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 우크라이나 전쟁의 자원봉사자를 만나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1
안드레이 클류치코 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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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하는 행사의 총칭을 ‘톨로카Tonoka‘라고 하는데, 이는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 농촌 내 상호 지원 형태로서 이뤄지는 노동을 말한다. 품앗이와 같은 의미다. 구소련 지역에서 김장 등을 할 때도 이 용어를 썼다고 한다. 주로 추수, 삼림 벌채, 마을 내 공사 등 노동 인력이 많이 필요한 긴급상황일 때 진행되는 행사를 톨로카라고 불렀으며 그 외에도 교회, 학교, 도로 공사 및건설 작업, 쓰레기 수거 등의 노동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도있었다.

‘레이브 클린업Rave Cleanup‘이 정말 인상 깊었다. 어떻게자원봉사에 음악을 곁들일 생각을 했나?
지금 키우는 그나마 안정적인 상태가 됐고 많은 사람들이정상적인 삶을 되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통행 금지가 있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는 어려운 상태다. 자유롭게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봉사를 하면서 우리 자신들도 마음의 쉼을 얻을 수 있을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우리의 삶이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며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 자신부터 필요했다. 그러다테크노 음악을 떠올렸고 자원봉사 현장을 마치 파티처럼 만들어 보고자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숯불에구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함께 캠핑하면서 밤새 대화를 나눈다. 캠프파이어 주변에 앉아 함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힘든 것도 금세 잊게 된다. 레이브 기간 중 보통둘째 날 공연을 한다. 우리 지인 중에는 많은 수의 우크라이나뮤지션이 있고 이들을 초청해 공연을 진행했다. 고맙게도 다들 무료로 공연을 진행해 주신다.

‘훈헬프Hunhelp’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소개해 달라.
훈헬프라는 플랫폼에 난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자원봉사자들과 나는 식료품 카드(상품권)를 구입해 우편으로 보낸다.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자 그들에게 음식의 선택권을 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익숙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고를 수 있다. 익숙한 음식이 주는 아늑함과 선택권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게한다. 정말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 역시 계속 이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기부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이는 부다페스트를 겨냥한 사업이 아니다. 부다페스트는 아무래도 대도시이다 보니 난민들이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할 거다. 다만 헝가리 지방 지역에 있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걱정되어 시작하게 됐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차역에서 난민을만났을 때 그들이 내게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나는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는데 원래 모스크바 출신이라고 답했다. 그때공기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침묵이 아픈 침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절절하게 깨닫게 하는 침묵이었다. 어떤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에 가서 사람을 죽이고, 어떤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인을 돕고 있고, 이게 말이되는 상황인가? 미쳐버릴 것 같다. 다만 내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적은 없었다.

드미트로 한 아이는 위시리스트에 자신의 것만을 적지 않았다. 자신의 남동생을 위해서도 자동차 장난감을 사달라고 적었다. 가족들까지 챙기는 모습에 크게 감동받았다. 또 어떤 아이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날 마침 쌍둥이형이 마을에 없었다. 부모님을 따라 도시로 나갔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것뿐만 아니라 쌍둥이 형을 위해서 위시리스트를 적어줬는데, 자신의 것으로는 자전거 하나 만을 적고, 형을위해서는 장난감 여러 개를 적었다. 왜 하나만 적었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하나만 적어야 다른 아이들도 위시리스트에 적은 것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런 부분들이 너무귀엽고 대견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쉬운 전쟁 상황 속에서도 서로서로 생각해 준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20세기 세기 소련 문학은 아픔이 가득하다. 1930년대스탈린의 탄압, 굴라크Gulag 수용소, 전쟁 등에 대한 기록들을보면 때때로 ‘이름 모를 누군가‘가 등장한다. 모든게 끝난 것만 같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름 모를 누군가.‘추위에 떨고 있을 때 스카프를 건네주거나,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거나, 빵 한조각을 나눠주거나, 위험한순간 편들어 주고 지켜 준 누군가 말이다. 주인공도 아니고,
이름이 누구인지, 어디에 살고 왜 그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심지어 그는 도움을 주면서도 자신이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그 ‘이름 모를 누군가‘가 되어야만 한다." (나스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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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민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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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이탈리아어라는 두 의자사이의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소설도 좋았지만 글을 쓰는 뿌리, 존재론적 고민, 느낌을 언어적 설명과 함께 흥미롭게 전해준다. Complime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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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순간이다 -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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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존경하는 김성근 감독님~ 흡사 ‘그라운드의 수도자’시다. 야구외에는 야구를 또 하기 위해 살아가시는 모습을 책으로 만나 더 설레였다. 요즘같은 세상, 자신의 길에서 빛나주시는 어른을 만난 시간이었다. 최강야구를 통해 또다시 운동장에서 감독님을 뵙는 기쁨이 오래도록이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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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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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때, 자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곳에 숨은 이가 전해주는 따스한 책. 메트 주민들^^을 만나는 그림이야기, 또다른 그림이 되는 방문객들 관찰기, 메트동료들을 통해 전해주는 삶~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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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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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지난 몇 주 동안 형이 죽은 뒤 처음으로 내 삶이방향을 잡았다고 느끼게 해준 일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훈련을 받고, 뉴욕주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고, 지문을 등록하고, 근무복 제작실에서 미술관의 재단사가 내 치수를 재고・・・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
그런데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
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기나길게 느껴진몇 분이 더 지난 후,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한다.

나는 예수의 그림들에서 새롭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찾는 데 관심이 없다. 내가 이해한 건 다디는 고통 그 자체를 그렸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은 고통에 관한 것이다. 고통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말문을 막히게 하는 엄청난 고통의 무게를 느끼기 위해 그림을 본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의 정수를 보지 못한 것이다.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나도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이봐, 형." 언젠가 내가 이렇게 물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일이라는 건 암을 뜻했다. 형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흠, 모를 일이지. 내가 하는 일, 그러니까 생물 수학이 웃기는 게가끔은 나도 장외 홈런을 치기도 한다는 사실이지. 생각해보면대단한 일이야. 멋들어진 순수수학뿐 아니라 우리가 관찰과 본능을 통해 알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자연을 정확하게 설명하고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거든. 믿기 힘든 일이지. 하지만 일을하다 보면 많은 순간 진심으로 겸손한 마음이 들어, 연조직 육종으로 말하자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형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기 다리를 바라봤다. "뭔가가 그런 일이 벌어지게 만들긴 하겠지."

이제 곧 말을 못 하게 될 거야. 하지만 행복해 여러가지로 운이좋았지. 가족, 크리스타를 잘 돌봐줘. 수학을 끝내지 못한 건 후회가 돼.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 넌 걱정 안 해. 훌륭한 녀석. 사랑해. 나도 괜찮은 사람으로 산 거 같아. 잠들었는데 그사이에 누가비디오를 대여점에 돌려줘버렸어. 누구나 고통을 겪지, 내 차례야. 누구나 죽어, 내 차례고, 고통을 피하는 약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 싶지 않기도 해. 죽는 건 상관없어. 다만 고통을 겪고 싶진 않아. 모두들 늙어가는 걸 보고 싶은데…. 크리스타를 행복하게 해줘. 행복한 추억이 많아. 너랑 이야기한 것도 좋은 추억이야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내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

어머니는 잠이 든 아들을보고, 나를 보고, 새벽빛을 보고, 아픈 몸을 보고, 그 끔찍함을 보고, 그 우아함을 보았다. "우리 좀 봐." 어머니가 말했다.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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