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 길 위에서 만난 나누는 삶 이야기
박영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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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는 "돈은 곧 행복이다."고만 말할 뿐 진정한 삶에 대해서는 철저히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는 그 망각들을 반성토록 하는 따끔한 회초리가 아닐까 싶다. 진짜 아파 본 사람은 행복에 앞서 아름다움을 먼저 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나는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진실된 마음을 얼마나 보여주었을까.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나 자신조차 부족할지언정 누군가의 삶에 작은 희망을 틔워줄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 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과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기를 바라는 단어이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으나, 정작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일시적·한정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고 많이 가진 자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강조할 수는 없는 법, 의무적으로 꼬박꼬박 기부를 해야 된다는 법은 없으며, 그저 진실된 마음이 우선적으로 받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나눔은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가에 따른 기준을 두고 논하면 안 될 것이다. 그래도 굳이 논할 것이 있다면 어떻게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바로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굴곡진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게 되리라.

 

 



 

 


「도라지 농사를 지어 꼬박 3년을 모은 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그걸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스님의 말에 따르면 살아생전 그런 돈은 처음 봤다고 했다. "꼬깃꼬깃 접은 돈을 비닐봉지에서 꺼내는디 내 콧등이 먼저 시큰거립디다. 부처님을 모시는 손으로 그 돈을 받았으니 내 기분은 어쨌겄소. 3년을 모았다는 그 돈을 내밀면서 이리 부탁합디다. 요새도 월사금 못 내서 공부를 중단하는 학생들이 있을지 모르니 그 돈을 거기에 써 달라고."」- 본문 중에서

 

공감한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진정 사랑을 아는 자다.

이 책은 우리의 공감력 부재를 넌지시 알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에 목말라서 시들어가고 있는지, 무한히 펼쳐진 바다가 많고 많으면 뭣하나,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데 말이다. 책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전쟁의 잔해는 그들의 씻을 수 없는 통증이 되어버렸다. 저금통 두 개로 이웃과 소통하는 사람, 시장 바닥 20년 만에 장학금 1억을 모은 사람, 고물을 모아서 마음의 병을 고친 사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나눔을 실천한 눈물겨운 사연이 많다. 선물은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왜 주게 되었는지, 그 시작된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에 나온 사람들이 베푼 선물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롱한 빛을 간직한다. 다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그래도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라고 말이다.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되는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아름다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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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팽이 - 1세대 콘텐츠 리더 최신규의 문화콘텐츠 현장 이야기
최신규 지음 / 마리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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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다'라는 말을 자칫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평범하다는 것만큼 위대한 진리도 없다. 지금 자신이 너무 평범해서 보잘것없이 생각된다면, 내가 지금 가지지 못한 것보다 내가 가진 것을 먼저 생각해보라. 그러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훨씬 더 강하게 들 것이다.」- 본문 중에서

 

평범함 속에서 진리를 발견한 사람, 장난감 대통령이라 불리는 최신규의 인생역전기를 들어보자!

가진 것 없이 가벼운 몸뚱어리로 맨땅에 헤딩하는 소년이 있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어느 누구못지 않게 대단했으나, 학업의 길을 계속 나아가기엔 다소 버거웠던 환경이었다. 목마른 자가 느끼는 갈증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소년이 아니었을까. 소년은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짧은 학창 시절을 가슴에 품고서, 머지않아 자신에게 들이닥칠 엄청난 기운을 감지하려고 손발이 닳도록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원하고 원망해도 돌아오는 건 자기 자신을 향한 자책감과 돌이킬 수 없는 과거라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서, 자신을 중심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비록 학교에 다니면서 정규교육을 받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는 없었지만, 금은방에 취직하면서 일의 소중함, 일을 향한 열정을 배우면서 차츰 성숙해져만 갔다. 그 소년은 자신과의 독백 속에서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냈다. 바로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에 소통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우리 제품의 소비자이며, 그들에게 어떤 성향이 있는지 항상 연구하며 살아왔다. 그런 만큼 '어린이의 시각으로 만들어야 성공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획자, 투자자, 제작진이 서로 아집의 벽을 허물고 대화해야 성공적인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돌아가는 팽이처럼… 때로는 새하얀 마음의 백구가 되어 동심을 자극하는 촉진제 역할을!

