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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나와 시간을 공유한 물건들
문득 낯설어 보이거나 전혀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날마다 다니는 길이거나 익숙한 책상 또는 차안 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를 느끼는 것은 왜일까? 그때그때 달라지는 감정에 의해 늘 대하는 사물도 달리 다가오는 것이랑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한다. 한때 너무도 소중한 물건이어서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시간이 흐린 뒤 발견하게 되어 마냥 기뿐 그런 감정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 주변에는 늘 함께 있어 일부러 주의를 하지 않으면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사소한 발견]은 바로 그런 물건들에 대한 저자의 마음을 담았다. 사진을 전공한 형제간에 함께 공유했던 물건도 있고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한때는 소중했지만 이제 그 존재의 의미가 더 이상 없는 그렇고 그런 물건들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물건들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단추, 선인장, 탁상달력, 안경, 냉장고, 필름, 가위, 클립, 낡은 운동화, 알약, 지우개, 뽁뽁이, 노트 등 60가지에 달하는 이러한 물건에 얽힌 저자의 지극히 사소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사소한 발견은 지나온 시간이나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공유한다.
이 책 [사소한 발견]은 먼저 이 물건들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실어 놓았다. 하나하나 읽어 보면 아~ 이런 뜻이 있었구나 하고 의미가 새롭게 다가서는 물건도 있다. 60여 가지에 달하는 사소한 물건들의 이야기를 네 가지 테마로 분류해서 담았다. 일상의 사물에서 비일상을 꿈꾼다에는 단추를 시작으로 지구본, 냉장고, 옷걸이, 안경, 칫솔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두 번째 따스한 시선으로 본 추억의 몽타주에는 어린시절 추억과 관련된 물건들로 선풍기, 레코드, 흑백사진, 모기향, 아버지구두, 연필 등이다. 세 번째 아날로그의 냄새와 감촉이 좋다에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점점 잊혀져 가는 물건들로 깡통로봇, 양초, 전화기, 뽁뽁이, 성냔, 노트 등이 담겨있다. 네 번째 삶과 느림에 대한 소소한 발견에는 알약, 손목시계, 압정, 구둣솔, 돋보기, 자물쇠 등이다.
저자가 말한 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들이지만 나 역시 공유하는 추억이 있다. 그중에서 유독 마음에 남는 것은 흑백사진이다. 부모님이 거주하는 집에 들러 옛날 사진을 보던 중 막 결혼하고 찍은 젊디젊은 부모님을 보았다. 내가 커가는 것은 알지만 부모님이 그와 함께 늙어 간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던 때 새롭게 다가선 사진 한 장이다. 그 옆에 나란히 또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내 돌 사진으로 윗옷만 입고 빙그레 웃고 있는 그 사진을 핸드폰으로 옮겨와 가끔 보곤 한다.
이렇듯 이 책 [사소한 발견]은 잊어버린 시간을 돌려주기도 하고, 친구를 생각나게 하고, 슬픈 기억에 잠시 젖어들게도 하는 물건들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 준다. 획기적인 편집 스타일에 여백의 미를 살린 넉넉함 속에 담긴 사진 하나하나도 정겹게 다가서는 책이다. 굳이 필요 없는 물건들의 사전적 의미를 첫머리에 실어놓은 의도를 책장 마지막을 넘기며 알 것 같다. 시간을 함께 하며 나와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 온 물건들이기에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감성이 담긴다는 것을 암시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제 내 주변을 돌아보며 나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공유해 온 물건들에게 눈을 돌려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