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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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사진가 에번스가 1930년대 뉴욕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밸과 케이티 부부. 미술관에서 사진을 둘러보다 반가우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팅커 그레이였다. 1938년 뉴욕에서 청춘의 한 페이지를 뜨겁고도 강렬하게 그리고 달콤했지만 불확실했던 미래로 불안했던 마음 한편을 시큰하고 아리게 흔들어버린 이 남자를 그렇게 30년 만에 다시 마주한 케이티. 딱히 실망스럽거나 혼란스럽기보단 옛 친구를 떠올리며 작은 위안과 위로를 더한 안도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자수성가로 성공한 품위 있고 예의 바른 은행가 팅커 그레이, 타고난 금발에 놀랄 만한 미인이던 하숙집 룸메이트 이브 로스, 금수저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던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한순간에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실행한 월러스,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준 디키 밴더와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포스로 그녀에게 눈도장 제대로 찍은 팅거의 대모 앤 그랜딘까지 우연으로 시작했던 만남이 세월이 흐른 뒤 자신에게 운명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 흐르듯이 과거로 돌아가 겨울, 봄, 여름, 가을 사계절을 화려하고 우아하고 열정과 자유분방하게 보낸 그때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p.71 행운은 대담한 사람들의 편이다. 1937년 신년 전야제에 이브와 케이트는 나이트클럽에서 형 헨리를 만나러 온 팅커를 처음 만나게 되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다 셋은 서로에게 소원을 빌어주며 함께 새해를 맞이한 축하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 뒷날 케이트는 모르고 팅커의 순금 라이터를 가지고 와서 또다시 셋이 만나 영화를 보고 술도 같이 마시며 친해진다. 그리고 또다시 금요일 밤에 모인 셋은 클럽 21에 들렸고, 거기서 대모 앤 그랜딘을 마주친다. 하지만 팅커는 그 자리가 내심 불편했고 장미빛 환상에 취한 이브는 그 바로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센스있게 눈치챈 케이티의 권유로 셋은 곧장 빠져나와 자리를 이동하던 중에 우유배탈 트럭이 차를 들이받는 생각지 못한 사고가 터진다. 이 불행이 과연 어떤 반전을 가져올까? 이때부터 내 맘은 초조해서 더 조급해졌다.

 

앞 유리창을 뚫고 나가 얼굴이 흉측하게 짓이겨지고 다리를 절뚝거리게 된 이브 로스. 미리 예상은 했지만 같은 여자로서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자괴감에 빠져들 것 같다. 꿈도 열정도 희망도 없는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 눈을 뜨고 눈을 감는 매 순간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려 해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그날의 사고. 꽃처럼 한창 예쁠 20대 청춘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 어떤 위로도 대신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을 당장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 죄책감에 괴로운 팅커가 한줄기 빛이 되어 그녀를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한다. 그의 진심 어린 따뜻한 보살핌과 배려로 이브는 차츰 상태가 호전됐고 심적으로도 많이 안정이 되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브보단 케이트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둘이 잘 되길 내심 희망했지만 남자는 사랑 앞에서도 의리 빼면 시체 아닌가.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본인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하며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둘의 관계가 점점 더 발전하게 됐으니 이 남자 넘 멋지고 매력 있다고 생각했더랬다. 하나를 잃는 대신 그에 대한 마땅한 보상으로 시들고 죽어가는 이에게 자진해서 또 다른 생명력을 있는 힘껏 불어 넣어줬고, 그녀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상류사회에서 아주 호사스럽고 한가로이 사치를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아낌없이 한꺼번에 선물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또 예상치 못한 반전에 반전이 꼬리를 물며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게 속도 조절하며 속속 등장했으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법률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던 케이트는 승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내팽개치고 사표를 낸 후, 출판사에 취직하고 얼마 뒤 메이슨 테이트 사무실에 스카우트된다. 케이트 역시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뉴욕의 일반 시민에서 한순간에 사교계를 입성하고 금수저들과 여러 인맥을 쌓으며 마냥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노력을 거듭해 능력을 한껏 발휘하면서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똑똑했고, 솔직했고, 현명했고, 매력이 넘쳐서 더 멋졌던 케이티. 직장에선 주어진 일을 차분하고 신중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묵묵히 처리하며 상사에게 신임을 얻고, 소소한 일상 속 작은 일탈은 즐겨도 쉽게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적절히 절재하면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함께 또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서히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만족하며 감사하는 삶을 택해 안주할지,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과감하게 도전을 이어갈지 그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면서.

