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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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랑 샤부에라고 하는 프랑스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한 분이 자신의 여자친구 클레르가 인턴십 기간 동안 도쿄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도쿄에서 그도 약 6개월 동안을 보내면서, 그가 그린 도쿄의 구석구석 골목과 일본 사람들에 대한 그림이 여기 실려 있다. 년도는 2006년도에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 안내서도 아니고, 모험 기행문도 아닌, 저자의 아주 개인적인 도쿄에서의 끄적거림이다. 그런데 그 끄적거림이, 이렇게 세세하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니. 하나의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세세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난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는 것보다 부럽다. 내가 그림을 못 그려서이기도 하고, 한자리에서 쓱싹쓱싹 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면, 정말 황홀하다. 그래서 이 책도 신 나게 즐기면서 봤던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주위에서 인기가 많은 편인데, 플로랑 샤부에씨도 역시 일본에서 이 그림을 그리면서 일본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것 같다. 거기에다 그는 프랑스 남자였으니까. 더 인기가 있었지 않을까? 후훗.

 

 

 

도쿄의 지역들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나누어 놓으면서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 첫 시작은 '고반' 그림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고반'이란 파출소를 말한다. 왜 저자가 각 지역의 파출소의 그림으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파출소는 지역마다 한 군데씩 있으니까, 똑같은 주제로 시작하기 좋아서이지 않을까?라고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그의 그림은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는데, 한 번에 훑어보고 넘어가는 것보다, 그림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는 것이 더 재미를 주니, 꼭 세세하게 한 장 한 장을 차근하게 째려보며 감상하시길 바란다.

 

 

그는 일본 집에서 살면서 일본을 '역겨운 바퀴벌레'의 나라라고 말했다. 다다미방에서 어디서든 쉽게 바퀴벌레를 볼 수 있다고 써놓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바퀴벌레는 많지 않은가? 그의 일본에 대한 표현이 어떤 부분에서는 강렬해서 놀랍기도 했고, 상당히 유쾌한 부분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가 일본이라서, 일본의 문화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이렇게 표현해 놓았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자연히 비교하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일본은 겨드랑이 체온계를 사용한다는 것에 놀랍다고 했는데, 프랑스는 항문 체온계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그것이 더 놀랍지 않은가? 하하.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본 일본의 그림과 사람들, 그리고 골목 구경을 재미나게 구경했던 책 한 권이었다. 누구나 자국의 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다 보면, 아,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나 또한 일본의 문화를 새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림으로 표현해 놓아서 더 재미있었다.



플로랑은 이 책을 지극히 개인적인 그림지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책 속의 그림과 이야기는 자신의 일상과 기분에 따라 단편적으로 묘사한 도쿄일 뿐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양해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저자가 색연필 그림과 깨알 같은 손글씨로 완성한 아기자기한 기록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짧지만 알찬 기행문이다. 느린 걸음이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풍경과 소소한 이야기가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북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도쿄를 처음 가보는 사람에겐 상상력을, 다녀온 사람에겐 지난 기억을 되돌려줄 만한 책이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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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장 이야기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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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갈 때 챙겨가는 크고 작은 살림도구가 혼수품이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혼수품으로 챙겨가지 않는 것이 있다. 칼과 도마다. 그건 시어머니가 직접 챙겨주었다.

칼과 도마가 며느리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이제 내 집 사람이 되었으니 칼로 자르듯 친정과의 인연을 끊으라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칼처럼 매운 시집살이를 도마처럼 묵묵하게 견디라는 뜻이다. (p.144)


