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 길 위에서 만난 나누는 삶 이야기
박영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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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는 "돈은 곧 행복이다."고만 말할 뿐 진정한 삶에 대해서는 철저히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는 그 망각들을 반성토록 하는 따끔한 회초리가 아닐까 싶다. 진짜 아파 본 사람은 행복에 앞서 아름다움을 먼저 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나는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진실된 마음을 얼마나 보여주었을까.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나 자신조차 부족할지언정 누군가의 삶에 작은 희망을 틔워줄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 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과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기를 바라는 단어이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으나, 정작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일시적·한정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고 많이 가진 자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강조할 수는 없는 법, 의무적으로 꼬박꼬박 기부를 해야 된다는 법은 없으며, 그저 진실된 마음이 우선적으로 받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나눔은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가에 따른 기준을 두고 논하면 안 될 것이다. 그래도 굳이 논할 것이 있다면 어떻게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바로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굴곡진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게 되리라.

 

 



 

 


「도라지 농사를 지어 꼬박 3년을 모은 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그걸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스님의 말에 따르면 살아생전 그런 돈은 처음 봤다고 했다. "꼬깃꼬깃 접은 돈을 비닐봉지에서 꺼내는디 내 콧등이 먼저 시큰거립디다. 부처님을 모시는 손으로 그 돈을 받았으니 내 기분은 어쨌겄소. 3년을 모았다는 그 돈을 내밀면서 이리 부탁합디다. 요새도 월사금 못 내서 공부를 중단하는 학생들이 있을지 모르니 그 돈을 거기에 써 달라고."」- 본문 중에서

 

공감한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진정 사랑을 아는 자다.

이 책은 우리의 공감력 부재를 넌지시 알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에 목말라서 시들어가고 있는지, 무한히 펼쳐진 바다가 많고 많으면 뭣하나,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데 말이다. 책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전쟁의 잔해는 그들의 씻을 수 없는 통증이 되어버렸다. 저금통 두 개로 이웃과 소통하는 사람, 시장 바닥 20년 만에 장학금 1억을 모은 사람, 고물을 모아서 마음의 병을 고친 사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나눔을 실천한 눈물겨운 사연이 많다. 선물은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왜 주게 되었는지, 그 시작된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에 나온 사람들이 베푼 선물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롱한 빛을 간직한다. 다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그래도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라고 말이다.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되는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아름다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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