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트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부스트 : 끌어올린다. 밀어 올린다. 라는 의미의 단어. 각종 부스터에 의해 증폭되는 신호나 힘의 증폭 행위를 말함.

​이라고 단어사전에 나와 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이 '부스트'의 의미는 '정보처리 주입칩'이라는 단어로 쓰인다. 정보처리 주입칩. 이것은 사람들의 뇌 속으로 집어넣은 말 그대로 잡다한 정보들이 가득한 칩이다. 그 칩이 사람의 뇌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능은 가히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소설속의 내용이었지만, 이런 세계가, 사람들이, 얼토당토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언젠가는 지구도 이렇게 변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내가 살아 있기 전까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책 속에서 이것이 시행된 날짜는 2041년이다. 그러니까, 부스트를 사람의 뇌 속에 집어 넣어 더 많은 정보력과 생산성 향상을 높이는 것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된다. 2041년 중국에서는 폭탄선언을 한다. 노동자 20만명의 머릿속에 진보된 칩을 삽입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생산성 증가로 이어졌다고 결론지었다. 더 많은 칩을 생산해 인류의 지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힌 그들은 그로부터 2년후 모든 중국인들에게 시술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은 거기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 사람의 인권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중국은 높아진 지능으로 세계속에 우뚝 설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더이상은 안되겠다고, 부스트를 생산해내지만 몇몇 실험으로 실패를 보고, 중국 것을 받아들인다. 다만 한가지 조건을 내 걸고. 개개인의 정보를 넘나들지 않는 선에서.

주인공 랠프는 부스트에 한한 천재였다. 과거에는 해커였으며 어릴적부터 뇌속에 부스트를 심었고, 그것으로 가지고 놀았으며, 정보를 향상시켰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경찰에게 끌려가 부스트를 떼어낸 수술을 받고, 야생상태, 야생인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에게 앞으로 무슨일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와 동거중인 엘렌은 누군가에게 쫒기다 야생인간들이 가득한 후아레스에 들어가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바뀌었다. 아바타분신으로 만나 데이트하고 연애하며, 각자의 부스트속에서 대화하고 술마시고 산책한다. 랠프와 엘렌의 데이트도 그러하였다. 그런 연애기간을 거쳐 아이가 필요하게 되면, 만난다. 현금 없이 일하고 난 후 월급은 크레디트 전자빔으로 받고, 소비할때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전제품이 없어지며, 심지어 요리또한 부스트 속에서 이루어진다.

부스트가 생기고 난 후 많은 방면에서 편해 보였지만, 그런 것들이 부러워 보이진 않았다. 아, 미래가 정말 이렇게 바뀌는 거야? 좋겠다. 라는 마음이 들지 않고, 공허해 보였다. 인간적인 것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그래서 야생인간들이 존재한 후아레스를, 그리고 예전의 그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와~ 우와~ 라고 탄성을 자아냈지만, 언젠가는 세상이 이렇게 변할꺼야.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간적인 것이 사라진 미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계로 뭐든 이루어진 세상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웬지 모르게 현재가 더 소중해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미래, 다가올 미래는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며, 마구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든 책이었다.


인터넷이 아직 새롭던 21세기 초에, 이론가들은 2030년대에 이르면 기계들이 인간의 지능을 멀찍이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하여 인간 지능의 다음 단계와 진화는 이런 기계들이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러한 미래의 비전은 싱귤래리티(singularity:단일성)라는 용어로 알려졌다. 아무튼 21세기 초에는 이 개념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그 미래는 곧 다가왔으나 그런 거창한 명제는 성립되지 않고 사라지는 듯했다.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책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생활을 담은 이야기인데, 나는 스쳐지나듯 드라마만 잠깐 몇회를 보고, 아직 툰은 보지 못하고 남겨둔 채다. 재미있고 보고 싶은 것은 아껴서 보는 타입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드라마와 툰 모두 볼 것으로 말이다. 천국에도 직장생활을 할까? 이 책은 흡사 '천국판 미생'이다. 천국에서 하느님은 사장님이고, 천사들은 우리처럼 회사에 출근을 한다. 그 회사가 이름하여 '천국 주식회사'이다. 그들의 주 업무는 여러 가지이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지구에서의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일에 관해서였다. 천사들은 인간의 삶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천국 주식회사에서 '기적부' 에서는 지구 사람들의 기적에 영향을 주는 일을 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사건에서까지. 지구 인간들에게 기적이라는 행복을 주기 위해 말이다. 천사들은 기적을 부여하긴 하지만 하느님의 법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일해야 한다. 인간들이 그것을 기적이라고 느끼지 못하게끔, 자연스럽게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면 회의에 들기 마련인 것처럼 기적부에 일하는 천사들 또한 그 일이 재미있지 못하고 심드렁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일해왔던 크레이그와 갓 승진해 들어온 일라이자를 빼고 말이다.


