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체슬리 설렌버거.제프리 재슬로 지음, 신혜연 옮김 / 인간희극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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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52428274

 

  얼마 전 최근 본 영화들 중 가장 감명깊게 봤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덕분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다루어졌던 영웅과 범죄자 사이의 갈등은 이 책에 거의 나와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영화가 극적인 구성을 위해 과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은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설리라는 기장이 평생을 너무 반듯하게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오직 비행만을 생각하고, 비행만 해 온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렸을 때 비행기를 받고 좋아하던 천진한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조종해 보고, 자신의 운명이 그것임을 일찍 깨닫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많은 동료를 잃고, 이후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까지의 삶이 평범한 듯 하지만 감동이 있었습니다.

 

  자녀와 아버지에 대해 솔직하게 책에 쓸 수 있었던 그의 용기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사고 이후 비춰지는 과다한 스포트라이트로 인해 아마도 많이 불편했을 것 같기도 한데 힘든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건 아마도 부모님이 심어 주신 긍정적인 삶의 덕분일 것입니다. 우울증을 앓았던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음악과 책 그리고 배움을 사랑했던 어머니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이기를 바랬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태우는 항공기 조종사는 마음의 중압감이 클 것 같습니다. 항공기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거나 이 사건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긴다면 마음의 평정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설리는 그간의 비행 경험으로 인해 강물에 잘 내릴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경험을 쌓고, 만약에 대비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극한 위험을 극볼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구출을 도왔으니까요.

 

  911 테러 이후 침체되었던 미국 사회에 큰 희망을 던져주었던 소중한 사건에 대해 소상히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설리라는 멋진 한 사람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요.

 

- 나는 늘 어머니가 내게 세 가지 중요한 선물을 남겨주셨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독서와 배움, 음악을 일생의 벗으로 삼게 해 준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내게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85쪽)



- 1980년 공군에서 전역할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어쩐지 생존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한 번도 전투를 치러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상한 일이었다. 전투 경험은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안을 야기하는 일들은 무척 빈번하게 겪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이 우리의 생사를 결정하는지 잘 알게 된 것 같았다. (158쪽)



- 항공사에 근무하는 이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9‧11 테러 이후 항공 산업계는 경제적 붕괴를 경험했고, 연공서열의 맨 아래에 자리하고 있던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대다수가 훌륭한 조종사들이었는데, 항공 산업계는 그들을 잃고 말았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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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 베토벤이 스튜 그릇을 던져 버린 이유는?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5
스티븐 이설리스 지음, 고정아 옮김, 애덤 스토어 그림 / 비룡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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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63275921

 

  어린이를 위한 책인 듯 보이는 비룡소의 이 책의 표지 그림이 재미있다. 스튜 그릇을 집어던지는 베토벤을 그려 놓다니, 사실 그 그림은 이 책의 주제를 담고 있다. 음악가들의 뒷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흥미로웠고, 알았던 내용도 확인하니 재미있었다. 첼리스트가 쓴 이 책은 음악가들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독특한 습관이나 취향,사랑했던 사람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에 소개된 음악가들이 그 사실을 알면 화를 낼까, 좋아할까?

 

  첼리스트가 왜 이들을 꼽았는지 모르지만 이 책에는 여섯 명의 음악가가 등장한다. 물론 작곡을 했던 작곡가이지만 이들은 당시에 작곡은 물론, 연주와 지휘까지 했던 사람들이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브람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가 순서대로 나온다. 아마도 시대별로 저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들을 고른 것이 아닐까 한다.

