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가족의 성장일기
심재철 지음 / 문예당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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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MBC 문화방송 기자로 방송사 최초 노조를 만들었으며, 1996년 정치에 입문하여 국회 예결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3선 국회의원이었던 심재철. 나는 그가 청춘을 바치며 치열하게 살아온 행적에 대한 진실과 편견에 따른 내용은 떠올리지 않고 <하루>를 읽었다. 이 책은 그가 직접 쓴 육아일기, 옥중편지, 투병일기, 가족의 성장일기가 담겨 있는 에세이집이다. 사랑하는 딸 정민이의 탄생을 아내와 함께 만끽하기도 전에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던 기구한 사연을 시작으로 심재철의 회상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살아있게 하는가?

출소 후, 다시 MBC 보도국 국제부 기자생활로 돌아간 것도 잠시였다. 그에게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운명의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새벽 5시 50분경 출근길에 나섰던 심재철, 그는 노량진동 한강철교 아래 올림픽대교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5톤 트럭과 충돌하면서 타고 있던 승용차와 함께 트럭 밑으로 깔리고 만 것이다. 외상은 없었으나, 심각한 것은 몸속의 장기들이 파열되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의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저으면서 수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던 그였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사랑하는 아내와 정민이가 보고 싶다.' 그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수없이 기도하고 또 기도했을 것이다. 행복도 잠시, 그를 찾아온 것은 불행의 연속이었으니…… 그러나 그는 의식을 회복한 다음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을 <하루>에 실음으로써, 그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고 있었다.

 

 

 

 

「새해 바라는 것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현모가 되었으면 싶소. 슬기로운 어머니가 되어 정민이를 지혜롭게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오. 물론 내가 도울 수 있는 대로 도울 것이지만 아버지보다는 어머니하고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게 사실이고 보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더 중요한 듯싶소. (…) 요즘 아버지가 쓴, 또는 부부가 함께 쓴 육아 관련 책들이 출판되고 있던데 남들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소?」- 본문 중에서

 

가족이었다. 나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한 것은 바로 '가족'이었음을……

'혼자 정민이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소.', '정말 미안하오.', '내 반드시 당신과 정민이 곁으로 돌아가리라.' 이 책은 남편과 아버지의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야만 했던 한 남자의 애절함이 담겨 있다. 한 시도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없었던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혹 '글을 쓰는 행위'를 계속 실천함으로써, 스스로를 다스리고 치유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아내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가족을 향한 애정을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서 마주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이 <하루>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이 책을 읽으니, 문득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가 떠오른다. 정약용의 깊은 성찰이 담긴 작품과 이 책을 견주어 본다는 것이 타당할지에 대하여 많은 의문점이 들겠으나, 그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쉼 없이 글쓰기를 통한 수행을 했다는 것에는 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심재철,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가족이였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가족에 의한, 가족을 위한, 가족과 함께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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