<멈추지 않는 팽이>의 저자 최신규는 장난감 왕국의 대통령이다. 그는 <하얀마음 백구>, <끈끈이>, <탑블레이드>, <슈퍼스타K 온라인> 등을 탄생시켰다. 아이들의 작은 손에서 튀어 오르는 팽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탑블레이드였을 것이다. 또한, 문구점에서 거미와 문어 모양으로 생긴 끈끈이를 본 적이 있다면, 바로 저자가 발명해 낸 장난감 중의 하나였음을! 나 역시 끈끈이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스파이더맨처럼 끈끈이를 들고 유리창을 향해 쫙 펼치면 찰싹 달라붙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다. 단순해 보이는 끈끈이 속에는 그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독자적인 노하우가 숨어 있었다. 저자가 말하기를, "콘텐츠사업의 미래는 '완구 · 애니메이션 · 게임의 융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그러한 전망에 발맞추어 아이들의 동심 속으로 퐁당 빠져들기를 서슴지 않는다. 하루종일 만화영화에 푹 빠져 있기도 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의 욕구를 찾아낸다. 항상 '창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최신규, 그는 '살아생전에 성공이란 없다'고 했다. 그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보여주고 싶었을까?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했다는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같은 시간에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다 보면 단 몇 초가 운명을 가름하게 된다. 시간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앞서가게 되어 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일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화통하게 껄껄껄 웃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사업은 긴장의 연속이다.」- 본문 중에서

 

기억하라! 실패에서 얼마나 빨리 일어나 도전하는가가 관건이다.

하나의 성공 신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이 반복되어야만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멈추지 않는 팽이> 이 세상은 알라딘의 지니 램프처럼 원하는 것을 공짜로 제공하지 않는다. 반드시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대로 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나는 이 책을 읽고 재능보다 위대한 것은 끈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넘어지는 횟수를 하나 둘씩 세면서 엉엉 울 게 아니라, 눈물이 나오기 전에 벌떡 일어나야 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과 최고의 노력으로 엄청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하는 조언 중에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계속 읽으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책 읽기'의 필요성에 대하여 언급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는 많은 경험과 다양한 책 읽기를 통해서 생겨난다고 말이다. 성공의 원천은 바로 '평생 학습'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배우고 또 배우자.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자만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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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의 이틀 밤
문지혁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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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사막의 밤, 여인은 꼬리가 높게 올라간 사자 곁에서 잠을 잔다. 나는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자의 갈기는 하늘하늘 흔들리고, 집시 여인은 평온한 숨을 내쉬며 꿈을 꾸고, 사자는 그녀의 머릿결에서 나는 향취를 맡는다. 사자와 집시 여인을 향해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내 발가락 사이로 사막의 모래가 쏟아져 들어왔다가 스르르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본문 중에서

 

