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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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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이 책은 사실 그렇게 잘 읽히지 않았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 또한 상당했던 지라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라는 표지의 문구가 심하게 매혹적이었으나 읽어가면서 느낀 건 많은 작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그리 멀리서 발견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책이 나랑 조금은 인연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 이유는 지금처럼 이 책의 후기를 여러 번 적었지만 컴퓨터의 오류로 여러 번 날리게 되어서 결국에는 멘탈에 오류가 생겨 몇 번이나 책을 치워버렸다가 몇 번이나 책을 다시 펴게 되었기 때문이다. 몇 번째 다시 적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후기는 그리 썩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따르면 조지프 헬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나를 찾아온다. 내가 일부러 짜내는 게 아니다. 하늘이 정한 몽상의 길을 따라 저절로 나에게 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명한 많은 작가들의 스토리를 접해보니 보통의 많은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스토리의 모티브를 얻었다. 개를 산책시키다, 쇼파에서 잠깐 졸다가, 혹은 잠들기 전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그렇게 이야기의 영감을 우연히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머리를 짜내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도 많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우연한 영감에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줄이 트이면 그 뒤의 이야기는 후다닥 짧은 시간에 쓰이기도 하고, 엄청난 스피드로 엄청난 분량의 글을 써나갔지만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 교정에만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삶 또한 복불복이구나 싶어 괜히 먹먹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 말려 라는 제목으로 미취학 아동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았던 A A밀른의 위니 더 푸우의 스토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푸우의 베스트프렌드 크리스토퍼 로빈이 작가 A A 밀른의 아들일 줄이야! 아들이 잠들기 전 들려주던 동화를 글로 썼다는 따뜻한 이야기에도 감동을 받았지만, 주인공이 곧 작가의 아들이고 그 아들이 커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주인공인 동화를 들려주고,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뭔가 판타지 같았다. 작가의 아들 빌리가 좋아하던 곰인형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라고 하는 위니 더 푸우에 대해 실제 크리스토퍼 로빈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위니 더 푸우와 친구들이 나무 속이나 위에서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고요? 왜냐면요, 실제로 제가 그랬거든요. 나무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고요.

논픽션보다 픽션을 좋아하는 나라서 그런지 이 부분에선 뭔지 모를 찌릿함을 느꼈다. 푸우의 친구들 중 한 명이 내가 될 수도 당신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뭔가 설레지 않는가! 창작의 고통도 창작의 순간, 창작의 놀람,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창작의 가벼움도 느낄 수 있는 여러 색깔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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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은 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읽기 좋은 날 -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전망 없는 밤을 위한 명랑독서기
이다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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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읽기 좋은날 / 이다혜

 

 

 

책을 통해 책을 알게 되는 것만큼 미더운 것도 없다. 자극적인 문구만 쏙 뽑아서 과대광고를 아무렇지나 않게 하는 마케팅천국 대한민국에서 좋은 책(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온라인에서 책을 고를 때는 목차와 표지, 출판사 책소개, 리뷰, 그리고 공개되어있는 짧은 몇 페이지를 살짝 들춰보고 책을 선택해야 한다. 서점에서도 썩 다르지 않다. 그렇게 고르게 되면 불편한 점이 바로 충동구매, 과다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점이나 북페스티벌에 가면 늘 양손 가득 묵직하게 들고 돌아오지만 결국 그 중의 대부분은 장식용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그나마 이런 충동 소품구매를 막을 수 있는 게 책에서 언급한 책을 찾아 읽는 방법인데 그 꼬리를 물다 보면 장르의 다양성은 살짝 좁혀질 수 있겠지만, 첫 페이지에서 실망할 정도의 나와 맞지 않는 책을 고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책읽기 좋은날’ 이라는 제목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나지막이 어두운 저녁하늘과 포근해보이는 방 안을 보여주는 듯한 표지도 잠깐 쉬어가라는 듯한 손짓으로 보였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그리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정말 많은 책을 담고 있었다. 저자의 책 사랑, 혹은 책 중독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듯 했다. 좀비가 나오는 판타지부터 추리소설, 로맨스, 살랑거리는 시까지 책벌레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독서편력을 저자는 뛰어넘었나 보다. 물론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 책에 빠지지 못해 힘들게 읽히는 부분(예를 들면 지나치게 사회적인 소재)은 미련 없이 넘겨가며 읽었다.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

양탄자 위에 너의 옷

그리고 내 침대 속의 너

지금의 달콤한 현재

밤의 신선함

내 삶의 따사로움.