 

책 속 등장인물들 중 누가 옳고 그릇된 선택을 했는지는 선뜻 답을 내릴 수 없겠다. 한번 사는 인생 본인이 후회 없이 만족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뉴욕을 사랑하고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케이티 같은 내 모습이 오버랩돼서 이브, 헨리, 월러스의 선택을 보며 더 자극이 됐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로맨스 소설이라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켜 여러 사랑의 감정과 그 과정을 엿보며 부러웠다가 심쿵했고, 때론 아쉬웠다가 조금 씁쓸하기도 했지만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곧장 인정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결말이라 만족했더랬다. 물론 화려한 성공을 꿈꾸다 뒤늦게 양심선언한 팅커의 용기에 손뼉 치며 응원을 하다가도 한편으론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 끝까지 신경이 쓰였기에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맘에 걸렸다. 억지로 이어 붙여주고 싶어도 자꾸만 어긋난 인연이라 더.

 

1938년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뉴욕을 선망하고 싶을 만큼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일어난 그때로 나도 모르게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었다. 전쟁, 술, 책, 클럽, 재즈, 음식, 영화, 담배, 호텔, 그림, 해외여행, 크루즈, 파티, 미술관, 교회, 상류사회 등 여러 요소가 어울려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스토리까지 흥미진진했으니 말이다. 고전소설의 묘미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다. 특히 책 속에 명대사는 물론 명언으로 삼고 싶을 만큼 가슴에 와닿는 좋은 글귀들이 참 많았고, 책을 읽는 내내 팅커가 성실히 따르던 조지 워싱턴의 '품위의 규칙'이 뭘지 넘 궁금했는데 부록으로 110가지가 모두 실려 있어서 궁금증 해결하며 하나씩 참고하기 편했다.

 

출발선은 각자 달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멋지게 바꿔가는 진정한 청춘들의 아름답고 고귀하고 우아하면서도 순수했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달콤 쌉싸름한 <우아한 연인>. 양장 제본으로 러블리한 핑크색 책표지부터 취향저격이라 더 맘에 들었던 요 책. 몇 번 멈칫하긴 했지만 튀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함을 더한 러브 스토리에 인생 교훈을 담은 묵직한 울림과 잔잔한 감동까지 선물해준 힐링 시간이었다. 한 작품의 완성에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에이모 토울스 작가는 현재 1950년대 뉴욕에 대한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뉴욕의 색다른 매력과 어떤 어마어마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지 4년 후가 내심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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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DC BLACK LABEL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아자렐로 지음, 리 베르메호 그림, 전인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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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 블랙라벨 독보적 빌런 조커! ​며칠 전, 개봉한 조커 최신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먼저 책으로 만나보고 싶어 꾹 참고 기다렸던 요 책. 책 표지부터 무섭고 섬뜩해서 기대만땅 됐기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초스피드로 냉큼 읽어버렸다. 일단 소설책보단 컬러풀한 만화책에 훨씬 가까워 시각적으로 눈을 먼저 홀려버리니 술술 읽혀 기대 이상으로 더 몰입도가 최고였다. 그동안 그래픽 노블 작품이 재밌다고 말만 들었지 직접 본 적이 없었는데 조커 책으로 처음 본 후 진심 홀딱 반했다는.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등장만으로 아우라가 절로 느껴지는 미치광이 악당 조커의 포스, 알았으면 군말 없이 어서 눈부터 깔아라고 무언의 압박을 마구마구 던져주는 피 칠갑한 페이스에 주눅 들지 않으려 했지만 영화 속 조커의 얼굴을 상기시키며 눈만 봐도 광기와 살기가 느껴져 안 그래도 겁쟁이인 난 순식간에 쫄보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책을 펼치고 덮는 순간까지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푹 빠져서 읽었더랬다.