해석이 없어서 자유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사자와의 이틀 밤>

대게 단편소설은 문학평론가에 의한 작품해설이 수록되어 있기 마련이다. 작가가 작품에 무엇을 투영시켰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하는 독자를 위한 하나의 해석론일 것이다. 하나의 해석 가능한 관점을 제시해놓으면, 독자는 그제야 작품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단편소설집을 제법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 읽은 <사자와의 이틀 밤>이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조금 낯선, 그러나 조금 친숙한 소재가 골고루 섞여 있는 듯하다. 책은 읽는 이의 취향대로 해석하기 나름이라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에 가슴이 조금 답답했다. 굵은 빗줄기가 내리치는 날, 무미건조한 인간의 삶이 빨랫줄에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일까. 무언가 억눌린 감정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작가는 글을 통해서 완벽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실을 보여줄 듯하면서 다시 감추고야 마는 희미한 문체가 불안을 증폭시켰다. 총 8편이 수록된 <사자와의 이틀 밤>을 취향대로 해석해보자면, 작가 혹은 인간의 자화상이 무의식중에 극적으로 회생하는 과정, 희뿌연 담배 연기 같은 남녀 간의 고독한 사랑, 그리운 사람을 향한 부질없는 몸부림에 이르기까지 가혹한 현실 속 인간의 모습을, 그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의 모든 것을 은밀하게 함축시켜놓았다는 생각이다.

 

 



 

 


「최연소 등단을 고대하며 헛된 꿈을 꾸던 시절은 이미 지난 세기의 일이 되어버렸고, 그 사이 고등학생이던 나는 어느새 삼십 대에 들어섰다. 따지고 보면 그 십여 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쓰고 고치고 보내고 떨어지는 과정의 반복뿐이었다. 십 년이 훌쩍 지나 강산이 변했는지, 혹은 내 소설이 조금은 나아졌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일만 시간의 법칙 같은 걸 채웠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 시간들은 이렇게 여덞 편의 흔적을 남겼다.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들은 작가를 꿈꾸던 소년이 어떻게 아저씨가 되어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본문 중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 없이 시작되는 이야기 없다는 것… 인간은 곧 문학의 시발점이 되어주는 셈인가? 부귀영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오늘이라는 시간에… 의미 없어 보이는 책 속에서 '왜 우리가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찾아냈다. 작가가 바라본 하늘과 내가 본 하늘이 같을 수 없듯이, 우리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시작하는 삶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더욱 이해하는 여유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주제가 다양한 책을 읽은 날이면… 그래서 다 읽은 다음에, 이렇게 감상문을 적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더더욱 여유를 찾아내야 한다. <사자와의 이틀 밤>이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하여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을 뿐이다. 때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명쾌한 책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은유적인 소설책도 읽어주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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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29통의 편지 - 스물아홉, 이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마지막 인생 조언
후쿠시마 마사노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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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일에 '사랑'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것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때나 중요한 것이지 실적을 거두어야 하는 일과는 관계없는 것 아닌가. 일과 사랑이 어떻게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만났을 때에도 마지막에 '자네가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은 뭐요?'하고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이런 말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본문 중에서

 

토오씨는 자신이 하는 일만큼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다루었으며, 책임감도 강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전투적인 자세로 물러서는 법 없이 결단력 있게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떤 과제가 주어져도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토오씨가 항상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을 제외한 직장동료들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예컨대, 자신이 내어준 과제를 정해진 기한 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부하직원을 향해 '무슨 문제가 있는가?' 혹은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라는 격려의 말은커녕, 비난 조로 쏘아붙이기 일쑤다. '항상 그런 식이라니까'라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냉철하고 이기적인 토오씨에게 의문의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그리 긴 내용의 편지도 아니었다. 편지의 내용들은 '어려운 일이 즐겁다', '보려고 하는 대로만 보인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무엇을 얻을지 생각하라.',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변하는 것이다.'와 같은 짧은 내용이었다. 그러한 편지를 계속 받는 동안에도 토오씨는 직장에서 크고 작은 일에 휘말려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 괴롭히는 것이라 생각했고, 마침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그 후, 평소와 다름없는 며칠이 흘렀다. 굳이 변한 것이 있다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편함부터 열어보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괴상한 편지는 한동안 오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우편함부터 열어보았다. "왔다!" 이런 흰 봉투 따위는 무시하겠다고 생각했는데도 왠지 신경이 쓰였다. 그 속에 무슨 말이 담겨 있을지도 무척 궁금했다. 결국 나는 방에 들어갈 때까지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보았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무엇을 얻을지 생각하라.'」- 본문 중에서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위대한 힘이란 무엇일까. 물질적인 보상만이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최선책일까? <내 인생을 바꾼 29통의 편지>에는 이기적인 성격의 토오씨가 등장한다. 그의 모습은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일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와 같은 편지가 계속 찾아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편지를 읽으면서 콧방귀를 뀌던 토오씨… 그러나 어느새 편지 내용을 발판으로 삼아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편지를 보내는 사람을 찾기 시작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가치관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에게 날아온 29통의 편지, 나도 이 책을 활용해서 동생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인생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을수록 학습하고 성장할 기회도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다. 우리가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다. 그 속에서 겪는 괴로움이 클수록 사람은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하게 된다. 괴로움을 겪으며 지나온 그 곳에서 자신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p.207)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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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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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네는 인시 조금 지나 물지게를 지고 우물가로 왔습니다. 흰 비단 수건을 대야에 띄워 물에 찌꺼기가 뜨지 않는지, 황토가 섞이지 않는지를 보는데 불그스레한 색이 배어났습니다. 황토물인가? 혹은 지난밤 비에 흙탕물이 배어났을까? 등잔을 가까이 비추었더니… 피… 핏물이었죠."」- 본문 중에서

