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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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를 생존의 수단을 삼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법에 위반되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여기는 사람들 말이다.

교묘한 속임수와 현란한 수법을 이용하는 소매치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일단 탐색을 시작한다. 제법 가진 자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렇게 목표물을 겨냥하고 바싹 따라붙는다.

 

<쓰리>의 저자인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2002년 『총(銃)』으로 신초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으며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다. 2003년 『차광』으로 다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노마 문예상을 수상했다. 최근작으로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가 있으며,

2010년에는 『쓰리』로 오엔 겐자부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쓰리>는 소매치기를 업으로 삼는 남자, 니시무라의 삶을 보여준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수법으로 교묘하게 상대의 지갑을 꺼내는 남자의 섬세한 손놀림 또한 대단히 놀랍다.

그는 한 치의 실수도 없이 겨냥한 목표물을 물에서 고기 건져내듯, 잡아들인다.

 

 

긴장하는 손가락과 지갑의 접정을 견뎌내면서, 접어놓은 신문 틈새에

지갑을 끼우고 오른손으로 바꿔 들어 내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p.9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투자사기 건으로 체포 영장이 떨어진 '이시카와'가 멀리 케냐까지 도망을 간 사이에

그는 이미 전산에 사망자로 분류되어버린다. 이시카와와 친분을 두고 지내던

니시무라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의문의 사건 하나를 맡게 된다.

 

 

「한마디로, 너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멍청한 짓은 하지 말라는 것,

잡히지 말라는 것, 그리고 고맙게 돈 받아 챙겨서 은밀히 내게 감사하면서

살라는 것, 이상이다.」p.65

 

편법으로 위장한 돈을 가로채는 것을 타당한 것이라 말하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매치기를 일삼는 니시무라. 아니, 그는 닥치는 대로 빼앗고 또 가로챘다.

그런 그에게 잊지 못하는 여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그녀에게 야속함을 느껴서일까.

 

「하지만 그녀는 내게 연락하지 않은 채, 스스로 죽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남편이 발견했을 때는 대량의 약을 먹은 뒤였다.

(중간 생략)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밤, 나는 거리로 나가 부자건

보통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지갑을 훔쳤다.」p.127

 

세 가지 조건의 첫째 멍청한 짓은 하지 말 것, 둘째 잡히지 말 것, 셋째 고맙게 돈 받아 챙겨서

은밀히 내게 감사하면서 살 것을 강조했던 기자카.

개인적인 추측으로 책 제목이 '쓰리'였던 것은 어쩌면 이 세 가지 조건을 빌미로 그저 시키는 대로

목적달성을 했던 니시무라는 결국 기자카에게 죽임을 당하고 마는 최후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소매치기범의 눈에 비친 세상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리얼리티했고 긴장감이 맴돌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 마지막이 어떻게 되는가.

이런 식으로 살아온 인간의 마지막이 어떻게 되는가.

그걸 알고 싶어서."」p.121

 

그의 마지막 절규처럼 느껴지는 사는 이유가 왜 이리 비참하게 느껴질까.

행여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범죄를 모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에 적용 가능한 수법이라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당부하고 싶다.

소매치기를 업으로 삼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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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리 땅의소리 - 어두움 덮인 인생길에서 듣는 하늘 이야기
김운용 지음 / 두란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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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삶이란 늘 그런 것이었다.

흐르는 냇물과 같고 하늘에 피어난 구름과 같은 것, 맑고 청아한 물과 같이 유하게 흘러가는 삶을

지향하며 살아왔다. 행복이 다가오고 슬픔이 다가올수록 나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마음을 잡고 또 잡으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살다 보면 언제나 그런 순간이 있다.

어제까지 맑았던 하늘이 오늘은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 끼어 도무지 하늘 너머를

바라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그것이 고난과 역경에 처한 나의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거라 생각했다. 믿고 의지할 대상이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는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서…….

 

 

<하늘소리 땅의 소리> 이 책의 저자는 "나는 설교 때문에 삽니다!"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목사이며,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춤추는 인생, 말씀으로 회복되는 세상을

꿈꾸는 설교학자이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예배/설교학 교수(장석교회 석좌교수)로 있으며

대학교학처장, 서울 충신교회 협동목사와 한성 CBMC 지도목사로 있다.

 

 

믿음이 존재하는 곳에 믿음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것은 믿음을 갈구하는 자의

소망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것을 믿더라도 그를 향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그 무엇이 두렵겠는가.

현재의 삶에 방향감을 잃고 헤매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특별히 마음에 두고 있는 종교가 없다.

현세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의 가르침과 진리를 골고루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늘소리 땅의 소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셉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요셉은 물질적인 이득에 눈이 먼 형들에 의해 노예로 팔렸다.

