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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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철수맨. 저, 호, 혹시 얼굴을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맨맨맨에 이어 이제는 '철수맨'이 등장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 <철수맨이 나타났다!>

젊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로 똘똘 뭉친 장편소설이다.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의 수상작이며, 작가의 다른 저서로는

『나의 블랙 미니 드레서』, 『여고생의 치맛단』등이 있다.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파렴치한 불한당이 기승을 부리는 곳에는 언제나 그 또는 그녀가 나타난다.

호리호리하고 날렵한 체력의 소유자, 그리고 귀여운 남자아이 가면을 쓰고 다닌다.

25년 전 전설 속으로 사라졌던 철수맨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철수맨은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어."

 

 

그리고 영서중학교에 다니는 희주, 유채, 지은은 철수맨의 정체에 커다란 의혹을 품고

희주는 우연히 철수맨의 미세한 증거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바로 철수맨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 영서중학교의 영어교재가 발견된 것!

그렇게 세 소녀는 철수맨에 적합한 강력한 후보자 3명을 리스트에 올리고

리스트에 올라온 강준석과 주현우 그리고 백윤주!

하지만, 그들을 미행하고 조사한 결과 그들은 '철수맨'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짜 '철수맨'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철수맨 찾는 거. 나는 아니라고 판명 났으니 다른 애를 미행할 거야?"」p.127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철수맨'이라는 영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생각했다.

정의의 사도 '철수맨'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일심동체가 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영웅의 실체가 궁금하여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 속에는 열여섯 살의 비애가 담겨 있었다.

울긋불긋 여드름이 피어나는 사춘기 소녀의 수줍은 사랑,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아이, 부모의 직업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사연에 이르기까지…….

<철수맨이 나타났다!>는 영웅의 진실을 쫓아가면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실 이 책에서 '철수맨'은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영웅이다. 열여섯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진짜 영웅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작가는 '철수맨'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희주와 유채, 지은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친구들,

그들 모두가 영웅의 후보들이다.

철수맨은 언제나 그들의 곁에서 조용히 임무를 다할 것이다.

잡힐 듯 말 듯 보이지 않는 망토를 휘날리며.」p.209

 

 

오랜만에 명랑한 장편소설을 만난 기분이다.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중간마다 삽입된 그림도 한몫을 했다.

그리고 가물가물한 기억의 문을 두드려본다.

나의 학창시절의 영웅은 과연 누구였는가? 하고 넌지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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