 

 

배트맨의 최고 악당 조커가 주인공인 요 책! 신이 도운 건지 악마가 도운 건지 모정의 방법으로 이캄 수용소에서 출소한 조커, 그 소식은 역병처럼 도담시에 빠르게 퍼쳐 나갔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꼽사리 끼며 등장한 조니 프로스트는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며 겁도 없이 그를 마중 나가겠다고 말을 뱉곤 곧장 행동으로 실천한다. 다시 자유가 된 조커는 웃고 있지만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옛 패거리 악당들이 도담시 암흑가에서 벌인 일들이 맘에 들지 않아 심기가 뒤틀렸다.

 

펭귄, 리들러, 투페이스, 킬러 크룩에게 빼앗긴 자신의 자산을 되찾기 위해 범죄의 제왕답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방법으로 차례차례 거침없는 복수와 잔인한 살인을 스스럼없이 저지르며 악랄하고 잔혹한 수법의 범행을 게임처럼 즐긴다. 감히 누구도 흉내 내고 따라 할 수 없는 조커만이 가능하고 조커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방법으로! 진짜 조커가 한 명이라서 천만다행이지 둘이나 쌍둥이였음 배트맨은 물론 그 세상은 진작에 다 끝장났을 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쩜 그렇게 뻔뻔하고 교활하게 악행을 저질러도 끝끝내 버티고 살아남는지 그 질긴 생명력과 운빨 하난 정말 끝내주는 조커, 진심 무섭다 무서워.

 

 

진짜 가식적인 거짓 웃음 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당최 알 수 없어 더 답답한 이런 쌍돌아이 괴물을 보았나. 죄책감이나 양심 따윈 개나 줘 버린지 오래인 조커에게 악당이란 별명은 너무 귀여울 정도로 소름 끼치고 끔찍한 사이코패스 악마 그 자체였다. 근데 또 순간순간 묵직한 울림이 있는 멋진 말도 한 번씩 툭툭 내뱉어 주고 남자답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행동파에 골 때리는 막가파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미 또한 있었으니 이를 어째. 생긴 건 정말 맘에 안 들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은 중독성 강한 볼매 스타일로 그를 알면 알수록 매력 쩌는 조커되시겠다. 아무리 아닌 척, 관심 없는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해도 결국 그에게 세뇌돼서 꼽히고 말테니 말이다. 난 배트맨을 하도 못살게 괴롭혀서 신나게 욕하다 정들어버린 케이스, 미운정이 그래서 더 무서운 법 OK?

 

 

조니 프로스트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그래픽 노블! 조커 옆에서 어설프지만 나름 비중 있는 역할로 쭉 등장하는 조니 프로스트. 하지만 주제 파악이 전혀 안 되는 이 정신 나간 똘마니가 배짱 하난 좋다고 생각했는데 조커에게 목숨을 담보로 잡힌 줄도 모르고 쓸데없이 입만 나불나불. 낄낄빠빠도 모르고 겁은 많으면서 아무나 개무시하며 똥폼만 잡다 몇 번을 골로 갈뻔했으니 참 없어 보이는 찌질이에 나보다 더 쫄보였다. 그럼에도 아주 큰 공헌을 한 건 하는데 조커를 살린 생명의 은인이 될 줄이야. 그럼에도 빚지고 못 사는 조커와 쿨하게 퉁쳤으니 우짜스까잉.

