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작약, 그 붉음의 근본을 본다. 저토록 붉음을 감추었기에 춥고 더딘 긴 겨울을 견딜 수 있었으리라. 끝내는 터져나오고야말 생명의 붉은 힘이다.


이때쯤 숙인 허리를 더 숙여 땅을 보며 수줍게 피는 어린 꽃을 본다. 두리번거리는 눈 앞 그 선두에는 이 붉음이 있다. 붉은 꽃과 노오란 꽃술의 어울림으로 지극히 화려한 꽃도 눈여겨 보지만 이 붉은 새순에 더 주목한다.


아직은 겨울 끝자락이라 모든 식물들이 새봄을 준비하는 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은 때라 작약의 새순이 꽃보다 더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크고 화려한 꽃과는 달리 '수즙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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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7

꽃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지만 이른 봄철 유독 사랑받는 꽃이 있다. 매화가 그 첫번째다. 옛 선비들의 매화를 향한 마음을 따라가기에는 멀었지만 현대인에게도 매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꽃이다. 몸도 마음도 얼어 움츠리던 겨울 끝자락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한데 매화가 가진 느낌은 그것을 넘어선다. 하여, 모양에 향기를 넘어 정신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탐매探梅에 열을 올리곤 했다.

탐매探梅, 옛사람들은 찬바람 불고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밟아 탐매의 길을 나섰다. 그렇게 찾아간 매화나무 아래에서 시를 짓고 읊으며 풍류와 아취를 즐겼다. 이 즐기는 것 속에는 풍류와 아취를 넘어 매화에 부여한 이미지를 통해 자기성찰의 길로 이어졌고 그것이 탐매의 길에선 선비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동은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오네

*조선 사람 상촌 신흠의 시다.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라는 문장에 담긴 옛 선비들의 그 마음자리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른 봄부터 전국 각지 유명한 매화나무가 있는 곳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꽃소식 오기만을 학수고대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현대판 탐매문화로 불러도 될 듯싶다.

선암사의 선암매, 금둔사의 납월매, 오죽헌 율곡매, 화엄사 각황전의 홍매, 창덕궁의 만첩홍매, 단속사 정당매, 도산서원 매화, 산천재의 남명매, 하회마을 서애매, 통도사의 자장매, 산청의 도산매, 전남대학교 대명매, 백양사 고불매, 지실마을 계당매, 소록도 수양매, 무위사 만첩홍매, 김해 와룡매, 동계종택 백매, 곡전재 분홍매, 대원사 백매, 횡천리 야매

지역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니 먼 길 마다않고 찾아다니며 매화만 봐도 봄 한철 그냥 지나가겠다. 그렇게 찾아간 매화나무 아래서면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이라 노래한 서안나 시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런지..

남쪽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 따라 해남 보해 농장, 광양 매실마을의 북적이는 매화도 좋지만 고즈넉한 산사에 홀로피어 더 빛을 발하는 매화를 찾아 매향에 취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른아침 산을 넘어온 매향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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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라도 불러 함께보는 것이
'매화'라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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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눈이 내렸다. 저길 지나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차마 발자국 남기지 못하겠기에 토방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입바람으로 겨우 밀어나며 디딤돌을 건넜다. 그렇게 조심조심 하루를 살아가라는 것이리라.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수줍은 미소를 보내는 꽃송이 위에 앉아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혹, 춥지나 않을까 싶어 괜한 걱정을 하는건 내 어설픈 마음인게다. 갯버들 꽃피는데 솜모자 씌여주고 싶은 것이 봄의 마음일까.


손에 잡힐듯 다소곳이 내리는 눈, 혹시라도 흩어질까봐 숨도 가만가만 내쉰다. 마음에 상서로운 기운이 담긴다. 봄 눈이 서설瑞雪이라 함을 알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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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음을 담아두고 싶었다. 들고나는 누구든 보면서 살포시 미소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고 염두에만 두었던 일이 나무를 만지면서 문득 먼 곳의 사진 한장이 그 생각을 깨우고 지나갔다. 하여, 버려진 나무를 모아 만들었다.

닮은듯 닮지않은 다른 마음이겠지만 나무를 골라 자르고 깎아 달아둔 마음은 서로 통하리라. 그 마음을 알았을까. 마침 새벽에 내린 눈이 쌓여 따스한 미소를 담은 정겨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렇게 시간이 겹으로 쌓이면 하나의 이야기가 엮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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