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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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무던히도 가슴이 아팠던 책이었다. 이유는 저자의 아버지에서 느꼈던 노화의 과정이 나의 친정엄마에게 이입되어서였다. 나의 엄마도 언젠가는 저렇게 아프시다가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다고, 제발 건강하게만 오래 오래 우리 곁에서 살아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다. 이 책은 저자 이상운씨와 그의 아버지의 특별한 여행이 담긴 기록이다. 여기서 여행이란 어디 좋은 곳으로 아버지와 바람 쐬러 가는 것이 아닌, 죽음을 앞에 두고 병상을 지킨 자식과 그 아버지의 노화와 죽음의 과정에 대한 여행이다.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식으로서 내면의 기록이 담겨서 이다.


나의 친정엄마도 아프시던 때가 있으셨다. 허리가 아파서, 5분정도 걷지를 못하시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수술 이전이었다. 수술을 하시고 지금은 현저히 나아지셨지만, 그때만 해도 내 나이가 어릴 때라 엄마가 아프셔서 무심코 짜증을 내시거나 할때면, 자식으로서 그것을 받아주지 못했었다. 그래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주변 사람이 힘들다. 라는 생각을 그때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의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또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아무리 주변 사람이 힘들어도, 그 보다 더 힘든건 당사자이라고. 당사자가 더 많은 고통과 외로움을 안고 가는 거라고..


평소에 운신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던 저자의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그리고 삼년 반동안 그의 아버지는 앓아 누웠고, 정신도 약간 이상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런 아버지의 곁에서 작가는 병상을 지켜냈다. 요즘 시대에 정말 이런 가족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살기 바쁘다고, 또 돈 문제 때문이라고, 가족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요즘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요양병원의 힘을 많이 빌리는 것도 사실인것 같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느끼게 되었다.


그가 집에서 아버지를 돌본 그 일련의 일들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아버지도 힘들었을 테지만, 그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곁을 지켰다는 것. 그 한가지로도 아버지 가시는 길에 모든 것을 다 보내드릴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또한, 나도 그렇게 보내드리고 싶다고.. 그 모든것을 떠나서. 가족이라는 이름하나로,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단 한권의 책을 통해서 큰 것들을 얻어간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나열한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간병사들의 고뇌와 그에 따른 사회문제, 그리고 간병사에 대한 처우, 고령화에 대한 제도적 대응에 대해 저자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더 와닿았다.


늙고, 아프며 병들어가는 부모를 둔, 그리고 자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이다. 그리고 작가님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프고 힘드셨을 텐데 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어느새 창밖이 검정색에서 회색으로 변해 있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다. 끝없이 흘러서 우리 모두를 데려갈 것이다. 때가 되면 그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삶은 그런 것이다. 흘러가는 것! 머무르려고 발버둥치면 고통만 커질 뿐이다. 나는 눈을 감고 캔자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를 듣는다. (p.20)


살 만큼 살았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저절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죽음이 공포의 대상인 것처럼, 늙은 사람들에게도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다. 죽음은 다른 일들과 달리, 우리들 각자가 고독하게 홀로 대면해야 하는 맨 처음이자 마지막인 삶의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p.28)


햇빛이 비치면 그림자가 생기는데, 인간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미움도 함께 자라기 시작한다. 인간의 목숨이 그렇듯, 사랑조차도 그렇듯, 인간의 연민도 자기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나는 아버지에게 느낀 강렬한 연민이, 아직은 아니지만 시간이 가면서 보기 흉하게 퇴락해 혐오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다가 소멸해 가는 생명체 그 자체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그림자처럼 동반하게 되는 것을 고스란히 체험한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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