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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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그토록 많은 부분이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그럴 만하면서도 동시에 심히 부당하게 느껴졌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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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펄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로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보다는.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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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의 <문득, 묻다>

책표지에서도 말하듯 이 책은 유선경이 라디오작가로 활동하던 즈음 KBS 클래식 FM <출발FM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에서 ‘문득, 묻다‘ 코너를 통해 소개되었던 짧은 글들을 모아 묶은 것입니다.

하나하나 3~5쪽 분량의 짧은 글들이지만, 작은 주제를 담은 이야기들은 탄식이 절로 나올 만큼 참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책 제목처럼 문득 하나의 질문이 던져지는 것으로 작디 작은 이야기를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 사회, 예술, 문화 등 폭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짧게 풀어나갑니다. 그런 후에 읽는 이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작디 작은 이야기를 마무리짓습니다.

유선경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어른의 어휘력(앤의서재, 2020)>을 통해서입니다.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으로 어휘력에 주목하고 있는 <어른의 어휘력>은 그 내용의 현재적 필요가치성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글이 어찌나 쉽고 편하게 읽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득, 묻다> 또한 너무나 쉽고 편하게 읽힙니다. 그런 책 있잖아요? 옆에 두고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손이 가는 책, 또는 손이 갔으면 하는 책. 그게 바로 유선경 작가의 <문득, 묻다>가 아닐까 싶어요.

인문학적 지식과 지혜를 쌓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을, 그래서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 바로 유선경 작가의 <문득, 묻다>입니다.

이 책은 현재 세 번째 이야기, 즉 3권이 출판되었습니다. 출간 순서와 상관없이 몇 번째 책이든 아무 책이라도 구입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매일 읽어야지 하는 독서적 의무감이나 강박감은 전혀 생기지 않을 겁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참 좋은 책입니다.

#유선경
#문득묻다
#어른의어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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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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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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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한동안 기억하고픈, 기억하려는 이름입니다.

2006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가의 대열에 들며 지금까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이어온 작가라는데, 정작 저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를 거쳐 알게 된 작가입니다. 특히 2015년에 발표한 <구의 증명>이라는 소설을 통해 최진영이라는 이름과 그의 작품에 끌림을 받았습니다.

소설 <구의 증명>의 모티프는 사랑과 죽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가 자극적이고 충격적입니다.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나는 미친년이다. 사이코패스다. 인간이 아니다. 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구를 먹는다. 나를 비난하고 가두고 죽여도 좋다. 그 모든 것은 내가 구를 다 먹은 후에. 이 장례를 끝낸 후에. ----- <구의 증명> 108쪽에서...

소설의 소재는 충격적이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이야기는 차마 견디기 벅찬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만일, 이 소설을 읽고 눈물을 참아낸다면 당신은 아마도 세상의 도를 통달한 분일 겁니다.

그렇게 만난 최진영 작가가 최근에 발표한 작품이 바로 소설 <오로라>입니다.

82쪽 분량이라 금방 읽힙니다. 분량만큼 이야기도 단순합니다. 제주도의 겨울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던 작가의 다짐을 꺼내 쓴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는 믿음과 사랑에 관한 짧은 소품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해서는 안 될, 즉 기혼남을 사랑하게 된 작중 너가 그 사랑을 접고자 마음을 정리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단순하다고해서 이야기가 품은 믿음과 사랑의 관계에 대한 사유적 깊이마저 얕은 것이 아닙니다.

이 작품이 위픽 시리즈로서 기획되었다는 점, 위픽 시리즈는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취지를 갖는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소설 <오로라>를 내용의 가시적 단편성만으로 이해하거나 감상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작가도 스스로 밝힙니다. ˝<오로라>를 쓰면서 사랑과 믿음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습니다. 둘의 크기는 같지 않아서 어느 한편에 더 많은 그림자가 집니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질문은 답이 아닌 더 많은 질문을 불러옵니다.˝(‘작가의 말‘ 中에서)

그렇듯 이 단순한 소설은 끝도 없는 질문을 요하게 만드는 만큼 단순하지가 않다는 역설을 자아냅니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사랑에 대한 사유는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저 제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작가의 말‘ 中에서)라는 작가의 고백을 통해서도 저는 소설 <오로라>를 좀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전작들을 만나봐야겠다는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의 글을 통해 단편적으로 저울질하거나 가위질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를 이해하겠다는 의지가 아닙니다. 공감하겠다는 열정은 더더욱 아니겠죠. 그저 너를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값싼 치기에 불과할 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하나의 작품만으로 작가 또는 세상 전부를 해석한 것인마냥 값싼 지적 허영과 오만을 부리려 합니다. 나의 비루한 기준으로 광활한 세상을 판단하고 결정 지으려 합니다. 그것이 어찌나 불손하고 방자하며 가련하던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넓게 보고 깊게 헤아리려 노력합니다. 판단을 하려 말고 이해와 공감에 젖어들게끔 애씁니다. 요즘 독서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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