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十月로 쓰고도 시월時越로 이해한다. 여름과 겨울, 뜨겁고 차가움 그 사이의 시간이다. 시월十月에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나와 다른 나 사이의 관계와 틈에 주목한다. 그 안에서 무엇으로 만나 어떤 향기를 담을지는 어제를 살아오며 이미 정해졌으리라.

'어제와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더없이 맑고, 한없이 깊고, 무엇보다 가벼운 시월의 시간과 마주할 것이다. 그날이 그날이지만 한순간도 같은 때가 없는 시간, 하여 시월時越이 필요한 이유다.

금목서 향기로 시월十月을 맞았다.

시월時越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봉선(속)
무더운 여름숲의 습지에서 만나는 반가운 꽃 중에 하나가 물봉선이다. 주로 붉은색이 많지만 간혹 미색이나 노랑색으로 핀 모습을 만난다.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이지만 엄험히 다른 이름을 가졌다.

색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같은 모양일지라도 색의 차이로 인해 더 돋보이는 경우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다. 입술모양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이고 안쪽에 적갈색 반점이 있으며 닫힌꽃도 있다. 한없이 연약해 보이지만 색이 주는 선명함이 돋보인다.

물봉선은 물을 좋아하는 봉선화라는 뜻이다. 봉선화는 손톱에 물을 들이는데 쓰던 꽃인데, 여기에서 '봉'은 봉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줄기와 가지 사이에서 꽃이 피며 우뚝하게 일어선 것이 봉황처럼 생겨서 봉선화라고 한다.

솦 속에서 의외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는 미끈한 도시처녀같은 세련된 맛을 풍긴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놋젓가락나물

야생 금꿩의다리를 처음 본 곳으로 다시갔다. 메모리카드의 이상으로 애써 담았던 사진을 날렸던 아쉬움에 혹시나 늦둥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진으로 만 보던 것을 처음으로 만났다.

놋젓가락나물은 줄기가 젓가락을 닮았고, 잘 휘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놋젓가락은 놋쇠로 만든 젓가락이다.

보라색 꽃이 줄기 끝에 뭉쳐 핀다. 투구꽃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다만 덩굴성식물로 다른 식물을 타고 오르거나 늘어지는 모습으로 우선 구분한다. 그 늘어짐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하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느나 독성으로 인해 식용하지는 않고 뿌리가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금꿩의다리에 대한 아쉬움이 새로운 식물을 보게 되는 즐거움을 바뀌었다. 숲에 가는 즐거움 중 하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시우행 2023-09-28 0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생화도감에서 사진만 보다가 이렇게 글을 읽으니 더욱 실감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23-10-05 22:11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야 첫만남 했습니다
 

#시읽는수요일

소포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 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이어

산빛이 그의 가슴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에게 드리는 정작의 이유는

당신만이 이 향기를

간직하기 가장 알맞은 까닭입니다

한지같이 맑은 당신 영혼만이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추워지고 세상의 꽃이 다 지면

당신 찾아가겠습니다

*이성선 시인의 시 '소포'다. 누군가에게 담백한 마음 담아 전하고 싶은 소포입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구름과 비, 꾸물거리던 날씨가 바지가랑이를 붙잡는다. 덩달아 마음도 걸음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주춤거린다.

흐린 하늘 안에도 맑고 투명한 빛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경험치가 쌓여 한결 느긋해진 마음자리 덕분이다. 시선이 닿는 곳에 이처럼 마알간 빛으로 미소짓는 얼굴 있다. 산을 넘는 발걸음이 늘 바람보다 앞서는 이유다.

하도 이뻐 님 보듯 자꾸만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