천국 주식회사의 사장인 하느님도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간을 창조하고 무수한 행복을 맛보았지만, 요즘 들어 인간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은 점차 줄어들기만 한다. 하느님이 있기나 한 거냐고, 하늘에 손가락질을 해대는 사람들부터 시작해 교회를 불지르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사장님은 출근을 하지만 그의 업무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지구를 파괴하겠다고 말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왔고, 지구의 인간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하느님의 결정에 반대하고 한달을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과 하느님의 거래가 시작된다.


지구의 두 사람. 샘과 로라 두 사람이 한 달 내에 사랑의 키스를 하게 만드는 기적을 크레이그와 일라이자가 기적부에서 해내게 된다면, 하느님은 지구를 파괴하라는 결정을 철회하기! 그리고 이 두 직원, 천사들은 지구의 샘과 로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온갖 머리를 굴려가며 둘의 데이트와 사랑을 성사시키기에 이른다.


책을 읽으면서 호탕하게 웃어본 지가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다. 기적을 이루기 위해 맘을 쓰는 천사들의 모습이 너무도 재미있고 귀엽고, 따뜻했다. 하느님도 출근해 인간처럼 컴퓨터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떤 것들을 이야기하는지 검색하며,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는 부분, 일개 사원인 일라이자가 사장(하느님)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일하러 나오는 거냐고, 그럴 거면 사장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통쾌하기도 하였고, 직장인에게 고하는 호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천국판미생! 따뜻하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천국이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도 신선하였다. 추천!




제가 제 일이 무의미하다는 걸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작년에 저는 한 여자가 토마토 키우기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게 하려고 5개월을 들였어요. 그런데 그 여잔 참가 신청하는 걸 깜빡 잊었죠! 제가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 줄 때마다 그 애 아버지가 물고기를 다시 풀어줘요. 제가 아무 힘이 없다는 걸 알아요. 우리 천사 모두 그런 존재들이죠! 이 모든 게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건 저에게 의미가 있어요. 당신한테 의미 있는 건 도대체 뭐죠? (p.1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을 살아가면서 어떠한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바꾼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항상 그렇듯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어떤 어려움도 다 받아내고 다시 내칠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마는 나와 그들 사이의 간극은 도대체 무엇일까.


여기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어렷을 때, 친아버지로부터 성학대를 받아왔고, 엄마는 그 사실을 회피한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았으며, 마약과 섹스에 파묻혀 살았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변화되어 있었다. 그 모든 시간들을 지나고 좋은 일들을 하는것에 앞장섰다. 특히 여성들에 대해서. 여성과 여자아이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운동인 브이데이를 창설했으며, 여성을 위한 세계적 운동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가 2010년 3월에 암세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그녀가 병을 알게 되고, 암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7개월동안 그녀는 암을 겪었다.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그녀는 그래 보이지 않았다. 여성들의 강간과 고문이 심각한 콩고에 대한 생각을 끊어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암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과 함께 싸웠다. 그녀가 콩고에서 목격했던 것들은 인류의 종말이었고, 그것은 세계의 종말이었다. 13년동안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콩고는 여성들의 희생이 너무도 컸다. 엔슬러의 가족이야기와 엄마에 대한 용서의 글을 접했을 때는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이에서가 아닌 멀리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녀는 그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암도 이겨내었고, 다시 여성을 위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용기있는 글들이 세계속 누군가에게 또한 용기를 줄 것임을 난 분명히 알고 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온 그녀에게 수고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도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애써주어 고맙다고 말이다.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자신의 힘겨웠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엔슬러의 글은 나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이제 더이상은 과거의 아픔들 때문에 힘겨워하지 말라고. 앞으로는 더욱더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힘써달라고. 다시 희망으로 바꾸어 달라고, 책을 덮으려 말한다.