시집살이가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구절이다. "식기장 이야기" 지금은 그 사용이 사라지거나 적어진 오래전에 널리 사용되어 온 전통 식도구와 식생활들이 담긴 책으로 나에게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사실, 책의 제목만 보고, 오직 '식기장'에 대한 이야기만 담긴 줄 알았다. 주방에 식기를 비롯한 갖가지 식도구를 보관하는 장. 말이다. 그런데 웬걸, 보물을 발견한 듯, 오래된 나의 추억들마저 하나하나 꺼내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이 책에는 총 30여 가지의 식도구가 소개되고 있다. 아마도 현재 20살 이하의 아이들은 거의 잘 모를 도구들일지도 모르겠는데, 나에게는 거의 다 익숙한 것들이다, 책을 읽기 전 목차를 죽- 둘러보았는데, 총 30여 가지 중 내가 모르는 것들은 5가지였다. 그 5가지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나머지 것들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으나, 책을 보실 분들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떡살>이라고 한다. 떡에 새기는 꽃 장식을 이름이다. 떡에 살을 붙인다는 이름의 '떡살' 문양은 떡에 단순하게 장식을 한다는 것도 있지만, 거기에는 떡살의 문양마다 의미를 담아 찍는 기원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떡살을 사용하는 떡은 소를 넣지 않는 떡 들이다. 이 떡살을 보니, 하얀 절편이 생각났다. 할머니가 떡집에서 한 박스씩 가져오시면, 옆에서 막 집어먹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고리>라고 한다. 음식을 담아 이동할 때 쓰는 바구니라고 하는데, 보신 분들이 많이 있으실 것이다. 하지만 이름은 좀 생소하지 않는가? 이 고리에 재미나지만 아픈 이야기가 있다. 고리와 삿갓을 내다 파는 백정 중에 임꺽정도 고리백정이었다고 한다. 그가 의적이 된 이유는 이 고리와 관련해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리백정들의 생계수단인 갈대밭을 간척지 개발한다고 나라에서 강제로 빼앗아 갔단다. 그로 인해 백정들은 고리를 만들 수 없게 되었고, 살기가 힘들어져 임꺽정은 집을 나서게 되었다고.. 앞으로 이 '고리'와 마주할 땐 임꺽정이 떠오를 것 같다.

 

 

<돌확>이다. 혹은 '마자기'라고도 한다는데, 요것은 갈고 문지르는 데 쓰는 커다란 돌그릇이다. 곡식이 잘 갈아지도록 안쪽 면이 우둘투둘하다. 이 도구도 가끔 보신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이름있는 한정식 같은데 보면, 마당에 이 돌확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알뜰하게 썼던 식도구들이 이제는 그냥 눈요기로 전략해버린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주령구>이다. 참나무로 만든 주사위로 술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술을 권하기 위해 썼던 일종의 게임도구라 한다. 이것은 주사위로 보면, 익숙할지도 모르겠는데, 술자리에서 술을 권하기 위해 쓰인 주사기라 해 술 수 자가 붙어 주령구라고 한다. 조금은 낯선 도구였다. 요즘 시대에 다시 이 도구가 쓰인다면, 재밌지 않을까?

 

 

 

<찬탁>이다. 싱크대와 견주어지는 수납공간으로 냉장고의 모체라고 한다. 사진에서는 '찬장'이고, 문이 없는 것이 '찬탁'이다. 수시로 그릇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도구. 아마 할머니 댁에 가면 한 번쯤 봤을 법해서 찬장은 모두들 기억이 새록 날지도 모르겠다.


총 5가지를 소개해보았다. 단어만 들었을 때는 이 도구가 무엇이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사진과 함께 도구들을 만나니, 아~ 이게 그런 이름을 가진 도구였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역시 나는 이제 구세대로 넘어가는 시기인가?라는 생각에 이런.. 총 30개의 도구를 내가 다 아는 거잖아?라는.. 기쁨 아닌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오래된 식도구들을 만나면서 행복했고, 예전의 추억들을 되새겨 볼 수 있어서 너무도 좋은 시간이었다.




설날 아침이 밝는다. 지난밤에 산 복조리를 부엌의 큰 솔 위에 걸어 둔다. 안방문 위에 쌍으로 묶어 매달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복이 차곡차곡 쌓이라고 반듯하게 건다. 복조리를 문 안쪽에 거는 건 일단 들어온 복은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이다. 복조리 안에는 성냥, 엿 같은 걸 담기도 한다. 복이 풍성하게 타오르라고 성냥이다. 동전으로는 재복을 염원한다. 일단 붙은 복은 떨어지지 말라고 엿을 담는 것이다. 대신 묵은 복조리는 태워서 그간의 액운을 모두 날려보낸다. 조리질로 돌은 남기고 쌀만 일어 올리듯, 복조리로 복은 가져오되 나쁜 것은 걸러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조리질도 집 안쪽으로 해야지, 밖으로 돌려서는 복이 달아난다고 믿었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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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정리습관 - 집중력을 두 배로! 학습효과를 두 배로!
임희정.강누리 지음 / 마음상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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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력' 이란