그리고 요셉을 산 상인은 다시 더 많은 돈을 받고 한 권력자의 집에 팔아버린다.

그렇게 요셉의 삶은 어둡고 비참한 수렁으로 계속 빠져든다.

10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 갇혀 지내온 요셉의 나이가 30세가 되던 해에 굳게 닫혀 있는 문에서

온화한 빛이 나오기 시작한다.

바로 하나님이 역사하시니 문이 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일도 하나님 손에 놓이면

  길이 열린다. 우리 하나님은 전능하신 하나님이기 때문이다.」p.89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고난에 처하고 위기에 빠져든 사람은 쉽게 좌절하기 마련이다.

벗어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영원히 어두운 동굴 안에 갇혀버리고자

스스로 단정을 지어버리기 일쑤다.

가슴속에 소망과 믿음의 존재를 간직한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바로 요셉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는 질병이라는 감옥에서 사랑의 하나님을 만났고, 과학자에서 믿음의 사람으로 바뀌었다.

  닫혀 버린 감옥에서의 시간이 요셉을 위대한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어두움 가운데서 하나님을 보게 되었다.」p.92

 

<하늘소리 땅의 소리>를 읽으면서 날카롭게 모난 마음을 깎아내는 과정을 거쳤다.

나에게도 하나님과 같은 존재를 가슴 속에 밝히어 번잡한 세상을 더욱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내력을 키우고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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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1
고아라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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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워줄 수 있어?"

  "자취방도 좁고 키워 본 적도 없고…."」

 

타지에서 대학교에 다니며 자취방에 사는 솔아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고양이 홍조.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게다가 사는 집도 좁아서 영 키울 자신이 없었던 솔아와

새침한 얼굴을 내밀며 나타난 홍조의 동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서와 1> 이 책은 애니메이션 과를 졸업한 저자가 네이버 도전 만화에 재미삼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많은 이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아 네이버 베스트 만화로 승격.  

그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초록색 과잠바를 입고 다니는 솔아의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빗물에 살짝 흐려진 수채화 같은 느낌의 그림과 그 안의 20대 청춘을 고스란히 들려준다.

고양이 홍조는 솔아가 집을 비우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미소년으로 변한다.

같은 건물에 사는 솔아의 주변 사람들은 솔아의 자취방에 남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라? 성별은 어떻게 알았어?"

  "딱 봐도 남자던데,"

  "오~ 전문가네"

  "잘 생겼드라."

  "잘 생기면 뭐해, 오줌도 잘 못가리는데."

  "오줌?"

  (중간생략)

  '솔아 남자친구는 독특한 사람인가보다.'」p.62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제스처가 대충 그려놓은 듯하면서도 정감이 가고 풋풋했다.

무엇보다 <어서와 1>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 같다.

같이 사는 고양이가 혼자 있을 때면 사람으로 변한다니, 그것도 미소년으로 말이다.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니 방에 누가 있다?"

  "뭐야, 가을에 왠 귀신타령"

  "아냐! 진짜 있었어.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봐, 도둑일지도 모르잖아."」





<어서와 1>의 15편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는다.

밤새 TV를 보다가 늦게 일어난 솔아는 학교 개강일을 깜빡하고 만다.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서 뛰쳐나가는 솔아의 뒷모습을 본 고양이 홍조는

어느샌가 파란 머리카락의 미소년으로 변해있다.

그리고 덩달아 문을 살며시 열고 나온다.

그렇게 솔아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는데…….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솔아의 모습을 보며 살포시 웃는 고양이 홍조의 모습!

솔아의 친구 '알아'는 홍조와 눈이 마주치고 솔아를 툭툭 치는데….

 

「"솔아야, 니 남자친구!"

  "나 남자친구 없어."

  "헤어졌어?"」p.154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웃었다. 그리고 너무 즐거웠다.

풋풋한 소녀의 감성을 움직이는 고양이 홍조의 살인미소(?)와 명랑하게

학교생활을 즐기는 솔아와 친구들의 모습도 맑게 갠 하늘처럼 싱그러웠다.

딱딱한 컴퓨터 글씨체만 보다가 손 그림, 손 글씨를 곁들인 만화를 보면서

몸과 마음이 부드럽게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서와 1>는 분홍빛 베일에 감춰진 고양이 홍조와 그의 주인 솔아의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다.

즐거운 마음으로 솔아와 홍조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후속편 <어서와 2>도 얼른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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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아이 엠 - 모르고 살아온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셀프 인터뷰
미카엘 크로게루스.로만 채펠러 지음, 김세나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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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질문 들어갑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누군가 나더러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다. 어디서 태어났으며, 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무엇이었냐고, 지금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냐고 또 묻는다.

