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가족의 성장일기
심재철 지음 / 문예당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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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MBC 문화방송 기자로 방송사 최초 노조를 만들었으며, 1996년 정치에 입문하여 국회 예결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3선 국회의원이었던 심재철. 나는 그가 청춘을 바치며 치열하게 살아온 행적에 대한 진실과 편견에 따른 내용은 떠올리지 않고 <하루>를 읽었다. 이 책은 그가 직접 쓴 육아일기, 옥중편지, 투병일기, 가족의 성장일기가 담겨 있는 에세이집이다. 사랑하는 딸 정민이의 탄생을 아내와 함께 만끽하기도 전에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던 기구한 사연을 시작으로 심재철의 회상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살아있게 하는가?

출소 후, 다시 MBC 보도국 국제부 기자생활로 돌아간 것도 잠시였다. 그에게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운명의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새벽 5시 50분경 출근길에 나섰던 심재철, 그는 노량진동 한강철교 아래 올림픽대교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5톤 트럭과 충돌하면서 타고 있던 승용차와 함께 트럭 밑으로 깔리고 만 것이다. 외상은 없었으나, 심각한 것은 몸속의 장기들이 파열되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의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저으면서 수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던 그였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사랑하는 아내와 정민이가 보고 싶다.' 그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수없이 기도하고 또 기도했을 것이다. 행복도 잠시, 그를 찾아온 것은 불행의 연속이었으니…… 그러나 그는 의식을 회복한 다음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을 <하루>에 실음으로써, 그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고 있었다.

 

 

 

 

「새해 바라는 것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현모가 되었으면 싶소. 슬기로운 어머니가 되어 정민이를 지혜롭게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오. 물론 내가 도울 수 있는 대로 도울 것이지만 아버지보다는 어머니하고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게 사실이고 보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더 중요한 듯싶소. (…) 요즘 아버지가 쓴, 또는 부부가 함께 쓴 육아 관련 책들이 출판되고 있던데 남들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소?」- 본문 중에서

 

가족이었다. 나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한 것은 바로 '가족'이었음을……

'혼자 정민이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소.', '정말 미안하오.', '내 반드시 당신과 정민이 곁으로 돌아가리라.' 이 책은 남편과 아버지의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야만 했던 한 남자의 애절함이 담겨 있다. 한 시도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없었던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혹 '글을 쓰는 행위'를 계속 실천함으로써, 스스로를 다스리고 치유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아내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가족을 향한 애정을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서 마주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이 <하루>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이 책을 읽으니, 문득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가 떠오른다. 정약용의 깊은 성찰이 담긴 작품과 이 책을 견주어 본다는 것이 타당할지에 대하여 많은 의문점이 들겠으나, 그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쉼 없이 글쓰기를 통한 수행을 했다는 것에는 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심재철,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가족이였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가족에 의한, 가족을 위한, 가족과 함께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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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 - 김탁환의 역사 생태 동화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6
김탁환 지음, 조위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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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점기에 일본인들은 호랑이를 해로운 동물이라 하여 한 마리도 남김 없이 죽이거나, 재미삼아 사냥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마저 없애려고 했다니, 이는 결국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릴 만큼 호랑이의 위엄과 기상으로 가득했던 우리나라의 정신을 꺾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에는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가 등장한다. 일찍이 아비를 여의고 어미 호랑이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성장하는 새끼 호랑이 '왕대'의 모습이 한 편의 생태 동화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그러나 어미 호랑이는 왕대가 용맹스러운 호랑이로 성장하기도 전에 사나운 맹수의 공격을 받아 죽임을 당하게 된다. 호랑이 사냥에 나섰던 일본인 사냥꾼에게 잡힌 것이다. 그는 어미 호랑이를 박제하여 창경원의 전시관에 걸어둔다. 여기서 창경원은 본래 창경궁으로 조선 시대 경복궁이었다.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창경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동물원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어미를 찾아 헤매이던 왕대도 창경원으로 끌려오게 되었고, 전시관에 박제된 어미 호랑이를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아종이 다릅니다. 창경원에 있는 호랑이는 열두 살을 넘긴 뱅골 호랑이 수컷이고, 이놈은 몸집이 호랑이 가운데 가장 큰 아무르 호랑이 그러니까 백두산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 종이지요. 잘 키우면 창경원의 자랑거리가 될 겁니다. 혹시 강제로 이 아기 호랑이를 빼앗을 생각일랑 마십시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근현대사와 동물의 생태를 절묘하게 결합시켜놓은 역사 생태 동화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 강점기에 국력을 약탈하고 한민족의 기세마저 꺾기 위하여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를 없애려고 했던 일본인의 잔혹한 행실을 고발함과 동시에, 생태계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이 처한 멸종위기에 대하여 암시하기도 한다. 또한, 동물원에 갇혀서 살아가는 동물과 그 광경을 하나의 경험으로 여기면서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인간의 상황이 대립되면서 '이것이 진정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삶인가.'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뛰놀던 숲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도망갈 틈새만 찾는 호랑이 왕대의 모습과 조선에 남은 마지막 호랑이를 자신들의 업적으로 삼기 위해 필사적으로 감시하는 일본인 사육사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지난 역사에 대한 씁쓸함과 애잔함을 동시에 느끼게끔 한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는 일제 강점기 때 한민족의 정기를 받으며 살아가던 호랑이 가족이 창경원에 가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 전달되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호랑이라는 동물이 우리에게 어떠한 상징적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의 줄거리 안에 숨어 있는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헤아려 본다면, 이제는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와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호랑이를 통해서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가관, 개인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아동을 중심으로 씌여졌으나, 성인이 읽어도 앞서 언급한 (책이 전달하는 측면에 따른 해석) 관점에 대한 생각거리를 떠올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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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어쨌다고 - 소중한 꿈을 가진 이에게 보내는 김홍신의 인생 절대 메시지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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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을 낭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에 근거하여 이처럼 당당히 내 뜻을 말하게 될 날이 언젠가는 꼭 오리라는 것을 믿는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땅의 청춘은 얼마나 비효율적인 꿈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 목숨 걸고 공부하는 청춘, 그러나 그들이 쌓은 앎의 효력이 실현될 수 있는 영역은 협소하기만 하다. 일찍이 가야 할 길을 찾았다는 사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길에 대한 의혹을 품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청춘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예방하려는 대책 마련은 뒷전이고, 무엇이 자신으로 하여금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줄 것인가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마치 신문에 실리는 오늘의 운세를 찾아보고 두려움에 떨거나 희미한 웃음을 짓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 시대의 청춘은 근검절약정신이 투철하다. 자신의 젊음이 진정 발산해야 할 힘을 아끼고 있을 뿐, 더이상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움츠리는 것이다. 저자 김홍신은 그런 청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젊음은 실수해도 용서받을 특권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책임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그러나 다른 실수, 도전하기 위한 실수는 젊음의 특권입니다."(p.18)