물건, 시간, 공간을 적절하게 조율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힘



음, 나는 정리를 잘하는 사람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이다. 솔직하게,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TV에 정리의 달인. 이라고 나오는 사람들의 정리해 놓으신 것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라고 감탄에 감탄을 부르짖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리를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중간보다는 조금 나은정도? 너무 자만했나. 신랑이 보면,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구박할지도 모르겠으나, 뭐 아무튼 그정도라고 치자. 정리를 하긴 하는데, 세세하게 들어가면 정리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음, 그러니까, 겉으로는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를 잘해놓고 사는것처럼 보이는데, 어딘가 속속들이 열어보면, 뭔가 허술한 그런 사람. 그러니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한다. 정리하는 노하우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정리의 연장선상에 들어가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와 함께 정리하는 습관을 배우고 싶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아이의 정리하는 습관은 아이가 어렸을때부터 부모의 교육과 관련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친구집에 갈때는 이상하게 그런 점을 눈여겨 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저렇게 키워야지~', '아... 저렇게는 안돼..' 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아이에게 좋은 정리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정리에 관련된것들만 담아놓은 것이 아니라, 변화를 줄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놓았다. 그 중 아이의 놀이방 만들기였다. 장난감은 '위험한 것들이다, 아무때나 가지고 논다.' 라는 이유 때문에 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놓아두는 집들도 많은데, 이 책에서는 아이의 손에 닿는 곳에 놓아두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아이가 스스로 정리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이다.


아이의 정리하는 습관은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정리정돈하는 그 단 하나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이든지 잘하는 아이로 만든다. 독립심과 자립심을 키우며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리교육은 그래서 아이가 걷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가르쳐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리공식을 지켜보자. 아주 간단하게 공식화한 분류하기, 정돈하기, 유지하기. 이 세가지로 정리정돈을 쉽게 해보자.  

 

책은 참, 알차게도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의 정리습관에서부터 시작해, 스스로 체크리스트로 점검해 볼수 있는 란이 있었으며,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에게 정리 습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예시도 담아 놓았다. 아이에게 정리 습관을 올바르게 키워주는 최상의 방법은 윽박지르며 정리하라는 호된 소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놀이와 함께 하는 방법이 가장 적당하고,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부모도 다시금 잘못된 정리습관을 바로잡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아이가 아직 정리습관을 기르지 못했다고 해도, 늦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은 정리습관을 위해, 한권의 책에서 좋은 조언을 얻으시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필요 없는 물건을 비워낸 공간에서는 그 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합니다. 물건으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가벼워진 공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게 되죠. 코이케 류노스케의 저서 <생각 버리기 연습>에는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꼭 필요한 것을 채워야 할 때를 대비해 서랍 한 칸은 늘 비워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비운다는 것,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제거한다는 것은 곧 정말로 필요한 것만을 남긴다는 것이고, 이는 각각의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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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A 마나가 2호 - comics artists' creative time and space - the comic of my life
MANAGA 편집부 지음 / 거북이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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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뭐라고 단정지어야 하나. 만화가들을 인터뷰했으니, 잡지라고 해야 하나. 아님, 만화가들의 만화가 담겨 있으니 만화책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은 애매한 책이기도 하지만, 재미나게 읽고 본 책이다. 다만 일반 책 크기와 훨씬 커서 활자도 클줄 알았는데, 일반 소설책보다 활자가 너무 작아서 눈이 좀 불편한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마나가 1호에 이어 두번째로 발행된 책이다. 근데 왜 제목엔 2라고 적지 않았을까?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할때는 마나가 2로 제목이 나온다.

하일권 만화가로부터 시작해서 책에는 총 9명의 만화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인터뷰와 만화에 대한 이야기, 만화를 그리는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면 만화가가 그린 만화가 선보여진다. 그러니까, 만화가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들의 만화를 볼 수 있어서 이중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는 분은 하일권씨다. 왜인지 전형적인 만화가 같은 탈을 쓰고 심각한 표정을 연출하시는 모습이 재미있다. 사실, 예전의 만화가라는 직업보다 현재 만화가의 일은 훨씬 진보된 듯 보여지지만, 역시 기초는 그들의 아이디어,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똑같다. 학창시절에 내 옆자리 아이가 그림을 너무도 잘 그리고 노트에 끄적거렸던 만화의 그림들을 보고서, 나는 왜 저런 재능이 없는거야? 라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림실력이 없는 나는 항상 부럽다.

 잡지인듯, 잡지아닌책. 9인 9색의 작품들을 구경할수 있는 맛과 각자의 생각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또 다음호가 나올 것 같은데, 만화가들은 구독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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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간 노란문이 열리면 - 세계 수행자들과 함께 한 ‘삼례’의 특별한 여행
함영 지음 / 참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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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속에 '삶'이 있고, '지혜'가 있다.


