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삶을 살아가면서 어떠한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바꾼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항상 그렇듯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어떤 어려움도 다 받아내고 다시 내칠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마는 나와 그들 사이의 간극은 도대체 무엇일까.
여기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어렷을 때, 친아버지로부터 성학대를 받아왔고, 엄마는 그 사실을 회피한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았으며, 마약과 섹스에 파묻혀 살았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변화되어 있었다. 그 모든 시간들을 지나고 좋은 일들을 하는것에 앞장섰다. 특히 여성들에 대해서. 여성과 여자아이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운동인 브이데이를 창설했으며, 여성을 위한 세계적 운동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가 2010년 3월에 암세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그녀가 병을 알게 되고, 암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7개월동안 그녀는 암을 겪었다.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그녀는 그래 보이지 않았다. 여성들의 강간과 고문이 심각한 콩고에 대한 생각을 끊어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암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과 함께 싸웠다. 그녀가 콩고에서 목격했던 것들은 인류의 종말이었고, 그것은 세계의 종말이었다. 13년동안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콩고는 여성들의 희생이 너무도 컸다. 엔슬러의 가족이야기와 엄마에 대한 용서의 글을 접했을 때는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이에서가 아닌 멀리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녀는 그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암도 이겨내었고, 다시 여성을 위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용기있는 글들이 세계속 누군가에게 또한 용기를 줄 것임을 난 분명히 알고 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온 그녀에게 수고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도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애써주어 고맙다고 말이다.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자신의 힘겨웠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엔슬러의 글은 나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이제 더이상은 과거의 아픔들 때문에 힘겨워하지 말라고. 앞으로는 더욱더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힘써달라고. 다시 희망으로 바꾸어 달라고, 책을 덮으려 말한다.
삶의 많은 부분이 틀을 만들고 이름을 붙이는 일인 것 같다. 미래의 사랑을 만들어내느라 너무 바빠서 사실상 사랑의 삶으로 살고 있던 삶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까지 나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끌어안을 자격이 있다거나 그만큼 자유롭다고 느낀 적이,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용감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 뜻을 밀고 나가 내가 남몰래 원했음이 분명한 삶을 지어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공개적인 것이어야 했다. 화학치료는 그 포장을 태워 없앴고, 갑자기 나는 내 방식의 삶을 살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환희가 시작되었다. 커다란 기쁨, 숨겨져 있던 보물을 찾아낸 영혼의 해적이 느끼는 순전한 기쁨이. (p.189)
암이 생긴 순간은 죽는 일만 빼고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극단까지 갔던 때였다. 그리고 암이 거기에, 그 맨 끝에 매달린 채 있었고, 중요하지 않은 건 모두 보내버려야만 했다. 과거를 풀어주고 가장 본질적인 문제만 남기고 다 타버려야 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제2의 바람을 발견했다.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할 때, 이제는 더 이상 한 걸음도 더 디딜 수 없고 숨 한 번 더 쉴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제2의 바람이 찾아온다. 그러면 정말 한 발짝 더 움직이고 숨 쉬게 되는 것이다.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