-      프레베르, 알리칸테 中

 

 

추리소설과 에세이나 수필을 주로 많이 읽어서 그 분야의 책도 리스트에 많이 옮겨놨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 이 짧고 말랑한 시였다. 최영미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시>에도 나온다는 프랑스 시인 프레베르의 ‘알리칸테’라는 시. 저자의 말처럼 정말 영상적인 느낌의 시다. 짧은 몇 줄의 글일 뿐인데 장면이 영상으로 그려지고 정말 따사로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p.67

프레베르의 시는 지극히 영상적이다(회화적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카메라가 팬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시에 빠져들게 된다. 때로는 줌인, 줌아웃하는 느낌도 받는다. 거기에 혀끝에서 미끄러지는 그 프랑스어만의 느낌이라니. 그의 시 중에도 나는 특히 ‘알리칸테’를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처음 썼던 블로그 주소가 알리칸테(Alicante)였다. 런던에 갔을 때 그곳에 취항한 항공사 광고가 빨간 이층버스에 붙은 걸 보고 굳이 찍어 오기도 했다. 알리칸테는 스페인의 동해안, 그러니까 지중해에 맞닿은 휴양도시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라도 상관 없었고, 실존하지 않은 장소라도 좋았다. 알리칸테라는 말을 입 안에 굴리는 느낌부터를 사랑했으니. 

 

 

그리고 책의 초반부에 나왔던 나카가와 이사미의 <스트라토!> 중 “이제 노후는 필요 없다! 즐거운 일을 노후로 미루다니 난센스다!”라는 문구는 너무 마음에 들어 모니터에 붙어놓았다. (회사 컴퓨터..)

 

 

다양한 책들의 와닿는 구절들을 아끼지 않고 인용해줘서 참 고마운 책이었다. 하지만 틈틈이 살짝 졸리기도 했기 때문에 유머요소나 이미지 등의 시각적인 요소고 중간중간 끼워져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남는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인 가을은 어느새 흩어지고 난방 덕분에 졸리기 좋은 날이 되어버렸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이다혜 기자에게 마음에 드는 책을 추천 받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것 같다.

 

 

 

p.92

‘예쁘다’는 것은 보는 이가 그다지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루하다는 것도 된다. 미술도 인간의 영위인 이상, 인간들의 삶이 고뇌로 가득할 때에는 그 고뇌가 미술에 투영되어야 마땅하다. 조선 민족이 살아온 근대는 결코 ‘예쁜’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현재도 우리의 삶은 ‘예쁘지’ 않다.

<고뇌의 원근법> 서경식

 

미의식은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의식이 아니고 무엇을 ‘미’라고 하고 무엇을 ‘추’라고 하는 의식이라는 말이다.

 

 

 

P.90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 없을 때 발발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일과 능력의 피로이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피로사회>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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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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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p. 135

 

말 이전에 생(삶)이 있었다. 삶과 거의 동시에 시가 있었고 그 시는 말 이전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인화지에 묻은 현상액, 그러나 아직 영상이 올라오기 이전, 한순간의 잠재적 언어의 상태. 곧 떠올라야 할 운명의 두근거리는 상태의 언어가 곧 시라는 이야기.

 

 

p. 40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

면서도 기다렸지요.

 

- 안도현 시인 <고래를 기다리며> 中

 

 

 

 

첫 페이지에 그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시를 가까이 하기도 전에 어렵게 느끼는 것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공부한 시 때문이라고. 시인도 풀지 못한다는 은유니, 직유니, 시적화자니 하는 것들로 시를 괴롭히고 시를 읽는 사람들을 괴롭혀 놓았으니 시가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겠냐고. 이 공감되는 말에 이끌려 나는 단 번에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마음을 살짝 열고 다가간 시였지만 생각만큼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은 가까워진 듯 하나 여전히 어려운 느낌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글'과 '시'에 대해 얕게나마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문학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를 고백의 양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백지 위에 토해 놓으면 다 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는 자아도취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한테 빠져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검증해서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시는 제대로 된 꼴을 갖추기 시작한다. 무한정 고백만 늘어놓을 일이 아니라, 세상과 사물을 묘사하는 법을 연마하는 게 중요하다.