여권상의 당신의 국적은 어디며, 대통령이 된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또 뭐냐고 묻는다.

뭘 이렇게 자꾸 물어보는 거냐고 반박을 하려고 하지만 이미 질문은 1번부터 끝번까지

차례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준비된 설문용지 같았다.

 



<I am>은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책이었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손에 척척 감기는 잘 써지는 볼펜 하나를 준비하도록 한다.

그리고 책에서 뭔가를 캐내려는, 얻어내려는, 귀한 정보를 낚아채려는 마음도 비우자.

이 책은 독자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에게 이런 당부를 한다.

 



 

<I am>을 읽는 세 가지 규칙

 

1.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지 말고,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답을 선택할 것.

2.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솔직하게 적을 것.

3. 나중에 대답을 정정하기 전까지만 그 대답은 유효하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책장을 넘겼다. <지난 해 노트>라는 코너가 나왔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올해의 책'은?」

「내가 즐겨 쓴 '올해의 문장'은?」

「나를 표현하는 '올해의 단어'는?」p.9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참 난감한 질문이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책을 굳이 손꼽아서 말하라 해도 참 어려운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적었다.

적고 또 적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시작은 좋았다. 질문에 대한 답이 술술 나왔기 때문에!

하지만, 뒤로 갈수록 고도의 생각을 요하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한다.

 

 

「기벽이나 노이로제 같은 것이 있는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견디지 못할 상황은 무엇일까?」

「장기기증 희망자 증명서가 있는가?」

「만약 자녀가 장애를 안고 태어날 것이 확실하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I am>을 읽으면서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잊고 살았던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의 풍경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나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었다.

다소 충격을 받기도 했다.

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나'인데, 그런 내가 진짜 '나'에 대하여

이토록 모르고 살았단 말인가? 라는 생각에 반성도 하게 되었다.

 



<I am>은 우리 자신에게 건네는 셀프 인터뷰를 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된다.

이건 우스갯소리지만 너무 상세하고 솔직하게 적어놓았다가 누군가 이 책을 읽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특수 암호를 사용해서 적어놓으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주 사적인 질문도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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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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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철수맨. 저, 호, 혹시 얼굴을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맨맨맨에 이어 이제는 '철수맨'이 등장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 <철수맨이 나타났다!>

젊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로 똘똘 뭉친 장편소설이다.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의 수상작이며, 작가의 다른 저서로는

『나의 블랙 미니 드레서』, 『여고생의 치맛단』등이 있다.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파렴치한 불한당이 기승을 부리는 곳에는 언제나 그 또는 그녀가 나타난다.

호리호리하고 날렵한 체력의 소유자, 그리고 귀여운 남자아이 가면을 쓰고 다닌다.

25년 전 전설 속으로 사라졌던 철수맨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철수맨은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어."

 

 

그리고 영서중학교에 다니는 희주, 유채, 지은은 철수맨의 정체에 커다란 의혹을 품고

희주는 우연히 철수맨의 미세한 증거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바로 철수맨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 영서중학교의 영어교재가 발견된 것!

그렇게 세 소녀는 철수맨에 적합한 강력한 후보자 3명을 리스트에 올리고

리스트에 올라온 강준석과 주현우 그리고 백윤주!

하지만, 그들을 미행하고 조사한 결과 그들은 '철수맨'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짜 '철수맨'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철수맨 찾는 거. 나는 아니라고 판명 났으니 다른 애를 미행할 거야?"」p.127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철수맨'이라는 영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생각했다.

정의의 사도 '철수맨'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일심동체가 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영웅의 실체가 궁금하여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 속에는 열여섯 살의 비애가 담겨 있었다.

울긋불긋 여드름이 피어나는 사춘기 소녀의 수줍은 사랑,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아이, 부모의 직업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사연에 이르기까지…….

<철수맨이 나타났다!>는 영웅의 진실을 쫓아가면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실 이 책에서 '철수맨'은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영웅이다. 열여섯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진짜 영웅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작가는 '철수맨'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희주와 유채, 지은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친구들,

그들 모두가 영웅의 후보들이다.

철수맨은 언제나 그들의 곁에서 조용히 임무를 다할 것이다.

잡힐 듯 말 듯 보이지 않는 망토를 휘날리며.」p.209

 

 

오랜만에 명랑한 장편소설을 만난 기분이다.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중간마다 삽입된 그림도 한몫을 했다.

그리고 가물가물한 기억의 문을 두드려본다.

나의 학창시절의 영웅은 과연 누구였는가? 하고 넌지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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