취미생활이지요.
책 읽고, 쓰고, 소통까지 하니...
고독한 노년!
두개의 독서동아리만 만들어도 아마 바쁠걸요? 전 책 소믈리에 하려구요~~~

yureka01 2016-09-24 08:56   좋아요 1 | URL
알라딘은 독서단련장 영업장이고
알라딘 유저는 열심히 독서의 체력을 키우는 운동장.ㅎㅎㅎ

책 소물리에..이거 완전 멋찝니다..
저도 지지 보냅니다..

겨울호랑이 2016-09-24 0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들어가면서 정치권에서 노인들을 의식하는 정도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노인들의 수명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기에 눈앞의 이익과 필요에 표가 움직인다는 점이라 생각됩니다. 대표적인 문제로 지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기초 연금문제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장기적 대책보다 단기적 처방이 인기를 얻고, 집권을 위한 정치권은 이를 위해 움직인다는 생각이 드네요..

yureka01 2016-09-24 08:59   좋아요 2 | URL
현재 인구 분포상 41세연령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한다고 하더군요..
이분들이 점점 초고령사회가 되었을 때,,,어떨지 상당히 비관적이거든요..
지난번 선거때 노인연금 때문에 지지했던 분들...
선거 끝나니 정책을 바꿔 버려서 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다음 선거때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겁니다.

사탕발림에 정작 사탕은 못먹었던....

나이가 쌓인다고 현명하게 산다는게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더군요..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6-09-24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생각하던 부분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서 많이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노년은 아직 먼 이야기가 아니라 점점 다가오는 미래라 좀 더 알차게 삶을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yureka01 2016-09-24 10:28   좋아요 1 | URL
늙어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다져 놓아야할 시간들이겠지요..
안늙는 사람은 빼고 ^^..

반드시, 필수적으로, 기필코, 확실하게, 절대적으로, 늙고, 죽어가야 하는 존재에서,
예외없는 우리들이거든요.

감사합니다.

stella.K 2016-09-24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 살까 봐 걱정이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살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은데
그렇 가능성이 없으면 적당히 살다 가면 좋겠어요.
죽을 때 아무도 없어 고독사할까 봐 그것도 걱정이고.ㅠ

전 아직 이 책을 읽을 자신이 없더라구요.
뭐 더 이상 젊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그렇다고 아주 늙은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있다 읽어 볼까 합니다. 뭐 제가 늙을 때까지 살겠습니까?ㅋㅋ

이 리뷰 앉은 자리에서 뚝딱 쓰신 게 아닌가 봐요.
며칠 걸려 쓰신 것 같습니다.^^

yureka01 2016-09-24 12:36   좋아요 1 | URL
오래살면 재앙이 되면 안되는 거니까요..
지금 당장에서 버거운 삶도 많은데
늙어서 좀 아름다운 마무리가 더더욱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나 봅니다.

네 며칠간 졸다가 읽다가 쓰다가 고치다가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2016-09-24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09-24 19:00   좋아요 2 | URL
내일은 선데이( 서니데이) 입니다..^^ 즐거운 선데이 되시구요//.^^..


2016-09-24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4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6-09-24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인들이 대우 받지 못하는 팍팍한 시대가 된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09-25 07:47   좋아요 1 | URL
늙어갈수록 빈곤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미래가 참 암울하게 진행되고 있는듯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09-25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1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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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5 1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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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5 17: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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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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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4: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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