 

삶의 많은 부분이 틀을 만들고 이름을 붙이는 일인 것 같다. 미래의 사랑을 만들어내느라 너무 바빠서 사실상 사랑의 삶으로 살고 있던 삶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까지 나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끌어안을 자격이 있다거나 그만큼 자유롭다고 느낀 적이,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용감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 뜻을 밀고 나가 내가 남몰래 원했음이 분명한 삶을 지어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공개적인 것이어야 했다. 화학치료는 그 포장을 태워 없앴고, 갑자기 나는 내 방식의 삶을 살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환희가 시작되었다. 커다란 기쁨, 숨겨져 있던 보물을 찾아낸 영혼의 해적이 느끼는 순전한 기쁨이. (p.189)


암이 생긴 순간은 죽는 일만 빼고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극단까지 갔던 때였다. 그리고 암이 거기에, 그 맨 끝에 매달린 채 있었고, 중요하지 않은 건 모두 보내버려야만 했다. 과거를 풀어주고 가장 본질적인 문제만 남기고 다 타버려야 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제2의 바람을 발견했다.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할 때, 이제는 더 이상 한 걸음도 더 디딜 수 없고 숨 한 번 더 쉴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제2의 바람이 찾아온다. 그러면 정말 한 발짝 더 움직이고 숨 쉬게 되는 것이다. (p.2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의 얼굴, 신용 - 리더를 성공으로 이끌고 부자로 만드는 처세술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용이라는 글자는 믿는다는 뜻과 信 쓰임이라는 뜻 用 이 어우러져 있다.

이 말을 해석하면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그래서 옛날의 현자들은 나를 알아주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고

미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했다. (p.5)


장사하는 사람에게 있어 신용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장사, 사업하시는 분들에게는 모두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거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 단어가 정말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믿어야 서로 간에 깊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단순하게 경제적 차원에서의 신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윤리적 차원에서 신용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았으며, 역사와 고전을 통해서 신용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책이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신용을 지켜라!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그렇게 될 것이다. 아니,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인의 신용, 치자의 신용, 신자의 신용, 부모와 자식 간의 신용, 벗과의 신용, 부부의 신용, 여러 나라의 신용, 말의 신용.

이렇게 총 8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해 나간다. 여기서, 다른 것들은 다 알 것이고, 치자는 왕을 이름이고, 신자는 신하를 이름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신용​'을 지킨다는 것에 목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뭐든지 올바르게 나아갈 것 같았다. 그것은 정치를 하든, 장사를 하든, 사랑을 하든, 모든 것에 다 해당되는 단어였다. 그래서 이 단어가 이렇게 중요한가, 싶었다. 특히나 요즘의 세상은 신용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불신의 시대이다. 누군가를 믿는 다는 것이 참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하물며 가족사이에서도 그러하지 않은가?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의 고전들보다 중국의 고전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 부분이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신용.이라는 단어와 함께 어렵게 이야기해 놓은 책은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고, 수많은 고전들의 이야기에 파묻혀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에게 '신용'이라는 것을 어떻게 쌓아가야 하며, 그 중요성에 대해 피력해 놓은 책이라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다른 것은 다 버려두고, '신용'을 뿌리에 둔 나라가 있다면, 그 모습은 정말 어떨까. 싶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이 그런 나라가 아닐까 싶다.  


개개인이 '신용'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조금은 불신의 시대인 현시대에 뭔가 바뀌기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나부터 먼저 누군가를 대할 때 신용을 가지고 세상을 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용 있는 사회. 나부터 먼저여야 한다.