공양간(供養間)은 절에 속한 ​부엌을 말한다. 나는 공양간에 한번도 들어가보지는 못했으나, 바깥에서 구경한적은 있었다. 두서너번정도 되었을까? 신랑과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절에 들러 밥을 얻어 먹은 적이 몇번 있었다. 그때 한번씩 고개를 쑥 내밀고 들여다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별 생각없었을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생각에 살을 붙이게 되었다. 그들에게 음식을 만드는 손길은 수행의 하나였다고.


삼례라고 하는 책 속의 주인공은 어느날 훌쩍 혼자 미얀마로 떠난다. 겁도 많고, 여행을 딱히 가고 싶었던 마음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여기서 주인공 삼례라는 분은 책의 저자 함영 씨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녀이지 않을까? 라고 추측을 해 볼 따름이다. 그녀가 미얀마로 떠난 이유는, 오래 전 미얀마에서 돌아온 한 스님의 말을 기억해서 였다. 그 스님은 미얀마의 숲속 곳곳에 '꾸띠'라고 하는 오두막이 있는데 수행하기에 그만한 곳이 없다! 라고 했다. 그 단 한마디의 말을 기억해 삼례는 미얀마로 떠난다. 아, 여기서 '꾸띠'는 수행자들이 머무는 숙소를 말한다고 한다.



미얀마에서 사람들에게 수행은 일상이었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출가를 경험해봐야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그네들은 생각한다. 흡사 우리 나라의 남자들이 군대를 갔다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출가를 경험해보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이 수행을 한다.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느꼈던 삼례는 그곳에서 수행자들과 어울리며,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고, 눈빛 하나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이 사용하고, 먹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과 소중한 것들을 나누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 속으로 들어가, 공양점심으로 나오는 잘게 썬 코코넛으로 소를 넣어 만든 코코넛 찰떡과 하루를 꼬박 공들여 만들었다는 수제 요구르트를 그들과 함께 먹고 싶었다. 삼례가 잊지못할, 사랑한 사람들. 60대 할머니 루씨와 친구 미요도 만나보고 싶었다. 웬지 거기에 가면 그들도 나를 친구로 받아줄 것만 같았다. 미얀마의 평균수명이 50살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삼례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있구나! 빠시 아저씨의 짜이를 사먹고 싶다. 이거, 수행은 일언반구도 없고, 잿밥에만 관심있구먼.      

미얀마에서 머물다가 갑자기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급작스런 상황전환은 나를 조금 놀라게 했다. 삼례는 친구와 부코추지라는 절에 또다시 수행을 하러 갔고, 다시 인도안의 작은 티베트라는 다람살에도 방문한다. 세계의 수행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온 삼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겠지? 하지만, 또다시 회의가 들때면, 언제라도 훌쩍 수행자들의 삶 속으로 떠날것 같다. 공양간 노란문이 열리면, 수행자들의 지혜처럼 함께 어울리는 우리의 지혜도 열리게 된다고. 짜이를 한잔 건네받는다면, 그 한잔으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고. 다 괜찮다고. 괜찮아 질거라고. 토닥여 준다. 나도 짜이 한잔~ 하고프구나!




말이 통하지 않아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해버린 친구 미요. 그런 그녀와 나란히 앉아 사원마당을 바라보며 함께 밥을 먹고 있으면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서로 아무리 말을 나누고 큰소리를 내도 오해만 쌓이고 상처만 주고받던 기억들이 삼례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말이 이해의 수단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말 때문에 상처받고 말로 상체기를 낼 일도 없었을 것을... 어찌 보면 진심은 침묵 속에서 더욱 명확한 전달력을 갖는지도 모른다. (p.48)


섬광처럼 스치는 전율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순간 정신이 번쩍 차려 졌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매끼 밥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런데도 아무런 생각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깨닫고자 하는 수행도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그러기에 깨달음도 자신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야심한 밤 공양간에 밝혀진 불빛처럼 삼례의 머리통을 환하고 뜨겁게 달구었다. (p.98)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자비롭고 지혜롭게 나눌 줄 아는 티베트의 아니들. 히말라야 계곡의 너럭바위에 앉아 그들의 빨래가 얼추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삼례의 머릿속에는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던 기억이며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애쓰던 일들이 떠올려졌다. 한편 물질보다 값지고 귀한 것이 자신에게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남들과 나누기에 더욱 적절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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