 

자기 기분 따라 제멋대로 변덕과 심술을 부리는 성격 파탄자에게 긴장은커녕 정신줄 놓고 처신을 왜 그렇게 했을까? 너무 뻔하고 식상해서 조커가 금세 질리게 말이다. 고약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고담시 뒷골목 어둠의 세계와 반가운 조커의 연인 할리퀸과 배트맨의 최강 악당들, 그리고 고담의 지배자 하비 덴트와 짧지만 강력한 임팩트가 있었던 영원한 히어로 배트맨의 등장까지 완전 꿀잼이었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림 자체가 너무 리얼하고 멋져서 다른 시리즈와 함께 급 소장하고 싶어졌다. 책을 보고 나니 더 기대가 되는 조커 영화! 다들 잼있다고 해서 맘 급해지니 빨리 보러 가야겠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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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다이어리 - 시인을 만나는 설렘, 윤동주,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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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시와 그가 사랑했던 시인들의 시 등 주옥같은 102편의 시들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스페셜한 5년 다이어리북! 학창시절에 접했던 윤동주 시인의 <서시>, <별 헤는 밤> 등 몇 편의 시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열심히 들춰보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물론 수업시간엔 귀에 잘 들어오진 않았지만 시험문제로 자주 출제된다고 친절한 국어 선생님이 콕콕 집어 힌트까지 줘가며 엄청 강조해서 알려줬으니 멍 때리다가도 졸다가도 귀가 번쩍, 밑줄 긋고 빨간 별표를 그려가며 순진하게 미끼를 덥석 물었는데 입에 착 감기고 중독성이 있어서 시험 칠 때마다 저절로 암기가 되니 벼락치기의 고수에겐 완전 땡큐였다. 수능 문제로도 수시로 출제되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윤동주 시인의 시 한두 편은 자연스레 외우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어떤 분인지, 어떤 시들이 더 많이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우연이 인연이 되어 행운처럼 내게 온 책이라 더 반가운 선물이었다. 그래서 읽고 싶던 다른 책들을 다 제쳐두고 궁금증 해소를 위해 설레는 맘으로 제일 먼저 손이 갔던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의 시, 수필, 그의 발자취를 따라 남긴 말들을 짧게 정리하여 날마다 읽도록 했으며 윤동주가 가장 사랑하고 시상을 떠올렸던 시인들과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 폴 발레리, 샤를 보들레르, 프랑시즈 잠, 장 콕도, 라이너 마이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의 주옥같은 시를 엮어 자기계발과 더불어 감성을 깨우게 하는 다이어리북으로 엮었다"라고 한다. 허한 마음을 채워줄 아름다운 시와 함께 스스로 날짜를 정해서 시작할 수 있는 5년 다이어리라 매일매일 마음세수하며 들춰보기도 좋고, 소소한 일상 속 하루를 시작하고 정리하며 계획표, 단상, 메모, 일기 등 짧은 글귀를 직접 기록할 수 있는 구성이라 소장가치 100%니 더 기대가 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세계가 기념하는 일제강점기 대표적 시인 윤동주!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고,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여섯 달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여 고양 용정에 묻혔다고 한다. ​​책 속에 윤동주 생애 관련된 흑백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윤동주 시인의 얼굴은 단연 돋보였다. 선한 인상에 부잣집 도련님처럼 귀티가 좔좔, 완전 미남에 호감형이라 놀랬다는. 그래서 한번 더 눈이 가니 뚫어지게 볼 수밖에 없어 이참에 눈도장 확실히 찍었더랬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에 능통했고, 문학원서를 읽기 위해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했으며 독서범위와 독서량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그래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이 많은 분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전혀 다른 삶을 산 네 명의 친구들 사진 중 앞에 앉아 있던 분이 정일권 전 국무총리가 아니라 이영헌 목사라는 사실도 그동안 몰랐던 정보인데 새롭게 배웠더랬다.