 

 

 

 

「산다는 건 참 쉽지 않은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산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그 시절이 좋았지'라고 말하는 건 바로 어려웠던 그 시절의 추억이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렵고 힘겨운 것도 지나면 추억이 됩니다. 이왕이면 '아, 이것도 추억이 될 거다'라고 생각하면 고비를 잘 넘길 뱃심이 생길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나 자신에게 큰 보배와 가치를 선사하는 것이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의 실수가 떠올라서 미칠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게 뭐 어쨌다고 난리야?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말이다. 김홍신의 <그게 뭐 어쨌다고>는 이 시대의 청춘에게 삶의 만족도와 가치관부터 점검하기를 당부한다. 예전에 저자의 <인생사용설명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이 다시 한번 물밀 듯이 밀려온다. 앞으로 누구를 위해서 살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부터 설정하라는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정받기 위한 삶인가?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한 삶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이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청춘을 위로하는 책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이켜보자. 높다란 취업의 장벽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누가 구원해 줄 것인가. <그게 뭐 어쨌다고>에서 다루는 내용은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추상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누구나 알면서도 쉽게 행하지 못하는 만인을 위한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자부한다. 막막한 현실일지언정 타인과 비교하고 갈등하는 삶을 자처하지 말자는 뜻이다. 저자는 "시련을 딛고 일어서면 모두 근사한 추억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지금 혹독한 시련과 싸우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신속하게 뚜렷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 정답은 이미 자신에게 있음을 절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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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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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자생하는 고유의 색, 한국적인 미를 상징하는 고매한 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으로부터 채취한 천연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들, 그들은 자연에 물들인 천연의 빛깔로서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 중의 하나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색깔이 지닌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자연에 손과 발을 담그면서 물들어간다. 바로 천연염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천연天然, 이것은 순수하고도 청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신비로운 단어임이 틀림없다. 하늘천과 그러할연이 절로 어우러진 천연이니, 이는 곧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이 실렸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적으로 건설된 세상을 사는 우리로서는 천연자원이 고결하고도 영원불멸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시시때때로 가공과 변질의 과정을 거치는 첨단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간의 삶은 자연 친화적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한시름 놓아도 될 무렵이 되어서야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과 상생하는 삶은 고결한 것이라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부족한 삶이 될지라도 그 상생의 줄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스물넷, 뉴욕 디자이너의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한국의 색을 찾아 365일 순수와 열정의 시간을 모국에 바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아, 그녀야말로 색에 미친 청춘이었나. 천연의 색을 찾아 떠나는 그녀의 기나긴 여정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나, 지금 우리에게 <색에 미친 청춘>으로서 당당히 한국이 지닌 천연의 색을 보여주게 되었으니, 이보다 눈부신 결실이 또 어디 있으랴.