 

  아내가 둘이었던 바흐, 하이든의 작품인 줄 알았던 <장난감 교향곡>이 사실은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의 작품이라는 것, 술과 담배를 즐기면서도 건강에 집착했던 스트라빈스키,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 바흐는 늘 실험을 했고 늘 시간에 쫓겼다! 주로 머릿속에서 작곡을 한 뒤 나중에 악보에 썼다. 연필은 거의 쓰지 않고 바로 잉크로 썼다. 드물지만 실수를 했을 때는 틀린 음표를 칼로 긁어내야 했을 것이다. (32쪽)

-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베토벤은 친한 친구 몇 명에게 귀가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구 멜첼이 커다란 보청기를 만들어 주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멜첼은 메트로놈을 만든 사람이다. 메트로놈은 탁탁 소리를 내며 박자 맞추기를 도와주는 기계로 오늘날에도 쓰인다.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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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지음, 김남주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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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52484963

 

  출판업자의 아들, 촉망받는 음악가이자 평론가, 클라라와의 결혼을 위해 장인과 법정투쟁을 벌였던 사람, 그가 바로 슈만이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그가 맡았던 연주단체의 무거운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집안 내력으로 인함인지 정신병을 앓게 된다. 이 책의 시작은 그가 클라라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선택했던 라인강 투신 장면이다. 그의 어린 시절이나 음악가로서의 성공기가 나오지 않고 어두운 인생 말년만 나와서 그의 음악도 그렇게 어두울까 했더니 어린이 정경을 떠올리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고통 속에서도 창작활동을 놓지 않았던 슈만에게 음악은 치료책이었을까, 그를 망가뜨린 장본인이었을까? 글을 쓰며 슈만의 바이올린 콘체르토와 소나타를 들으니 왠지 고통스럽던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슈만을 사랑했던 클라라와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 독일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로맨스라고 단정하기엔 그들이 겪었을 개인적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다. 물론 사랑과 고통이 창작의 단초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음악가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될수록 그들의 음악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글이 아닌 음악으로 표현했던 작곡가들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게 그들의 작품들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 음악하시는 분들이 모두 유럽으로 유학가길 꿈꾸고, 실제로 유럽에서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데 그렇게 배우고 돌아와도 교수 자리나 공연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국가적인 지원으로 음악가들이 마음껏 연주하고, 작품 활동할 수 있도록 국제적 음악학교를 만들어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을 오는 시대가 되기를,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보기 위해 주변 국가에서 여행을 오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1839년, "즐거움과 고통, 나는 그것을 당신과 함께 나눌 거야"라고 슈만은 클라라에게 쓴다. 하지만 그는 고통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임을 차츰 알게 된다. "당신에게 고백하는데 나는 더는 기도를 할 수 없어. 그 정도로 고통이 나를 굴복시켰어. 고통은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렸어."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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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두다멜 - 세계를 정복한 엘 시스테마의 음악청년
장혜영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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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45301348

 

  한 명의 스타가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익히 욘사마의 활약으로 한류가 주변 나라들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켜본 바 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K팝스타가 인기의 주류라면 베네수엘라는 두다멜이라는 천재 지휘자로 인해 그들의 음악적 위상이 세계적으로 드높아가고 있다.

 

  사실 베네수엘라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많고, 석유의 개발로 인한 이권 개입으로 무질서하고, 범죄가 난무하는 곳이었다. 그런 조국을 변화시키고자 작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아브레우 박사다. 그는 엘 시스테마(시스템)’이라는 무료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난하고 위험지역의 아이들을 음악으로 구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처음에 10명 남짓으로 시작한 이들은 지금 수십 만 명을 배출한 음악학교 시스템으로 성장하였고, 그 최대의 수혜자가 두다멜인 셈이다. 물론 그를 제외한 수많은 세계적 음악가들을 배출했지만 그는 미국, 유럽을 비롯한 베네수엘라와 적대적 국가인 이스라엘에서도 지휘를 하였다.