 

 

페이지를 넘기다 첨엔 왜 1년치만 있을까 했는데 연도별로 같은 달과 같은 일자에 5칸으로 나눠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였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생각보다 빈칸이 많지 않아서 아주 짧고 간략한 메모 정도의 글귀만 적을 수 있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래서 오히려 더 부담이 없기에 꾸준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연말이 되면 연중행사처럼 어김없이 맘에 드는 다이어리를 구입해 선물도 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데 막상 해가 바뀌면 귀찮아서 몇 번 사용하지 않다가 방치된 다이어리가 수두룩하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5년치 다이어리였다면 분량도 그만큼 많아지고 책무게도 무거워서 외출할 때 가지고 다니긴 다소 불편했을 테니 오히려 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윤동주 시인이 애독한 감성을 자극하는 공감되는 예쁜 시를 친근하게 감상하면서 5년 동안 매일 같은 날짜에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완성 후 나의 흔적과 그때의 생각들을 하나씩 들춰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매년 소환되는 10월에 반겨준 "이별" 시, 괜스레 울컥했다가 책을 만난 달이 10월이라 냉큼 찍어보았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자기 성찰과 반성이 주로 등장한다고 한다. 어릴 땐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외웠다면 나이가 들어서 읽은 시는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덕분에 책을 읽고 나니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겠더라는. 그래서 더 아끼면서 읽고, 기록하고, 소장하고파졌다. 흘러간 세월만큼 시야에서 사라지고 어렴풋이 추억 속 한 장면이 된 시들을 떠올려보는 특별한 시간, 오랜만에 편하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어서 더 감사했다. 그래서인지 곧장 사용하긴 아깝다는 생각도 순간순간 들었고,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서 하나씩 필사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일단은 북커버에 씌워 깨끗하게 잘 보관해뒀다가 내년 2020년도 1월 1일부터 새로운 맘으로 펼쳐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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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컷 다이어트 레시피 - 아는 맛, 다른 칼로리 Stylish Cooking 26
이정미 지음 / 싸이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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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그 맛'이 제일 무서운 다이어터 & 유지어터를 위한 100가지 레시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요즘, 믿고 보는 싸이프레스에서 출간된 도서라 보자마자 냉큼 찜한 요 책. 14년 전 미국 유학을 가면서 인스턴드, 패스트푸드 등 고칼로리의 간편한 음식으로 식습관이 바뀌어 3달 만에 9kg 이상 체중이 늘었다는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서 책 속 레시피를 실천한 후, 3~4개월 만에 모두 감량했으며 현재까지 요요 없이 13년째 43kg 같은 몸매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실천한 칼로리컷 다이어트 노하우와 레시피를 유튜브에 소개했는데 시청자의 반응이 매우 뜨거워 책까지 낸 유튜버 라엘라 님. 
 

평소 유튜브를 즐겨보지만 구독하는 몇 명의 유튜버 동영상만 줄곧 봐서 나에겐 조금 생소한 분이었기에 궁금증 해소를 위해 냉큼 구경 갔다가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를 보고 더 자극이 됐더랬다. 검색한 날 기준으로 현재 구독자수 6.77만 명에 174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하신 분이더라는. 살짝만 둘러봐도 유용한 여러 정보와 팁, 다이어트 식단에 활용하기 좋은 요리 레시피가 많아서 자주 구독하러 들릴 생각이다.

 

 짜장면 412kcal / 짬뽕 402kcal

 

아는 맛, 다른 칼로리! 닭가슴살, 고구마, 샐러드 같은 다이어트 식단에 지치신 분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요 책. 칼로리컷 다이어트 레시피는 칼로리가 높고 낮은 식재료와 음식에 대해 잘 알고 같은 맛, 같은 음식이라도 좀 더 건강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도록 바꿔 먹자는 취지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먼저 절대 실패하지 않는 다이어트 3단계 꿀팁과 저절로 빠지는 생활습관을 시작으로 칼로리컷 다이어트의 장점, 레시피 개발 포인트, 기본 계량법, 칼로리컷 기본 밥, 곁들임 메뉴, 드레싱, 스무디 등 15가지 기본 메뉴가 차례로 소개되어 있었다.