 

 

 

 


 

 

 

'공식이 없는 세 가지 인생, 사랑 그리고 시'

 

시는 아픔인가.

책 속에서 언급하는 시에는 대부분 아픔이 서려있다. 외로움, 서글픔, 가난, 배고픔,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 등 긍정이나 낙천의 이미지는 거의 보지 못했다. 어쩌면 감수성을 자극하는 시라는 것이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일기에서 부터 나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서 말하는 시를 쓴 시인들은 대부분 1950 ~ 1980년대의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라 그때의 감성을 글에 담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 시를 거의 처음 접하는 나는 국어교과서에서 보았던 시 외에 지금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는 시가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더 좋지 앟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90년대를 옛날이라 칭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시인이 살던 시대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낭만을 느낄 수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 시대에는 또 그 시대만의 인생, 사랑, 낭만이 있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시가 어렵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다만, 시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평론이다. 시와 글은 좋지만 여전히 그걸 요리조리 뜯어서 공식에 맞춰 분석하는 것이 난 썩 불편하다. 자세히 그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책 속에서 시인이 그랬듯이 시에서 '아름답다'라고 하면 그냥 '아름답다'로 받아들이고 싶다. 더 알면 다친다는 말에 살짝 뜨끔하긴 하지만, 굳이 마음을 울리는 시를  억지로 공부하듯 뜯어보고 싶지는 않다. 조금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라면 '시'와는 담을 쌓은 듯한 21세기의 나와 같은 감정적으로 메마른 젊은이들도 조금은 감성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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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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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범한 날의 특별한 선물, 도시락의 시간

 

 

 

 

 

 

 

 

부부의 도시락을 통해 만나는 인생 취재기.

 

글을 쓰는 아내와 사진을 찍는 남편, 그들의 도시락 취재기의 주제는 도시락이 아닌 사람이었다. 도시락을 취재할 거라고 여기저기 묻기도 하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겠지만 내 손에 들려진 이 책에는 도시락은 그저 하나의 매개체일 뿐 그 속의 90%는 따뜻한 인생 이야기였다. 그저 사람을 만나고, 알고 싶고, 듣고 싶어 고민하다 도시락이라는 연결고리를 찾아낸 게 아닐까. 어쨌든 도시락의 시간이라는 책은 속이 꽉 찬 도시락 같았다. 넘기면 넘길 수록 새로운 삶이 쏟아지는 것이 마법의 항아리 같은 느낌이었다.

 

 

 

 

 

 

 

 

39가지 색깔을 가진 삶.

 

39명의 도시락을 통해 39가지 삶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도시락 보다는 그들의 직업, 그들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다가오면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묘한 감동을 주었다.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일본 특유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감성.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았고, 나오는 모두가 특별했다. 어쩌면 나와 내 주위의 한명 한명도 너무 가까이서 봐왔기 때문에 살짝 시야가 가려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이 책 속의 그들처럼 모두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을텐데. 아주 어릴 적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을 때 모든 아이들의 도시락의 느낌이 각각 달랐던 것처럼.

 

 

 

 

 

 

 

소박하다고?

 

추천사에도 책 속의 본문에도 소박하다, 일찍 출근해야 해서 간단하게 싸간다는 내용이 아주 많이 나오지만 사실 내가 봤을 때는 전혀 소박하지 않았다. 이건 개인차일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살면서 저렇게 맛깔나 보이는 도시락을 먹어본 적이 없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 때문에 늘 저렇게 먹음직스럽게 싸다니는 걸까, 아니면 정말 인터뷰를 위해 작정하고 도시락을 싼 걸까. 후자일 가능성이 커보여서 조금 안타깝다. 요리책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니 만큼 조금은 사실적인 도시락을 보고 싶었는데.