 

  어린 나이에 지휘를 시작하여 수많은 오케스트라를 거치면서 그가 쌓아올린 명성의 이유는 물론 그의 뛰어난 실력도 있겠지만 그의 친화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전형적인 천재들은 음악에는 뛰어난 대신 괴팍하거나 독특하여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면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진 연주단부터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까지 지휘해 온 그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예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와는 정반대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평범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악곡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러의 곡으로 각광받았던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에도 도전한다. 다음 주에 볼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콘체르탄테(오케스트라가 무대 위로 올라가고 등장인물이 최소화된 형식)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반가웠다. 우리나라도 요즘 국가적으로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 사업을 벌이는 것 같다. 하지만 몇몇 유명한 공연을 제외하고는 관객 동원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클래식으로 아이들의 정서가 보다 안정되기를, 클래식 사랑으로 우리나라에도 두다멜에 버금가는 스타들이 배출되기를, 그래서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의 세계적 위상이 한결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두다멜은 천재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천재의 이미지에서도 벗어나 있다. 기행을 일삼지도 않으며, 삐딱하지도 않고, 독선적이지도 않고, 친화력이 좋다는 평이 자자하다. 사실 두다멜의 숨은 카리스마와 남다른 천재성은 바로 어린 나이답지 않은 천부적인 ‘소통’ 능력이다. 그것은 어쩌면 시대의 변화이자 클래식 음악계의 대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통 능력은 클래식 음악가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는 그의 삶과, 그를 키워낸 땅 베네수엘라가 준 선물이기도 하다. (32쪽)



- 아브레우 박사는 단체 연습을 굉장히 중시했다. 오케스트라는 결국 하나의 공동체이고, 팀워크와 연대감 없이는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없다고 봤기에 단원들이 다 함께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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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의 집 - 천재 작곡가 20인, 그들의 삶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이상의 도서관 50
양기승 지음 / 한길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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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에서 늦은 나이에 유학을 한 저자는 한 월간지의 제의를 받고 유럽 각국에 흩어져 있는 작곡가들의 생가를 찾아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일을 했다. 그 글들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익히 들어 본 적이 있는 유럽 작곡가들은 거의 다 있을 정도로 이 책에는 20명의 시대별 유명인들이 소개되어 있다. 신기한 건 모두 각자로 생각했던 이들이 스승과 제자로, 혹은 라이벌이나 친구로 관계를 가지기도 했던 것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하이든의 제자였던 것, 베르디와 바그너의 라이벌 관계, 멘델스존과 교분을 가졌던 슈만……. 한 시대를 살면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을 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음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빈은 집집마다 음악소리가 들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음악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가족끼리 2, 3, 4중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클래식이 대중화된 빈에 가 보고 싶다. 대중음악과 뮤지컬이 전 세계에 진출하고 있는 한류 열풍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클래식에 대한 열의도 높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가 찾아다녔던 작곡가들의 생가에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 빈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아 저자가 사는 곳에서 멀리 여행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어떤 작곡가들의 집은 너무 먼데다가 기차도 자주 없는 곳이어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작곡가들의 생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그들 대부분이 참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가난을 친구로 삼았던 이들은 당시 대중의 인정을 받기 어려웠던 선각자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너무 앞서가는 음악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작곡을 하는 데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맥락으로 긴 곡을 쓰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을 수 없다. 작곡을 위해 산 속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산길을 오르내렸던 말러나 산책을 즐겼던 베토벤처럼 자연 속에서 음악의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여유 속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

- "나는 세상이 주는 명성이나 비판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필수의 수단으로 작곡을 했을 뿐이다." 베토벤이 그의 제자 체르니에게 남긴 어록의 한 구절이다. (53쪽)



- 수많은 예술인들 틈에 19세기 국민음악파 작곡가들도 리스트를 찾아왔다. 보로딘은 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고 와서 구석구석 구체적인 리스트의 소견을 들었고, 그리그는 43세 때 자신의 「바이올린소나타」를 들고 이 방에서 리스트 앞에 선다. 피아노에 앉아 있던 리스트는 작곡자로부터 받은 악보를 펴기가 무섭게 초견으로 단숨에 전곡을 연주해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피아노 파트 위에 적힌 바이올린 선율을 남김없이 동시에 연주하는 리스트의 음악에 그리그는 한 번 더 넋이 나갔다. 훗날 그리그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의 한 줄로 회상했다. "나는 어린애처럼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147-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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