 

일단 눈에 띈 건 다이어트 식단에서 부담스러운 고칼로리 메뉴의 재료와 조리법을 조금 바꿔서 칼로리를 확 낮췄다는 것과 어떤 음식이라도 식재료와 양념 2~3가지만 바꾸면 저칼로리, 건강 다이어트 레시피가 된다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먹고 싶은 음식을 무조건 참을 필요 없이 맛있게 먹어도 알아서 살이 빠지는 검증된 레시피가 한 권에 알차게 공개되어 있어서 맘에 들었다. 그래서 다른 요리책보다 더 집중해서 정독했다는 사실.


 팟타이 450kcal / 짜죠 309kcal

 

​책 속엔 가벼운 한 끼 칼로리컷 한 그릇 요리 27가지, 특별하게 즐기는 한 끼 칼로리컷 일품요리 20가지, 달콤한 충전 칼로리컷 디저트 10가지, 이것저것 다 귀찮을 땐 100 칼로리컷 3분 요리 10가지, 추가로 다이어트 밀프렙 레시피, 칼로리컷 일품요리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1+1 레시피,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차를 소개한 플러스 인포까지! 총 100가지 레시피와 칼로리컷 다이어트 14일 챌린지 식단표 & 식재료 리스트까지 수록되어 있다.

 

레시피마다 한눈에 보기 쉬운 메뉴 아이콘과 조리시간, 1인분 재료와 몇 회분인지, 칼로리와 생략한 가능한 재료, 상세한 조리과정 사진과 조리팁, 레시피 영상 바로보기 QR코드도 있어서 참고하기 편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다이어트 요리책보다 더 정성이 느껴졌고, 한번 마음먹고 어쩌다 도전해야 되는 특별한 식단이 아닌 평소에 구하기 쉬운 재료로 언제든지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들 위주로 선별해서 실용적이라 더 자주 손이 갈 것 같다.


  페타치즈 새우피자 265kcal / 찹스테이크 291kcal

 

쌀밥은 곤약 잡곡밥으로, 식용유는 코코넛오일로, 설탕은 스테비아로, 소금과 MSG는 히말라야 핑크 솔트와 베지시즈닝으로, 돼지고기는 콩단백이나 표고버섯으로, 당면은 곤약면으로, 밀가루 도우는 또띠아로, 버터는 단호박으로 재료 본연의 맛은 살리면서 칼로리는 낮출 수 있도록 건강하고 더 가볍게 조리하는 게 원칙인 칼로리컷 다이어트.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식습관의 변화를 주기 위해 구비해야 될 식자재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평소에 즐겨먹던 같은 음식들이 어떤 맛과 결과의 차이를 보여줄지 빨리 테스트해보고 싶어 맘이 급해졌더랬다.

 

  오레오 바나나 아이스크림 152kcal / 노오븐 당근 케이트 256kcal

 

다이어트를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거나 중도포기를 하기 쉬운데 진짜 웬만한 음식은 다 소개되어 있어서 부담감 없이 똑똑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좀 더 즐기면서 시작하기 좋을 것 같다. 일단 칼로리가 거의 절반 정도로 확 줄어든 게 눈으로 먼저 확인이 되니까 안심도 되고, 레시피가 다양해서 다이어트 식단 고민 대신 입맛 따라 하나씩 골라 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는 맛이 더 무서운데 치즈, 떡, 치킨, 스파게티, 덮밥, 짬뽕, 스테이크, 피자, 토스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페이지를 넘길수록 하나하나 다 맛나게 보이니 찜 해둔 레시피들이 많아서 다이어트 식단 & 집밥요리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레시피만 쓱 둘러봐도 살이 저절로 빠지는 기분! 콩단백이랑 스테비아 등 살게 많아서 빨리 장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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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미사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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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연애, 치유, 미스터리를 모두 담은 웰메이드 성장소설! ​이 책은 대만의 인기 로맨스 소설가인 미사 작가가 쓴 '마음의 병'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로맨스보다 주인공의 성장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필연과 인연으로 엮인 이들의 사랑, 우정, 이별, 배려, 이해, 믿음, 고백 등 여러 감정이 버무려져 있었고, 등장인물 간의 각자 말 못할 비밀을 숨죽이며 하나씩 들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한 번에 골고루 맛보기 좋은 비빔밥 스토리!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깔끔하고 단백해서 맘에 쏙 들었던 <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서로를 의지하며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가족애와 풋풋한 청춘들의 아슬아슬한 하이틴 로맨스와 성장통을 담아 잔잔한 감동과 작은 울림이 있었던 요 책. 책을 보는 내내 부러웠다가 심쿵했다가, 혼란스웠다가 아렸다가, 끝내 가슴 뭉클하게 감성을 자극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외모는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쌍둥이 자매 모디와 모나,

