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 - 김탁환의 역사 생태 동화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6
김탁환 지음, 조위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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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점기에 일본인들은 호랑이를 해로운 동물이라 하여 한 마리도 남김 없이 죽이거나, 재미삼아 사냥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마저 없애려고 했다니, 이는 결국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릴 만큼 호랑이의 위엄과 기상으로 가득했던 우리나라의 정신을 꺾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에는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가 등장한다. 일찍이 아비를 여의고 어미 호랑이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성장하는 새끼 호랑이 '왕대'의 모습이 한 편의 생태 동화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그러나 어미 호랑이는 왕대가 용맹스러운 호랑이로 성장하기도 전에 사나운 맹수의 공격을 받아 죽임을 당하게 된다. 호랑이 사냥에 나섰던 일본인 사냥꾼에게 잡힌 것이다. 그는 어미 호랑이를 박제하여 창경원의 전시관에 걸어둔다. 여기서 창경원은 본래 창경궁으로 조선 시대 경복궁이었다.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창경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동물원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어미를 찾아 헤매이던 왕대도 창경원으로 끌려오게 되었고, 전시관에 박제된 어미 호랑이를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아종이 다릅니다. 창경원에 있는 호랑이는 열두 살을 넘긴 뱅골 호랑이 수컷이고, 이놈은 몸집이 호랑이 가운데 가장 큰 아무르 호랑이 그러니까 백두산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 종이지요. 잘 키우면 창경원의 자랑거리가 될 겁니다. 혹시 강제로 이 아기 호랑이를 빼앗을 생각일랑 마십시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근현대사와 동물의 생태를 절묘하게 결합시켜놓은 역사 생태 동화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 강점기에 국력을 약탈하고 한민족의 기세마저 꺾기 위하여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를 없애려고 했던 일본인의 잔혹한 행실을 고발함과 동시에, 생태계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이 처한 멸종위기에 대하여 암시하기도 한다. 또한, 동물원에 갇혀서 살아가는 동물과 그 광경을 하나의 경험으로 여기면서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인간의 상황이 대립되면서 '이것이 진정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삶인가.'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뛰놀던 숲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도망갈 틈새만 찾는 호랑이 왕대의 모습과 조선에 남은 마지막 호랑이를 자신들의 업적으로 삼기 위해 필사적으로 감시하는 일본인 사육사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지난 역사에 대한 씁쓸함과 애잔함을 동시에 느끼게끔 한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는 일제 강점기 때 한민족의 정기를 받으며 살아가던 호랑이 가족이 창경원에 가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 전달되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호랑이라는 동물이 우리에게 어떠한 상징적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의 줄거리 안에 숨어 있는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헤아려 본다면, 이제는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와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호랑이를 통해서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가관, 개인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아동을 중심으로 씌여졌으나, 성인이 읽어도 앞서 언급한 (책이 전달하는 측면에 따른 해석) 관점에 대한 생각거리를 떠올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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