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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평점 :
오늘 정오에 헤어진지 24년만에 뉴욕에서 살고 있는 로라 문 (한국이름 나영)을 만나 해성의 인연을 그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Fast Lives」의 등장하는 뉴욕의 풍경을 보면서 문지혁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고잉 홈 GOING HOME」에 실린 9편의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이민 1세대로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점차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며 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 Air-made Biography)의 이호철씨,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실존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500달러를 벌어들인 (고잉 홈 Going Home)의 현, 벽면이 온통 핑크빛이기도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돈 세사르에 묵게 되면서 각자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을 맞이하는 (핑크 팰리스 러브 Pink Palace Love)의 결혼 1년차 부부, 앞서 위픽시리즈로 먼저 읽었지만 공개입양으로 가족이 되었지만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자 디즈니월드에서 잠시 스스로 혼자가 되는 (크리스마스 캐러셀 Christmas Carousel)의 에밀리, 무뚝뚝하지만 재방송을 볼 정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자 블루 노트에서 트럼펫을 연주 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골드 브라스 세탁소 Gold Blass Cleaners)의 세탁소 주인과 그를 인터뷰하는 「뉴욕타임즈」기자가 꿈이었던 영, 교회의 한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지만 ADHD인 아이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자신에게 잠시나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뷰잉 Viewing)의 맹 선생님, 아내가 다쳐 병원으로 가지만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높은 치료비가 예상되는 것이 분명한 미국에서 그나마 치료비가 적게 나올 병원을 고민하고 아내와 우연히 들린 식당에 걸려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보게되는 한국인 사장이 있는 어학원에 등록해 F-1 학생 비자만 면피용으로 만든 뒤 수업에 나가지 않고 현금으로 페이를 주는 음식점 서빙 캐시 잡들을 전전하는 (나이트호크스 Nighrhawks)의 남편, 소설집에 실린 유일한 한글 제목의 단편이며 목회학 석사 졸업을 앞두고 교회 스태프로 계속 일해보겠냐는 담임 목사의 제안을 받게 되고 한국과는 다를 줄 알았으나 역시 이 곳도 세속주의와 가부장적 압력이 만연하기에 망설이고 있으며 이웃에 사는 비주류인 유대인가족들의 종교적 전통을 자기 자신도 존중하지 않았던 성별과 신분에서의 주류가 되지 못하는 (뜰 안의 볕 Sunshine In The Garden)의 Always Spring이지만 Eternal Spring이기도 한 늘봄, 지원을 끊은 할머니의 유산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간 후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와 자신의 사연을 촬영하는 사람들과 함께 동행하게되는 (우리들의 파이널 컷 Our Final Cut)의 클로이같은 인물들을 보면서 저와는 다른 머나먼 낯선 땅에서 삶을 영위하는 모습들을 막연히 동경하면서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자각을 동시에 들게 되어 심란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집(고향), 더 나아가서는 원래 우리가 가야할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 길(여정)에 서있기에 때론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기도 한다는 것을 오늘 새로이 깨달았고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도착할 집이 있기에 저는 지금 너무나 기쁩니다.
문지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