 

군주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백성은 결코 따르지 않는다. 참외가 익을 때를 기다리라 해놓고 몇 년 씩이나 국경에 방치한 군주에게 충성을 바칠 군사들은 없을 것이다. 기업을 경영할 때도 직원들을 충분히 대우하지 않으면 비리와 횡령이 일어난다. 귀중한 산업 비밀을 빼돌려 경쟁사에 팔아버리는 것도 대우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좋은 브랜드를 생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성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p.68)


신용은 신뢰가 바탕이 된다. 특히 상사가 부하를 신뢰하는 기준은 일 처리 능력과 성실성이다. 신용이라는 단어가 어디 약속만 의미하는 단어인가. 신용은 믿을 신자와 쓰일 용자가 합쳐진 말로, 말에 대한 믿음, 용인에 대한 믿음까지 포함한다. 용인에 대한 믿음을 얻으려면 성실과 능력까지 겸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p.1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으면서 무던히도 가슴이 아팠던 책이었다. 이유는 저자의 아버지에서 느꼈던 노화의 과정이 나의 친정엄마에게 이입되어서였다. 나의 엄마도 언젠가는 저렇게 아프시다가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다고, 제발 건강하게만 오래 오래 우리 곁에서 살아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다. 이 책은 저자 이상운씨와 그의 아버지의 특별한 여행이 담긴 기록이다. 여기서 여행이란 어디 좋은 곳으로 아버지와 바람 쐬러 가는 것이 아닌, 죽음을 앞에 두고 병상을 지킨 자식과 그 아버지의 노화와 죽음의 과정에 대한 여행이다.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식으로서 내면의 기록이 담겨서 이다.


나의 친정엄마도 아프시던 때가 있으셨다. 허리가 아파서, 5분정도 걷지를 못하시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수술 이전이었다. 수술을 하시고 지금은 현저히 나아지셨지만, 그때만 해도 내 나이가 어릴 때라 엄마가 아프셔서 무심코 짜증을 내시거나 할때면, 자식으로서 그것을 받아주지 못했었다. 그래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주변 사람이 힘들다. 라는 생각을 그때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의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또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아무리 주변 사람이 힘들어도, 그 보다 더 힘든건 당사자이라고. 당사자가 더 많은 고통과 외로움을 안고 가는 거라고..


평소에 운신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던 저자의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그리고 삼년 반동안 그의 아버지는 앓아 누웠고, 정신도 약간 이상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런 아버지의 곁에서 작가는 병상을 지켜냈다. 요즘 시대에 정말 이런 가족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살기 바쁘다고, 또 돈 문제 때문이라고, 가족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요즘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요양병원의 힘을 많이 빌리는 것도 사실인것 같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느끼게 되었다.


그가 집에서 아버지를 돌본 그 일련의 일들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아버지도 힘들었을 테지만, 그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곁을 지켰다는 것. 그 한가지로도 아버지 가시는 길에 모든 것을 다 보내드릴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또한, 나도 그렇게 보내드리고 싶다고.. 그 모든것을 떠나서. 가족이라는 이름하나로,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단 한권의 책을 통해서 큰 것들을 얻어간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나열한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간병사들의 고뇌와 그에 따른 사회문제, 그리고 간병사에 대한 처우, 고령화에 대한 제도적 대응에 대해 저자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더 와닿았다.


늙고, 아프며 병들어가는 부모를 둔, 그리고 자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이다. 그리고 작가님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프고 힘드셨을 텐데 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어느새 창밖이 검정색에서 회색으로 변해 있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다. 끝없이 흘러서 우리 모두를 데려갈 것이다. 때가 되면 그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삶은 그런 것이다. 흘러가는 것! 머무르려고 발버둥치면 고통만 커질 뿐이다. 나는 눈을 감고 캔자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를 듣는다. (p.20)


살 만큼 살았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저절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죽음이 공포의 대상인 것처럼, 늙은 사람들에게도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다. 죽음은 다른 일들과 달리, 우리들 각자가 고독하게 홀로 대면해야 하는 맨 처음이자 마지막인 삶의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p.28)


햇빛이 비치면 그림자가 생기는데, 인간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미움도 함께 자라기 시작한다. 인간의 목숨이 그렇듯, 사랑조차도 그렇듯, 인간의 연민도 자기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나는 아버지에게 느낀 강렬한 연민이, 아직은 아니지만 시간이 가면서 보기 흉하게 퇴락해 혐오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다가 소멸해 가는 생명체 그 자체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그림자처럼 동반하게 되는 것을 고스란히 체험한다.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