 

 

 

 

「"결론은 자연이야. 앞산에 펼쳐지는 계절에 따른 색의 변화. 여기서 볼 수 있는 산색의 변화가 얼마나 기막히게 예쁜지 아세요? 저 색들을 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죠. 그런 유혹이 안 들겠어요? 염색이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결국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 자연의 색. 귀결은 그것인 것 같아요. 색이 주는 매력이 굉장히 커요."」- 본문 중에서

 

<색에 미친 청춘>은 한국의 천연빛깔을 채취하는 사람을 찾아 떠난다.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천연염색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수집한 자료와 자신의 생각을 결합하여 '오방색'과 '오간색'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백색, 청색, 황색, 적색, 흑색으로 이루어진 오방색을 통해서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시대를 이상적으로 펼치기도 하는데, 색에 얽힌 우리 민족정신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다시 우리가 지녀야 할 인생철학과 이어지기 때문에, 천연의 색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고유한 빛깔임이 틀림없음을 확신하게끔 한다. 그것은 곧 희로애락이 지닌 개별성임과 동시에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통일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연의 색으로 의식주를 물들이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색깔이 가진 힘은 하루하루를 기름칠한 자전거 바퀴처럼 매끈하게 돌아가게 해준다. 색은 이미 고상하고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나라와 도시, 그리고 동네의 전경처럼 구체적인 어떤 것이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만의 색을 찾을 것인가? 아니 누구에게서, 어디서, 제대로 된 색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을까!"(p.14) 나는 이 책을 읽고 색이 사라진 건조한 세상을 상상해본다.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존재들로 가득한 세상을… 때로 사람과 사물은 본래 지닌 기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대변하는 색이 곧 그들로 하여금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천연의 색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머지않아 자신도 천연의 미를 지닌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확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색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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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1-1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그 남자를 사랑해도 될까요? - 인생을 걸어도 될만한 좋은 남자의 조건 23
이종호 지음 / 원앤원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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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기분이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우리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만나서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나를 위해주는 것 같은데 왠지 불편하고 기분이 나쁜 경우도 있고, 나에게 해주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도 그냥 편하고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의 남자친구는 어떤가요?」- 본문 중에서

 

사랑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이 참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런 생각 따위는 아예 떠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 줄 모른 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누구나 이성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잣대에서 하나둘 씩 평가하게 된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는 생각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는 잣대를 먼저 내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외관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면 만나는 기간이 조금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보면 외적으로 풍기는 이미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무심코 보이는 사소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 사람의 성품을 지레짐작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활활 타오르는 짧고 진한 사랑을 갈망하는 젊은 청춘의 로망을 접어두고, 이제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야 할 시점이 찾아온 사람이라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그 남자를 사랑해도 될까요?>는 인생을 걸어도 될만한 좋은 남자의 조건 23가지를 소개한다. 잠깐, 그렇다고 마치 자신이 평강공주라도 된 것마냥 바보온달을 사람답게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지는 말자. 물론, 이 책은 세상의 모든 남자를 바보온달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여성 독자에게 '좋은 남자의 조건'을 알려주면서 마치 그것이 정답인 양 강요하고 있지도 않다.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랑해도 되겠느냐'는 유치한 질문에 밤새 시달리고 있는 사람의 일시적인 치유제가 될 것이다. 책 제목을 '그 남자'에서 '그 여자'로 바꾸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살다 보면 내가 대접받을 때도 있고, 대접해야 할 때도 있는 거지요. 지금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좋은 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참는다면, 긴 인생길에서 보면 손해라고 볼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런 믿음이 없다면? 그게 정말 큰 문제겠지요. 지금의 만남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본문 중에서

 

그 사람이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따지기 전에, '내가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보면서 문득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생각났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맺는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불이익이 자신에게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기적인 심보가 바로 '남녀관계'에도 똑같이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남자의 23가지 유형은 현명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머릿속에 새겨둘 필요가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23가지 유형은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 만인에 의해 채택된 전형화된 정답일 뿐이며, 실제로 우리가 만나는 이성에게 그것을 강요하거나 쉽게 적용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위한 잣대'를 버리는 것, 즉 형식적인 틀을 벗어나야 한다. 바로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일명 '골칫덩어리'라고 분류된 남자의 유형을 보여주면서 정신분석학, 심리학을 곁들인 조언을 바탕으로 한 '좋은 남자의 조건'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악하고 게으른 사람은 없었으나,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의 영향이 축적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는 타당한 결론을 내놓음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배려와 이해'의 필요성을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문득 <그 남자를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책은 어쩌면 심리적으로 궁핍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초점은 '행복한 연애를 위한 좋은 남자의 조건'이었으나, 결국은 물질적으로는 풍만해지고 있으나, 심리적으로 나약해지고 곪아가는 우리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는지도…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아름답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바로 알아야 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변화만을 기다리지 말고 자신부터 새롭게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법칙을 말이다. 이 책은 나에게 '연애란, 나란히 시소를 타면서 평행을 이루는 것이다.'라는 교훈을 주는듯 하다. 한사람이 일방적으로 많은 짐을 짊어지고 고생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서로 배려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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