 

 

 

 

삶은 개성

 

다양한 삶 속에서 각자의 개성과 꿈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모두들 고단하고 힘든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부끄럽지만 반성도 하게 됐다. 고단한 시간 중 잠깐의 도시락 타임이 얼마나 그들에게 큰 즐거움과 에너지를 줄까.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작은 것들에 더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고 삶을 만들고 결국에 나와 내 사람들을 만들테니까. 맛있는 도시락과 맛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맛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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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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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에세이,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글쓰고 여행하는 요리사.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 묘하게 어울리는 조화다. 그는 셰프답게 모든 추억을 맛으로 기억하는 듯 했다. 통영에 사는 그의 지인이 계절을 맛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분위기는 다르지만 얼마 전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가 문득 떠올랐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하루키 하면 굴튀김이 떠오르는 것처럼 나는 시간이 흘러 이 책을 떠올리면 토끼고기가 떠오를 것만 같다. 셰프로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겠지만 미식가가 아닌 평범한 한국인으로서는 문화적 충격이었기 때문에.

 

 

 

 

 

 

 

 

 

시칠리아의 새해 음식 중에는 토끼고기가 있다고 한다. 사육된 토끼를 초콜릿을 녹여 만든 소스로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돼지나 소, 닭처럼 토끼 또한 사육된 가축일 텐데 이 부분을 읽을 때 왜그리 놀랐었는지 모르겠다. 거죽이 벗겨져서 들여오는 토끼가 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맛 또한 전혀. 주말 예능 중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고슴도치를 잡아먹는 장면이 여과없이 나왔다. 최근 주위에 고슴도치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그 방송을 보며 엄청난 멘탈붕괴를 일으켰는데 이 책의 토끼고기는 어릴 적 뽑기에서 뽑아서 잠시 키우다 하늘나라로 간 토끼와 얼마 전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하신 할머니가 계속 "토까이 밥주러 가야 되는데"라고 중얼중얼 거리시는 게 떠오르게 했다. 이때 할머니는 토까이 혼자 두고 와서 밥줘야 된다며 옷도 갈아입고 걱정을 하셨는데 토끼 집 문을 열어놔서 나와서 혼자 알아서 풀뜯고 있다고 하니 할머니는 해맑게 웃으시며 "그래? 잡아무라~ 뜨신 물에 푹 고아가. 물에 폭 담가 놓으면 알아서 죽는다" 라는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그때의 멘붕이 토끼고기와 초콜릿 이 내용과 맞물려 살짝 현기증이 났다. 맛은 궁금하지도 않았다. 컬쳐쇼크란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토끼의 모든 다리에 칼집을 넣고 항문 쪽에서부터 칼을 넣어 배 쪽으로 갈라야 해. 가죽은 귀한 모자와 목도리를 만들 수 있거든. 가죽을 벗겨내면 기름이 있는데, 이것도 귀하게 쓴다네. 토끼 간을 저장하거나 요리를 할 때 쓰지. 아참, 토끼 간 얘기를 했던가. 그건 마늘과 허브를 넣어 쪄서 곱게 체에 내려야 하네. 빵에 발라먹거나 굳혀서 요리로 내지. 푸아그라보다 더 맛있는 게 토끼 간 파테라네."

 

 

가장 원초적인게 음식이고 요리겠지만, 가장 어려운 것 또한 요리인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고기 대신 먹던 동물의 내장, 머리, 뇌수 등도 시간이 흘러 지금은 문화가 되어 미식가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추억의 절반이 맛이라면 문화의 절반도 맛인가 보다. 시각적인 것에 비위가 약해서 회나 해산물 등 날것을 잘 못 먹는 나는 추억을 맛으로 기억하되 정확한 재료와 레시피는 덮어두고 싶다. 그저 맛과 향과 분위기와 담소만 기억하고 싶은 바람. 어렵고 무서운 음식은 잠시 덮어두고 부산에 가서 짜장면이나 한 그릇 먹고 오고 싶다. 저자의 말처럼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그 곳의 짜장면은 이곳과 어떻게 다를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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