 

그것은 살인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경고의 메시지와 같은 것이었다. 왕의 학사들을 노리는 암흑의 살인마는 누구인가?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창제에 얽힌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그려낸 역사적 픽션작품이다. 훈민정음 반포일 이전 7일 동안 궁 안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인다. 궐 안의 연쇄살인 수사를 맡게 된 말단 겸사복 강채윤, 외소주간에서 도살을 업으로 하는 반인 가리온, 학사들과의 치정사건에 연루된 의문의 여인 소이, 집현전의 수찬 성삼문, 궁중 천문연구기관인 서운관 관인 이순지, 왕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전 호위감 무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과 임무를 부여받은 등장인물이 치밀하게 짜여진 미로 속을 요염하게 헤집고 다니기 시작한다. 수사를 진행하던 채윤은 학사들의 죽음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밤사이 궐 안 주자소의 화재 사고로 또 다른 학사가 불에 타 죽고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진다. 현장을 조사한 채윤은 두 번째 학사의 죽음이 화재를 위장한 살인임을 알아차리고 지난밤 은밀하게 주자소로 향하던 무휼을 의심한다. (…) 등잔조차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채윤은 오들오들 떨었다. 방문 밖에는 추적추적 빗소리가 들렸다. 문득 창밖이 불그스럼해졌다.」- 본문 중에서

 

 

 



 

 


매일밤 이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 주상의 침전에 출몰하는 귀신의 정체, 저주받은 책들의 공동묘지에 숨겨진 비밀!

새로운 격물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주상과 젊은 학사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한다. 비록, 이 책이 픽션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지난 9일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만들어주는 데는 결코 부족함이 없었노라며 말하고 싶다. 지금 내가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글로서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라의 뜻을 바로 세우고 백성들이 저마다 품은 뜻을 당당히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게 되었노라며 훈민정음 해례에서 밝히고 있는 세종대왕의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속에 숨겨둔 세종대왕의 비밀 코드를 파헤치는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최근 드라마로 제작되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원작에 가까운 박진감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겠다. 예전에 이정명 작가의 작품인 <바람의 화원>도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나, 원작을 살려내기란 쉽지 않은 것임을 확인했던 경우였다. 여튼간에 결말이 궁금해서 밤을 새더라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시대는 살아 숨쉬었다. 시대는 생각하고 성장하며 완숙해졌다. 사람이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대가 성장하는 데는 그 시대의 명을 좇는 자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거대한 시대의 전쟁에 맨몸으로 나선 자들이 그들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시대가 성장하고 발전하여 융성의 시대가 올지라도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맞선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융성의 시대를 만드는 한줌 거름이 됨을 기꺼워 할 것이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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