비밀이 없는 우리지만, 3년 전 ' 그 일' 만은 절대 언급하지 않는데...


초등학교 이후로 각자 다른 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 쌍둥이 자매! 명문고인 뤼인에 진학을 하게 된 모디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솔직하고 활발한 성격의 언니 모나와 같이 뤼인에 진학했으면 좋았을 텐데 모나가 배탈로 입학시험을 망쳐버려 너무 아쉽기만 한 모디. 반대로 언니 모나는 중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쌍둥이가 같은 학교에 가는 건 별로 좋을 게 없다며 부모님을 설득했었다. 쌍둥이의 애로사항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혼자보단 둘이 함께 하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만고 내 생각이지만.


학교에 간 첫날 불량하고 왠지 거리를 두고 싶은 조폭 보스 아들 지웨이칭이 옆자리에 앉게 되고, 전날 아르바이트하는 가계에서 모나를 먼저 만났던 그는 같은 사람으로 착각해서 모디에게 아는 체를 한다. 하지만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고 겁이 나서 쌍둥이라고 솔직하게 밝히지 못한 모디. 왜? 무슨 죄를 진 것도 아니고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지... 이 답답이. 그렇게 모디의 부탁으로 모나와 학교를 서로 바꿔치기하며 같은 사람 행세를 한다. 모디와 달리 모나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모든 게 모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보자마자 바로 다른 사람인 것 눈치채고 만다. 그런데 모나 학교는 도대체 어디지? 궁금타.


나랑 똑 닮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릴 때 한 번씩 생각하곤 했는데 여자 형제가 없어서인지 쌍둥이 자매의 등장만으로 어찌나 부럽던지. 특히 학교를 바꿔치기할 때! 짓궂은 장난이 될 수도 있지만 남들이 헷갈려 하거나 속는 반응을 보면 신나고 통쾌할 거 같아 넘 해보고 싶었더랬다. 쌍둥이만 할 수 있는 특권으로 완전 꿀잼일테니. 또, 아프거나 귀찮을 때도 서로 부탁할 수 있고, 나랑 똑닮은 분신이 한 명 더 있으면 왠지 든든하고 심심할 틈이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살다 보면 불편하고 곤란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을 것 같다. 설령 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될지라도. 사람의 마음까진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모디, 모나, 지웨이칭이 삼각관계 구도로 전개되니 우짜스까잉. 모나를 축하해야 될지, 모디를 응원해야 될지 강팡질팡~


온 가족이 함께 읽기 좋은 요 책! 쌍둥이 자매가 서로 절대 꺼내지 않는 3년 전 그날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은 도대체 뭘까? 엄마는 왜 가족사진을 다 없애고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혼자서 슬퍼할까? 한 번씩 모나와 모디를 헷갈려 하는 이유는? 공부도 잘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을 가진 정재계 자녀 출신인 반 친구들의 이상행동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속사정과 고민은 뭘까? 다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는데 하나씩 궁금증을 해소하다 설마 했던 깜짝 반전 스토리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 진짜 쌍둥이가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나 책 어느 것 하나 가리지 않고 정말 다 재밌는 것 같다. 책을 내려놓기 아쉬웠기에 다른 시리즈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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